16.



타임터너로 인해 1년만에 돌아온 집이라지만, 사실상 하루도 비워지지 않았던 해리의 집은 당연히 그대로였다. 그런 집에 스네이프와 그의 짐들이 들어왔을 뿐이었다. 해리는 부서로 복귀했고, 스네이프는 혼자서 이사를 시작했다. 스네이프는 거실에 짐을 두고서 해리가 혼자 살던 집을 찬찬히 둘러 보았다.

머글 집 사이에 오래 전 문 닫은 상점처럼 보이지만, 해리의 집은 마법사들이 모여 사는 높은 아파트였다. 층마다 1가구 씩 들어서 있었고 해리의 집은 7층이었다. 스피너즈 엔드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넓고 환하고 쾌적한 환경이었다. 이런 곳에서 살다가 하루 아침에 스피너즈 엔드에서 적응하며 살아야 했을 해리가 스네이프는 아주 약간이지만 애석해졌다.

거실, 부엌, 화장실 2개, 방 4개, 바베큐 시설이 놓이고 정원을 꾸밀 수 있는 큰 베란다. 혼자 사는 집치곤 욕심이 너무 큰 거 아닌가, 했지만 곧 스네이프는 해리가 지니와 결혼하려 했던 걸 상기했다.

스네이프는 소파에 앉았다. 비가 소강 상태에 접어 들었지만 날이 흐렸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과 살 미래를 생각하며 이 집을 구했을 해리를 생각하니 기분이 영 가라앉았다. 게다가 아직 그 둘은 헤어지자는 말조차 안 한 관계이니까. 해리와 지니가 현재진행형인 세상에 떨어진 기분이었다. 오늘 아침까지 스피너즈 엔드에 있었던 것이 까마득했다.

스네이프는 제 복직에 대해 화를 내던 해리를 떠올렸다. 어리고 유치하다고 생각했지만, 함께 사는 것에 초점을 맞추던 해리에게 갑작스런 복직 소식은 화낼 만한 것인지도 몰랐다. 이 넓고 큰 집에 혼자 앉아 있으니 드는 생각이었다. 적어도 애가 셋은 있어야 시끄럽게 공간을 채울 것 같은 집이었다. 스네이프가 학교에 머무는 동안 이 집에서 혼자 출퇴근하는 해리를 떠올려 봤더니, 좀 안쓰러운 듯도 했다.

기숙사 사감 일은 그만 두고 집에서 출퇴근하겠다고 맥고나걸에게 얘기 할까? 수업준비를 하고 학생들의 레포트들을 채점하고 개인 연구를 하는 것엔 학교에서 지내는 게 훨씬 효율적이었기에, 스네이프는 자신이 이런 비효율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전부 해리 포터 때문이었다. 결혼이라, 함께 산다라. 혼자 살았던 때와 패턴을 똑같이 할 순 없을 것이다. 알고는 있지만, 그럼 어떻게 바꿔야할 지는 스네이프도 알지 못했다.


“세베루스, 세베루스. 일어나 봐요.”

스네이프는 자신의 가슴을 안고 흔드는 손길을 어렴풋이 느꼈다. 부드럽고 따듯한 체온. 익숙한 느낌에 스네이프는 저도 모르게 그 품으로 파고 들었다. 스네이프의 얼굴 근처에서 웃음을 삼키는 숨소리가 들렸다.

“포터….”

삐져서 마법부로 돌아갈 땐 언제고, 저를 안고 소파에 길게 누워있는 해리가 보였다. 스네이프는 천천히 눈을 깜박여서 초점을 맞췄다. 해리의 녹색 눈이 웃으면서 스네이프를 들여다 보고 있었다. 스네이프는 팔을 들어 해리의 허리를 끌어 안았다. 해리의 쇄골 부근에 얼굴을 파고 들자, 따끈하고 좋은 냄새가 났다. 해리의 손가락이 스네이프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 내렸다.

“왜 여기서 잠들어 있어요. 추운데.”

그러고 보니 벽난로에 불이 붙어 타오르는 소리가 들렸다. 비가 많이 내린 터라 거실의 공기가 싸늘했을 터였다.

“앉아서 밖을 보다가… 그대로 잠들었나 보군.”
“그랬어요? 난 퇴근하니까 이 집에 당신이 있는 게 너무 신기하고 좋았어요.”
“아, 짐도 못 풀었는데….”
“천천히 해요.”

해리가 스네이프의 귓바퀴에 바짝 입술을 붙이고 속삭였다. 흠칫, 스네이프의 허리가 떨렸다. 머리칼을 쓸어내리던 해리의 손이 어느덧 등 선을 따라 내려 와 엉덩이를 지분거렸다. 그동안 약간 살이 붙은 동그란 엉덩이에 해리의 손바닥이 밀착되었다. 스네이프는 잠깐 동안 그 손길을 내버려두다 몸을 일으켰다. 아쉬워하는 해리의 이마에 딱콩을 한 번 날렸다.

“배 안 고프냐?”
“으응, 그래서 세베루스 먹으려고─ 악!”

스네이프는 아예 해리의 이마에 손을 얹어 머리통째로 밀어 버렸다. 골을 붙잡은 해리가 부루퉁해서 입술을 댓발 내밀었다. 하여튼 간에 팔팔한 놈.

냉장고를 열었더니 인스턴트 식품과 스포츠 음료가 몇 개 쌓여 있었다. 이런 걸 먹고 오러 일을 해도 체력이 버틴단 말인가? 스네이프가 쯧쯧 혀를 찼다. 차라리 집요정을 데려 오는 게 낫지 않았을까. 블랙 가의 유산은 전부 해리에게 상속 되었으므로, 크리처도 해리의 소유였다. 어쨌든 당장 먹을 것이 부족했다. 스네이프는 레토르트 미트볼과 간편식 스프를 꺼내 보온마법을 걸었다. 샐러드 한 통이 구석에 처박혀 있던 것도 꺼냈다. 마법을 걸어 다시 싱싱해진 샐러드가 파랗게 반짝였다.

“나가서 빵이라도 사올까요?”

뒤에서 스네이프가 하는 양을 머쓱히 지켜 보던 해리가 말했다.

“크리처는 왜 안 데려왔지?”
“네? 아, 혼자 사는데 집요정을 부린다는 게 어색해서요. 그냥 호그와트에서 일하게 놔뒀어요.”
“집요정은 주인인 널 위해 일 하는 걸 제일 기쁘게 여길 거다. 특히나 포터, 네가 이런 시답잖은 음식 쪼가리나 먹고 사는 걸 알면─”

탐탁치 않게 그릇에 미트볼과 스프를 부으면서 스네이프가 말했다. 퉁명스러운 타박에는 해리에 대한 걱정이 스며 있었다. 뒤통수를 긁적대던 해리가 수저를 가져 와 식탁에다 놓았다. 어쩐지 자신의 집인데도 오랜만이어선지 너무 넓고 낯설었다. 식탁까지 가는 길이 이렇게 길었었나? 혼자 살 때도 못 느꼈던 집의 크기가 새삼 와닿았다. 스피너즈 엔드의 앙증맞은 크기에 적응이 된 탓이었다.

둘이서 먹기엔 확실히 적은 양이었다. 다 먹은 그릇을 박박 긁던 해리가 스네이프의 눈치를 봤다. 제대로 못해먹고 살았다고 어른에게 혼나는 기분이었다.

“내일 크리처도 데려와야 겠군.”
“세베루스, 여태 우리 둘이서도 충분히 잘 살았잖아요?”
“곧 내가 매일 끼니를 챙겨줄 수 없을 거다. 그렇지만 네가 혼자 있으면서 이딴 음식이나 먹고 사는 건 봐줄 수가 없어.”
“……진짜 떨어져서 살아야 하는 군요.”

해리의 얼굴이 시무룩해졌다. 푹 숙인 고개가 꼭 산책 못 나간단 소릴 들은 강아지 같았다. 의자 뒤로 축 늘어진 꼬리가 보이는 듯도 했다. 이 놈을 혼자 두고 학교로 돌아가도 될까. 해리가 이런 걸 노리고 저를 불쌍해 보이게 작전을 펼친다면, 어느 순간 자신도 넘어가버릴까봐 스네이프는 한숨이 나왔다.

“해리.”

오랜만에 이름으로 불렀더니 해리의 머리 위로 귀가 쫑긋 서는 듯 했다. 솔직히 귀여웠지만, 스네이프는 그 모습이 얄밉기도 했다.

“이리 와.”

스네이프가 의자를 뒤로 물리고 앉아 양 팔을 벌렸다. 쪼르르 다가 온 해리가 스네이프를 덥석 끌어 안았다.

“세베루스, 미안해요. 내 욕심만 부려서. 당신도 나만 보면서 살 순 없는 건데. 오러 일은 체육 센터 때보다 집도 더 오래 비울 텐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해리의 목소리엔 망설임과 서운함이 스며 있었다. 스네이프는 자신의 어린 신랑의 품에 안겨서 등을 살짝 토닥여 주었다. 고작 이 정도로 마음이 풀어지는데, 저를 이렇게나 사랑해주는데, 자신이 잘못한 걸까. 분명 제가 잘못한 건 없는데, 해리는 자신으로 하여금 그런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그래도 당장 복직하는 건 아니니까, 하는 미적지근한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아직은 5월 2일이었고, 학기의 시작인 9월 1일은 멀게 느껴졌다.


해리는 양피지에 쓴 편지를 들고 새장으로 다가섰다. 해그리드가 작년 생일에 선물한 올빼미 헤르메스가 다리를 비죽이 내밀었다. 눈처럼 새하얀 올빼미였던 헤드위그와 달리, 헤르메스는 2살 된 까만색의 올빼미였다. 해그리드가 첫 올빼미를 선물해주었고, 해리가 해그리드의 오토바이를 탔을 때 그의 옆에서 헤드위그를 잃었다. 그래서인지 해그리드는 꼭 다시 올빼미를 선물해 주고 싶었다며, 금지된 숲에서 발견한 헤르메스를 해리에게 주었다. 그 때 횃대에 앉아 있던 퍽스가 편지를 묶는 헤르메스의 옆으로 다가와 친근하게 머리를 붙였다. 그새 둘은 친한 친구가 된 모양이었다.

“너네들 되게 보기 좋다? 응? 둘이 사귀기로 한 건 아니지? 야, 퍽스 너는 몇 살인데 두 살짜리 애를.”
“꾸끅.”

퍽스가 장난스레 해리의 손가락을 깨물었다. 헤르메스가 울음을 흘리며 날개를 퍼드덕 거렸다.

“하핫. 알았어 알았어. 친하게 지내. 헤르메스, 이걸 지니에게 전달해 줘. 퍽스 너도 헤르메스랑 같이 다녀오고 싶으면 또 호그와트에 갔다 올래? ”

새벽에 스네이프의 묘비 위에서 울었던 퍽스가 이번에도 기운차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헤르메스와 퍽스가 날개를 펼치고 창 밖으로 날아갔다. 해리의 웃던 얼굴에서 점차로 미소가 사라졌다. 지니, 아무 것도 모르고 있을 텐데. 내일 아침, 예언자 일보에 실릴 타임터너와 그걸 사용해 세베루스 스네이프를 되찾아 온 해리 포터의 소식과 함께, 지니는 이 편지를 받게 될 것이다.


월요일 아침부터 호그와트 대연회장이 시끄러웠다. 신문을 구독하는 대다수의 학생들이 1면을 가득 차지한 기사를 보고 저마다 떠들어댔고, 구독하지 않는 학생들도 기사를 읽어 보자고 난리였다. 교수 석에서도 놀라움과 흥분으로 한껏 술렁대는 것이 보였다.

<돌아온 영웅? 세베루스 스네이프 ~해리 포터가 찾아낸 두 가지~>. 굵은 볼드체 제목 밑으로 크게 인쇄 된 사진에는 오러 부서 앞 복도에서 스네이프와 그의 옆에 서서 지팡이를 치켜 든 해리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 흥분한 지니의 친구들이 그녀의 옆으로 다가 와 어깨를 흔들었다. 지니는 정말 기쁜 마음으로 신문을 찬찬히 읽기 시작했다. 어제 새벽의 추도회 때만 해도 그의 시신을 찾지 못해 마음이 무거워 보였던 해리였다. 그런데 당장 다음 날인 오늘 이런 반가운 기사라니!

그러나 기사를 읽어 내려갈수록 지니의 낯은 어두워졌다. 타임터너? 과거로 돌아가서 1년 간 스네이프 교수님과 함께 살았어야 했다고? 모두들 이 놀라운 소식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해리와 그 스네이프가? 그 앙숙들이? 주변의 여학생 무리에게서 어떻게 해리가 안 죽고 살아 있는 거냐는 우스갯소리가 들렸다. 혈압이 올라 죽거나 스네이프랑 싸우다 저주 주문을 맞거나 독약 탄 음식을 먹고 죽었어야 하는 거 아니냐면서 깔깔깔 웃었다.

지니는 그것보다, 자신도 모르던 사이에 1년간 숨어 지냈어야 했을 해리에 대한 안쓰러움에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 때, 해리의 올빼미인 헤르메스가 날아와 익숙하게 지니의 앞에 다리를 내밀었다. 까만 올빼미가 해리의 것인 걸 아는 학생 몇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지니를 흘낏거렸다. 지니는 어쩐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남자친구의 편지에 기분이 들떠서가 아니었다. 뭔가, 무언가 느낌이 좋지 않았다.

「지니, 나야 해리.
너에게 반드시 해야 할 말이 있어.
직접 얼굴을 보면서 해야 할 말이야.
좋은 얘긴 아니라고… 미리 알려둘게.
너무 기대하지 말아줬음 좋겠어, 미안해.
저녁식사 전에 호숫가의 고목나무 밑에서 기다릴게.」

해리의 편지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한 두 군데가 아니었다. 스네이프 교수님을 찾았다는 이야기도, 1년간 숨어 지내느라 고생했었단 말도 없었다. 물론 그게 직접 얼굴을 보고 해야 할 말일 수도 있었지만, 해리가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늘 해리가 편지 말미에 적었던 사랑해, 좋은 하루 보내 같은 말 또한 하나도 적혀 있지 않았다. 지니는 어쩐지 불안해졌다. 어디에서 기인한 불안인지는 모르겠지만, 지니의 눈이 흘낏 기사 속 스네이프의 얼굴에 머물렀다.


“해리!”
“…아, 론.”

어제 오프였던 론이 신문을 들고 해리에게 다가 왔다. 해리는 론의 붉게 찰랑이는 머리카락을 보자마자 급격히 속이 울렁거렸다. 물론, 지금 론을 마주하는 것도 내키는 일은 아니었다. 해리는 호박주스를 컵에 따르고 론에게 넘겼다. 그리고 다시 제 몫의 주스를 따랐다.

“기사 진짜야? 우리 가족 완전 다 뒤집어졌어! 네가 스네이프랑 같이 살았다니! 내가 출근 안 한 하룻밤새 과거로 돌아 갔었다니, 친구! 고생 많았네.”

론이 엄지를 척 들고 윙크 했다. 론의 질문은 해리가 출근 길에만 300번은 더 들었을 질문이었다. 해리는 자신이 너무나 유명하단 사실을 도무지 잊을 수가 없었다. 특히나 마법부에서 근무하다 보면 더 그랬다. 마주치는 사람들 모두 자신이 해리 포터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아무리 열심히 피해도 계속 같은 말만 반복하는 해그리드의 동생이 등장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이번엔 숨이 턱 막히게도, 제 친구이자 지니의 오빠인 론이었다. 해리는 단짝친구와 같은 직장인 것이 이제 와서 후회될 줄은 정말 몰랐다. 차가운 호박 주스를 목으로 넘겨도 입 안이 깔깔했다.

“스네이프랑 살았다니, 상상이 안돼. 완전 지옥 아니었냐? 어떻게 계속 살았대. 난 진짜 해리 네가 존경스럽더라니까?”

론이 가벼운 목소리로 떠들었다. 해리는 얼굴에 미소조차 띄우지 못했다. 완벽한 표정 관리 실패였다.

“…론, 네 생각만큼 끔찍하지 않았어. 오히려…… 아니, 좋았어. 서로 응어리 졌던 걸 풀고 지내서.”
“…그래?”

론이 의아하다는 눈으로 해리를 쳐다 봤다. 해리의 시선이 묘하게 어긋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안, 바빠서. 나중에 제대로 얘기 하자.”

해리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론은 호박주스를 쥔 채로 해리 쪽을 보며 서 있었다. 뭔가, 느낌이 좋지 않다. 해리가 저를 속이고 있단 느낌이 들었다. 아니면 숨기는 게 있다거나. 론 역시 오러로 일 하면서 직감이 늘었다. 그리고 그런 건 늘 오차 없이 들어맞는 일이었다.

책상마다 오늘자 예언자 일보가 놓여 있었다. 1면을 장식한 스네이프와 해리의 투샷이 론의 파란 눈에 가득 찼다.


지니는 마지막 수업이 끝날 때까지 해리가 보낸 편지를 손에 쥐고 있었다. 벌써 종이 끝이 너덜대며 구겨진 편지지가 꼭 자신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미안해. 미안하단 문장이 해리의 목소리로 들리며 자꾸만 가슴을 콕콕 찔렀다. 곧 다달이 하는 월경이 다가와서 괜스레 감정이 너울을 타는 것일 거다. 지니는 그렇게 생각하고자 했다. 그러나 해리를 만날 시간이 다가올수록, 그 시간과 멀어지고 싶은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해리는 1년이나 내가 모르는 시간 동안에 있었어.'

……스네이프 교수님과.
그런데 그 사실이 왜 그렇게 신경쓰이는 지 지니는 알 수 없었다. 해리가 스네이프를 얼마나 싫어했는 지, 아니, 호그와트 학생들 중 슬리데린을 제외하면 누가 그를 좋아했을 지 몰랐다.

물론, 지니는 스네이프가 죽었다고 생각했을 때의 해리의 모습도 알았다. 직접 교장실에 스네이프의 초상화를 추진하고 무죄 재판에 전쟁 후 가장 열성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던 해리였다. 신문에 기사가 1면으로 보도 되었고, 해리는 어쩌면 그 기사가 나오면 스네이프가 다시 나타나줄 것이라 믿는 것 같았다. 하지만 첫번째 추도식이 있을 때까지 스네이프는 마법세계에 어떤 흔적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런데 그 당시에 스네이프는 다름아닌, 과거로 돌아간 해리와 같이 있었다는 것이다. 대체 해리는 무슨 생각이었는 지……. 지니는 머리가 아팠다.

“지니? 수업 끝났어. 저녁 먹으러 안 가?”
“아, 나 잠깐 볼 일이 있어서. 먼저들 먹고 있어!”

멍하게 있다 보니 수업이 끝난 것도 모르고 있었다. 황급히 교과서와 지팡이를 챙긴 지니가 성의 정문으로 향했다. 다들 저녁을 먹기 위해 들어가 호숫가는 인적 없이 조용했다. 고목나무 근처에는 음영이 하나 앉아 있었다. 해리. 지니는 입 안으로 그녀의 남자친구의 이름을 웅얼거렸다. 어쩐지 목소리가 쉽게 터져나오지 않았다.

성 쪽을 돌아보던 음영은, 붉은 머리카락의 여학생을 발견하고 벌떡 일어섰다. 평소 같으면 달려 와서 안아줬을 텐데, 지니는 여전히 멍한 정신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해리.”

이제야 입이 열렸다. 해리는 안경을 치켜 올리며 자신의 앞에 선 지니를 바라 보았다. 지니가 멋쩍게 두 팔을 벌렸다. 해리가 아, 하더니 포옹을 해주었다. 지니는 괜스레 눈물이 날 것 같아 해리에게 안긴 채로 입술을 깨물었다.

“지니. 마른 것 같다.”

포옹을 풀었더니 해리가 걱정스럽다는 얼굴로 말했다.

“우리, 어제도 봤잖아.”
“아, 아… 미안. 예언자일보 읽었지? 1년 만에 현실로 돌아왔더니….”

해리가 머쓱하게 헛기침을 했다. 지니는 어제 본 해리의 모습이 아직 선명했는데, 해리의 모습에서 분명히 느껴지는 저를 낯설어하는 태도가 어쩔 수없이 서운했다.

해리는 오늘 붉은색의 오러 정복 차림이었다. 퇴근 후에 바로 왔구나. 문득, 지니는 처음 해리가 그 옷을 입었을 때의 기억이 났다. 사진으로 그 날의 추억을 남겼었다. 지니는 그가 너무 멋있고 자랑스러워서 환하게 웃으며 그 품에 안겼다. 언제까지나 지니에게 해리는 멋있고, 자랑스러운 존재인 건 변함 없을 것이었다.

“해리, 걱정했어. 1년이나 우리 모르게 숨어 살며 지냈어야 했다니. ……스네이프 교수님과.”
“…지니, 잠깐 앉자.”

해리가 지니의 손을 잡고 나무로 이끌었다. 둘은 그 아래에 앉아, 조용히 호수에 어둠이 깔리는 걸 지켜 보았다. 별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해리, 할 얘기란 게 뭐야?”

침묵이 길어지자, 지니가 먼저 웃으면서 입을 뗐다. 해리만 믿고 있다간 이대로 날 밤을 새야할 지도 몰랐다. 해리는 한숨을 한 번 쉬었다. 그리고 지니의 눈을 바라보았다. 언제나 맑고 단단한 초록색 눈은, 지니가 어떤 말을 해도 흔들림이 없을 것 같았다.

“헤어지자, 지니.”
“역시. 그거였구나.”

지니는 하루종일 자신의 가슴을 꽉 죄어오던 불안에서 오히려 해방된 기분이었다. 한계까지 찌부러졌던 심장이 탁, 하고 놓아 풀린 듯했다. 해리는 예상했다는 반응인 지니에 얼떨떨해보였다. 머릿속으로 제 편지 내용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중인 게 뻔히 보였다. 지니는 크큭 웃으며 해리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맑은 밤 하늘, 고요한 호수, 해리와 함께 다녔던 학교. 그것들을 지니는 눈에 새겼다.

“어떻게……?”
“전부 해리 너답지 않았잖아. 편지에 사랑한다는 말도 없고, 날 보자마자 안아주지도 않고. 미안해 죽겠다는 얼굴을 하고선 나를 보는데 어떻게 몰라.”
“아, 지니, 정말 미안─”
“미안하단 말은 됐어! 그래서, 이유가 뭐야? 과거로 갔을 때 어떤 심경변화가 있었어?”

지니가 무릎을 모아 안고 해리를 돌아보았다. 해리의 안경 밑 뺨이 조금 붉어져 보였다.

“들으면 다들 놀랄 거야…. 나도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서. 세베루스, 아니 스네이프 교수님을 사랑하게 됐어. 그래서 지니 너랑 계속 사귈 수가 없어. ……많이 놀랐지?”

지니는 고개를 저었다. 해리가 지금까지 누구와 계속 있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일까. 아무리 상대가 의외의 사람이었어도 말이다. 해리는 말없이 지니의 눈치를 살피다가, 호수에 시선을 두었다. 대왕오징어는 깊은 곳에 들어가 있는지 표면은 고요하기만 했다.

“스네이프 교수님도 해리 너를 좋아하셔?”

지니가 장난스럽게 물었다. 해리는 저도 모르게 풉, 하고 터지듯 웃음을 흘렸다. 지니가 해리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하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봄의 밤에 청명한 그녀의 웃음소리가 듣기 좋았다.

“응. 서로 좋아해. 지니, 미안, 네 앞에서 이렇게 웃으면서 할 얘기는 아닌데…….”
“왜 안돼? 이렇게 재미있는 주제를 나만 모르고 있을 수는 없잖아! 그나저나 해리 대단한데? 어떻게 스네이프 교수님을 꼬셨지? 역시 내가 만났던 남자는 다르네. 앞으로도 내가 고를 남자는 멋지겠지, 그렇지, 해리?”
“응…… 맞아, 지니. 넌 분명히 좋은 사람을 또 만날 거야. 아, 맞아 저녁! 미안해, 배고플 텐데 너무 붙잡고 있었다. 아직은 남아있을 거야. 같이 들어가자, 지니.”

해리가 손을 뻗어 지니의 손을 잡았다. 전애인 손을 이렇게 덥석덥석 잡아도 돼? 스네이프 교수님은 질투 없으셔? 지니가 재잘재잘 물으며 해리와 걸음을 맞춰 성으로 돌아갔다. 아마 해리와 얼굴을 마주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부터는 눈물을 쏟겠지만, 해리의 앞에서 지니는 어쩐지 자연스럽게 웃을 수 있었다.


아침에 신문 1면까지 도배했던 해리가 오러 정복을 입고 대연회장에 들어서자, 늦은 시간까지 남아 저녁을 먹고 있던 학생들이 비명을 질렀다. 지니는 이렇게 멋진 남자가 방금 제게 이별을 고했다는 게 못내 애석하게 느껴졌다. 나름대로 쿨하게 받아줬다고 생각했는데.

그리핀도르 식탁에 해리가 착석하자 다들 난리가 났다. 학년과 기숙사를 가리지 않고 학생들이 해리의 주변으로 모여 들었다. 지니가 해리는 지금 저녁을 먹어야 한다고 좀 이따 와달라고 소리를 질렀다. 7학년 졸업반의 지니 위즐리의 호통에 다들 쭈그러져서 물러 났다. 해리는 웃으면서 그릇에 남아있는 음식들을 덜었다. 본식이 있을 때 들어와서 다행이었다.

“해리!”
“네빌!”

스프라우트 교수의 밑에서 조교를 하고 있는 네빌이었다. 다음 새 학기에는 정식 교수가 될 네빌이 교수석에서 내려와 해리의 옆에 앉았다. 반갑게 등을 친 해리가 나머지 손으론 바쁘게 음식을 입에 밀어 넣었다.

“무슨 일로 온 거야? 오러 용무?”
“아니. 지니한테 할 얘기가 있어서.”
“해리, 그렇게만 얘기하면 네빌이 오해해. 우리 사이가 아직도 이상 없는 줄 알잖아.”
“잠깐, 너희 둘 무슨 얘기야?”

네빌이 어리둥절하게 지니와 해리를 번갈아 보았다. 지니가 팔꿈치로 해리의 어깨를 툭 쳤다. 해리는 방금 감자를 삼키려고 한 것을 후회하며 가슴팍을 퍽퍽 때렸다. 네빌이 센스 있게 물 잔을 건넸다.

“우, 우리 헤어졌어.”
“뭐?! 언, 언제?”
“방금. 해리에게 차이고 온 길이야. 네빌, 그래서 말인데 나 옆구리 시리니까 해리 말고 내 옆으로 와서 앉아줄래?”

지니의 너스레에 이게 진짠지 아닌지 어리둥절해하며 네빌이 해리를 쳐다 보았다. 해리는 머쓱해서 호박주스까지 찾아 마셨다. 이별이란 게 이런 거라면 앞으로 두 번 다신 하지 말아야지. 물론 스네이프랑은 이별 할 일이 없을 테니 다행이었다.

“왜? 해리, 왜?”
“이렇게 사람 많은 곳에서 할 얘긴 아닌 것 같아…. 네빌.”

해리가 진땀빼는 걸 보았는지 착한 심성의 네빌은 궁금했지만 더 물어보진 않았다. 대신에 오늘 신문을 봤다고, 스네이프 교수님을 되찾아서 너무 다행이라고 말해주었다. 해리 만큼, 아니 해리보다도 더 많이 스네이프에게 괴롭힘 당했던 네빌이었지만, 그의 말에서 진심이 보여서 해리도 고마웠다. 진정한 용기의 그리핀도르는 역시 저보다는 네빌 롱바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스네이프에게는 무조건 네빌에게 사과하라고 시킬 생각이었다.

“네빌, 지니, 사실 지금 스네이프 교수님도 호그와트에 있어.”
“뭐? 진짜?!!”

1년간 감감무소식이던 남자의 ─게다가 다름아닌 어제 추도식을 가졌던─ 호그와트 깜짝 방문 소식에 지니와 네빌 모두 놀랐다. 특히 지니는 어떤 얼굴을 해야할 지 몰라 난감했다. 반갑긴 한데, 이젠 그가 자신을 방금 찬 전 남자친구의 현 애인이라는 게. 어쨌든 당장은 얼굴을 마주할 용기가 없었다. 지니는 대충 샌드위치를 챙겨서 둘에게 손을 흔들었다. 해리는 지니의 마음을 알아채고는 미안해하며 마주 손을 흔들어 주었다. 진짜 죄인이 된 기분이란 게 이런 거구나. 해리는 정말 이걸 끝으로 두 번 다시는 이별을 겪지 않을 결심을 세웠다.

“스네이프 교수님은 왜 오신 거야? 지금 어디에 계셔?”
“교장실에서 맥고나걸 교수님을 기다린다고 했어. 음, 맥고나걸 교수님이 교수석에 안 보이시는 걸 보니 지금 만나고 있겠다. 그─ 호그와트 복직 문제로.”
“헉! 정말?! 호그와트로 다시 돌아오시는 구나!”

네빌이 놀라워하면서도 기뻐했다. 해리는 막 입 안 가득 생크림 케이크를 밀어 넣었는데, 기묘하게도 씁쓸한 맛이 혀 끝에 돌았다. 물론 집요정들이 정성껏 구운 케이크가 상했을 린 없었다.

“해리? 왜 죽상이야?”
“어, 그게…… 솔직히 난 스네이프 교수님이 복직하시겠다는 게 맘에 안 들어.”
“왜?? 그 분은 늘 호그와트에 계셨잖아. 교장까지 지내셨는 걸.”
“네빌, 있잖아…. 그게 말야, 사실….”

해리가 네빌의 귀에 입술을 가까이 붙이고 속삭였다. 주변에 앉아있는 학생들이 눈에 불을 켜고 보고 있었다. 네빌은 안 그래도 동그란 눈이 더 동그래지더니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가 양 주먹을 쥐고 부들부들 떨더니 다시 앉았다. 그 요란한 반응은 멋쩍었지만, 다행히 소리치지 않아준 네빌이 해리는 고마웠다.


“─세베루스!”
“맥고나걸 교수님.”

스네이프는 목례를 했고, 맥고나걸은 이미 눈에 가득 눈물이 고인 채 다가가 스네이프를 안아 주었다. 비록 저보다 훨씬 큰 키의 스네이프에게 안긴 것처럼 보이긴 했어도, 스네이프는 나이 든 자신의 은사가 저를 품어주었다고 느꼈다. 마지막으로 본 모습은 저에게 공격 주문을 날리던 그녀였는데. 그녀는 이미 그 날을 후회하고 스네이프를 다시 안을 수 있는 오늘이 온 것에 무한한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스네이프는 해리 외의 사람에게 이렇게 긴 포옹을 당하는 건 처음이었다. 하지만 해리때문에 익숙해져서 그런 건지, 마음이 울렁여서 그런 지 선뜻 그녀를 먼저 밀어낼 순 없었다. 그녀에게 안겨있는 뒤로 초상화 속 덤블도어가 웃고 있는 얼굴이 보였다. 그리고 그 옆의 자신의 초상화까지. 딱딱한 얼굴로 팔짱을 끼고 있는, 교장실에 걸린 자신의 초상화를 보는 기분이란. 자신은 이런 곳에 걸릴 만한 업적을 남기지도 못했다. 민망함에 스네이프는 시선을 틀었다. 맥고나걸이 긴 포옹을 풀고, 스네이프를 따스하게 올려다 보았다.

“잘왔다. 잘 돌아왔어, 세베루스. 너에게 하고 싶던 말도 많고 용서를 구할 일도 많단다.”
“미네르바, 용서라니요. 저에게 당신이 용서를 구하실 일은 전혀 없습니다. 용서는 제가 구해야할 일입니다. 당신 입으로 그런 내용은 일절 듣지 않겠습니다.”
“고집은. 여전하구나, 세베루스. 물론 정말 자네인 게 느껴져서 기쁘기도 하지만.”

맥고나걸이 의자를 불러냈고 스네이프는 그녀와 마주 앉았다. 덤블도어가 너무 잘 보이는 위치였다. 스네이프는 일부러 시선을 벽 쪽으로 틀었다. 껄껄 웃는 덤블도어의 목소리는 못 들은 척했다.

“그래, 복직 상담이라고 했지. 우선, 지금 마법약과 슬리데린 사감 일은 슬러그혼 교수님께서 여전히 맡아주시고 계신다. 하지만 원래도 교편에서 물러나 휴식을 취하고 계셨던 만큼, 자네가 돌아온다면 당장 직함을 넘기고 떠나주실 거다.”

맥고나걸의 깊게 패인 주름만큼, 좀 더 너그러워진 미소가 스네이프에게 머물렀다. 스네이프는 말을 고르고 입을 열었다.

“기숙사 사감 일은 하지 않는 쪽으로 하고 싶습니다.”
“아니, 왜? 슬리데린 기숙사에 자네 만큼 애정이 있는 사람도 없는데. 혹시 업무가 과중했나?”
“집에서 출퇴근을 하고 싶어서… 사감 일이 있으면 학교에 계속 있어야 되지 않습니까?”
“집에서? 물론 그러는 교수도 있긴 하지만─ 갑작스럽게 패턴을 바꾸려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구나, 세베루스.”

스네이프는 답지 않게 얼굴을 붉히고 답을 어물거렸다. 맥고나걸은 신선한 느낌을 받으며 그가 내놓을 이유를 기다렸다. 그 순간, 교장실 밖의 계단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스네이프와 맥고나걸 모두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해리.”

해리가 스네이프에게 윙크하며 들어 왔다. 지니에게 제대로 말하고 왔다는 해리 나름의 신호였다. 스네이프의 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살짝 올라가 웃었다. 그 둘의 모습을 맥고나걸이 보고있다는 사실도 눈치채지 못한 채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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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그걸……썼다고……?”

회중시계를 판 두 번째 남자가 중얼거렸다. 이제 겨우 이 기막힌 회중시계에 대해 듣게 되겠네. 해리는 평평한 바위 위에 앉았다. 빗줄기가 굵었다. 남자들의 얼굴이 빗물에 흐려졌다.

“이 시계. 정확히 뭐죠?”
“…….”
“제가 이미 경험했기 때문에 타임터너에 대한 부정을 하셔도 소용없습니다. 제 기억을 증거자료로 제출할 예정이구요. 저는 이 시계의 출처와 원래 사용목적만 조사하면 당신들을 부서로 넘길 겁니다. 그러니 그저 솔직하게 밝혀주세요.”
“……그 시계를 쓸 수 있었다니, 그 해리포터가…?”
“……네?”

해리의 침착하고 단호했던 얼굴에 의아함이 스쳤다. 두 번째 남자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해리는 침을 삼키며 남자가 입을 떼길 기다렸다. 남자는 빗물로 얼룩진 얼굴을 여러 번 찡그렸다.

“……나는 그 시계로 백 년의 시간이 넘도록 워프하고, 또 워프하는 허송세월을 보냈지.”
“백 년이 넘게……? 무슨 목적이었죠?”
“그 시계는 나도 우연한 기회에 얻었소, 난 한 때 죽고 싶었어…. 성격이 예전과 180도 달라지고 어두워졌지. 어둠의 마법에도 관심이 갔을 적에… 저주에 가까운 물건이지 그것은……. 아니, 적어도 나한테는 그랬소….”

해리에게는 스네이프와의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준 기적과 같은 시계였다. 하지만 남자의 괴로워 보이는 얼굴 또한 사실이었다.

“해리 포터, 자네도 부모를 잃어 봤으니 알겠지. 평생 다시 볼 수 없을, 이미 죽은 사람을 다시 만나고 싶다는 소망 말이오. 나는 내 아내를 내 마법의 실수 때문에 죽였지. 그 일이 있고선 내 삶은 완전히 끝장이 난 거요…. 그런데, 난 이 시계를 얻었어. 우연한 기회였지, 정말로 우연한…. 나는 바로 아내를 잃었던 그 날로 돌아갔소. 그리고 백 년이 넘게 그 짓을 여러 번 반복해서 아내를 살렸고, 계속 함께 살았소….”
“그럼…… 행복한 것 아닌가요……? 어째서 저주라고 표현을…….”
“자네도 다녀와 봤으니 알 것 아닌가. 그 과거엔 과거의 나도 함께 존재해…. 나는 몇 번이나 나 자신을 내 손으로 죽였던 것이라오.”

해리는 말을 잃었다. 시계를 사려고 했던 첫 번째 남자도 넋을 잃은 눈치였다. 아마 남자는 이 사실까진 몰랐던 모양이었다.

“이 시계는 그럼….”
“그래. 저주받은 물건이 맞네. 나에게 이 시계를 처음 줬던 사람은 이걸 후회의 시계라고 부르더군…. 아마 그도 나 같은 인생을 살다가 지나가던 나에게 줘버린 걸 거야. 나도 오늘 그러려고 했다가…… 뭐 이렇게 보기 좋게 잡혀버렸군, 하핫…. 차라리 잘된 걸지도 모르지…….”
“이 시계의 이름이 ‘후회의 시계’… 라고요?”
“그래… 해리포터가 인생에서 그렇게 후회할 일이 뭐가 있겠냐 싶었지. 내가 보기엔 이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인생이라.”

해리는 입을 다물고 두 사람의 몸을 일으켰다. 둘 모두 반항의 의지를 잃고, 체념해서 순순히 해리를 따랐다. 해리는 머리 뒤를 커다란 망치로 얻어맞은 것 같았다. 무지근한 둔통이 멍하니 해리를 따라붙었다.


해리는 오러 부서 바깥의 휴게실에 앉아 시계를 만지작거렸다. 이 시계가 후회라는 키워드에만 반응한다면, 스네이프를 데리고 미래로 갈 수 없었던 건 당연했다. 후회는 겪지 않은 미래의 일에서 기인하지 않으니까. 회중시계는 어쨌든 해리에겐 고마운 물건이었다. 그러나 같은 물건이 누군가의 인생은 비극으로 물들였다는 사실에 해리의 기분은 그 후로도 썩 괜찮아지지 않았다.

남자들을 심문하고 나온 선배 휴가 해리를 찾았다. 해리에게 그렇게 솔직히 진술 했었으니 심문도 금방 끝난 듯 해보였다. 휴가 해리의 어깨를 무겁게 짚었다. 오전에 가벼이 임무를 맡겼던 후배 오러가 1년이나 사람들을 피해 숨어 살아왔다니. 휴는 해리가 못내 신경쓰였다. 같이 따라갈 걸 그랬다는 후회가 들었고, 좋지 않은 해리의 표정에 걱정이 들었다.

“해리. 타임터너 제출 해야 해.”
“…휴. 중대발표가 있어요.”
“세상에 단 하나 남은 타임터너의 발견 말고 더? 이거 원, 이게 이런 큰 건인 줄 몰랐는데. 그래, 해리. 그게 뭐냐?”

휴는 해리의 진중한 표정에 의아해하면서도 별 대수롭지 않게 농담처럼 말을 내놓았다. 타임터너의 보고로 상부가 이미 발칵 뒤집혔기에 해리의 말을 농담으로 치부하고자 하는 마음도 솔직히 있었다.

해리는 회중시계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들여다보고는, 마침내 증거물품 보관 팩에 집어 넣었다. 마법으로 봉인 되어 승인 후에만 열람이 가능했다. 이제 과거와 자신을 연결해주던 물건은 해리의 손을 떠나갔다.

“휴, 올 사람이 있어요. 제가 마법부에 도착하기 전에 부엉이를 보냈으니 곧 도착할 겁니다.”
“누구지?”
“…당신도 잘 아는 사람이에요.”
“해리. 1년간 네가 어떻게 지냈는지 몰라도 말을 의문스럽게 하는 구나.”

휴게실 바깥이 소란스러웠다. 해리와 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휴는 누가 임시감옥에서 탈출이라도 한 건지 소리치며 물었다. 해리는 이 소란의 원인을 알았다.

“─세베루스 스네이프?!!”

복도에 마법부 직원들이 지팡이를 치켜든 채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 휴 역시 스네이프를 발견하자 마자 지팡이를 빼 들었다. 해리는 그런 휴의 손목을 빠르게 잡아 아래로 내렸다. 의문 가득하던 휴의 눈빛에서 어느 순간 이해의 빛이 돌았다.

“설마 해리 네가 곧 올 거라 했던 사람이…!”

스네이프는 저로 인해 벌어진 소란에 미간을 구겼다. 박쥐처럼 검은 로브를 펄럭이며 복도를 걷는 당당한 걸음은 주변의 시선을 가볍게 떨쳤다. 스네이프가 입은 것은 예전에 조지에게 사랑의 물약을 납품하러 갔을 때 해리가 사준 로브였다. 해리는 로브가 스네이프에게 아주 잘 어울린다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지금 분위기로 봤을 땐 나중을 기약해야 할 것 같았다. 해리는 한달음에 달려가서 스네이프의 옆에 붙었다. 그리고 지팡이를 들었다.

“다들! 지팡이 내리세요! 그는 진짜 세베루스 스네이프가 맞습니다! 제가 데려왔어요!”

해리 포터가 세베루스 스네이프를 데려왔다는 발언에 파장이 또 한 번 일었다. 설마하니 진짜 스네이프라고?! 살아 있었어! 죽은 게 아니었어, 내가 말하지 않았었나! 진짜 스네이프라고? 속임수 아닐까? 늘어나는 귀를 갖다댄 것처럼 주변의 쑥덕임이 귀로 선명하게 들려왔다.

스네이프는 힐끗 해리를 내려다 봤다. 1년차의 어린 오러는 마법세계의 구원자면서도, 이 상황에는 약간 식은땀을 흘리는 것처럼 보였다. 아마 자신이 아닌 내가 의심 받는 상황이어서겠지, 스네이프는 해리의 앞으로 한 걸음을 내딛었다.

“나를 심문하시오.”
“세베루스.”
“그러려고 온 거니까. 날 심문 할 책임자를 불러 와라, 포터.”

휴가 앞으로 나섰다.

“세베루스, 해리, 내가 하도록 하지.”

스네이프는 눈썹을 꿈틀하더니 팔짱을 끼고 휴를 쳐다보았다. 휴는 스네이프와 3살 차이의 후배로, 같은 시기 학교를 다녔던 그리핀도르였다. 학교 다닐 때 말 한 번 섞지 않은 그리핀도르가 자신의 이름을 선뜻 부른 것에 스네이프는 약간 신경이 거슬렸지만, 해리가 안심하는 표정이 된 것으로 잠자코 서 있었다. 해리가 믿는 자라면 잘 된 거겠지, 라는 생각이었다.

휴가 심문실로 스네이프와 해리를 이끌었다. 사람들은 그들의 뒤꽁무니를 눈으로 쫓으며 여전히 쑥덕거렸다. 마법부 전체에 소문이 퍼지는 것은 삽시간일 것이다. 셋은 심문실로 들어왔다. 문이 닫히자 마자 머플리아토 주문을 건 것 마냥 사위가 조용해졌다.

“…자. 해리, 스네이프 씨, 이 깜짝 방문에 대해 말씀해주실까! 해리 네가 과거로 간 줄은 알았지만 그를 찾아올 줄이야! 정말 놀랐다. 대사건이야. 역사가 어떻게 바뀌지 않았는지도 놀랍고.”
“역사를 바꾸는 일은 하지 않았어요, 휴. 저는 타임터너로 돌아간 과거에서 내기니에 죽어가던 세베루스를 오두막에서 구출 했고, 과거의 저를 피해서 함께 1년간 숨어 살았어요.”
“스네이프 씨와 네가? 스네이프 씨, 왜 당신은 해리와 함께 사는 것에 찬성했죠? 사이가 좋진 않았던 걸로 아는데. 당시 바로 마법사들 앞에 나타나는 게 어려운 상황이었음은 이해하지만, 곧 몇 주 후의 재판에서 무죄가 확정 되었는데도 왜 같이 숨어 살았죠?”
“해리 포터의 고집이었지. 내가 당신을 살렸는데 나 혼자 숨어 살게 놔둘 거냐면서.”

스네이프가 팔짱을 낀 채로 비웃으며 말했다. 해리는 그것이 새삼 어린 투정이었음을 느끼며 얼굴을 붉혔다. 휴는 으흠, 하고 눈썹을 위로 꿈틀이며 해리를 보았다. 해리의 벌건 얼굴을 보아하니 거짓이 아닌 건 분명했다.

“기억을 제출 해야겠군요. 두 사람 다 기억이 일치하는지 확인 절차가 있을 겁니다. 스네이프 씨는… 그렇게 요란하게 등장하였으니 이미 물론 기자들도 다 알게 되었겠지만, 어쨌든 우리 오러 측에서는 사실 관계 모두 검증 후에 당신이 살아있음을 마법세계에 발표 할 겁니다.”
“그렇게 하시오.”
“저, 휴 씨.”

필요 서류를 기록하던 휴가 고개를 들어 해리를 다시 바라보았다. 해리는 침이 마르는 지 입술을 몇 번 달싹였다. 스네이프는 슬쩍 그런 해리를 보더니, 벽 쪽으로 시선을 홱 돌려 버렸다. 음? 뭔가 기류가 이상한데? 기민한 오러의 감이 아니더라도, 둘 사이의 분위기는 어쩐지 기묘한 데가 있었다. 보는 입장에서도 눈치를 보며 긴장하게 되었다. 휴는 괜스레 양피지를 돌돌 말았다.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해리, 지금까진 거짓이었니?”
“아, 아뇨 아뇨! 지금까지도 다 진실이었어요! 그, 그런데… 아직 못 전해드린 말이 있어서.”

해리는 이제 론 위즐리의 머리색과 상당히 흡사한 얼굴 색을 하고 있었다. 휴는 오늘 론이 오프인 것이 몹시 아쉬워졌다. 론이 근무중이었으면 바로 심문실로 불러 해리의 피부톤과 머리색을 대조해 보자 했을 것이다.

휴는 양 손을 겹쳐 잡아 턱 밑에 두었다. 스네이프는 왠지 당장이라도 맨 몸으로 거인족 앞으로 뛰쳐 나가고 싶어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휴는 옆눈으로 스네이프를 흥미롭게 지켜 보면서, 이 쪽의 홍당무 포터도 흥미진진하게 쳐다 보았다. 어쩐지 해리가 무슨 말을 터뜨릴 지 감은 왔으나 설마? 하는 일말의 의심은 있었다.

정말? 해리 포터와 세베루스 스네이프가?

“저, 저희 사랑하고 있어요!!!”
“……으윽.”

빙고였네.


해리는 옆 물품창고에서 s-731, h-19 라벨이 붙은 펜시브 두 개를 가져왔다. 문을 다시 열었을 때, 스네이프는 입을 꾹 다물고 휴의 빙글빙글 웃는 얼굴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었다. 아, 세베루스 어떡해…… 근데 귀여워……. 해리는 다소 팔불출스런 생각을 하면서 펜시브를 내려 놓고 의자에 앉았다.

“좋아, 해리가 펜시브를 가져왔으니! 기억 제출을 시작해볼까요? 해리, 타임터너가 발동된 순간과 과거로 넘어간 시점에서부터 스네이프 씨 구출 장면까지 편집 없이 제출 바란다. 스네이프 씨께는 내기니에 물린 직후부터 해리가 당신을 구하는 장면까지를 부탁합니다. 그리고 연애행각은 넣지 않은 담백한 그 후 동거 부분도 부탁할게요.”

찡긋, 윙크를 날리는 휴는 굉장히 젠틀한 얼굴이었지만, 스네이프는 휴의 목에 지팡이를 들이대고 싶은 걸 간신히 참느라 힘들어 보였다.

해리가 먼저 지팡이 끝을 관자놀이 옆으로 붙였다. 은색의 실 줄기가 가느다랗게 지팡이에 따라 붙어 나와, 하늘거리며 펜시브 안으로 떨어졌다. 스네이프는 눈을 감고 기억을 정렬한 후, 필요한 것 몇 개를 추려 제출했다.

“스네이프 씨, 훼손되지 않도록 잘 보관해두다가 위즌가모트에 제출하겠습니다. 걱정마세요. 해리, 보관실에 넣어 두고 암호는 25번째 순서의 그것으로 해둬라.”

해리가 부양마법으로 펜시브를 띄우고 다시 심문실을 나섰다. 부서에 앉아있는 오러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심문실 안의 스네이프를 보고 있었다. 보관실에 펜시브를 안전히 넣어 둔 해리가 문을 열고 나오자 마자, 오러 제인에 의해 해리의 어깨가 붙잡혔다.

“해리! 스네이프라니! 도대체 어디서, 그를 어떻게 찾은 거야?! 심지어 살아 있다니! 내기니에 물렸었는데!”
“아. 제가 과거로 가서 그를 구했거든요. 지금 기억을 제출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나중에 열람 승인 받으시고 보세요.”
“대단하다, 해리! 사라진 스네이프 찾느라 그렇게도 힘들어 했었는데, 진짜로 네가 그를 찾아냈다니! 역시 해리 포터는 달라! 해리 포터, 선택 받은 아이~”
“아! 제인!! 그러지 좀 말라니까요. 그만 놀리세요 그걸로 좀!”
“아차차. 이제 아이가 아니라 어른이었지요. 제가 실례하였습니다, 해리 포터 나으리. 선택 받은 어른~ 해리 포터어~”

해리와 제인이 마주 보고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심문실에 앉아있는 스네이프는 문 밖의 그들의 모습을 빤히 쳐다 보고 있었다. 방음마법이 걸려 있는 지 바깥의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해리가 지금 저 여자랑 무슨 대화를 하고 웃고 있는 지, 스네이프로서는 알 수 없었다. 썩 마음에 드는 광경은 아니라 스네이프의 얼굴이 굳었다. 휴는 그런 스네이프를 바라보다 마침내 입술을 떼었다. 침묵은 스네이프의 취미였지, 휴의 취미가 아니었다.

“실례지만 스네이프 씨, 해리와 언제부터 그런 관계가 되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실례인 걸 안다면 말을 아끼는 게 도움이 된다는 걸, 기왕 오러라는 직업을 가졌으면 아는 게 좋을 것 같소만?”
“스네이프 선배님, 당신이 우리 기숙사 앞에서 에반스 선배님을 기다리던 게 기억납니다.”
“ …점점 더 무례해지는 군, 오러 휴.”
“저는 그 때 아직 2학년이어서 슬리데린 5학년이었던 당신 앞을 지나가기가 무서웠거든요. 그래서 기억에 남지 않을 수가 없었네요. 무례했다면 죄송합니다만.”
“하고자 하는 얘기가 뭔가?”
“해리는 에반스 선배님을 참 많이 닮았죠.”
“…….”

해리가 전 데스 이터 스네이프의 무죄가 걸린 재판에서, 자신이 죽기 직전 넘겼던 기억을 증거로 제출했던 건 알았다. 그러니 마법세계는 슬리데린 세베루스 스네이프의 그리핀도르의 재능 있는 마녀에 대한 음험한 마음까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사실이 탐탁치 않았지만, 그걸 진심으로 역겨워 할 제임스 포터도 시리우스 블랙도, 리무스 루핀도 전부 이 세상에 없었다. 그러니 별로 개의치 않았는데, 직접적으로 자신의 첫사랑을 언급하는 현 애인의 직장동료를 보고 있자니 스네이프는 불쾌함에 속이 끓었다. 앞으로도 이딴 재밌지도 않은 과거가 들춰져야 하는 건가?

“해리는 착하고 귀엽고 센스 있고, 맘에 드는 신입 오러이자 후배입니다. 그래서 저랑 꽤 친하고요. 해리의 선택 받은 아이라는 타이틀은 수동적인 느낌이지만, 사실 해리가 그 누구보다 능동적인 사람인 걸 전 알아요. 그런 해리가 스네이프 선배님의 과거를 다 알고도 선택했다는 건, 절대 한 순간의 불장난이 아닐 테죠. 여자친구도 있던 애가 엄마를 사랑했던 사람을 사랑한다고 인정하기까지 속앓이를 많이 했을 거고. 물론, 스네이프 선배님도 마찬가지로 에반스 선배님의 아이를 사랑한다고 인정하기가 무척이나 힘드셨을 것 같은데요? 어쩌면 해리보다도 더 많이.”
“……말이 많은 남자군.”

스네이프는 휴의 웃는 얼굴을 무시했다. 해리와 왜 친한 지 너무 잘 알 것 같았다. 둘 다 저돌적인 그리핀도르, 그자체였다.

“둘이 무슨 얘기중이었어요?”

막 문을 연 해리가 눈을 동그랗게 키우고 물었다. 즉시 스네이프의 표정을 살폈는데, 큰 변화가 있어 보이진 않았다.

“해리. 앉아 봐. 둘이 알콩달콩 사랑 얘기 좀 들어 보자.”
“휴 씨!! 세베루스를 괴롭혔군요!”
“아이고, 이 쬐끄만 팔불출아. 둘이 사귄다는데 그럼 그런 것도 못 묻냐?”
“세베루스 앞에서 어떻게 얘기해요!”
“어쭈쭈. 얼굴은 왜 붉히냐? 누가 둘만의 야시시한 사생활까지 듣고 싶댔나?”

스네이프가 지팡이를 치켜 들었다. 휴는 어이쿠, 양 손을 들어 항복 표시를 했다. 당장에 저주 주문이 튀어나올 것 같은 무시무시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해리가 안절부절 못하며 스네이프의 지팡이 쥔 손등을 감싸쥐자, 스네이프는 못내 아쉬운 눈치로 휴의 면전에서 지팡이를 내렸다. 세베루스 스네이프의 속을 이 정도로 긁은 사람도 별로 없을 거라는 게, 휴의 남은 생에 굵직한 무용담이 될 것은 분명했다.


해리와 스네이프는 마법부 건물을 나와, 지상의 런던 땅에 올라 섰다. 비가 추적추적 내렸지만 점심 때인 만큼 음식점을 찾는 행인들의 발걸음이 분주했다. 마법을 써서 로브를 머글이 입는 자켓으로 바꾸고, 둘은 우산을 함께 썼다. 각자 하나씩 펼치고 가면 편할 것을, 해리의 고집이었다. 이런 것도 연인 같잖아요. 들뜬 해리의 목소리에 스네이프는 결국 져 주었다.

해리는 머글이 운영하는 이탈리안 식당을 찾았다. 5월 2일은 스네이프와 파스타, 피자 그리고 콜라를 먹어야만 할 것 같았다. 이제는 익숙하게 콜라부터 입에 넣는 스네이프에, 해리는 슬며시 웃음이 흘러 나왔다. 콜라를 먹은 스네이프의 입 안은 단 맛이 나서 좋았다. 키스하고 싶어졌지만 이 곳은 스피너즈 엔드가 아니었다. 눈만 맞으면 뒹굴 수 있었던 그 곳이 해리는 벌써부터 그리워졌다.

“아까 저 없던 틈 타서 휴 씨가 짓궂게 물어댔을 것 같은데….”
“굉장히 무례한 남자더군. 너랑 친한 직장 선배라니까 뻔하지만, 포터.”
“휴 씨가 뭐라 했어요?”
“릴리 얘길 꺼냈어.”

스네이프가 예상했던 대로, 이 대답에 해리는 티나게 삐걱거렸다. 덜컹! 놀란 해리가 무릎으로 찍어올린 테이블이 흔들렸다. 그 탓에 포크 하나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스네이프는 말없이 콜라를 한 모금 더 마셨다.

“설마요……!”
“내가 농담으로 릴리를 입에 담겠나?”
“세상에, 정말로 그랬다고요? 그가 그렇게까지 무례하게 굴었을 줄은 몰랐어요! 제가 제대로 휴에게 화낼 게요, 세베루스!”

해리는 진심이었다. 저와의 식사만 아니었으면 달려가서 선배 오러에게 머글식 주먹 맛이라도 보여줄 태세였다. 스네이프는 픽 웃고 포크로 파스타를 돌돌 말았다. 딱히 말릴 생각은 없었다.

“릴리를 사랑한 내가 이제 릴리의 아이를 사랑하게 된 것을 인정하기까지 힘들었을 것 같다 하더군. 포터, 너도 마찬가지로 릴리를 사랑하는 날 사랑하는 걸 인정하는 게 힘들었겠다고도 그가 말했다.”
“그런 얘기를 했단 말이예요? 그래서 그걸 듣고 세베루스는 뭐라 했는데요?”
“말이 많은 남자라고 했지.”
“아아, 확실히.”

해리가 피자를 한 입 물며 끄덕였다. 그리고 곰곰히 생각에 빠졌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근데 저는 인정하는 데 오래 안 걸렸는데.”
“뭐?”
“감정을 깨닫자 마자 거의 바로 인정했어요. 다만, 세베루스에게 고백할 수 없는 마음이란 것 때문에 힘들었던 거지.”
“그게 언젠데?”
“고드릭 골짜기 갔을 때요. 세베루스가 엄마 묘 앞에서 울었던 날.”

머쓱하게 웃은 해리가 입에 피자를 왕창 밀어넣고 우적우적 씹었다. 민망해하는 눈치라 스네이프도 대꾸 없이 파스타를 입에 넣어 조용히 씹었다.

처음 듣는 얘기였다. 그 때부터였다고? 스네이프는 그 날의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릴리의 묘 앞에서 울다가, 눈물을 겨우 갈무리하고서 일어섰다. 근처의 나무 그늘 아래의 해리를 발견 했고, 다가섰다. 어쩐지 저주 걸린 듯이 넋나간 얼굴은 제 감정이 혼란스러워서 그랬던 건가. 스네이프는 이제야 그 때의 해리의 반응이 이해가 되었다.

“그 날 엄마, 아빠의 묘에 갔었고, 세베루스는… 세베루스는 아빠를 싫어하잖아요. 그런데 엄마가 아빠와의 사이에서 저를 낳았으니까…. 제가 세베루스 입장이었으면 얼마나 화날 지 생각했거든요. 지니를 대입해서….”
“…….”
“그런데…… 화가 안 나더라고요. 지니 옆에 나 말고 다른 남자가 있고, 그 사이에 아이가 있다 생각해도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전 그런 저에게 실망했어요. 고작 몇 주 못 봤다고, 결혼까지 생각한 사람이었는데 감정이 식었잖아요.”

스네이프는 해리의 말을 막을까,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그냥 들어주기로 했다. 턱을 괴고서 해리의 진지한 얼굴을 바라 보았다. 번개무늬 흉터 아래 까만 눈썹, 진중하고 또렷한 초록색 눈, 날 선 콧날, 부드러운 입술, 얄쌍한 턱선. 새삼 어리고, 새삼 매력적이었다.

“그렇게 저 자신에게 실망하고 있어서 속이 싸했는데…… 세베루스가 다가와서 제 어깨를 짚는데, 그게 너무 뜨겁다고 느껴지는 거예요. 절 걱정하는 그 눈빛이랑……. 그 때부터 제 머릿속과 가슴에는 당신밖에 없었어요.”
“상당히 낯뜨거운 고백인 걸, 포터.”

스네이프가 시원한 콜라 잔을 뺨에 살짝 대었다. 어쩔 수 없이 뜨거워진 얼굴에 차가운 게 닿아 기분이 좋았다.

“말 잘 하는데. 그런데 위즐리 앞에서도 그렇게 술술 얘기할 수 있을까?”
“저, 저 좀 믿어주세요 세베루스….”
“포터, 내가 널 못 믿어서 이러는 게 아니라 현실이 그렇다. 상대는 지네브라 위즐리 하나가 아니야, 날 선택한다는 건 위즐리 가족 전부를 배신한다는 거다. 너에게 위즐리가 어떤 존재들인지 아니까 넌 망설일 수밖에 없겠지.”
“세베루스…….”
“나도 여전히 완벽한 확신은 못 하겠군. 해리 포터가 위즐리를 포기하면서까지 날 선택한다라. 론 위즐리가 널 죽이려고 들지도 모르겠군. 내가 귀에 구멍을 냈던 조지 위즐리는 어떻고? 물론 몰리 그녀도.”

창 밖으로 빗소리가 시끄러웠다. 하늘에서 때려 붓는 듯 물줄기에 앞이 보이지가 않았다. 스네이프는 눈을 꾹 감고 있는 해리를 바라 보았다. 잠깐의 침묵. 곧 해리가 다시 눈을 뜨자 맑은 녹색 눈이 보였다. 스네이프는 또 홀린 듯이 그 눈을 들여다 보았다.

“세베루스. 조지는 그 일에 대해 오해하지 않아요. 당신이 데스 이터를 공격하려다 빗맞춰서 다친 거였고, 이젠 그냥 구멍난 귀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오히려 뽐내요. 론은 분명 저에게 화내겠죠. 몇 대 맞아줄 각오는 하고 있어요. 하필 상대가 그 스네이프니까 더 기막혀 할 테죠. 하지만 저희가 그동안 몇 번이나 싸웠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그 때마다 우린 잘 풀었고, 여전히 서로의 가장 친한 친구예요.”
“포터, 정말 말 잘하는 군, 오늘따라.”
“몰리 아줌마에겐 저도 죄송해요. 어떤 부분에선 지니보다도 더요. 예전만큼 절 예뻐해주지 않으셔도 각오해야죠. 어쨌든 전… 지니만 제일 신경쓰여요. 제가 잘못했잖아요.”

해리가 생각보다도 더 단단한 사람인 걸 잊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굉장히 선한 사람인 것을. 해리는 제가 지니에게 줄 상처만 생각할 뿐, 자신에게 돌아올 비난 정도야 충분히 감수할 수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 세베루스 스네이프를 위해서.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는 스네이프보다야, 이 관계에 훨씬 당당한 해리였다.

“…지네브라에겐 어떻게 말 할 거지? 지금은 학기중이잖아.”
“직접 말해야 하니까 호그와트로 찾아갈 거예요. 내일 예언자 일보로 당신이 살아 돌아온 게 공표 된 이후에요.”
“하루의 유예가 남았군.”
“그런 셈이죠.”

콜라를 꿀꺽거리면서 해리가 대답했다. 스네이프는 더 이상 이 주제를 꺼낼 필요 없겠다고 생각했다. 해리가 알아서 하겠지. 해리를 신뢰하면서, 스네이프는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생각했다.

“포터, 내일 같이 호그와트로 가지.”
“네???? 지니를 마, 만나시게요?!!”
“아니. 맥고나걸을 만날 거다.”
“아, 아아 맥고나걸 교수님을…….”

해리가 눈을 깜박깜박거렸다. 잠깐만, 맥고나걸 교수님?

“복직을… 하시려고요?”
“그래.”

해리는 지니를 신경쓰느라, 그리고 스네이프와 단둘이 집에서만 보내는 일상에 너무 익숙해져 있느라, 스네이프가 원래는 학교에서 늘 교수로 일 했었던 것도 생각 저편에 묻어 두고 있었다. 자신이 어린이 체육 센터에서 퇴근하고 나면, 집 안에 있던 스네이프가 따듯한 저녁과 함께 맞이해주는 일상이 약 1년 가까이 이어졌던 탓이다. 해리는 갑작스레 눈 앞이 캄캄해지는 기분이었다. 잠깐, 교수님들은 항상 학교에 계셨는데? 게다가 스네이프는 오랜 기간 슬리데린 기숙사의 사감이었다.

“교수로 복직하시면 학기 중에는 학교에 머물러야 하는 거 아니에요…?”
“물론 그렇지.”
“저는 어쩌고요?”
“벽난로로 보러 오던가.”

해리는 망연자실과 분노가 함께 찾아오는 것을 느꼈다.

“세베루스, 저랑 결혼하겠다면서요!”
“너랑 결혼하면 내가 직업을 잃어야 되는 건가, 포터?”

스네이프가 피식 웃으며 팔짱을 꼈다. 그 고고한 태도에 해리의 머리 뒤로 핏줄 두 어개가 서는 것 같았다. 포크를 그릇 위에 내려 놓고, 해리가 심호흡을 내쉬었다.

“신혼인데 떨어져서 지내겠다고요?”
“벽난로로 보러 오라니까?”
“이게 그 정도로 해결 되는 문제가 아니잖아요!”
“포터, 또 징징대기 수법인가? 1년 전에 네가 날 살렸으니 혼자 숨어 살게 하지 말라고 징징대던 거에서 발전이 하나도 없군.”
“세베루스 스네이프! 나랑 한 마디 상의 없이 복직을 결정한 것부터 화가 난다고요!”

해리가 씩씩대며 스네이프를 쳐다 보았다. 스네이프는 이게 정말 어린애 생떼라고 생각했지만, 상의 없이 결정 된 사항이란 말에는 어느 정도 동의했다. 하지만 저는 늘 호그와트의 교수로서 일 해 왔는데, 새삼 해리의 반응이 어이 없기도 했다. 다름 아닌 해리가 자신의 제자였으면서.

“그래서 어쩌잔 거야? 내가 직업 없이 집에서 너만 기다리면서 밥이나 차려주길 바라나?”
“그─그건 아니지만…!”
“네가 화내는 이유는 그거 같은데.”

스네이프가 딱딱하게 말했다. 해리는 답답함에 앞머리를 쓸어 넘기고 후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세베루스는 나랑 같이 살 부대끼고 지내는 것에 아쉬움이 없는 건가? 해리는 스네이프의 말을 듣자 마자 그 생각부터 들었는데, 속상해서 눈물이 맺힐 것 같았다. 제가 더 좋아하는 것 같아서 속상하다니, 진짜 어린애 같은 투정이라고 해리도 스스로 생각했다. 하지만 스네이프가 이걸 몰라주는 것도 미웠다.

“저는 세베루스랑 같은 집에서, 계속 같이 지내고 싶은 거예요.”
“어차피 둘 다 직장에 나가면 저녁에야 만나는 게 부부야.”
“그렇다 해도 학교 벽난로랑 집 벽난로가 같아요?”
“만날 수 있는 건 똑같잖아.”

아, 진짜 오랜만에 세베루스 스네이프 줘 패고 싶네. 해리는 남은 콜라를 파이어 위스키 마냥 원샷하고, 형형한 눈으로 스네이프를 노려 보았다.

“알겠어요, 저 퇴근한 후에 봐요 스네이프 교수님.”

스네이프는 혀를 차며 포크를 내려 놓았다.















오랜만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시간이 흘렀네요. 최근까지도 제 글을 읽어 주시는 분들이 늘 계셔서 신기한 마음입니다.
제가 해리랑 스네이프라는 캐릭터를 너무나 사랑하고, 그래서 이 글을 붙잡고 끝까지 쓰고 싶은 마음은 늘 있었으나, 제 마음에 드는 다음 전개가 잘 떠오르지 않았고 저는 스스로가 재미 없는 글은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간 제 일상에도 많은 변화가 있어서 타자기 앞에 앉아 있을 시간도 없었다는 변명도 해 볼게요.^^;(사실이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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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마법으로 금방 하는데, 뭘 또….”

“해보고 싶어서 그래요. 실패하면 약 먹고 다시 머리 기르면 되니까!”

“그 약을 네가 만드나? 내가 만들잖아.”

“아, 세베루스! 가만히 좀!”

 

 

해리가 가위와 빗을 든 채로 소리를 질렀다. 스네이프는 무표정으로 앞의 전신거울을 바라보았다. 언제부터 자신에게 이런 건방을 떨어도 된다 말했는지, 모르겠는데. 하지만 스네이프는 천을 목 주변에 두른 채 그냥 가만히 팔짱을 꼈다. 해리의 손길에 맡겨지는 것에 익숙해진 탓일 터였다.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은 처음이었지만, 해리의 말대로 마법이면 다시 복구시킬 수도 있었다. 잠자코 하고 싶다는 대로 놔두는 게 시끄럽지도 않고 낫겠지.

 

아쿠아멘티. 해리가 중얼거리자 지팡이에서 물이 칙칙 나왔다. 얇고 까만 머리카락이 촉촉하게 젖어, 빗에 정갈하게 빗겨졌다. 이전에 몇 번, 씻은 후에 해리가 머리를 빗어준 적은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기분이 이상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나보았다. 스네이프는 뒤로는 눈이 달려있지 않아 볼 수 없었지만, 진지한 눈을 하고 있을 해리를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전이랑 같은 길이로 자르는 게 좋겠죠?”

“그러던지.”

“이거 세베루스 머리라고요? 왜 이렇게 시큰둥해요.”

 

 

물론, 해리가 입술을 불퉁하게 내미는 것도 보이는 것 같았다. 스네이프는 여전히 팔짱을 낀 채로, 눈을 감았다.

 

 

“알아서 해라. 망치면 죽여 버릴 테니.”

 

 

아, 예예…. 해리가 대답하며, 스네이프의 뒤통수에서 그를 장난스럽게 흘겨보았다. 이내 해리가 피식, 소리 내어 웃었다. 그리고는 조심스레 스네이프의 머리카락을 한 줌 쥐었다. 사각사각, 가위질 소리와 함께 까만 머리카락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하얀 커튼을 걷은 창으로 햇살이 들어왔다. 봄이라 그런지 햇살이 유독 달았다. 스네이프는 그대로 잠시 잠에 빠져들었다. 해리가 머리카락을 만지고 있는 손길과 햇빛에 잠이 잘 왔다.

 

 

집 안을 가득 채운 것은 무엇이었을까. 빛이 닿는 곳곳마다, 해리와 스네이프의 손길과 발길이 닿지 않은 것이 없었다. 열어놓은 창밖으로 붉은 것이 기웃거렸다. 붉은 것은 해리가 스네이프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을 한동안 감상하고 있었다. 퍽스, 이리와. 스네이프가 깰까봐 해리가 조용히 불렀다. 해리의 목소리에 날개를 한 번 퍼덕인 붉은 새는, 부드럽게 날아와 천장에 걸린 새장으로 돌아갔다. 다행인지, 아니면 당연한 것인지, 퍽스는 5월 2일, 내일이 오기 전에 돌아왔다.

 

 

“이번 사냥은 꽤 오래 걸렸네, 퍽스. 안 돌아올까 봐 맘 졸였잖아.”

 

 

팍스가 대답하듯 뭐라고 꽥꽥거렸다. 해리는 웃으면서 알겠다고 대답했다. 하긴, 네가 없었으면 지금 같은 날이 오지 않았겠지. 마음을 졸였다는 건 사실 거짓말일지 몰랐다.

 

 

작년 여름의 만남 이후로, 해리는 덤블도어의 새였던 퍽스를 기르게 되었다. 처음, 퍽스가 호그와트를 떠났을 때는 다시는 못 보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다시 만나게 되고, 기르기까지 하다니. 정말 해리로선 생각도 못해본 일이었다. 하긴, 내일 이후로 일어나는 일들이 모두 제 인생에 일어날 거라곤 생각도 못한 일들뿐이었다. 그러니, 퍽스를 기르게 된 것 정돈 놀라운 축에 끼지 못할지도 몰랐다. 그 때, 세베루스가 뒤척이며 부스스 눈을 떴다. 이내 스네이프는 정면의 전신거울에 비치는 제 모습과 마주쳤다. 전신거울은 책 더미를 잠시 마법으로 변신시킨 것이어서, 유리에 글귀 몇 개가 드문드문 남아있었다. (언뜻 봐서는 펠릭스 펠리시스를 만드는 법인 것 같았다.)

 

 

“다 자른 건가…?”

 

 

살짝 잠긴 스네이프의 목소리가 섹시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린 해리가, 다듬는다며 황급히 몇 번 더 가위질을 했다. 스네이프는 거울을 통해 해리를 보다가, 새장에 돌아와 있는 퍽스를 발견했다.

 

 

“맘에 들어요?”

“…예전이랑 비슷하군.”

“제 솜씨가 세베루스보다 더 괜찮지 않아요? 제 더벅머리 관리한다고 잘라댔던 보람이 있는 것 같은데….”

 

 

스네이프가 보기에도 기대 이상으로 머리가 잘 잘리기는 했다. 하지만 은근히 뽐내는 해리의 말투에 장단을 맞춰주고 싶지는 않았다. 스네이프는 목에 두른 천을 거둬내고, 지팡이를 휘둘러 떨어진 머리카락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해리는 기대했던 칭찬이 들려오지 않자, 다시 불퉁한 얼굴이 되어 입술을 내밀고 스네이프를 보고 있었다. 퍽스가 둘을 번갈아 쳐다보며 삐이 삐이 울었다.

 

 

“…포터.”

“왜요.”

 

 

거울 앞에 서서 머리를 살펴보던 스네이프가 해리를 불렀다. 여전히 댓발 나온 입술로 대답한 해리가, 그를 흘겼다. 스네이프는 어이없이 거울에 비친 해리를 보았다. 다시 지팡이를 휘두르자, 변신했었던 전신거울이 원래의 책 더미 모습으로 돌아갔다.

 

 

“몸에 붙은 머리카락 때문에 씻어야겠는데, 좀 도와주겠나?”

“…!! 무, 물론이죠! 같이 샤워할래요?!”

 

 

이렇게 금방 풀릴 거면서. 스네이프가 픽 비웃으며 먼저 욕실로 들어갔다. 스네이프가 옷을 벗을 때마다 짧아진 머리카락 사이로 흰 목덜미와, 어깨와 등이 보였다. 아, 칭찬은 못 들었지만 자른 보람은 있었다.

 

 

해리는 물을 틀고, 조심스레 스네이프의 뒷목에 입술을 맞추었다. 눈부시도록 창백하고 하얀 그의 피부는 예전 같은 차가운 온도가 아니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어떤 것도 이렇듯 부드럽게 녹았다. 해리는 스네이프를 안으면서 돌아온 계절을 체감했다. 이제 봄이구나. 그것이 몹시도 다행스럽고, 안온하고, 만족스러웠다. 해리는 양손을 스네이프의 배 언저리에 얹고는, 양손을 맞붙잡아 그를 꽉 끌어안았다. 너무 좋다. 해리가 스네이프의 목덜미에 입술을 붙이고 가만히 중얼거렸다. 스네이프는 아까부터 제 엉덩이를 건드리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해리는 상반신은 진지하고 싶은 듯 보였으나, 하반신은 노골적으로 솔직했다. 어린애. 그리고 그 어린애는 자신을 구원한 영웅이었다.

 

 

“…내일이네요.”

“….”

“마침내.”

 

 

결국 오는구나, 그 날이. 해리는 머릿속으로 만감이 교차했다.

 

 

“내일…. 제가… 실수하진 않겠죠?”

“뭐, 실수하면 내가 죽기밖에 더하겠나, 포터.”

“와. 정신 확 드네. 고마워요, 너무 좋은 충고였어요, 세베루스.”

“별 말을 다.”

 

 

아, 뻔뻔해라! 세베루스도 진짜 많이 바뀌었다니까. 해리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스네이프는 너무도 당연한 소리라고 생각했다. 지금 이렇게, 다 벗은 몸을 해리가 껴안게 놔두고 있잖은가. 그만한 변화가 어디 있을까.

 

 

“우리, 앞으로도 이렇게 행복하게 살아요. 꼭.”

“글쎄, 조금 걱정이 드는데. 몰리 위즐리가 나를 가만둘지.”

“어……. 제가 막아드릴게요!”

“아, 그래. 퍽이나 믿음 가는군, 포터. 그 시간에 지니 위즐리에게 용서를 구하고 있어야 할 텐데 말이야.”

“어…….”

“정말 자신없나보군.”

“그, 그래도! 말할 거예요! 요, 용서는 그, 그녀의 몫이죠…….”

 

 

해리의 얼굴엔 어느새 죄책감이 떠있었다. 그러고 보니, 엉덩이를 건들던 것도 풀죽어 시들은 것 같고. 스네이프가 생각하기에도, 해리가 내일 할 행동은 무책임하고 나쁜 짓으로 보였으니, 스스로가 느끼는 중함은 얼마나 더할까. 하지만 사실, 해리가 정말로 나쁜 건 아니라고 스네이프는 생각했다. 해리는 자신을 살렸으니까. 그 어떤, 모든 의미에서도. 그래서 오늘은 좀 봐주기로 마음먹었다.

 

 

스네이프는 해리의 아래로 손을 뻗었다. 다리 사이로 들어간 손이 축 쳐진 것을 움켜쥐자, 해리가 반사적으로 파득 몸을 떨었다. 싱싱한 활어 같았다. 당황한 해리의 눈동자에는 금세 죄책감은 사라지고, 벌써부터 달뜬 기대가 어려 있었다. 그래, 이 얼굴이 보기엔 좀 더 좋았다.

 

 

 

 

5월 2일 새벽은 기억과 같이 서늘했다. 투명망토와 회중시계를 챙긴 해리는 스네이프의 옆으로 다가섰다. 과거로 돌아가기 전 오늘, 서늘한 새벽공기 탓에 디멘터가 다시 나타난 것 같단 생각도 했던 것 같은데. 같은 날, 같은 온도에도 해리는 별 추위를 느끼지 못했다. 아마도 그 때와 다르게 동반자가 있기 때문인 것 같았다.

 

 

“추도식은 6시에 열렸어요. 우리는 그 전에 도착해있어야 해요.”

 

 

현재 시각은 5시였다. 호그와트 정문 앞에서 스네이프는 검은 망토를 머리부터 뒤집어썼다. 해리 역시 투명망토를 몸 위로 덮었다. 포터? 보이지 않는 해리를 나지막한 목소리로 스네이프가 찾았다. 우두커니 서있는 스네이프의 손목을 해리의 손이 덥석 잡아 이끌었다. 둘은 추도식 참가자들이 오기 전에 서둘러 금지된 숲으로 이동해야했다. 모습을 볼 수 없는 해리의 손길에 끌려가는 기분은 묘했다. 스네이프는 그러나 망설임 없이 성큼성큼 걸어 숲 안으로 들어왔다.

 

 

묘비까지 도착한 해리는 스네이프의 손목을 놓고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 채 5분이 지나지 않았다. 그 사이 스네이프는 제 묘비로 다가섰다. 자신의 이름과 생일, 그리고 기일이 적혀있었다. 그 앞에 검은 망토를 덮어쓴 채 서있는 스네이프의 뒷모습을 보는 해리의 가슴이 어쩐지 짠했다. 스네이프는 말없이 묘비의 모서리에 손을 얹었다. 작년, 오늘의 날짜로 자신이 사망했다고 적혀져 있는 것을 보니, 1년 전 해리가 내기니에 물린 제 앞에 나타났던 순간이 떠올랐다.

 

 

처음 보인 것은 제 몸이 쏟아낸 붉은 피 웅덩이였다. 죽는 게 당연한 출혈량이었다. 하지만 몸은 아프지 않았고, 다시 눈을 떠서 그 모습을 보고 있다는 것이 이상했다. 그러다 흐릿한 시야의 한 구석으로 운동화코끝이 보였다. 해리가 신고 있던 신발이었다. 눈을 찡그리고, 감았다 떠도 눈앞에는 계속 해리가 있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자상하고 다정한 눈빛을 하고서.

 

 

“이 묘비는 그냥 여기 뒀으면 좋겠군.”

“왜요? 살아있는데 묘비가 있으면 이상하지 않겠어요?”

“죽었다 살아난 흔적이라도 남아있어야 내가 너한테 고마워하겠지, 포터.”

“뭐야, 이거마저 없으면 안 고마워할 거란 소리에요?”

 

 

해리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스네이프의 말 속에 숨은 의미를 알 것 같아 싱긋 웃었다. 하여튼 돌려서 말하는 버릇은. 불치병이지.

 

 

“슬슬 숨어서 지켜봐야겠어요. 저쪽 큰 나무 뒤로 가요. 퍽스는 아까부터 어디에선가 계속 노래를 부르고 있네.”

“가지.”

 

 

빼꼼하게 머리만 투명망토 위로 내밀고서 해리가 총총 나무 뒤로 가고, 따라서 검은 망토자락을 펄럭이며 스네이프가 움직였다. 배고프진 않아요? 조용하게 속삭이는 해리에 고개를 저은 스네이프가 나무에 등을 기대 눈을 감았다. 곧 있으면 살아있는 자신의 눈으로 저의 추도식을 보게 될 것이었다. 이상한 기분. 그리고 이런 하루를 갖게 된 것은 해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미래에서 해리가 저를 구하러 와주지 않았다면……. 아주 평범한 추도식인 오늘 하루를 생각해보았다. 죽은 자신을 기리는. 해리포터와의 1년이 없는. 아주 아주 평범한.

 

 

그런 건 생각하기도 싫군.

 

 

“아, 누군가 와요. 쉿.”

 

 

해리의 말대로 부스럭거리며 인기척이 다가오고 있었다. 해그리드와 맥고나걸이었다. 맥고나걸은 지팡이를 휘둘러 묘비 주변을 깨끗이 정리했다. 그리고서 서로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나머지 사람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스네이프는 곁눈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억하는 마지막 순간은, 자신을 향해 공격주문을 날리던 맥고나걸이었다. 그런 그녀가 이제는 제 묘비를 성심성의껏 깨끗이 관리해주고 있었다.

 

 

해리는 생각이 많아 보이는 스네이프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분명히 여러 생각이 들고 있을 것이다. 저도 볼드모트에게 주문을 맞은 후, 제가 죽은 줄로만 알고 슬퍼하는 사람들 앞에서 죽은 척 연기를 했었으니 그 기분을 아예 모를 것도 아니었다. 해리가 손을 뻗었다. 하얀 그의 손을 잡아주니, 스네이프가 묘비 주변에 시선을 고정한 채 해리의 손을 맞잡았다.

 

 

점점 사람들이 늘어났다. 스네이프는 꽤 많이 모인 사람들에 적잖이 놀랐다. 과거에 자신이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들이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들이 제 죽음을 기억하고 기려준다는 게 기분이 이상했다. 사실, 그 당시에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을까. 지금도 그 때와 별반 다르진 않았지만, 모인 사람들에 조금이나마 고마운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었다.

 

 

“네가 제일 늦는군, 포터.”

“아하하….”

 

 

해리가 민망하게 웃음을 흘렸다. 다들 부지런해서 그래요. 변명 아닌 변명을 주워섬긴 해리는, 사실 아까부터 지니를 보고 있었다. 붉은 머리카락을 길게 기른 지니는 눈이 안 갈래야 가지 않을 수 없을 만큼 눈에 띄어서, 시야에 바로 보였다. 스네이프와 함께 옛 연인인 지니를 보고 있는 기분이라니. 해리는 좌불안석이 따로 없었다. 그리고 곧 그녀에게 이별을 고할 생각을 하니 머릿속이 암담했다. 해리는 누군가를 차본 적이 없는데다, 지니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고, 어떻게 생각해도 너무나 너무나 미안해서, 걱정만 가득했다. 그렇다고 스네이프를 두고 어영부영 이별을 질질 끌 수도 없었다. 그럼 이번엔 스네이프에게 미안해할 차례였다. 해리는 바로 일주일 전에 자신이 스네이프에게 프러포즈를 했다는 사실을 상기했다.

 

 

“왔군.”

“네, 네?!”

“…? 어디에 넋을 빼고 있는 거냐, 포터.”

 

 

미심쩍은 눈으로 해리를 흘긴 스네이프가 턱짓으로 앞을 가리켰다. 그제야 해리는 눈앞에 자기 자신이 서있는걸 볼 수 있었다. 과거의 해리를 위해 사람들이 비켜주어, 해리는 묘비의 가장 앞에 서있었다. 해리는 마음속의 고통이 느껴지는 자신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과거의 자신은 스네이프를 찾아내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혀있었다. 이제 불과 몇 시간 뒤에, 저 녀석은 자신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대답을 찾을 것이었다.

 

 

퍽스가 나타났다. 모인 사람들 모두 경이로운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해리는 과거 자신의 표정의 변화를 눈여겨보았다. 굳었던 마음이 조금씩 녹아내리는 게 보였다. 해리는 입 꼬리를 끌어올려 웃으며 바로 옆에 앉아있는 스네이프를 바라보았다. 그를 찾아낸 것이 결국 자신이었다는 게, 뿌듯하고도 행복했다.

 

 

 

 

“조용하네요.”

 

 

추도식이 끝나고 사람들이 사라지자, 숲은 늘 그렇듯 고요해졌다. 스네이프는 몸을 일으켜 매무새를 정리했다.

 

 

“퍽스의 눈물을 이용했던 건가.”

“네, 언제나 도움 받고 있죠, 퍽스한테는.”

 

 

해리는 다시 투명망토를 몸 위에 안전히 덮었다. 묘비에서 퍽스가 흘린 눈물자국이 반짝거렸다. 다시 스네이프의 손목을 잡은 해리가 왔던 길을 거슬러 걸었다. 후드로 얼굴을 가린 스네이프는 보이지 않는 해리를 바라보았다. 분명 투명해져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단단하고 신중한 눈으로 주위를 살피며 걷는 해리가 보이는 것 같았다.

 

 

순간이동이 가능한 호그와트의 정문 앞에 와서, 해리와 스네이프는 순간이동으로 스피너즈 엔드의 집으로 돌아왔다.

 

 

“와, 힘이 하나도 없네.”

 

 

이제 겨우 하루의 시작이었는데, 내내 몸에 계속 긴장이 들어있던 탓이었다. 해리는 익숙한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온 몸에서 기운이 쭉 빠졌다. 스네이프는 입고 있던 검은 망토를 의자에 벗어두고 태연히 아침을 준비했다. 소파에 늘어졌던 해리는 어기적거리며 일어나 식탁에 앉았다. 양송이스프와 마늘빵과 방울토마토가 그릇에 담겨 착착 날아왔다. 마늘빵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해리가 스네이프를 쳐다보았다.

 

 

“세베루스. 기분 괜찮아요?”

“왜 그런 걸 묻지.”

“그냥… 여러 가지로요….”

“쓸데없긴.”

 

 

앞에 앉은 스네이프가 스프를 한 숟가락 떴다. 해리는 따듯한 스프를 꿀떡꿀떡 넘기니 기운이 조금씩 나는 듯했다. 많이 먹고 힘내야할 일이 아주 많을, 오늘이었다.

 

 

“…나보다는 네 기분이 더 그렇지 않나? 포터.”

“예? ……저, 저요? 하하… 제가 왜…….”

 

 

말은 그렇게 하지만 해리는 스네이프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시선을 회피했다. 눈앞의 빨간 방울토마토에서 지니가 오버랩 되었다. 해리는 큼큼, 헛기침을 하고 다시 말을 이었다.

 

 

“우선… 회중시계에 대한 걸 조사하고 부서에 이 물건의 불법거래자들과 같이 넘길 거예요. 타임터너는 모두 없어진 걸로 알고 있으니 파장이 있을 테죠. 금기물건이 돼서 봉인되거나 아예 파괴될 지도요.”

“그럼 네가 마지막으로 그걸 쓴 사람이 되겠군.”

“네. 아주 혜택을 톡톡히 봤죠. 고마운 물건이에요. 정말.”

 

 

스네이프를 다시 만나게 해주었으니까. 해리는 주머니에서 시계를 꺼내 조심스럽게 만지작거렸다. 스네이프는 조용히 그 모습을 지켜보더니 입을 뗐다.

 

 

“그 후엔?”

“네, 네?”

“시계 일을 끝내고 나면?”

“아……음, 그렇죠 그럼….”

 

 

지니에게.

말을 해야.

 

 

해리의 등으로 식은땀 한 줄기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착한 척 하지마라. 네 선택에 누구 하난 상처받으니까. 당연한 거다.”

“세베루스…….”

 

 

해리가 스네이프를 멍하게 쳐다보았다. 스네이프는 완전히 해리의 속을 파악하고 있었다. 해리는 뜨끔 하는 한편, 스네이프의 말에 동감했다. 누구도 상처주지 않고 이 일을 끝낼 수는 없다. 마음은 아프지만, 지니에게 확실히 말을 해야만 한다. 결심이 서는 것 같았다. 해리는 스네이프를 향해 입가를 끌어올려 웃었다.

 

 

 

 

해리는 투명망토를 챙겨 입고 시간에 맞춰 순간이동을 했다. 가까운 거리에서 비틀대며 나타나는 망토를 쓴 사람이 보였다. 해리는 자신이 서있던 자리를 가늠해보았다. 과거 해리 역시 투명망토에, 머플리아토 주문까지 쓰고 있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부딪히지 않도록 조심하며 해리는 적정간의 거리를 유지했다. 그 순간 탕 소리와 함께 두 번째 거래자가 나타났다.

 

 

물건을 보고 호들갑을 떠는 첫 번째 남자가 보였다. 아마 저 물건을 건네받던 순간에 자신이 바로 주문을 날렸을 것이다. 해리는 갑작스럽게 뒤로 나자빠지는 남자 둘과 투명망토를 벗으며 모습을 드러내는 자기 자신을 바라봤다. 빗방울이 굵어졌다. 과거 자신이 망토의 모자를 쓰고 거래자들을 마법으로 묶었다. 축 늘어진 그들의 얼굴을 확인하곤, 데스이터가 아님에 갸우뚱하는 모습이 보였다.

 

 

과거 자신이 근처 평평한 바위에 앉았다. 해리는 우두커니 서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곧 과거 자신은 1998년 5월 2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렇게 스네이프를 만나고, 살리고, 함께 살고, 울고, 웃다가, 그러다보면 어느새 1년이 흘러 다시 이 자리로 돌아오게 되겠지.

 

 

과거 자신의 몸이 시계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곧 과거 자신과 함께, 시계도 시공 속으로 사라졌다. 빨려들 때의 체감속도는 굉장히 느릿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켜보고 있으니 순식간이었다. 해리는 주머니 속에서 회중시계를 꺼냈다. 바로 이 시계가…….

 

 

“에네르바테.”

 

 

해리의 주문과 함께 기절했던 두 거래자는 정신을 차렸다. 그러나 여전히 밧줄에 꽁꽁 묶인 채라, 둘은 옴짝달싹도 못했다.

 

 

“이…이게 뭐…! 너, 너는…!?”

 

 

해리의 얼굴을 보자마자 첫 번째 남자(회중시계를 산 남자)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두 번째 남자(회중시계를 판 남자)는 재수 옴 붙었다는 표정이었다.

 

 

“이 시계, 어떻게 난 거죠?”

“해리 포, 포터. 그, 그건 그냥… 평범한 시계요!”

“평범? 시계바늘도 없던데요?”

“그, 건… 내가 새 시계바늘을…끼워서 쓸 생각으로….”

“혹시 무슨 주문에 걸려있는 건 아니고요?”

 

 

그렇게 말하면서 해리는 엉뚱한 주문을 몇 개 중얼중얼 거렸다. 그 모습에 두 남자가 해리를 속일 수 있다고 확신했는지, 아까보다 기운찬 얼굴이 되었다.

 

 

“음… 대체 뭐지? 이거 완전히 고물인데요. 이런 걸 왜 사죠?”

“하, 하하! 거보라 했잖수. 그냥 평범한 고물시계요…. 자, 이제 풀어주시지? 우린 억울하다고. 마법부에 항의할 수도 있소?!”

“정말로요?”

“뭐, 뭐요? 왜 내가 못할 줄 알……”

“타임터너를 정부에 노출시킬 수 있겠어요? 그래서 이렇게 은밀한 곳에서 거래하셔놓고.”

 

 

두 남자의 눈이 눈에 띄게 흔들렸다. 베리타세룸이 전혀 필요치 않겠는걸. 해리는 혹시나 해서 스네이프에게서 받아온 진실을 말하게 하는 약을 주머니 깊숙이 밀어 넣었다.

 

 

“무, 무슨 헛소리를! 그런 건 다 없어졌지 않소?! 황당하군, 해리 포터가 약간 미쳤다고는 들었지만…….”

“아, 그건 맞는 말이에요. 요즘 제가 미쳐있는 존재가 있거든요. 하지만 그 앞의 말은 부정하고 싶네요. 타임터너가 다 없어지지 않았더라고요. 제가 방금 1년 전으로 돌아갔다가, 이제 겨우 1년을 채우고 당신들 앞에 나타났는데.”

 

 

남자들의 얼굴이 굳는 게 보였다.

 

 

“근데 이 시계, 과거로만 갈 수 있어요? 미래로 못 돌아가서 제가 1년이나 고생했잖아요.”

 

 

말을 한 후 해리가 곰곰이 생각해보더니, 아, 하고 말을 수정했다.

 

 

“고생까진 아니고…. 약간의 고난과… 행복이 있었죠.”

 

 

찡긋, 윙크를 날리는 해리를 두 남자가 절망적인 표정으로 올려다보았다.

 

 

 

 

 

 

 

 

완결을 내고 싶어서 오랜만에 써서 들고 왔습니다!

기다려주시는 분도 몇 분은 계셨을 거라 생각해요. 감사하고 죄송하고, 또 감사합니다.

해스네 행복하자ㅏㅏㅏ 행복하쟈아ㅏㅏㅏ~~~아프지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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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나오니 공연하는 아저씨가 있었다.
앞에 유치원 애들이 단체로 1열에 앉아 시끄럽고 귀여운 방청객 노릇을 하던 기억이 난다.
춥지만 금방 산 아이스크림을 열심히 핥아먹으며 신기+호기심+재미로 구경했다.
아저씨가 슬프고 감동적인 연기를 잘 했다. 새로운 삶의 각오를 다지기 위해서도 떠났던 여행인만큼 나에게 찌릿한 공감을 주는 극이었다.

지체 되기 전에 덴포잔마켓플레이스로 들어왔다. 쇼핑센터 같은 곳이구나.. 기념품 같은 걸 많이 파는.ㅇㅇ

들어오기 전에 있는 마트?잡화점?드럭스토어?에서 코로로젤리 청포도맛과 내사랑 이로하스모모를 구입했다.

물컹하고 쑹덩 잘리는 재밌는 식감. 이 젤리는 약간 시긴 해도 맛있었다. 또 사먹진 않고 누가 사주면 맛있게 먹을 젤리다.

젤리를 먹고 쉬던 의자 근처의 기프트샵에서 맘에 쏙 드는 얘를 발견했다.
사진만 찍어 남길까?하다가 자꾸 맘에 밟혀서 결국 지갑을 열어서 산 지갑...(ㅋㅋㅋㅋ)
아직도 사용은 못했는데 책상에 두고 본다. 얜 예쁘느라 늘 최선을 다하고있는데 뭐어떠랴...만지는 느낌도 보들하니 좋다.

같은 샵인데 여긴 일본적이면서 예쁜 디자인이 많았다. 부채도 예뻤고 다 예뻤지만 리무진차표도 사야 하고 공항에서 저녁도 먹어야하니 돈을 더 쓸 수 없었다.

앙 스파이더맨♡

여기는 소동물이 있었다. 체험하는 공간인가보다.

화장실이 너모 핑크핑크하니 예뻤다.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여기는 마켓플레이스 내 식당가이다.
옛날분위기로 특색적으로 꾸며놓은 곳.
호텔조식이 없었다면 원래 여기서 점심을 먹으려고 했었다.

이쁘네..하고 안은 구경않고 겉만 보고 지나칠 줄은ㅎ

그리고 걷다보니 나도 몰랐던 대관람차 탑승장이 나왔다.
마켓과 이어져있는지 몰랐다.

저 꼬질한 인형ㅋㅋㅋ 기억에 꽤 강하게 박혔다. 친근해..

500엔 동전은 일본 와서 처음 봐서 기념으로 함께 찰칵찰칵.
사실 바깥 구경보다는 비투비노래 크게 틀어놓고 혼자 사진찍는 재미에 빠져서 크게 인상깊은 풍경이 없다.ㅋㅋ

내릴 때 캐리어와 함께라서 휘청거렸다...
휴 쪽팔리지만 타국이니까 괜찮아.

저 물고기터널 예뻤는데.
사실 이 사진은 여유로워 보이지만 이 당시 나는 하나도 여유롭지 않았다.
곧 리무진버스 탑승시간인데 어디가 탑승장소인지 모르겠는 것...끝과 끝을 뛰어 오며 가며 전전긍긍했다ㅠ
같이 구글앱 보며 도움 주신 카이유칸굿즈샵 일본인알바생?직원 분? 고마워요...
그리고 정류장 앞 공사장인부님도 감사합니다. 코앞에 두고 헤매는데 바르게 인도해주심...(하 길치...)

제대로 찾아왔다ㅠ
안도감..ㅠㅠ
나밖에 없었다.

대관람차 바로 아래였는데 반대편 카이유칸까지 뛰어갔던 거 실화냐...

이것이 공항리무진.

바보 같이 캐리어를 들고 탔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붙잡고 있느라 괜한 고생을 했다.

일본의 고속도로.

바다가 보일 땐 좋았지만, 내내 첫날 탔던 기차 밖 풍경이 그리웠다.

공항 도착.

괜히 내 맘을 투영해서 외롭고 쓸쓸해보인다.

먼저 티웨이 위치를 확인하고 내부 좀 구경하다가 식당을 찾았다.
일본 왔으니까 돈가스는 먹고 가야겠다 싶어서(밥도 나오고) KYK돈가스를 찾아 갔다.
아늑한 안쪽 테이블. 맘의 안정이 찾아왔고 나는 정말 배고팠다...

난 화려한정식인가 뭔가 스페셜한 걸 시켰다. 밖에서 모형 보고 이거 주문해야지했는데 메뉴판에서 못찾고 헤매서 동공지진 약간..
결국 주문 성공^-^
저 옆에 소스통 있다.

소스 담고 미키마우스 완☆성

저 초록색 첨에 뭐지? 죽순인가했는데, 먹어보니 껍데기째 튀긴 완두콩이었다. 저게 너무 특이하고 식감도 아삭하고 맛있어서 또 먹고 싶다..ㅜㅠㅜㅜㅜㅠ

돈가스는 물론 쌀밥에 미소된장까지 맛있는 거 실화..? 내가 먹어본 외식 중 세손가락에 꼽히는 레전드 외식이었다. 진짜 이런 집을 외국에서 만나다니..ㅜㅠ 여기 가고싶어서 또 간사이공항 가야될 것 같다..ㅜㅠㅠ진짜 일본에서 정말 좋은 기억으로 남은 맛집이었다. 또 가도 그 맛 그대롤지 아닐지 알고 싶으니까 나 또 오사카 보내주라...

1층에 와이파이 반납하고 그 옆 화장실.
공항이라서 칸 내부가 널찍하니 캐리어 잘 수납되는 거 보고 찍었다.
여기에 저 들고다니는 소듕한 가방 벽에 걸어둔채 나갔다가 식겁해서 돌아와 찾았던 기억이 난다. 지갑 들어있는 가방인데 잃어버리면..ㅠㅠ

그리고 출국수속.
운좋게도 딱 내 차례에 한국인이 와서 내 수속을 도와주었다. 운이 좋았던 일본여행.^^

급하게 수속밟아서 짐 체크도 제대로 안했는데, 액체류인 이로하스모모를 갖고 있어서 멘붕을 겪기도 했다.
폭풍드링킹으로 해결했지만..ㅋㅋ

면세점에서 음식선물을 사려던 계획이 있었지만 결국 다 맘에 안 들어 취소.
일본에서 옷을 못 산 게 아쉬웠는데 게이트 가는 길에 유니클로가 있어서 옷 두벌을 샀다. 나를 위해 돈 쓴 게 지금 생각해도 뿌듯하고, 옷도 맘에 든다.
수중의 지폐가 딱 맞아떨어지기도 했다.

셔틀?을 타고 게이트로 이동.
앉아있던 외국아주머니가 내게 자신이 맞게 탄 것인지 물었다. 나도 초행인데ㅎ 어쨌든 티켓의 숫자만 잘 보고 움직이면 된다.

첫날 여기서 대기하는 사람을 보고 나도 앉았다가 게이트가 여기가 아님을 곧 깨달았다.

티웨이는 여기.
한 25분 기다린 거 같다.

떠나는 비행기로 고고고..

이번에도 첫날처럼 창가자리.
이번엔 첫날과 달리 왼쪽창가.
내 옆엔 한국인여자애 두 명이 앉았다.

안녕...오사카.
아쉬워서 이륙영상을 많이 찍었다.
이제 길었던 여행기도 끝났는데, 그리움이 한층 더 깊어진다ㅎㅎ

두고두고 꺼내 먹어야지 내 추억.

두둥.
여기가 오사카 아쿠아리움 카이유칸(해유관)의 입구 겸 매표소다.
나는 배편을 탈 때 여기 입장권을 포함한 탑승티켓으로 구입했다.(근데 이 티켓 어디선가 잃어버린듯..ㅠㅠ수족관 내 비치된 도장으로 돌고래? 무늬도 찍었었는데ㅠㅡ..)

입장하면 바로 보이는 포토존을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았다.

고래상어와 같이 사진 찍고 싶어서 수십명의 외국인이 지나가길 참고 기다려 건진 한 장.
이 곳은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을 볼 수 있었다. 다녔던 곳 중 한국인보다 중국인이 더 많은 곳은 처음이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일본선박. 관광용인지 전시용인지 모르겠다.

뭘... 찍은 것이지...?
나도 모르겠네ㅋㅋㅋㅋ
여기 수족관 첨 와서 본 게 수달인가 그랬는데, 관광객들 앞에서 격렬한 폭풍..짝짓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당황스럽고 웃겼는데 뭣보다 동물다운 뻔뻔함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진짜 정열적이더라...아직도 기억나네...

거대할 정도로 짱 컸던 물고기! 피라루크인가..?

카피바라도 있었는데, 거대했고 온순하고 멍청해보였다.
평소 보고 싶었던 동물인데 유리관 너머지만 우연찮게 가까이서 보게 되었다.
금방이라도 잠들 것처럼 저렇게 가만히 앉아있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미친듯한 속도로 야채를 먹는다.ㅋㅋㅋ

물개는 계속 앞에서 가만히 있다가 카메라만 들이대면 미친듯이 움직였다.

정말 예뻤던 회색바디 푸른눈의 복어.

롱다리 대게 다리.

바닥을 설설설

수족관은 여유롭고 아름답고 평온했으며 나는 곧 떠날 이방인이므로 힐링을 깊이 추구했다.
바닥에 앉아 유리창 너머로 수많은 물고기들의 유영을 자잘하게 많은 영상으로 촬영하며 이 시간이 끝나지 않길 소원하고 또 소원하는 시간을 보내고 왔다.
저녁에는 한국의 집에 도착해있을 거란 사실을 너무나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아름다운 해파리들.
한동안 해파리가 내 폰배경이었다.

일본적인 느낌이 들어서 이 사진을 좋아한다.

출구로 나가기 전에 직접 만져보는 체험을 할 수 있는데, 얘가 내가 만져본 가오리다. 느낌이 정말 부드럽고 미끌거리면서 좋았는데... 스트레스 받겠지싶어 미안했다.

수족관 라커에 보관해둔 캐리어.
첨엔 그대로 이 곳에 맡기고 돌아다닐 생각이었는데, 재입장이 불가해보여서 어쩔수없이 다시 돌아와 캐리어를 데리고 움직였다.
다행히 짐이 가벼워서 무리는 없었다.

굿즈샵도 고래상어가 하이라이트.
해유관만 있다는 실제 고래상어는 엄청나게 크긴 했지만 딱히 기대만큼의 감흥은 없었다.
내 쪽으로 자주 와서 그런가..ㅋㅋ

신상품 고래상어아이스크림 소식을 sns로 접하고 사먹었다.
내가 샀을 땐 신상이벤트로 할인가격에 판매하고 있었다.
첫맛은 뽕따100이었는데 점점 레몬크림맛이 났다.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사고 밖에 나왔는데 갑작스런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데...

눈 뜨니까 커텐 사이로 빛이 비치는 게 예뻐서 찍었다.

커텐 촤르륵 걷자 사라진 야경.
집으로 돌아가는, 여행 마지막날 아침이 밝았다.
더 자고 싶었지만 여행지의 체크아웃시간은 무자비하다.

일어나서 짐 정리부터 했던 것 같다.
어젠 폐장시간까지 놀고 새벽에 온천하고 돌아와서 피곤해서 못했지만 돌아가야하는데 짐 정리 안 할 수가 없으니..ㅠ
햄찌크기 슾디 겁나 보들보들하다♡

호텔 어메니티였던 머리핀이 이뻐서 기념으로 찍었다. 여행 중엔 모든 순간이 즐겁고 기념적이다.ㅋㅋ
여기 욕조는 못썼지만 일본답게 되게 깊다.
조식권을 받아서(내가 구입한게 조식포함인지 몰랐다) 생각지도 못했던 호텔조식을 먹으러 최상층으로 갔다.

요기가 식당.

창가는 앉고싶기도 했지만 사람도 다 차 있었고 볕이 들어 더울 것 같아서 그 옆에 앉았는데 딱 좋았다.

일본카레 마싯다 짱마싯다

일본계란말이 마싯다 짱촉촉보들하다
맛있어서 사진 찍어두고 싶었는데 안 찍은 줄 알고 슬펐다가ㅋㅋ 이자국 야무지게 난 사진이 있었다.

맛있어보이는 건 다 가져와서 포식했다.
쳌아웃 준비 다하고 오느라 식사시간 30분밖에 없었지만 알차게 쓴듯하다.
그래도 더 느긋이 더 먹고 싶긴 했다.. 정말 맛있었다. 최상층에서 혼자 호텔조식 먹는 기분은 최고였다.

호텔 창밖으로 곧 가게 될 카이유칸이 보였다.

어제 내가 있었던 USJ 내부도 보인다.
되게 작아보이는데, 실제로 들어가면 되게 넓고 딴 세상이어서 이렇게 보이는게 신기했다.

방으로 돌아가 어메니티로 양치질.
저 조그만 게 치약이다ㅋㅋ

안녕

정들기도 전에 떠나게 된 내 두번째 숙소.

카이유칸행 배를 타기 위해 선착장 찾아 가는 길이다.
원래 내가 묵고 싶었던 노랑노랑한 유니버셜포트호텔 뒤에 있다.
담에는 이 호텔에서 자고 싶다. 뷰도 바로 바다가 보일 테고... 방 내부도 내 취향이었는데 내 여행 시기엔 비싸서 묵지 못했다.

선착장 도착! 날이 아주 좋았다.
마지막날이라서 그런가...ㅎ

표는 저 안에서 사야 한다.
안은 답답해서 편도티켓 구입 후 밖으로 나와 벤치에 앉았다.

예쁘다.

첨엔 선내에 탔으나 바닷공기를 느끼려 위로 올라갔다.

여기에 캐리어 세워놓고ㅎ

그리고 한 10분여?를 달려 배가 도착했다. 더 길었으면 좋았을텐데.
캐리어 들고 계단 올라가야한다 너무 힘들오...ㅜ
어쨌든 수족관입구에 도착했다!

한참 헤매다가(길치는 답이 없음)
해리포터 입장확약권 받는 곳을 찾긴 했는데, 이 기계가 이 시간까지 되는지.. 첨엔 매진인 줄 알고 그냥 아련히 씁쓸하게 보다가... 어쩌다가(?) 기계에 다가갔고 표가 나와서 감격ㅠ.ㅠ
낮과 밤의 호그스미드를 볼 수 있다!!!!

아아앜 들어왔어~~~!
사진은 잘 안 나오지만 분위기는 낮보다 더 좋았다.
낮에는 얼른 익스 쓰러 가느라 굿즈샵 구경을 덜해서 이번엔 찬찬히 느긋하게.

호박주스 뭔 맛일까. 호박즙맛 날 것 같고해서 도전하지는 않았다.

프로그촤컬릿

아앙 이뽀..
밤에 들어올 수 있어서 마냥 행복했던 기분이 지금도 생각난다.

지팽이도 밤에 보니까 더 그윽한 느낌.

밤에 보는 호그와트ㅜㅠ너무 멋있어서 한 10장은 기본으로 찍은듯하다ㅋㅋㅋ지울 수가 없었다.

아앙..진짜 머싯다 흐흑..ㅠㅠ
목빠져라 계속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낮에 지나쳤던 해그리드의 오두막을 보고싶어서..대기 30분 떠있는데 갈까말까 고민하다가 걍 확 들어감.

아아 진짜 대기하면서 금방 스쳐지나가는 구간이었지만..오두막 정말 실감났다. 시리우스의 하늘을 나는 오토바이까지..
실제 대기는 15분 정도한듯하다.
벅빅놀이기구는 그냥 애들용 느낌이 났고, 오두막을 본 게 뿌듯했다.

그리고 나와서 잠깐 고민하다가,
언제 또 와서 타겠냐싶어 진짜 너무너무넘너무ㅡㅜ 또 타고 싶었던!! 대기50분 떠있는 포비든저니 입장줄에 섰다. 폐장도 다가오는데 대기50분인데 입장 훅훅 들여보내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지만..실제 대기는 30분이었다.
어후 그냥 일반입장은 익스에 비해 너무 힘들었다. 고작 30분도 이렇게 길고 지루한데 밤도 아니고 더운 낮에 네다섯시간 기다려 타는 사람들은 대단하다.

까먹고있던 초코바가 생각나 냠
덕질한다고 저녁도 안 먹고 당충전ㅋㅋ

161번 라커에 짐 맡기고 또 열심히 성 내부를 걷고 줄 서서 기다리고..
2번째 탈 때는 첨 탈 때보다 확 재미가 줄었다. 그래도 재밌음! 동생이랑 꼭 다시 와서 타보고싶다.

출구는 굿즈샵ㅎ
헤르미온느의 못난이고양이 크룩생크.

오 이건 좀 탐나더라...이쁘니까.

의미불명ㅎㅎ

쿠키가 들어있는데, 예뻐서 살까 좀 고민하다가 걍 사진으로만 남겼다.

마법체스판. 체스 못 두는데 조금 탐남.

내 기숙사 래번클로 교복☝

골든스니치

리멤브럴

시간이 늦어 폐장 때라 입구쪽으로...
USJ 안을 한 번 더 한바퀴 돌고 싶었는데 해리포터에서 한을 다 푸느라 못 돈 게 아쉽긴 했다.

출구쪽으로 다가갈수록 너무너무 아쉬워서 계속 동영상촬영했다.
내 인생에 너무 행복하고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서 고맙기까지한 USJ...
언젠가 또!

불 들어온 유니버셜시티.
화려한 밤이었다.

호텔방으로 찾아가니 내 방이 고층이어서 놀랐다.(27층) 왜 방 문사진이 없지..

아진짜 색감이 너무 좋았다.
방 온도 습도 공기는 둘쨋날 숙소가 훨씬 좋았는데, 내 집 같은 아늑함은 첫쨋날 숙소가...첫날 숙소 지금 생각해도 그립다ㅜㅜ 첫날이어서 애틋함이 있는 걸까?

야경 베리굿.
대충 짐정리 해놓고 온천셔틀버스 시간 전에 저녁 먹으려고 혼자 바빴다.
내려가서 1층에 로손 들어가 컵라면 하나 샀다. 수학여행인건지 학생들이 엄청 많아서 꽤 오래 기다렸다.

이거 인터넷에서 맛있대서 샀다.
치킨라멘에 뵹아리 그려놓은 쟈닌큐티^-^

이 호텔은 생수 제공 안 해서 앞에 자판기에서 물 사옴. 비쌌는데..
다음날 씻다가 알았는데 화장실물 식용수로 쓸 수 있는듯ㅋㅋㅋㅜㅜ

간장베이스 컵라멘맛이 특이했다. 조금 짠 감도 있지만 맛있었다.
먹는 모습도 추억삼아 남기고 엄마랑 카톡했다.

신기한 게 일본은 일회용 나무젓가락이 저렇게 생겼고 이쑤시개를 넣어준다.

야경 구경하며 저녁먹다가 찍은 방 내부인 것 같다.
벽쪽 말고 안쪽 침대에서 잤다.

셔틀 타러 가는 길.
계단 많아서 너모 힘들어따..ㅜㅠ
다리만 안 아팠어도 최고의 여행이었을텐데.

잇큐온천셔틀은 다른 케이한호텔 앞에서 탄다.
문 앞 정면에 빨간셔틀버스가 서더라.
시간 지나도 안 와서 불안하고 어리둥절했는데, 결국 왔고!ㅎ 일본인 남자 둘과 같이 탔다.

일본 차 타본 건 이 때가 처음이었다. 오른쪽에 운전석이 있고, 도로도 반대여서 진짜 신기했다.
여기서 난 운전 절대 못할듯ㅎㅎㅎㅎ

차창 밖의 일본공중전화.

도착했다 잇큐온천!

요건 신발장

요건 옷락커.
(100엔 넣어야되는데 나중에 돌려받을 수있다)

첨에 자판기에서 입장티켓 사야하는데 모르고 카운터 지나쳐서 욕탕에 들어가려했다. 내 실수에 카운터 중년의 여직원이 당황해서 다가와 뭐라뭐라하는데 난 어..?뭐지..? 하다가 깨닫고 자판기를 찾아 티켓을 뽑았다. 타오루(수건) 있냐 묻기에 일본어로 아리마스! 대답하니까 되게 기쁜 표정으로 날 보던 직원 분이 아직도 생각난다.ㅋㅋ

탕은 세련되었고 현대적이면서 노천도 아늑했다.
사진은 내 눈으로 찍었고(ㅋㅋ) 탕 전부 다 들어가보고 노닥거렸다. 셔틀 막차 시간에 맞춰서.

아이스크림자판기도 있었고 병우유도 팔았는데 이로하스모모에 홀린 나는 포도맛도 구매해보았고..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탄산수..ㅜㅠ(탄산 안 좋아함) 많이 별로였지만 버터비어의 탄산수 느낌이 다시 생각나서 그 느낌으로 마셨다.

이게 첫입장 때 내가 놓친 복도 옆 입장티켓자판기.

저 수많은 음료를 두고....실수하다니..ㅠㅠ
셔틀 기다리며 휴게실에 앉아 찍었다.
아주머니랑 어린 아들이 같이 앉아있었던 기억이 난다.

신발을 찾아신고

나가서 잇큐 정면 촬영.

입구 옆

셔틀시간표

한참 기다려서ㅠ 또 탔다.
막차 안 놓쳐서 그냥 만족..
새벽1시인데 주차장에 차가 종종 왔다. 새벽온천을 즐기는 일본사람들이 많구나.

호텔로 돌아와 야경 마지막으로 구경.
이걸 날 밝으면 못 본다니...

자기 전에 호텔 제공 잠옷 입고 찰칵.
전등 끄는 스위치 못찾아서 피곤해죽겠는데 막 계속 찾아다니고..ㅜㅠ괴로웠던 기억이 난다.
스위치는 침대 바로 옆 협탁에 있었다...ㅎ

죠스는 내가 간 날에 운행을 안 했다.
상어 포토라인(돈 장사)은 하더라만..ㅋㅋ
내가 구입한 익스4에 포함이었고 오기 전에 진짜 타고 싶었던 거라 (이 순간까지는)아쉬웠다. (쥬라기라이드를 타고 아쉬움 사라짐)

상점들도 다 이쁘고..♡
근데 난 모찌롤도 생수(숙소 냉장고 제공)도 갖고 있어서 들릴 일이 없었다.

여기 도넛 같은 원반? 던지는 게임이었던 것 같은데.. 꿀노잼으로 구경 했다. 왜냐면 다들 비슷비슷한 실력이라소..
여긴 숨만 셔도 즐거운 곳이니까ㅎ

ㅎㅏ..평화롭다☆

걷다보니 쥬라기파크가 나왔다.
익스4에 여기 후룸라이드가 포함이었다. 여기때문에 우비를 챙겨왔는데 마침..ㅎ 비도 왔고ㅠ 근데 해리포터 있는 동안만 비가 조금 왔던 것 같다. 귀찮아서 우비는 그냥 계속 입고 다녔다.

바로 여기가 내가 기구(물배)를 탈 곳.
익스를 써서 금방 탔고, 젤 앞줄에..ㅎㅎ 앉았다.
내 옆으로 일본인 남학생들이 주르륵 앉았는데 쉴새없이 일본어로 떠들었다. 무서웠나 봐.
공룡들이 꽤 리얼하고 영화세트장 같은 느낌이다. 후드를 꼭 잡고 탔는데, 티라노 나오고 급떨어지는 막구간에서 소매 속으로 물이 들어가서 결국 젖었다ㅋㅋㅋㅋㅋ 진짜 어마어마한 물폭탄에 정신 못차리는 놀이기구ㅋㅋㅋ
3월초였는데 뭐 금방 물 말랐다. 머리에도 물 뒤집어썼는데ㅋㅋ

걷고 있으면 머리 위로 플라잉다이너소어? 인가 롤코가 돌아다니는데 가깝게 보여서 구경하는 것만도 되게 재밌다.

아쉬운건 늦게 와서인지 여기 돌아다닌다는 공룡을 못 봤다...
로봇인지 사람인지 엄청 실감난다던데ㅠ

백드래프트도 익스4에 있어서 탔다.
사실 후기들이 안 좋아서 오히려 타고 싶었다. 직접 느껴보고 싶은 맘ㅎ
부상 있는(오른쪽 무릎 염증) 다리땜에 맨 뒤에서 거의 주저앉고 스트레칭 계속하면서 이동했다. 첨엔 불 나오는 영화기술 막~~설명하다가 마지막 구간이 하이라이트다. 근데 좀 예상을 해서 별로 안 놀랬고, 내가 제일 뒤라서 앞쪽에서 뿜어져나오는 불의 뜨거움을 덜 느꼈다. 첫줄 아니어서 너무 다행ㅋㅋ 뜨거운거 싫다ㅎ

유명한 코카콜라 조형물

평화로운 오후...구경하면서 스파이더맨존으로.

악ㅠ 드뎌 슾디ㅠ
내 마블최애 스파이더맨. 내 안에서 해리포터와 양대산맥. 포비든저니도 스파이더맨도 탈 수 있는 익스4 찬양해

이것도 포비든저니처럼 네명이서 주르륵 타고, 안경 끼고 기구를 즐긴다.
약간 기구의 움직임이 구시대적 느낌이긴 한데 vr에 깜놀포인트가 굉장히 많아서 집중해서 보면 즐길 수 있다.
악당들 겁나 많아...자꾸 놀래켜...
우리 거미는 너무 멋짐
또 타고 싶어지지는 않고 한 번 타면 만족하는 정도였다.

출구엔 늘 그렇듯이 굿즈샵이.
그리고 난 여기 너무 오고싶었다ㅜㅜ놀이기구보다 더 기대했음.

아앙 거미들 너무 귀여오..
여기서 굿즈쇼핑을 다 했다ㅋㅋ
바구니에 쓸어담는 나를 보고 더쿠구나 생각했을 관광객머글들..
아쉬운게 젤 갖고싶었던 슾디근육쿠션이 없더라ㅜㅠ 그거땜에 환전 더 한 건데...

쇼핑을 끝내고 나와 광장? 같은데서 모찌롤을 먹었다. 일본 오기 전 이것도 굉장히 기대했고, 아픈 다리 이끌고 되돌아가 사온만큼 맛있길 기대했다.
4개까진 진짜 맛있게 먹을 수 있다.ㅇㅇ
부드럽고 우유맛나고 쫀득했던 것 같다. 그 뒤론 느끼해서 억지로 다 먹었다. 들고다니기 싫어서 겨우겨우..
주변 일본 여고딩들이 까르르르 사진 찍고 즐거워하는 걸 구경하며 념념

길 걷다 슾디코스를 첨 봤다.
막 떨면서 사진 부탁했는데, 사진도 긴장해서 늦게 셔터 누르고 되게 바보 같아 보였을 것이다..ㅠㅠㅋㅋ
제스쳐가 쿨해서 진짜 피터 같았던 분.

해리포터 옆에 있어서 전엔 스쳐지나갔던 스누피랜드? 를 들어왔다.

익스를 못 써서 가장 오래 기다렸다.
여기 기다리며 서서 엄마랑 카톡을 많이 나눴다.
금방 끝나고 빨리 도는데, 사실 여긴 탈 때 기분이 안좋아서 제일 별로였다. 내가 모자 쓰고온 게 잘못이고 외국인이라 소통이 잘안되는게 잘못이지 뭐 에휴

여기 굿즈샵이 전체적으로 젤 좋은듯.
그치만 난 스누피는 관심 없고 슾디를 많이 샀으니까ㅎㅎ 동심의나라를 쿨하게 나왔다. 해리포터 또 들어갈 수 없을까 하며...

포비든저니를 타고 나와 성 내부를 구경하기 위해 워크로드를 했었다.
익스프레스가 다 좋은데 성 내부 구경을 별로 못해서,
워크로드는 진짜 좋은 코스!ㅠㅠ

포비든저니 입구에서 직원에게 와크로도와..? 하고 물으면 잠금체인을 풀고 마법처럼ㅋㅋ길을 열어준다.

키야

키야아..

크으
호그와트 위용 오져따

포비든저니 일반입장줄 옆을 역주행으로 걸어야해서 시선이 조금 부끄럽지만 성 내부 볼 생각에 기분 좋고 그랬다.
스프라우트교수의 식물실? 뭐라 하지 그걸 서서 한참 바라 봤다. 한참 서서 보니까 직원이 날 쳐다봤다..더쿠 첨 보는 것도 아닐 텐데 ㅋㅋ

사진상 별로 안 이쁘게 나오는데 볼 때는 꽤 괜찮게 꾸며놓았다.입장대기줄로 쓰는 모양이다.

워크로드 성 입구에는 두둥! 교장실로 올라갈 때 있는 동상이 보인다.(그리핀인가?..?)
굉장히 떨리고 설렜다.

누군진 모르겠지만 역대 교장 중 하나거나 멀린이려나

기대도 안 했는데 기숙사 점수칸이! 근데 원작에서 보석인데 너무 자잘해서...실망ㅋㅋ스러웠다.

위로 올라가면 교장실이 나오겠지.
상당히 웅장한 느낌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성 내부가 조명이 이래서 어두워 사진이 잘 찍히질 않아 거의 못 찍었다.
여긴 초상화로 도배 된 벽인데 실물은 초상화 하나하나 잘 보이고 이렇게 어둡지 않다ㅠ 초상화들이 다 열심히 움직이고 말 걸고 바쁘다.

펜시브...인데 어둡네

중간에 포비든저니 대기줄과 섞이기 때문에 스탶에 의해 돌려보내졌다. 해리,론,헤르미온느 영상이 나오는 방에서 유턴 당했던 것 같은데...(가물) 입구까진 다시 왔던 길로 돌아가야 한다.

성 입구로 다시 돌아오니 빗방울이 막 떨어지기 시작했다. 집에서 챙겨온 우비를 입었다.

호그와트 앞에서 버터비어를 구매했다. 소장용 컵은 그닥 안 끌려서 일회용컵으로 샀다.
대체 무슨 맛일까..하도 버터비어에 대해 사람들의 호불호 평이 갈렸지만 왠지 내 입엔 맛있을 것 같았다.

컵을 들고 아래로 내려왔다.
비가 와서 성을 바라보며 모찌롤과 버터비어를 먹어야지..하던 계획이 틀어진 건 아니었다.

우연치않게 올리밴더 이벤트 대기줄을 찾아서 대기했는데, 거긴 버터비어를 들고 입장할 수 없어서ㅠ 줄 서면서 후르륵 다 마셔야했다ㅠㅠ...음미하며 길게 먹고 싶었는데...

버터비어의 맛은!
진짜 맛있었다! 리얼 맥주맛도 느껴진게 탄산수가 들어가서 그런가보다. 크림 땜에 부드럽고, 탄산 땜에 톡톡 쐈다.
몇 개월 전 먹어서 정확히 무슨 맛이 났는진 기억 안 나는데, 여튼 탄산수 중에 젤 맛있다는 느낌.(참고로 나는 평소 탄산음료를 안좋아한다.)또 먹고 싶다. 난 시원한 걸로 마셨다.

올리밴더 이벤트는 그럭저럭 재밌게 봤다. 아이에게 지팡이를 고르게 하더라.
저녁에 한 번 더 봤는데, 그 때가 더 재밌었다. 여자애기가 마술(효과들..ㅋㅋ)이 진짠 줄 알고 너무 무서워해서 한 번 휘두를 때마다 비명지르고 부모에게 달라붙고 해서ㅋㅋ
주변 어른들은 다 흐뭇하게 웃으면서 지켜봤다.

부엉이우체국의 모습. 천장의 지팡이들이 움직이는 건 동영상으로 찍었다.

포토포인트? 돈 내고 찍는 거로 안다.
영국에선가 미국에선가 실제로 급행열차 탈 수 있는데.. 타볼 일.. 없겠지..?

다시 못 들어올 줄 알고 꽤 오래 눈에 새기느라 ㅠㅠ..
저 예쁜 삐뚤삐뚤 건물들 그립다. 리얼겨울에 가야할 것 같다.

안뇽 호그스미드..

입구 근처 기프트샵에 들어갔다. 꽤 넓었고 여러 작품 굿즈들이 있었다.

스누피펜 조녜보스.. 지만 난 스파이더맨 덕후니까.
나중에 스파이더맨 놀이기구 타고서 저 펜을 샀다. 두 개 사서 하나는 동생을 주어따.
오른손을 내리면 빨간색, 왼손을 내리면 검정색 펜촉이 나온다.

내가 USJ 가기 전부터 사려고 마음먹었던 유니버셜지구본 위의 스파이더맨 펜.
엉덩이가 귀엽다... 당연히 놀이기구 타고나서 샀다.

해리포터 굿즈들이 있는 방(?) 천장.

스파이더맨이 와글와글 그려진 컵(1000엔) 속에 이 귀여운 게 숨어 있다.
겉면은 맘에 안 들었고, 이 내부가 맘에 들어서 살까 했지만 집에 머그컵이 많아서 그냥 사진으로만 만족하기로.

슬슬 2시에 입장시간을 정해놓은 해리포터 존으로 가기 위해 기프트샵을 나왔다.
입구 거리를 지나서, 입장하면 이 식당이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후기 사진에서 많이 봤는데, 초입에 있는 줄은 상상도 못했다.


내가 지도를 한참 들여다보며 갈랫길 중 어디로 가야할 지 몰라 고민하고 있었는데,
직원이 다가와 어디를 찾냐고 물었다.
난 약간 뻘쭘했지만ㅋㅋㅋ 해리포터존이라고 답했고, 그가 가르쳐준대로 갔다.
그리고 길을 잃었다. (....?)

어쩌다보니 제일 먼저 보게 된 기구는 할리우드드림이었다.
롤러코스터는 탈 맘이 없었고, 애초에 이 곳에 기구를 타러 온 게 아닌지라 타지 않았다.
놀이기구 타는 것은 좋아하지만, 여긴 무서운 놀이기구가 애초에 없고 있어봐야 롤러코스터 정도.
근데 난 타고나면 허리가 아파서 롤코 종류는 타지 않는다.

입장할 때 챙긴 유니버셜내부지도를 손에 들고서도 어디로 가야하지 방황하며 이쁜 건 찍어 본다.
나에게 지도는 무쓸모..... 지도는 대체 어떻게 보는 거야

그러다가 바닥에 물? 액체를 뿌려 그림 그리시는 분을 발견. 쓱쓱 너무 잘 그리셨다.

그리고 다른 직원이 내 손에 이런 걸 쥐어준다. 난 뭔지도 모르면서 아리가또고자이마스 했다.
기념으로 주는 건가? 하다가 곧 한 여자아이 가족이 가운데에 서있는 걸 알았다.
알고보니 오늘이 그 여자아이의 생일.
사람들이 동그랗게 원을 그리고 서서 주저앉아 있다가, 원투쓰리에 맞춰 일어서서 저 종이를 뿌려 생일을 축하해주었다.
나는 길을 잃은 덕분에 아주 좋은 경험을 했다.
이 때 하필 휴대폰이 먹통 돼서 영상을 못 찍었지만ㅠ 내 머릿속에 오래도록 남을 추억이다.


그리고 어디로 가야할까 하다, 2시 입장시간이 점점 다가와서,
직원을 찾아 하리포타존와? 하고 물었다.
직원이 내게 표(입장권)가 있냐 물어 아리마스! 대답하니 길을 가르쳐주었다.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가서 오른쪽(라이트)이었다.ㅋㅋㅋㅋㅋ 하... 이 길치...


해리포터존 앞은 사람이 꽤 있었다.
이 때가 2시 5분 전인가? 그랬는데 출력한 익스4를 보여주니(큐알코드 밑에 시간이 적혀있다.) 입장시켜주었다.
생각보다 들어가는 길이 굉~~장히 길다.
나무로 우거진 숲길을 꽤 걸어야 해리포터존으로 들어간다.
이 곳의 나무들을 해리포터의 나라 영국에서 공수해왔다고 들었는데, 아닐 수도 있지만 정말 디테일, 리얼리티하다.
꽤 걸어서 놀랐지만(다리도 아픈 상태이고), 그만큼 기대가 돼서 설레었다.

드디어 사진으로만 보던 론네 자동차가 나타났다! 움직이며 소리도 내는데, 사진에선 그냥 조형물 같다.
론의 아버지가 마법을 걸어 날 수 있게 만든 자동차로, 2권에서 활약이 대단하다.(ㅋㅋ)
이 앞에서 사진 찍는 사람이 있긴 했지만 수가 적었다.
내가 간 날이 사람이 적은 날이었던 것 같긴 하다.


그리고 이 옆을 지나 거의 바로 마법사마을 호그스미드 입구가 나온다.....ㅠㅠㅠㅠ

호그스미드ㅠㅠㅠㅠ
내가... 내가 이걸 보고 있다니...
ost가 흘러나오는데, 그것보다는 건물 자체의 리얼리티에 감동이다ㅠ

머글은 한 명도 없는 마을, 마법사만 있는 영국 내 유일한 마을, 호그스미드.

들어가면 급행열차가 정차해 있다.
사실 열차보다는 마을 건물들의 아름다움에 시선을 뺏겨서, 열차를 제대로 보진 않았다.

정말로 마을처럼 꾸며져 있다. 진짜 그 곳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에 너무나 행복했다.
영원히 여기서 살았으면...
여길 떠나면, 어쩌면 다신 못 올까 봐 계속 눈에 담고 기억해두려고 열심히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입구 앞에 종코의 장난감가게가 있다. 어찌나 진짜같은지...ㅠ

다소 흉물스럽고 원작 팬이 보기엔 왜 있는지 잘 모르겠는....
ㅋㅋㅋㅋㅋ

내가 상상한 종코의 모습 같진 않다. 그렇지만 내부는 산뜻하고 예뻤다.
스켈레그로(록허트가 없애버린 해리의 팔 뼈를 재생시켜준 약)를 찾고 싶었는데 찾을 수가 없었다.
다른 건 다 봤는데 그것만 못 봐서 아쉬웠다.

온갖 맛이 나는 강낭콩 모양 젤리. 절대 안 사먹고 싶었다.

개구리 초콜릿. 내 생각보다 너무 고급디자인 케이스다...
마법사놈들, 미적가치를 추구하는 놈들...

건물 밖에 나오면 창을 통해 장식된 것.
케이스 디자인이 예쁘고 블루, 골드라서 신비로운 느낌이 잘 드러난다.
개구리초콜릿을 사면 유명마법사들 사진이 있는 카드를 주는데,
왠지 실제 사람 사진이 나오는 점이 별로 맘에 들지 않는다.(ㅋㅋ)

여긴 스리브룸스틱스.
지금 보니 세 개의 지팡이가 삼각형 모양을 하고 있구나...
호그스미드의 식당이다. 여기 여주인이 예쁘다. (소설에서)
뭘 사먹어야 입장이 되는 것 같아서 들어가진 않았다.

부엉이우체국인가 그럴 것이다.
사람들이 앉아 쉬는 곳.
저 높은 천장에 부엉이들이 앉아 있는 걸로 장식돼 있다.

입구 쪽 버터비어인 것 같다.
성 앞에서도 판다기에, 사람 많은 여기는 패스했다.

이 곳의 시간대는 아즈카반의 죄수 초반이다.
탈옥한 시리우스를 찾는, 움직이는 전단지.
딱히 감흥은 없었지만 열심히 움직이고 있으니까 찍어주고 싶었다.(ㅋㅋ)

올리밴더의 지팡이 가게.
왜 여기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이것이 굿즈를 하나라도 더 팔려는 수작...(ㅋㅋㅋㅋㅋㅋㅋㅋ)
원래 다이애건 앨리에 있다.

저 방석 위에 지팡이가 붕 떠있는데 어떻게 떠있는지 모르겠다.
실도 안 보이고, 게다가 흔들리지도 않는다.
역시.. 마법인가?

굿즈샵 천장이 이쁘다. 진짜 호그스미드는 절대 이렇지 않겠지만...ㅋㅋ

지팡이를 빼봤는데 릴리 꺼가 나왔다. 스네이프 꺼는 찾지 못했다.
워낙 꽂힌 것들이 많고 다리도 아프고, 역시 몸 건강할 때 여행해야 한다.


그리고 지팡이 파는 곳에 왼편을 통해 나오면 인공호수가 있고, 호그와트 성이 전면으로 보인다.
실제로 마주하는 호그와트가 너무나도 진짜 같아서, 멍하니 올려다 보면서 숨이 멎는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눈에 눈물이 고였다.
이 벅찬 감동을 사진으로 담아낼 수 없어 아쉬웠고, 그만큼 더 열심히 눈으로 호그와트를 보고 왔다.
호그와트 성은 반드시 실제로 봐야만 한다. 이 감동은 실물을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이걸 보기 위해 떠난 일본 여행. 충분히 넘치게 보상 받고 왔다.

사진에는 위용을 담을 수가 없다. 정말정말 크고 정교하다. 실제 호그와트성만한 크기이다.
엄마에게 사진을 보여줬더니 하나도 크지 않아 보인다 해서 슬펐다..ㅠㅠ

호수가 잘렸지만 이것도 크기가 있다.
여기 서서 호그와트를 바라보며 모찌롤과 버터비어를 마시고 싶었는데, 나중에 계획이 틀어진다.

호그와트에 가까이 다가가면 성 입구가 나온다.
여기가 놀이기구 입장 입구이기도 하다.
줄을 어떻게 서야하는지 헷갈려서, 직원에게 익스프레스와? 하고 물었다.
그럼 직원이 다 안내해준다.

이게 놀이기구 착석의자 모습이라고 앞에 전시돼있었다.
실제론 네 명이 나란히 탄다.

하아.... 졸라 커...

익스프레스를 쓴 게 해리포터가 처음이었는데, 정말 초고속 입장이다.
내가 가는 날이 사람이 적은 날이라 쓸모없어질까 봐, 값도 비싸서 구매를 고민했다가
그래도 여길 위해 가는 건데, 하고 산 보람이 있었다. 정말 정말 익스 추천이다.
타기 전에 라커에 짐을 보관하고 탄다. 나중에 워크 로드(탑승 없이 내부 관람)할 예정이라 휴대폰도 미련없이 넣었다.
동전이 필요한가 했는데, 무료다.
그리고 짐을 보관하고도 내부를 또 걸어야한다. 성 내부 첫구경이라서 신났지만 ㅎㅎ


기구를 탄 소감은...
진짜 대박 재밌다! 내가 기대한 4D놀이기구 체험이 바로 이런 거였다.
정말 지팡이를 탄 것처럼 쑤욱 내려갈 때 엄청 즐거웠다. 퀴디치할 때 대박(ㅋㅋㅋ)
또 타고 싶어서 미치는 줄... 근데 대기줄은 길고...ㅠ 그래서 여긴 다음에 꼭 다시 와야하나 보다, 생각했다.
내리고나서 약간 어지러워 조금 비틀거렸다. 그러나 곧 괜찮아졌다.

호그와트 비밀지도. 딱히 구매욕은 안 생겨서 사진으로만 찰칵.
해리포터굿즈들은 원작팬인 내게는 만족을 주는 게 없어서 그냥 대충 보고 나왔다.

성 입구 아랫쪽에 있는 벅빅롤러코스터(?)
해그리드의 오두막을 보고 싶긴 했는데 익스로 못 들어가서 그냥 지나쳤다. 시시하다는 평도 많이 봤고.

저렇게 타는 사람들을 구경했을 땐 좀 재밌어보이긴 했는데, 나랑은 인연이 없는 기구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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