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1999년 5월 31일, 월요일. 오늘은 해리의 마지막 오러 근무일이자, 스네이프가 맥고나걸에게 약속했던 애니마구스 수업의 기한 마지막 날이었다.
타임터너 탈취미수 용의자를 잡은 공과 상해 피해를 입었던 점을 고려해, 오러국장이 지급한 보너스로 해리는 출근 마지막 날 오러들에게 간식을 나눴다. 론이 좋아하는 집 근처 머글 베이커리의 케이크와 쿠키들이었다. 다들 머글의 솜씨에 놀라워하며 위치를 묻기도 했다. 그 뒤에 동료들과 상사들은 해리가 오러 일을 관두고 뭘 할 건지에 대해 물어 왔다. 마법부가 아니라는 해리의 대답에 다들 놀라워 했다. 이미 해리 포터 이름 자체가 권력이긴 했지만, 실제의 권력을 잡으려면 얼마든지 잡을 수 있는 해리였다. 해리 대신 안타까워하는 이들도 물론, 있었다. 하지만 해리는 제 연인, 제 반려와 같이 있을 수 있는 직장을 찾아 떠나는 것이었다. 그 어떤 동정도 가당치않았다.
“다쳐서 그만두는 건 아니지?”
“다치기 전 날 사표 냈다고 몇 번을 말해요! 그만 좀 장난쳐요, 네? 휴 씨.”
“하하, 녀석. 틱틱대지 말고. 또 언제 보겠냐, 이 꼬맹이.”
“저랑 키도 비슷하시면서. 하아, 나중에 식 날짜 잡히면 연락드릴게요. 서운해마시고 잘 지내세요. 주문 항상 주의하시고.”
오러들이 으레 하는 인삿말이었다. 주문 항상 주의하시고. 해리는 이제 안전하지 않은 직장을 떠나, 제 반려의 곁으로 가게될 것이었다. 휴는 그것에 상당히 부러워하는 눈을 하고 봤다. 자신은 여즉 솔로인 것도 쓸쓸해 죽겠는데, 친한 후배까지 직장을 떠나고 결혼도 생각하고 있다니……. 해리 포터에게 부족한 게 뭔가. 외모, 인성, 명성, 재력, 평생의 반려자까지. 휴는 이토록 완벽한 남자의 애인을 떠올리며 빙그레 미소지었다.
“이 머글의 케이크 맛있는데. 사러갈 때, 근처 네 집에 들리고 해도 되나?”
“글쎄요? 세베루스가 휴 씨 싫어해서.”
해리가 웃으면서 휴의 팔을 툭툭 두드렸다. 그러게 왜 세브에게 엄마 얘길 해서. 그 순간엔 팔을 두드리는 게 손바닥이 아니라 강한 힘이 실린 주먹이었다. 해리는 여전히 사람 좋게 웃고 있었다. 하하, 휴는 약간의 오싹함을 느끼며 해리와 마주 보고 웃었다.
해리는 휴와 대화하며 스네이프를 떠올렸다. 스네이프는 저번주 금요일에 오늘, 학교에 같이 가자고 해리에게 말했다. 늘 점심 때에 수업을 받으러 가던 스네이프였다. 그래서 그 시간엔 근무 중이라 했더니, 저녁시간으로 미리 시간을 변경했다고 말하던 그였다. 해리는 무슨 일이 있는지 물었다. 스네이프는 떨떠름한 얼굴로 맥고나걸 교수가 그러라고 했다고만 대답했다. 궁금했던 해리는 스네이프 몰래 맥고나걸에게 편지를 보냈다. 해리는 답장을 받고서야 상황을 알았다. 스네이프는 애니마구스를 성공할 수 있으면서도 계속 변신을 미루고 있었다. 암사슴이 되지 못할까봐 두려워 하고 있었다. 스네이프의 그 마음이 어떤지 알 것 같아서, 해리는 가슴이 찡하고 미안했다.
“그럼 한동안 못 만나니 끝나고 리키 콜드런 가서 한 잔 할까? 다른 오러들도 불러서. 론이랑 제인이랑 또….”
“아, 죄송해요 휴 씨. 오늘은 선약이 있어요.”
“하긴, 유명인 포터 씨가 출근 마지막 날에 선약이 없을 리가 없지……. 네 애인이지, 임마?”
“네, 당연하죠.”
뻔뻔한 얼굴로 해리는 끄덕였다. 그 때 긴급쪽지 여러 다발이 부서 내로 쏟아져 들어왔다. 오러들은 주전부리를 먹으며 쉬다가 깊은 탄식을 내쉬었다. 해리도 한 번 숨을 뱉은 뒤, 마지막 업무의 늪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갔다.
“맥고나걸 교수님.”
교장실 벽난로로 퇴근 한 해리가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맥고나걸의 옆에는 먼저 와 있던 스네이프가 팔짱을 낀 채 서있었다. 해리는 교장실의 스네이프 초상화가 저를 뚫어져라 보는 걸 느끼며 싱긋 웃었다. 해리에게는 출근 마지막 날이라 하더라도, 오러들의 월요일 업무 강도는 셌다. 퇴근 시간보다 좀 더 늦어져서 해리는 두 교수를 기다리게 하고 말았다. 하지만 은사는 이해해주었고, 애인은 눈썹을 올렸다가 내리며 심기를 표출했다. 스네이프의 옆으로 얼른 붙어 서며 해리는 움직이는 계단을 내려 왔다.
대연회장으로 맥고나걸이 앞섰고, 그 뒤의 연인은 늦었다며 타박하고 일이 많았다고 사과 하는 귀여운 대화를 나눴다. 맥고나걸은 미소를 띄운 채 복도를 걸었다. 스네이프가 학생이었을 적도, 해리가 학생이었을 적도 아직 눈에 훤한데 어느새 둘 다 저렇게 컸는지 몰랐다.
시험의 시작이 6월 1일 내일부터였다. 대연회장은 침체 된 분위기로 이미 식사중이었다. 그러나 오러 정복을 입고 교수석에 나타난 해리 포터를 발견하자, 학생들의 눈이 번쩍 뜨였다. 여기저기서 감탄의 욕설이 들려 와서 해리는 민망하게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호그와트의 학생들은 10대들이라 놀라움의 표현 방식이 다소 과격한 면이 있었다. 스네이프는 미간 사이를 구겨 좁혔다. 이 트롤의 발톱 때 같은 놈들.
해리를 보자마자 들떠서 소란스러워진 장 내에 맥고나걸이 조용! 외쳤다. 마법으로 키운 목소리라 홀을 쩌렁쩌렁 울렸다. 그에 소리는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여기저기서 멋있다, 잘생겼다, 섹시하다 등의 해리가 듣기에 매우 부끄러운 말들이 들려왔다. 해리는 모르는 척, 해그리드를 비롯 교수진들과 악수를 하며 바쁘게 굴었다. 스네이프는 가운데 교장석에 앉은 맥고나걸의 옆에 앉았다. 해리도 뒤따라 스네이프의 옆에 앉았다. 이제 학생들은 잊혀져 가던 스캔들의 두 주인공이 나란히 앉은 모습에, 저들끼리 미친듯이 쑥덕거리기 시작했다.
“좋겠군, 포터.”
“네? 세브, 당신까지 저 놀리는 거예요?”
“아니, 기분 나빠.”
하, 해리는 그 대답에 웃음이 튀어 나오려 했다. 이렇게 귀여울 수가! 불특정 다수에게 인기 많은 애인에 질투하고, 솔직히 기분이 나쁘다고 표현하는 불퉁한 모습이라니. 진짜 정말 현기증이 나게 귀여워서, 해리는 입을 틀어 막고 잠시 제 안의 흥분을 가라앉혔다. 아 키스하고 싶어 어떡하지.
해리는 히죽히죽 웃으면서 스네이프의 그릇에 맛있어 보이는 건 무조건 다 덜어주었다. 스네이프가 인상을 구겼다. 이렇게 많이는 못 먹어, 포터. 그러면서 제 그릇에 해리가 덜어준 음식을 해리의 그릇으로 옮겼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학생들은 서로 투닥대며 음식을 나누는 해리 포터와 세베루스 스네이프의 충격적인 모습에 입을 떡 벌렸다. 설마, 진짜로……? 저 둘, 사귀는 거 맞아?! 그럴 리가 있냐는 소리와 멀린, 세상에! 를 외치며 이제 둘의 관계를 믿기 시작하는 여론이 스네이프와 해리의 귀로 들려 왔다. 스네이프는 이 소리들을 다른 교수들도 듣고 있겠지, 생각하니 몹시 무안해졌다. 해리는 그러나 여전히 싱글거리면서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
“잘 먹어요, 세브. 그래야 변신 성공할 힘이 나죠.”
“……먹고 있어.”
스네이프는 해리의 옆에서 더 포크를 깨작이게 됐다. 쳐다보는 시선과 쑥덕이는 소리들이 너무 잘 느껴지고, 잘 들렸다. 그래서인지 제 마음보다 해리에게 더 틱틱대는 투가 나가서 신경쓰였다.
“학생들은 우리가 연인인 게 신기한가 봐요.”
저들은 저학년을 제외하면 전부 스네이프가 가르친 학생들이고, 해리와 같은 시기 학교를 다녔다. 그러니 그들이 지금 얼마나 놀라고 충격받았을지 생각하면, 해리는 박장대소를 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스네이프는 교수의 위치라서인지, 나이가 해리보다 훨씬 많아서인지 부끄러운 게 더 큰 것 같았지만 해리의 눈엔 귀엽기만 했다.
“앞으로 저도 교수로서 학교 나오면 이런 시선은 항상 따라올 텐데. 왠지 전 즐겁네요.”
“대체…. 난 너 같이 시선을 즐기는 데에는 면역이 없어서 말이다, 포터.”
스네이프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해리는 싱긋 웃으며 찹스테이크를 포크로 찔렀다.
“전 지금까지 받아본 관심 중에 오늘이 제일 신나는데요. 세베루스 당신이랑 같이 주목되고 있는 게. 안 믿는 사람이 없도록 여기서 키스하는 건 어떨까, 지금 생각하고 있거든요.”
뭐라고?! 스네이프는 얼어붙은 얼굴로 해리를 보다가, 이내 고개를 젓고 그릇으로 시선을 돌렸다. 해리가 저를 놀리는 데 취미가 붙어버려선 곤란했다. 스네이프는 여전히 해리를 향한 관심의 목소리를 불편하게 청취하며 포크를 깨작였다. 이렇게 타인이 제 연인을 탐내는 걸 듣고 있기가 거북스러웠다. 게다가 저는 해리처럼 잘생기지도 않았고, 심지어 나이도 너무 많고…… 성격도 더럽지, 그래.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스네이프는 넘어가지 않는 식사를 했다.
해리는 스네이프가 심기가 좋지 않아 보이는 걸 간헐적으로 힐끗거렸다. 성격 더러운 양반이니 질투가 심하게 나서일 수도 있고, 자학 경향도 있으니까 비난을 스스로에게 굴절하고 있을 수도 있었다. 그래도 나는 당신밖에 사랑할 줄 모르는데. 웅크리고 삐죽이는 스네이프에 해리는 작은 한숨과 더불어, 사랑스러워 못 견디겠다는 눈빛을 보냈다. 음, 어쩌지. 잠시 생각한 해리는 체리 하나를 포크로 찔렀다. 그리고 아- 하며 스네이프의 입술 앞에 갖다 대었다. 순식간에 붉어진 얼굴로 스네이프가 당황했다.
“너, 무슨….”
“세브, 내 체리 받아줘야죠.”
아, 이런 빌어먹을. 스네이프도 체리의 다른 뜻을 알고 있었다. 스네이프가 눈으로 해리를 흘겼다. 그러나 받아 먹기 전까진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 같은 해리였다. 스네이프는 한참 망설이다 눈을 질끈 감고 입을 벌렸다. 씨익 웃은 해리가 스네이프의 입 속으로 체리를 넣었다.
“아-”
해리가 이번엔 손가락으로 제 입을 가리켰다. 스네이프는 잔뜩 붉어진 얼굴을 해서 쿡, 포크로 체리를 쑤셔 박듯이 찔렀다. 자신의 체리를 해리의 입에 밀어 넣어준 뒤, 스네이프는 벌떡 일어나 식탁에서 나가버렸다. 해리는 큭큭 웃다가, 눈 앞의 학생들과 눈을 마주치고 윙크 했다. 이 광경을 본 호그와트의 어린 10대들은 얼굴을 붉히며 저들끼리 모여 난리를 부렸다. 이 날 이후로 호그와트의 커플 사이에 체리를 나눠 먹는 유행이 생겼다는 사실은 교수들의 ─특히나 슬리데린의 오랜 사감의─ 뒷목을 잡게 했다.
“삐졌어요?”
맥고나걸에게 양해를 구하고 먼저 일어선 해리가 스네이프를 뒤쫓아 왔다. 스네이프는 해리가 절 쫓아옴에도 성큼성큼 복도를 앞섰다. 해리는 그런 스네이프가 귀여웠지만, 수 틀리면 바로 주문을 쏠 것 같아서 입을 사렸다.
“미안해요, 세베루스. 그래도 키스를 한 건 아니었잖아요.”
서로의 입 속에 체리를 넣게 해놓고, 키스가 아니었다는 방패를 내세우다니. 스네이프는 머리 끝까지 붉어져서 해리를 홱 돌아보았다. 갑작스레 멈춘 스네이프에 해리도 간신히 발을 멈췄다.
“아주 잠자리를 가진다고 광고를 하지?!”
새빨개져서 쏘아붙이는 스네이프를 보고 있자니, 해리는 당장 옆의 빈 교실에 그를 몰아 넣고 바지를 내리고 싶었다. 하지만 상상으로만 그치면서,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도 이제 아무도 우리 사이 의심 안 할 걸요?”
“미친 놈! 또라이─ 이 머저리 포터가─”
“세베루스, 흥분 가라앉히고 교장실로 올라가요. 애니마구스 연습하는 거 보고싶어요.”
스네이프의 어깨를 감싸면서 해리가 속삭였다. 스네이프는 씩씩대던 숨을 조금씩 가라앉혔다. 여전히 부끄럽고 창피하고 화가 났지만, 해리의 품 안에서 나는 체향에 안정이 되는 게 사실이었다. 스네이프는 그럼에도 해리를 툭 밀쳐내고 걸음을 다시 옮겼다. 교장실까지 가는 동안 해리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교장실에 들어선 둘은 덤블도어 초상화를 마주하고 묘한 분위기를 애써 숨겼다. 가늘어지는 반달안경 뒤 눈에, 잘못 걸리면 큰 일이었으니까. 스네이프는 숨을 가다듬고 지팡이를 내려 놓았다. 해리는 처음으로 보는 연습 장면이었다. 아무래도 완벽주의자인 스네이프는 성공하기 전까지는 보여 주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러니 오늘은, 성공할 수 있을 거다.
지팡이를 내려 놓은 스네이프는 표정을 지웠다. 해리는 스네이프의 초상화 옆에 서서 실제의 그를 지켜 보았다. 초상화가 저를 빤히 보는 시선을 해리는 내심 좋아했다. 해리가 초상화의 뺨을 손등으로 살짝 쓸어 내렸다. 초상화 속의 스네이프는 얼굴을 약하게 붉히며 시선을 피했다. 실제의 스네이프든, 그림 속 스네이프든 나를 좋아하는 구나. 해리는 미소 지으면서 스네이프가 눈을 감고 집중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스네이프의 모습이 울렁이는 듯이 보였다. 이게 변신 전의 전조증상이군. 순식간에 금방 동물로 변하던 시리우스나 페티그루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그것은 울렁거리는 인간의 육체 너머로 동물의 형상이 잡힐 듯한 신기한 광경이었다. 하지만 스네이프는 금방이라도 변할 것 같은 순간에서 다시 돌아와 버렸다. 해리는 아쉽게 바라보며 박수를 쳤다.
“대단해요, 세베루스. 연습한지 한 달도 안됐는데.”
“…….”
해리를 잠깐동안 노려보며 스네이프가 호흡을 골랐다. 제 망설임을 들키는 게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음, 그리고 맥고나걸 교수님이 왜 절 부르려고 하셨는지 알 것 같아요.”
해리가 제 지팡이를 매만지며 말했다. 스네이프는 고개를 해리 쪽으로 다시 돌렸다. 해리는 사뭇 여유로운 태도로 저를 지켜보고 있었다. 붉은 정복을 입고 제 초상화 옆에 기대 서있는 해리는, 연인인 스네이프로서도 인정하기 싫을 정도로 근사하고 멋스러웠다. 제 초상화보다 더 그림 같아 보였다. 스네이프는 불시에 해리의 까만 흑발과 녹색 눈을 홀린듯이 바라 보았다. 해리의 오른손이 제 지팡이를 들더니 부드럽게 공중을 그었다. 익스펙토 페트로눔, 진중하고 청아한 해리의 목소리에 이어 발을 구르며 은백색의 수사슴 패트로누스가 지팡이 끝에서 튀어 나와 교장실의 공중을 빙글빙글 돌았다. 스네이프는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 보다가, 수사슴이 웅장한 뿔을 흔들며 제 앞으로 다가와 서는 것에 움찔 놀랐다. 수사슴은 그러나 물러난 스네이프의 거리만큼 다가왔다.
스네이프가 침을 삼켰다. 달빛을 닮은 동물은 스네이프에게 애정어린 몸짓으로 머리를 기댔다. 해리는 지팡이를 쥔 손으로 팔짱을 끼고 선 채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반영인 수사슴은 제 반려를 알아보는 듯 했다. 스네이프는 제 목덜미의 번개무늬 흉터를 핥아주는 수사슴에 큭,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 포터, 너랑 똑같군. 스네이프는 이제야 마음 가득 평온함을 느꼈다. 전혀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해리는 제 수사슴 패트로누스 옆에 선 암사슴에게로 천천히 다가갔다. 은백색이 아닌 실제 암사슴의 부드러운 갈색 털에 천천히 손을 뻗었다. 암사슴의 유순한 까만 눈동자에서 해리는 익숙한 밤하늘을 느꼈다. 해리가 온 생을 걸고 헤매이고 싶은, 그 밤을 닮은 눈동자가 해리를, 해리만을 바라보았다. 해리는 무릎을 굽혀 앉아서 암사슴의 목을 끌어 안았다. 사랑해요, 세베루스. 암사슴은 해리의 정수리에 제 고개를 얹고 눈을 감았다.
“성공 축하한다, 세베루스.”
어느새 들어온 맥고나걸이 살짝 미소를 보이고 둘을 보았다. 해리가 몸을 일으켰다. 수사슴 패트로누스를 지팡이를 한 번 휘저어 없앤 해리의 옆으로, 다시 사람 모습으로 돌아온 스네이프가 다가가 섰다. 스네이프는 그간 절 가르쳐준 스승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감사하다는 말에 맥고나걸은 그간 저도 즐거웠다고 답했다. 그 긴 세월보다, 3주간의 애니마구스 수업 동안에 스네이프와 더 친해진 것 같아 은사도 기뻤다.
해리가 맥고나걸에게 다가왔다. 정말 감사합니다, 맥고나걸 교수님. 해리를 올려다 보면서 그녀도 미소를 지었다. 이제, 애니마구스를 배운 이유를 가르쳐줄 수 있을까? 은사의 물음에 스네이프도 해리도 흠칫 놀랐다. 스네이프는 또 한 번 얼굴이 붉어지는 걸 느꼈다.
“세베루스가… 이유를 안 밝히고 배웠었나요?”
“그는 꽤 수줍음을 타잖니, 해리.”
“어…… 그런데도 가르쳐주시려고 이렇게 배려해주시고…… 정말 거듭 감사드립니다, 교수님.”
해리가 꾸벅 허리를 숙였다. 스네이프는 살짝 달아오른 얼굴에, 차가운 제 손등을 대며 시선을 피했다.
“그래, 이유는 안 가르쳐줄거니?”
“……세베루스를 존중해서, 저희가 생각했던 일이 성공했을 시에 바로 알려 드릴게요. 그러니까 그건…… 저희에게는 너무나 간절한 일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이만 가보겠습니다, 감사해요, 교수님.”
스네이프는 도저히 입을 열 수 없을 것 같았으므로, 해리가 대신 말을 하고 마지막 인사까지 했다. 은사는 점점 더 궁금해졌지만 그들에게 간절한 일이라니 고개를 끄덕여 응원했다. 해리가 먼저 교장실의 벽난로로 넘어 갔고, 스네이프가 맥고나걸을 보고 망설이더니 결국에 살짝 그녀를 안았다가 떨어졌다. 스네이프가 먼저 한 포옹은 생전 처음이었다. 짧은 찰나였지만 맥고나걸은 몹시 놀랐다. 해리를 만나고 나서부터 스네이프의 변화가 놀라울 뿐이었다.
“잘 가거라, 세베루스. 또 보자.”
“그간 고생 많으셨습니다, 교수님. …그럼.”
정중하고 칼 같은 제자는 금세 벽난로 너머로 사라졌다. 맥고나걸은 다음날부터 있을 시험 준비를 하기 위해 책상으로 걸어 갔다. 어쩐지 앞으로도 재밌는 소식을 들려줄 것 같아. 그녀의 입가엔 여전히 미소가 걸려 있었다.
스네이프가 벽난로를 통해 집으로 넘어오자마자였다. 해리가 스네이프에게 와락 달려들더니, 저를 번쩍 안아 들었다. 성공! 성공했다구요, 세베루스!! 성공이라고요!! 신이 나서 저를 안고 방방 뛰는 제 강아지를 내려다 보던 스네이프가 피식 웃었다. 어지럽다, 내려 놔, 포터. 그 말에 해리가 여전히 몸을 꽉 끌어 안은 채로 스네이프를 내려 놓았다. 스네이프의 가슴팍에 얼굴을 비비면서 해리는 신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제 1단계가 성공했을 뿐인데 요란 떨기는. 그렇지만 스네이프도 해리가 좋아하는 걸 보면서 기뻤다.
“나는 오늘 세브가 성공할 줄 알았어요. 으으응, 너무 좋다.”
제 품에서 해리는 만족스러운 숨을 쉬었다. 스네이프가 언제까지 질척일 거냐고 물었다. 너무 냉정한 거 아니예요? 해리가 짐짓 삐진듯이 스네이프를 올려다 보며 말했다. 스네이프는 통하지 않는다는 얼굴로 해리와 눈을 마주할 뿐이었다. 해리는 결국 떨어지기 싫은 티를 팍팍 내며 스네이프에게서 물러섰다. 그러다 어떤 생각이 떠올랐는지 다시 여유로운 표정이 되었다. 스네이프는 로브를 벗어 걸면서 해리를 흘낏 보았다. 저 놈 또 왜 저래?
“성공 보상이요, 세베루스.”
“아…….”
그거였나. 스네이프는 재는 듯한 시선으로 정복 차림의 해리를 훑어 보았다. 확실히, 지금 드는 이 기분을 천박하게 표현하자면 ‘꼴렸다.’
“하기 싫어하더니, 왜 네가 더 신난 것 같지, 포터?”
“연기잖아요. 저 이젠 오러 아니고 당신도 범죄자 아니니까.”
어깨를 으쓱인 해리가 허리에 양 손을 얹은 채 뻔뻔하게 스네이프를 보았다. 몇 시간 전까지도 오러 업무를 보고 왔으면서, 정말 뻔뻔하게 선 긋는군. 스네이프는 지팡이를 들어서 제 서재의 문을 열었다. 조지에게 납품 할 사랑의 묘약이 숙성중인 서재였다. 지금 스네이프에게는 온통 해리의 냄새가 서재에서 가득 풍겨왔다. 해리에게는 저의 냄새가 느껴질 공간이었다. 스네이프는 그 생각으로 살짝 아래가 서는 것을 느꼈다.
“저기서 하자고요? 흐음.”
정말 음탕하시네. 해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서로의 향이 느껴지는 공간은 최음제를 다량으로 풀어놓은 느낌이었다. 해리는 스네이프의 서재에 들어서자마자 몽롱하게 기분이 좋아지는 걸 느꼈다. 벌써부터 풀린 해리의 얼굴에 스네이프는 코웃음을 쳤지만, 사실 그 자신도 그렇게 여유는 없었다.
“범죄도 종류가 있는데…. 어떤 설정으로 해요?”
“다른 데서 죄목을 찾을 필요가 있나? 난 데스 이터였다.”
“그럼 제가 너무 과하게 몰입 될 것 같아서 그렇죠! 그건 싫어요.”
그렇게도 볼드모트의 수하였던 자신이 싫은가 보다. 스네이프는 웃음을 흘리며 곰곰히 생각했다. 역시, 처음 생각했던 그대로가 좋았다.
“……나는 과하게 몰입한 너에게 당해보고 싶은데.”
멈칫, 해리의 풀렸던 눈에 형형한 기가 어렸다. 스네이프는 허리 뒤축에서 찌릿하게 올라오는 흥분을 느꼈다. 순식간에 오러 해리 포터에게 붙잡힌 데스 이터 세베루스 스네이프가 된 기분이었다. 그리고 해리는 이미 저를 집어 삼킬듯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스네이프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가 하, 하고 스스로를 조소했다. 눈 앞의 해리는 제 연인인데, 순간 겁을 먹었다는 게 우스웠다.
스네이프는 제 서재를 눈에 담았다. 세 개의 벽에 천장까지 세운 책장에는 책이 가득 꽂혀있었고, 약물을 만드는 테이블에는 사랑의 묘약이 솥째 놓여 있었다. 문 옆에 위치한 자신의 책상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리고 눈 앞에는─ 붉은색의 오러 정복을 입고 지팡이를 손에 든 잘생긴 오러가 서있었다. 그 오러의 음험한 암녹색 눈빛이 금방이라도 저를 해칠 것 같아, 데스 이터는 다리 사이가 뻐근해왔다.
“스네이프.”
학생일 때, 지긋지긋하게도 교수님을 붙이지 않고 저를 부르며 자신을 분노하게 하던 해리였다. 스네이프는 최근 1년간 들어본 적 없던 단조로운 스네이프에 뒷덜미부터 아찔해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을 부르는 해리의 목소리에서 어떤 애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러 포터는 그저 날 잡아야 하는 데스 이터로밖에 보지 않는 구나. 그 사실에 흥분해버리는 자신이 스네이프는 역겹기도 하고, 파르르 몸이 떨리기도 했다.
“…포터, 네까짓 풋내 나는 오러 한 명이 나, 세베루스 스네이프를 잡기에는 역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아, 물론 당연히 다른 오러들이 주변에서 지켜보고 있겠지만.”
“아니, 스네이프. 넌 나 혼자서도 충분히 잡을 수 있어. 너야말로…… 네 주인이 없는 곳에서는 별 볼 일 없다는 걸 나도 알거든.”
해리는 ‘주인’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살짝 망설였다. 아직 몰입이 덜 됐군. 스네이프는 그런 해리를 비웃으며 지팡이를 들었다.
“벤투스!”
해리에게만 특정 된 돌풍이 불었다. 책장 쪽으로 날아간 해리가 머리 위로 쏟아지는 책들을 프로테고로 막으며 인상을 찡그렸다.
“집중 해, 포터. 네 앞에 있는 건 데스 이터다.”
해리는 짜증어린 눈으로 스네이프를 보면서 지팡이를 휘둘렀다. “인카서러스!” 스네이프의 입을 제외한 가슴과 무릎이 밧줄에 묶였다. 바닥에 무릎 꿇어 주저앉은 스네이프가 하, 기가 막힌 웃음을 토했다. 해리는 꽤 화가 나 보였다. 차가운 얼굴로 해리가 책더미 사이에서 몸을 일으켰다. 묶인 스네이프에게 다가온 해리의 손이 머리채를 쥐고 위로 처들었다. 스네이프는 발기하는 것을 느꼈다. 허벅지 사이가 더욱 바짝 모여들었다. 머리채를 쥔 손에 두피가 당겨 화끈거리고 아프기도 했다.
“건방지게 굴지마, 스네이프.”
스네이프는 이제 완전히 발기했다. 당장에 저 난폭한 오러의 아래에 깔려 다리를 벌리고, 숨을 헐떡이고 싶어졌다.
“내 ‘주인님’ 앞에서는 꼼짝도 못하고 당할 애송이가…… 윽!”
머리채를 쥔 손에 힘이 더 가해졌다. 스네이프는 더욱 홧홧하게 당기는 두피에 인상을 찡그렸다. 제 도발이 기가 막히게 먹혀 든 모양인지, 해리는 진심으로 열이 받은 표정을 했다. 저렇게 화가 난 해리 포터도 오랜만이었다. 스네이프는 우습게도 웃음이 나와서 한 쪽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절 비웃는 스네이프에 해리가 이를 꽉 물었다. 욕설을 짓씹으며 그의 등 뒤로 돌아갔다. 스네이프는 제 시야에서 사라진 해리에 불안해졌다. 황급히 고개를 뒤로 돌리자, 제 뒤에 앉은 해리가 지팡이를 칼처럼 들고 무릎을 묶은 밧줄을 한 순간에 끊어냈다. 이제 스네이프의 몸에는 팔과 가슴을 함께 조이는 밧줄만이 남았다. 해리는 스네이프의 다리가 자유로워지자마자 뒷목을 손으로 잡고 꽉 눌러 머리를 바닥으로 처박았다. 스네이프는 목 안으로 고통의 신음을 참았다. 정말로 지금 자신은 오러의 아래서 제압당하는 모습이었다.
주인님이라는 말에 이 정도로 진심이 되다니. 스네이프는 해리의 순정을 비웃었다. 어차피 오물처럼 더러웠던 자신의 진짜 과거인데, 해리가 부정한다고 사실이 아니게 되는 건 아니었다. 스네이프는 기꺼이 저의 과오를 이용하기로 했다.
“하… 이 정도로 나를 제압했다 믿는 건 아니겠지? 해리 포터.”
“아직까지 나불거릴 힘이 남았나, 스네이프? 넌 지금 지팡이도 없고, 내 손에 붙잡혀 있-”
“날 지배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어둠의 마왕 뿐이다, 포터. 너 같은 애송이는 그 분의 위대한 힘 앞에선…… 아윽!”
“입 닥쳐, 스네이프!!”
해리는 정말로 화가 났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질투심과 소유욕, 정복욕은 세베루스 스네이프에 한해선 볼드모트에 비할 바가 못됐다. 당신은 내 거야, 세베루스. 어둠의 마왕 따위의 것이 아니라고. 해리는 스네이프의 바지를 붙잡고 아래로 당겼다. 벨트 탓에 벗겨지는 것이 어렵자 생각할 것도 없이 지팡이로 벨트를 끊어 버렸다.
스네이프의 하반신에 싸한 기가 돌았다. 무릎까지 벗겨진 바지 탓에 아래가 서늘했다. 해리는 하얀 엉덩이를 보는 순간, 왼쪽 눈을 찡그리고 인상을 구길 정도로 흥분했다. 눈 앞으로 스네이프의 몸이 저에게 먹히기 위해 하얗게 드러났다. 스네이프는 팔이 뒤로 묶여 엎드린 채, 뒤에서 벨트를 푸는 철컥이는 쇳소리를 들었다. 이미 발기했었던 제 것에서 물이 질질 흘렀다. 스네이프는 저도 모르게 바닥에 제 성기를 비빗거리며 아래를 움찔였다. 해리는 그 모습에 비웃으며 성기만 꺼내서 제 오른손으로 쥐고 주물렀다.
“볼드모트만이 널 지배할 수 있다고?”
해리의 싸늘한 목소리에서는 기묘할 정도로 흥분이 느껴졌다. 스네이프의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응? 스네이프. 네 아래는 지금 내게 벌리고 싶어서 움찔대고 있는데.”
“흐, 읏….”
“지금 누구에게 지배 당하고 있는지 똑똑히 느껴, 스네이프.”
“헉….”
스네이프는 숨을 힘껏 들이쉬고 참았다. 해리가 제 입에 넣었다가 뺀 타액에 젖은 손가락 두개를 스네이프의 구멍 안으로 밀어 넣었다. 최근 관계를 가진지 조금 되었더니 삽입이 버거웠다. 진짜 해리에게 억지로 범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스네이프의 심장이 크게 뛰었다. 점점 숨을 쉬기도 힘들어지는 것 같았다. 해리에게 목이 졸리는 기분이었다. 제 안을 아프게 파고 들고 익숙하게 드나드는 손가락에, 스네이프는 눈이 풀려서 입을 벌린 채 침을 흘렸다. 하아, 아아…. 스네이프의 몸은 지나칠 정도로 해리에 길들여져 있었다. 사랑의 묘약에서 풍기는 해리의 냄새까지 콧속으로 짙게 스며 들어 정신이 몽롱했다.
해리는 미간을 좁혔다. 얼른 이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 제 성기에 피가 잔뜩 몰렸다. 성기 끝이 욱신이며 고통스러울 정도로 아팠다. 당장 스네이프가 자신의 것이 맞다는 걸 확인하고 싶어 육신이 난리를 쳤다. 그러나 아직 제 큰 것을 밀어 넣기엔 윤활이 부족했다. 이성이 나갈 것 같은 순간에도, 스네이프의 몸에 흠집이 나는 것까진 원하지 않았다. 저번처럼 침을 뱉을까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헉…… 앗….”
해리가 스네이프의 머리채를 쥐고 제 쪽으로 상체를 끌어 당겼다. 스네이프는 옆으로 기울어져서 해리의 하체에 얼굴을 처박았다. 눈앞으로 핏줄이 불거져 벌겋게 발기한 해리의 성기가 보였다. 스네이프는 잴 것 없이 입에 그것을 물고 흡입하듯 빨아 들였다. 하, 으윽…. 해리는 찡그리며 스네이프의 축축하고 더운 입 속으로 저를 바짝 밀어 넣었다. 스네이프의 좁은 목구멍에 귀두가 닿이고 조이는 느낌이 들었다. 해리는 그제서야 만족을 느꼈다.
스네이프는 벌써 머릿속이 흐릿했다. 해리의 성기를 본능적으로 빨아대면서 혀를 내어 밑둥을 핥았다. 선 굵은 핏줄마다 혀끝을 움직이니 해리의 몸이 움찔거렸다. 스네이프도 손을 내려 제 것을 만져대고 싶었다. 그러나 밧줄에 팔이 뒤로 묶여 옴짝달싹도 못했다. 그런 압박적이고 강제적인 상황에, 만지지도 못하는 제 성기에서는 부끄러운 액이 조금씩 질질 새었다. 해리가 스네이프의 귀 옆을 양 손으로 잡았다. 상체가 부자연스러워 제대로 고갯짓도 어려운 스네이프를 도와 그의 머리를 움직였다. 으응, 흠, 우, 읏…. 스네이프의 것에서 얇고 길게 끈적한 물이 떨어졌다. 해리는 숨을 거칠게 쉬며 허리를 처올렸다. 뜨겁고 습한 숨이 선단에 훅 끼쳤다.
“아……!”
해리가 급히 스네이프의 입 속에서 제 성기를 빼냈다. 멍하게 벌어진 입술과 붉은 혀가 시선을 현혹했다. 그러나 해리는 스네이프의 몸을 돌리고 팔을 배 밑에 넣어, 그의 엉덩이를 위로 들렸다. 골 사이에 사정이 임박한 귀두를 비볐다. 한순간에 정액이 뒷구멍과 회음부 아래쪽으로 뿌려져 흘러내렸다. 해리는 여운을 즐기면서 정액이 발린 엉덩이 골 사이에 성기를 몇 번 더 비볐다.
“하아…아……. 스네이프….”
“흐으응……포터….”
스네이프가 재촉하듯 엉덩이를 움직였다. 박아달라는 움직임이었다. 해리의 흥분에 흐려졌던 녹색 눈에 다시 안광이 돌았다. 스네이프는 팔이 묶인 채 겨우 머리만 바닥에 붙이고 엉덩이를 들어올린 자세였다. 저의 구속에 온전히 몸이 묶인 그의 모습이, 해리는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해리가 빠르게 허리를 잡고 스네이프의 엉덩이를 더 들어 올렸다. 힘없이 딸려오는 하반신에 방금 전 사정했던 성기가 바로 반응했다. 하얀 엉덩이와 가느다란 허벅지가 벌려졌고, 골 사이에서 뭉근하고 불투명한 액이 주르륵 흘러 내렸다.
해리는 지체하지 않았다. 저를 기다리고 있는 약속 된 천국에 바로 성기를 쑤셔 넣었다. 이 안을 맛본 건 나 뿐이야. 그에 대한 만족감에 해리의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그 잘난, 스네이프의 어둠의 주인마저 몰랐을 이 쾌감의 장소를 해리는 알고 있었다. 해리는 깊게 삽입하며 스네이프의 등에 제 가슴을 붙이고 몸을 숙였다. 스네이프는 순식간에 몸 안을 채우는 부피감에 눈을 크게 떴다가, 곧 다시 몽롱하게 눈이 풀렸다. 드디어 들어 왔다, 하는 생각에 앞이 왈칵 젖었다.
“이런… 만져준 적도 없는데 앞을 이렇게 적셨네? 이런 음탕한 노예를 네 주인은 알고 있을까?”
“으응, 흣…. 그 분을, 함부로 더러운 네 입에 올리지…… 마, 포터, 하윽….”
해리의 오른손이 빠르게 스네이프의 앞을 지분거렸다. 스네이프는 침을 흘리는 것도 의식하지 못하고 입을 크게 벌리고 헉헉거렸다. 너무 기분 좋아, 멍한 머릿속을 채우는 건 오직 성적쾌감밖에 없었다.
해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네이프는 골을 바닥에 붙인 채 허리를 흔들었다. 아, 아으, 아…….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는 머리로 스네이프는 멍청하게 신음만 내보냈다. 해리는 제 아래에 흩어진 까만 단발의 머리카락을 내려다 보았다.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붉은 귀와 내리깐 속눈썹 아래 탁하게 검어진 스네이프의 눈동자를 보았다. 이 사람은 내 거야. 세베루스 스네이프는 내 거야……. 오직 그 생각만 하면서 스네이프의 안을 거칠게 들락거렸다. 제 아래에서 엉덩이에 힘을 주는 이 야해빠진 조임에 성기가 끊어질 것 같았다. 의식도 못하면서 제 성기를 꽉 무는 스네이프에 해리는 미칠 것 같았다.
“씹, 너무 조여….”
해리의 이마에서도 땀이 흘렀다. 스네이프의 허리를 잡은 손바닥에도 질척이는 땀이 베였다. 해리가 겨우 바닥을 짚어 지팡이를 손에 쥐었다. 등 뒤에 팔이 묶여있던 밧줄을 풀어내자, 스네이프의 몸이 스르륵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밧줄에 조여지던 팔이 풀렸지만 스네이프는 그 팔을 꼼짝도 못했다. 인형 같이 늘어진 스네이프를 안아들며 해리는 스네이프의 얼굴과 마주 보며 박았다.
“좋아? 스네이프?”
“시끄, 러워…. 개소리 하지, 으앗, 헉….”
“내 자지를 이렇게 물어 놓고 아직도 반항하나? 네 위에 있는 게 지금 누군지 봐. 눈 감지 마, 스네이프!”
스네이프는 가물거리는 눈을 겨우 떴다. 해리를 보는 순간에는, 음습한 늪처럼 가라앉은 녹색의 눈에 빠져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자신은 정말로 그렇게 되기를 원했다.
스네이프가 힘없는 팔을 들어 해리의 목을 안았다. 해리가 허리 아래를 움직이며 스네이프의 목덜미에 번개 낙인을 미친듯이 핥았다. 발정기의 수캐처럼 제 아래의 암컷을 정복하듯 스네이프를 탐했다. 스네이프의 입에서 끊임없이 신음이 흘러 나왔다. 아앙, 핫, 흐아, 포터, 흐응, 으, 읏- 싫… 싫어, 그마안, 으으응, 포터어…….
제 이름이 섞여 들리는 신음이 듣기 좋았다. 제 아래에서 맥을 못추며 허리를 흔드는 나른한 마른 몸이 좋았다. 대리석처럼 하얀 몸을 불긋하게 물들이는 게 저인 것이 좋았다. 해리는 이를 세우고 스네이프의 가슴 곳곳을 깨물었다. 유두를 물고 늘어지는 해리에 허리가 벌벌벌 떨렸다. 흐응…! 스네이프는 발끝을 오무리며 손끝까지 곱아들었다. 해리가 주는 자극이 온통 쾌감이었다. 사랑의 묘약을 몸 안에 솥째 들이부은 것만 같았다. 해리, 해리……. 풀린 까만 눈동자가 해리의 녹안을 쫓았다. 해리는 제 아래의 암사슴을 끌어 안고 키스했다.
“응…음….”
“으음…스네이프….”
역할극 중임에도 그가 사랑스러워, 어쩔 수 없이 해리의 눈이 부드럽게 풀렸다. 내 연인. 제가 이 세상에서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오직 단 한 사람이었다. 다른 누구에게 뺏기고 싶지도, 그가 다른 누구를 원하게 만들지도 않을 것이었다. 다른 주인을 입에 올리는 그에 해리는 견디기 힘들게 화가 북받쳤다. 사실 더 엉망으로 스네이프를 망가뜨릴 수도 있었다. 제 분노는 이 정도가 끝이 아니었다. 하지만 손바닥 아래의 그가, 결국에는 세베루스 스네이프라서, 해리 포터는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스네이프를 안은 채 급하게 허릿짓을 했다. 스네이프가 바르작거리며 흥분에 몸을 뒤틀었다. 해리의 뒤통수를 쓸어내리고, 붙잡고 얽히는 손가락에 해리는 슬며시 웃었다.
“당신 주인이 누구야? 스네이프.”
스네이프의 달뜬 눈이 해리를 보았다. 가슴이 흥분에 들썩거렸다. 빠르게 뛰는 심장이 해리를 향하고 있었다.
“포터…….”
스네이프가 고개를 꺾어 입을 맞춰 왔다. 해리가 손을 뻗어 그의 뒤통수를 받치고 혀를 깊게 섞었다. 서로에게 빠져서 키스하며 해리는 스네이프의 안에 사정했다. 안을 적시는 느낌에 스네이프의 눈가가 살짝 찡그려졌다. 엉덩이 사이로 흐르는 미묘하게 뜨거운 끈적임이 느껴졌다. 스네이프의 성기에서도 느슨한 분출이 이어졌다. 해리가 손으로 기둥을 쓸어, 진득하고 질척하게 사정을 도왔다.
스네이프의 혀가 해리의 혀를 옭아매었다가, 천천히 떨어졌다. 두 눈이 서로를 마주 보았다.
“사랑해요, 세베루스.”
“나도, 해리.”
내 주인은 너야, 귀에 속삭이는 낮은 중얼거림에 해리는 스네이프를 안은 채 웃었다. 오늘밤은 유독 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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