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맥고나걸은 오랜만에 흥미진진 해졌다. 드디어 전쟁이 끝나 비교적 평화로운 한 해를 보냈더니, 그녀 자신도 몰랐던 무료함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머글들이 영화나 드라마 같은 매체 소비에 대한 취미를 즐긴다는 건, 기초적인 머글 지식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맥고나걸도 정보로써 알고는 있었다. 그러나, 그 취미에 대한 직접적인 이해는 지금이었다. 해리와 스네이프를 보고 있자니 그랬다. 머글들이 이래서 드라마를 보는 구나, 맥고나걸은 비로소 납득했다.
스네이프는 해리가 와서 옆에 앉은 뒤로 전에 없는 분위기를 풍겼다. 한껏 유해진 눈매가 놀라울 정도로 안정돼 보였다. 해리 역시 입꼬리를 연신 씰룩이며 옆에 앉은 스네이프를 흘낏거렸다. 맥고나걸은 해리에게 스네이프 쪽으로 틀어 앉으라고 친절히 말해줄까, 잠시 고민했다. 그랬다가 두 제자들의 못 볼 꼴까지 보게 될까 저어돼 생각으로만 그치기는 했다.
“스네이프 교수님이 정말 그러셨나요? 사감 일은 관두고 집에서 출퇴근을 하겠다 하셨어요?”
들뜬 목소리로 해리가 질문했다. 스네이프는 입술을 깨물더니 오른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놀랍게도 지금 스네이프는 부끄러워 하고 있었다. 대체 어느 부분에서 부끄러운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래, 그래서 그 이유를 물어보려 했단다. 그 때 해리 네가 들어왔고.”
“저한텐 그런 말 없었잖아요!”
해리가 신난 얼굴로 스네이프의 팔뚝을 주먹으로 아주 살짝 때렸다. 그에 맥고나걸은 다소 놀란 눈으로 둘을 쳐다 보았다. 교수와 제자 모습이 익숙한 둘의 관계에 저런 친근한 터치는 아주 낯설었다. 하지만 스네이프는 해리가 주먹으로 저를 친 것엔 개의치 않아 보였다. 대신 얼굴이 더 빨갛게 익었다는 차이가 있었다.
“우선, 전통적으로 각 기숙사의 사감은 그 기숙사 출신의 교수가 맡게 되어 있단다, 세베루스. 하지만 현재 교수 중에 슬리데린 출신은 너와 슬러그혼 교수 뿐인데, 마법약 교수로 자네가 들어온다면 슬러그혼 교수는 직함을 내려 놓으실 거야.”
“그럼 슬러그혼 교수님이 마법약과 사감 일을 계속 담당하시게 하고, 제가 어둠의 마법 방어술을 계속 이어 하겠습니다. 재작년에 가르쳤으니까요.”
“어둠의 마법 방어술은 지금 해너 링튼 교수가 맡고 있는데, 만약 세베루스 자네가 가르치겠다면 그 과목의 오랜 악습답게 1년째에 또 교수가 바뀌게 되겠구나. 하지만 우선 슬러그혼 교수님과도 얘기해 봐야 겠다. 아마도 슬러그혼은 자네가 돌아온다면 교수직을 아예 관두려 할 것 같아서….”
맥고나걸은 슬리데린 사감직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걸 느꼈다. 개인 사정이란 것이 있으니 학교의 오랜 전통을 깨고 타기숙사 출신의 슬리데린 사감을 고려해봐야 할 것인지, 아니면 스네이프가 계속 사감직을 맡도록 좀 더 설득해볼 것인지를 곰곰히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아직 이유를 듣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맥고나걸이 고개를 들었다.
“그래, 집에서 출퇴근 해야 하는 이유가 어떤거지? 세베루스.”
“아……. 크흠, 미네르바…….”
어쩐지 맥고나걸은 뜸을 들이는 스네이프가 아닌, 해리 쪽으로 시선이 갔다. 입을 달싹거리고 있는 해리를 건드리는 게 더 빠른 답을 들을 수 있는 방법 같았다. 해리? 할 말 있니? 그래서 맥고나걸은 해리에게 말 할 기회를 주었고, 스네이프는 해리를 쳐다보더니 눈을 꾹 감았다가 떴다. 스네이프의 이런 감정적인 모습들은 정말로 신선했다.
해리가 의자를 좀 더 당겨 앉았다. 스네이프와 해리의 어깨가 전보다 더 가까이 붙었다. 맥고나걸은 새삼 이 둘이 이렇게 잘 어울렸던가를 생각했다. 그것은 차라리 깨달음에 가까웠다. 까만 흑발을 가진 한 쌍의 마법사들은 둘 다 키가 컸고, 해리 쪽이 훨씬 다부졌지만 양쪽 다 골격이 좋았다. 나란히 까만 눈동자와 녹색 눈동자가 저를 보고 있는 것이 맥고나걸의 마음에 흐뭇했다.
해리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분명하고 맑은 목소리는 또렷했다.
“저희가 1년 간 같이 생활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맥고나걸 교수님. 스네이프 교수님은 저를 더 이상 증오의 감정으로 보지 않게 되었다고 말해주셨어요. 이젠 더 이상 제 얼굴을 보고 제 아빠가 떠오르지도 않고, 제 눈을 보고 제 엄마가 떠오르지도 않게 되었다고요. 저 또한 지난 과거에 스네이프 교수님을 미워하던 감정은 기억을 봤을 때부터 풀려 갔었지만, 실제로 함께 지내면서 그가 제 생각보다 더 좋은 사람인 것을 알았습니다.”
맥고나걸은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스네이프는 입술을 다문 채, 해리의 목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녀는 그 가엾은 오해투성이 제자의 가슴이 지금, 뜨겁게 울컥이고 있음을 알았다.
“저는… 사실 스네이프 교수님을 이제 세베루스라고 불러요. 세베루스는 아직까지 저를 포터라고 부르는 게 불만이긴 한데, 하핫, 가끔씩 해리라고도 불러 줘요. 아주 약은 것 같지만 쑥스러워하는 거니까 제가 이해해야죠.”
“잠깐, 포터─”
“쉿, 세베루스. 내 말 끊지 마요.”
해리가 무릎 위에 놓인 스네이프의 손을 잡았다. 둘 다 무의식적인 스킨쉽으로 맥고나걸이 보고 있는 걸 전혀 의식하지 못한 듯 했다. 두 제자의 진일보에 은사는 즐거운 표정을 감추기 힘들었다.
“세베루스, 해리. 행복해 보이는 구나. 1년간 둘이서 잘 지내왔던 게 눈에 보인다.”
“맥고나걸 교수님….”
“그래, 알겠다. 둘이 계속 같이 살기로 한 거구나. 그래서 세베루스가 집에서 출퇴근을 하겠다고…. 이제 이해가 되는 군. 그렇다면 물론 학교에 계속 머무르는 사감직은 어렵겠지.”
“…그, 미네르바,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스네이프가 어렵게 입을 떼 인사를 전했다. 하지만 해리의 입술은 아직까지 달싹거렸다. 분명 더 전해야 할 말이 있어 보였다. 해리가 스네이프를 바라 보았고, 스네이프는 지금 말려봤자 언젠가 터질 일이라고 생각은 했다. 당장의 쑥스러움을 묻어두고, 현재 이 세상에 남은 가장 어른다운 어른에게 말을 전해야 함은 맞았다. 차마 스네이프에게 그 용기는 나지 않았지만 다행스럽게도 해리는 누구나 인정할 만한 그리핀도르였다. 그리고 듣고 있는 대상자인 미네르바 맥고나걸 역시, 마찬가지의 그리핀도르였다.
“저희는 서로 사랑하고 있습니다, 맥고나걸 교수님.”
“그래, 보고 있으면 절로 알게 되는 구나.”
뒤에 있던 덤블도어의 초상화가 즐겁게 웃었다. 해리와 스네이프 모두 부끄러워져 잠시 고개를 숙였다. 스네이프는 앞으로 이 고비를 몇 번을 더 넘겨야 될는지를 생각하자 암담했다. 특히나 제가 가르친 어린 놈의 제자들 앞에서 이 사실을 밝혀야 하는 순간에는 차라리 내기니가 그리워질지도 몰랐다. 하지만 해리가 살려준 자신의 두번째 생이 너무나 행복한 순간들로 채워져 갔기에 쉽게 내칠 수가 없는 것이었다.
“결혼을… 생각하고 있어요.”
“어머나. 그 소식은 정말 놀라운 걸. 세베루스, 정말이니?”
“…….”
짓궂은 질문이었다. 지금 스네이프가 얼마나 창피한 지 뻔히 알면서도 나이 든 은사는 능글맞게 물었다. 결혼, 신혼, 집. 모든 이유가 납득되었다. 이유는 거두절미 다 잘라먹고 냅다 사감직을 그만 두겠다 말한 스네이프도 물론, 이해되었다. 아마 해리가 아니었다면 대답을 듣는 것은 평생 무리였을 성 싶었다. 물론, 그 전에 식을 치른다면 자연히 알게 될 답이었다.
“식의 날짜는 정했니? 참, 이 소식을 들으면 놀랄 사람이 아주 많겠구나…. 기대 되네, 즐겁겠어. 너희 둘이 너무 놀라운 한 쌍이잖니, 해리, 세베루스.”
“저, 교수님. 그게… 식의 날짜는 아직 너무 이른 질문인데요. 저는 고작 일주일 전에 세베루스에게 청혼 했고, 숨어 살다 이제 막 현실로 돌아와서 저희 관계를 밝혀야 할 사람들도 아직 너무 많아요.”
“지금까지 날 포함해서 누가 알고 있지? 설마 내가 처음 밝힌 상대는 아니길 바란다. 그건 너무 부담스럽거든.”
“다행스럽게도 몇 명은 이미 알고 있어요. 오러 선배인 휴스턴 로우왈드, 네빌, 지니─ 이렇게요.”
지니, 의 이름에서 맥고나걸도 스네이프도 낯빛이 살짝 어두워졌다. 스네이프는 자신이 남의 남자를 앗아간 약탈자처럼 느껴지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도 그랬다. 시간이라는 수단으로 해리 포터를 그녀에게서 훔쳐 낸 도둑. 물론 해리가 먼저 스네이프의 주머니 속으로 뛰어 들어온 에메랄드 보석이지만, 자신은 해리보다 스무 살이 많은 어른이었고 그를 가르친 선생이었고, 심지어 해리의 엄마와 친구였고 그녀가 첫사랑이었던 자신임을 알기에 한없이 지금의 관계가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녀에게 해리를 돌려준다는 선택지는 이제 버리기로 결심했다. 우습게도 세베루스 스네이프는 이제 해리 포터 없이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한 때 해리의 엄마인 릴리 에반스가 생의 이유이고 전부였던 것처럼. 스네이프는 그 때와 똑같이 자기 자신을 해리 포터에게 모두 내던지는 사랑을 하고 있었다. 제게서 해리를 지운다면 스네이프에게 남는 것은 공허한 껍데기 뿐일 것이다. 물론 해리에게 솔직히 이 사실을 밝히기엔, 스네이프 그는 지나치게 내성적인 남자였다.
“아직 론, 헤르미온느 너의 가장 친한 친구들도 이 사실을 모르는 구나, 해리.”
곰곰히 생각하던 현명한 은사는 그들의 이름을 끄집어냈다. 해리의 또 다른 가족, 해리의 가장 소중한 친구들.
“네, 교수님. 그렇지만 헤르미온느는 분명 이해해 줄 거예요. 헤르미온느는 지니랑도 친하지만… 뭐, 어쨌든. 론은 걱정이에요. 솔직히 6개월 이상 저에게 말을 걸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거든요. 트라이위저드 때보다 절 무시하는 게 더 길어질 지 궁금할 정도로─ 그래도 고작 이 정도로 저희 우정이 박살나진 않을 거예요.”
해리는 확신하는 말투였다. 확실히, 해리와 론의 우정이 평생 깨질 거라는 말은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아주 아주 적은 확률로 그 사실이 실현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스네이프에게 자신이 해리의 짐인 것 같은 느낌을 안겨 주었다. 스네이프에겐 잃을 것이 해리밖에 없었지만, 해리는 가진 게 많아서 잃을 것도 많았다.
자신이 해리 하나만을 욕심내도 될까? 나는─ 해리 포터가 없으면 안돼. 스네이프는 생각에 빠져 들었다. 그리고 거의 다물고 있었던 입을 열었다.
“지금 그레인저는 학교에 있습니까?”
“물론. 그 아이가 학교에 남아 정규 과정을 마치고 졸업하려는 건 당연한 선택이었지.”
“이 자리에 그레인저를 불러 주십시오, 미네르바.”
“세베루스!”
해리는 놀라서 자신의 내성적인 연인을 돌아 보았다. 기뻐하는 해리의 얼굴에 스네이프는 모른 척 고개를 돌려 버렸다. 해리를 기쁘게 할 생각이 아니었다. 그저 제 마음이 편하려면 어떤 소리든 듣고 결단을 내리고 싶었다. 이것은 이기적인 세베루스 스네이프다운 방식이었다. 해리가 저 때문에 누구를 잃든, 자신은 해리를 잃고 싶지 않았다. 그럴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해리가 저 때문에 뭔가를 잃는 것도 싫었다. 계속 그런 불편한 걱정 속에 있는 게 싫었기에, 빠르게 끝내고 싶었다.
“해리, 네가 헤르미온느를 데려오겠니? 그녀는 지금 도서관에 있을 거다. 시험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으니.”
해리는 N.E.W.T 시험 준비중인 예민한 헤르미온느에게 사실을 전하기엔 지금 시기가 상당히 좋지 않게 느껴졌다. 하지만 합격 통보는 졸업 후에야 받게 될 것이므로, 그 때까지 기다릴 사안도 아니었다. 해리는 일어서서 정복의 매무새를 정리하고 교장실의 문을 나섰다. 스네이프 혼자 맥고나걸을 감당하기 힘들 것 같아 최대한 빠르게 다녀올 생각이었다. 스네이프는 해리가 빠르게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를 들었다.
예상했듯이 교장실엔 침묵이 내려 앉았다. 맥고나걸과 덤블도어 초상화를 비롯, 다른 교장의 초상화들도 이 새롭고 신선한 스캔들에 몹시 구미가 당겨 보였으나 당사자인 스네이프는 꿋꿋하게 입을 다물 셈이었다. 그러나 덤블도어가 여태까지 가만히 있었던 게 더 놀랄 일이었다.
“세베루스, 우리 곁에 돌아온 걸 환영하기도 전에 즐거운 소식을 전해주어 고맙네. 결국엔 자네도 마음이 쌍방으로 이어지는 사랑을 하는구만.”
“닥치십시오 덤블도어.”
맥고나걸과 덤블도어는 웃음을 터뜨리며 그들의 제자를 상냥한 눈으로 바라 보았다. 스네이프는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꼰 채 방어적인 태도를 보였다.
“설마 자네가 먼저 좋아한 건 아니겠지?”
“그 정도의 양심은 놀랍게도 이중 첩자에게도 남아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블랙 개새끼한테 던져줬다 보면 되겠죠.”
스네이프는 빈정거리며 덤블도어를 노려 보았다. 초상화 속에 저 노인이 어찌나 살아 생전 그 모습과 똑같았는지 모른다. 맥고나걸은 한 쪽 눈썹을 으쓱하고는 원래 보고있던 서류를 넘겼다.
“잘 어울리더군.”
스네이프는 이 말에는 어떤 대꾸도 못했다. 타인의 시선으로 봤을 때, 자신과 해리 포터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았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저와 해리의 외모의 차이는…….
해리는 누가 봐도 준수했다. 정신 산만해지는 더벅머리의 흑발도 앞머리를 쓸어 넘기는 해리의 모습에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리고 반듯한 이마에 드러나는 멋스러운 번개무늬 흉터, 짙은 눈썹 아래 보석 같은 녹색 눈과 동그란 검은테 안경. 자유분방하면서도 단정해 보이는 모순 된 해리의 외견은 그에게 너무도 잘 어울렸다. 퀴디치로 단련 된 체격은 늘씬한 몸에 탄탄한 근육이 잡혔고, 저보다는 작았지만 충분히 키가 컸다. 하지만 세베루스 스네이프는 어머니 에일린을 쏙 빼닮아 삐쩍 마르고, 창백하고 예민한 인상에다 매부리코였다. 외견상 자랑할 만한 건 부족한 영양상태에서도 쑥쑥 자란 큰 키 말곤 없을 터였다. 그런 저와 잘 어울린다는 평을 듣는다면, 솔직히 해리에게 실례였다.
“그렇지 않소, 미네르바?”
“그럼요, 알버스. 잘 어울리는 예비부부던데요.”
스네이프는 지체 없이 일어나 교장실 문을 성큼성큼 나섰다. 저 둘 앞에서 그레인저까지 마주하려 했다니 내가 미쳤지. 맥고나걸과 덤블도어 초상화의 웃음소리가 등 뒤로 들려 와 스네이프의 이마에 힘줄이 섰다.
가고일 석상 앞으로 나오자 복도는 조용했다. 익숙한 풍경에 스네이프는 조금씩 차분해졌다. 몇 분여를 서성였을까, 복도 끝에서 저를 발견하고 달려오는 해리가 보였다. 옆에는 해리의 오랜 친구인 헤르미온느가 눈을 반짝이며 따라 오고 있었다.
“스네이프 교수님!!”
기억에 오류라도 있는 것인지,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왔으니 새롭게 태어난 인간을 기대하는 것인지 헤르미온느가 저를 저런 눈으로 보는 것은 소름이 돋았다. 문득, 비명을 지르는 오두막에서 내기니에 물렸다 눈을 뜬 자신을 보던 해리의 눈빛이 떠올랐다. 전에 없이 다정한 그 눈빛은 낯설고 말이 되지 않았다.
“그레인저.”
살짝 고개를 끄덕인 스네이프가 해리를 보았다. 왜 나와 계세요? 교수님들이 괴롭혔나요? 웃으며 물어 보는 해리의 맑은 얼굴에 그저 스네이프는 끄덕였다.
“살아 계셨을 줄 알았어요! 얼굴도 전보다 훨씬 좋아 보이세요, 교수님.”
“형식적 겉치레는 그만 두지.”
“아뇨, 정말인데! 예전보다 인상이 좋아지셨어요. 맞지, 해리?”
헤르미온느는 해리에게 동의를 구하듯 바라보았다. 해리는 그저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스네이프는 주변의 빈 교실로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해리와 헤르미온느가 그 뒤를 따라 들어와 문을 닫았다. 스네이프가 지팡이를 휘두르자 깜깜했던 교실은 적당히 어둑할 정도로 등이 켜졌다.
“기사는 읽었어요 교수님. 해리가 언제 말을 해주러 올 지 궁금했는데 퇴근하자 마자 바로 온 차림새로 도서관엘 들어 와서 깜짝 놀랐어요. 해리 포터의 등장에 도서관은 비명 소리에, 책도 날라가고, 완전 폭탄맞은 것처럼 돼서 거기 남아 있었어도 공부는 안됐을거예요.”
스네이프는 이게 헤르미온느 나름대로의 배려라는 걸 알았다. 그렇다면 큰 착각이었다. 스네이프는 전교에서 가장 뛰어난 머리를 가진 마녀가 저와의 잠깐의 만남으로 공부가 방해된 것 정도야 상관치 않았다.
“포터, 무슨 얘길 해서 데려왔지?”
“음, 스네이프 교수님이 나랑 같이 호그와트에 와 있고, 할 얘기가 있다는 정도요?”
“네, 정말 궁금해요. 스네이프 교수님이 돌아오자 마자 저를 굳이 불러내서 하실 말씀이 뭔지. N.E.W.T를 위한 마법약 보충수업이라면 기꺼이 받고 싶고요.”
전쟁을 겪었던 소녀는 한층 더 뻔뻔해진 게 틀림없었다. 스네이프는 플라스크를 내밀며 해리가 제 기억을 담게 도와주었던 헤르미온느의 모습을 어렴풋이 떠올렸다.
“네가 포터의 가장 친한 친구니까 불렀다.”
“제가 해리의 친구라서요? 해리와 관련 된 얘기인가요? 전 교수님이 저에게 할 말씀이 있다고 해리에게 들어서 교수님과 관련 된 것인 줄─ 잠깐, 둘 다 관련 있는 건가? 맞아요?”
해리는 머쓱하게 어깨를 들썩거렸다. 스네이프는 점점 인상이 나빠지고 있었다. 헤르미온느에게 사실을 직접 밝히려니 갈수록 심각하게 창피해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장소가 장소였다. 여긴 교실이었다. 그들의 스승이었던 제가 그렇게 괴롭히며 못살게 굴었던 제자를 현재 사랑하고 있고, 또 여전히 이 학교에 다니고 있는 또 다른 제자이자 연인의 친구인 그녀에게 사실을 밝혀야 하는 순간이라니. 어쩌자고 이렇게 남들에게 밝히기도 낯부끄러운 관계를 해리와 시작해 버렸나 ─물론 그게 해리가 들이대서였긴 하지만─ 싶기도 했다.
헤르미온느는 도서관에 해리가 오러복장으로 나타났을 때부터 뭔가 큰 일이 일어날 느낌이었다. 게다가 1년 만에 나타난 스네이프 교수님이 자신을 찾는다는 해리의 말까지. 그래서 당장 달려 왔더니 둘 다 이렇게 급하게 부른 것치곤 미적거리고 있었다. 헤르미온느도 스네이프 교수를 안 세월이 6년이었다. 그런데 그 스네이프가 이렇게 제 앞에서 입도 못 떼는 걸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헤르미온느는 팔짱을 끼고서 스네이프와 해리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 분위기는…… 하지만 해리는 지금 지니와……. 말도 안 되는 생각인 건 알고 있었지만, 헤르미온느는 지금 해리와 지니의 관계를 걱정스레 떠올리고 있었다.
“해리, 스네이프 교수님. 설마 저 하나 만나 보겠다고 여기까지 오신 건 아니시죠?”
“당연히 아니다, 그레인저. 넌 여기 온 진짜 용무에 덤일 뿐이지.”
“네, 역시 그러시군요. 당연히 그러시겠죠. 무슨 용무인데요?”
“교수 복직.”
“아하. 잘 풀리시길 바랄게요, 교수님. 해리? 너는? 스네이프 교수님이 미취학 아동도 아니고 보호자로 따라온 건 아니겠지?”
미취학 아동─? 스네이프는 눈썹을 꿈틀였고 입 근육이 경직됐다. 그러나 이 건방진 제자의 언동을 가만 지켜보기로 했다. 해리는 어느새 안절부절 못하며 제 친구와 제 연인의 분위기를 살폈다.
“음… 헤르미온느, 말투를 좀…. 그러니까, 나는, 지니와 볼 일이 있었어. 저녁식사 전에 만나고 왔고.”
“지니와 무슨 볼 일? 어제도 교수님의 추도식에서 둘이 만났잖아. 아, 맞아 넌 과거로 갔다가 어제 돌아온 거지. 어제 봤더니 헷갈리네.”
“어… 내가 1년동안 스네이프 교수님과 같이 살다보니… 감정에 변화가 좀 생겨서……. 지, 지니와 오늘 헤어졌어.”
“뭐라고?!”
헤르미온느의 부스스한 머리카락이 위로 들썩였다. 해리가 죄를 지은 건 지니 뿐인데도 헤르미온느에게 더 혼날 것 같은 느낌에 식은땀이 다 났다. 지니도 이렇게 나오진 않았는데……. 도와달라는 해리의 간절한 눈빛이 스네이프를 향했다. 스네이프는 뚱하게 쳐다 보더니 그레인저, 하고 입을 열었다. 헤르미온느의 눈이 빠르게 다음 목표를 향했다.
“교수님! 설마 제가 생각하는 게 맞나요?! 제발 그건 사실이 아니니 그리핀도르 마이너스 50점이라고 외쳐 주셨음 좋겠는데요!”
“네가 생각하는 게 사실이라면 너한테 그게 무슨 문젠데, 그레인저?”
“맙소사… 정말이에요?! 해리, 너 스네이프 교수님과 진짜야…?!!”
자신의 오랜 친구가 난데없이 학창시절에 제일 싫어했던 교수와 설마 싶은 그런 관계가 돼서 돌아왔는데 놀라지 않을 친구가 세상 어디 있을까! 게다가 스네이프는…… 스네이프는 해리 엄마의 친구셨는데! 해리도 물론 그걸 잘 알고, 마법세계에는 이미 다 알려진 이야기였다. 아름답고 헌신적인 사랑이야기라고 동화로 후세에 각색 될지도 몰랐다. 그런데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첫사랑의 아들과……!
“세상에. 믿기지 않아!”
헤르미온느는 입을 틀어 막았다. 이거 진짜 환상적으로 영화 같은 설정 아니야?
“너 정말 미쳤다, 해리! 둘이 사귄 지 얼마나 됐어요? 먼저 좋아한 것도 고백도 당연히 해리 너였겠지? 스네이프 교수님은 언제 해리에 대한 감정을 자각했나요? 맙소사 멀린, 정말! 교수님이 해리를 받아주시다니, 옛날 모습이 전 아직 생생해서 상상도 안돼요.”
해리는 이제 헤르미온느가 아닌 스네이프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헤르미온느가 말이 많다는 사실과 스네이프의 분노 발화점이 낮다는 사실은 별로 좋은 사실 관계가 아니었다.
스네이프는 두 손을 모으고 열렬한 시선을 보내는 헤르미온느를 뚫어져라 보았다. 그녀는 이제 발표차 손을 들었으나 제게 무시 당해 눈물을 글썽이던 저학년의 그리핀도르가 아니었다. 못된 심보를 부려봐야 통할 상대도 더이상 아니고, 스네이프 스스로도 별로 그럴 마음도 생기지 않았다. 진짜로 죽었다 다시 태어나 새 사람이 된 것도 아니었는데. 해리나 헤르미온느가 자신을 전에 없는 눈빛으로 보던 것처럼, 자신도 시선이 달라졌을 수는 있겠지.
“둘 다 이런 장난은 절대로 안 칠 거라는 걸 알지만, 여전히 현실 감각이 없네요! 그래서 더 진짜겠지만, 물론, 해리나 교수님이 서로 사랑한다는 장난을 제게 굳이 왜 치겠어요?”
“맞아, 헤르미온느. 예전같으면 우리가 더 발끈할 농담이잖아. 그렇죠, 세베루스?”
“헙, 해리 너 이제 교수님의 이름을 막 부르는 구나! 정말이었어!”
“그럼 정말이지! 그리고 난 세베루스랑 결혼 할 거─”
스네이프가 구둣발로 해리의 발등을 콱 내리찍었다. 그러나 이미 헤르미온느는 결혼이란 단어를 들은 뒤였다. 이 놀라운 소식에 헤르미온느는 완전히 넋이 나가고 말았다. 해리는 발등을 붙잡고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스네이프는 혼자 태연을 가장하며 팔짱을 바투 꼈다.
“결혼?! 언제?!”
“세베루스! 진짜 아프잖아요! 허윽, 아, 아직 안 정해졌어, 헤르미온느. 일주일 전에 내가 청혼을 했거든.”
“청혼? 와! 해리 너 정말…! ……근데 둘 다 반지도 없는데?”
청혼이라는 해리의 폭탄선언에 눈을 빛내던 열아홉 살 소녀 헤르미온느는, 문득 두 사람의 손가락이 모두 허전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해리는 아, 민망함에 입을 달싹거렸다. 지금 생각해도 일상적으로 대화하다가 튀어나온 프러포즈는 허접하기가 말할 수 없었다.
“반지가 없어서 못 믿겠다는 건가?”
스네이프가 피식 비웃었다. 그런 것에 돈을 쓰느니 귀한 마법약 재료를 박스째 구입하는 게 이득일 터였다. 소장하고 싶은 서책을 더 주문해도 좋을 테고. 하지만 머글태생의 소녀는 머글이 혼인할 때 필요한 반지부터 눈에 들어오는 모양이었다. 해리 역시 머글들과 자라서인지 지니를 생각하며 루비 반지를 준비했었던 걸 스네이프는 잊지 않고 있었다. 사실, 그걸 자신이 어떻게 잊겠는가? 그것 때문에 해리와 싸운 걸 생각하면, 오히려 반지 따위는 스네이프가 절대로 갖기 싫은 물건이었다.
“증명하면 되는 거겠지?”
“세베루스?”
스네이프는 잠깐 생각했다가, 금방 끝나는 걸 하기로 결정했다. 스네이프에게 중요한 건 헤르미온느가 저희들의 관계를 인정해주는 게 아니었다. 그저 해리와의 관계를 해리의 친구에게 확실히 낙인 찍어버리고 빨리 해치우는 것이 중요했다.
스네이프가 해리의 정복 옷깃을 잡아 제게 끌어 당겼다. 헤르미온느는 어머, 짧은 감탄사와 함께 한 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녀의 초롱초롱한 눈빛은 마치 전과목 O(특출함)가 적힌 성적표를 보는 듯했다. 해리는 설마 하는 눈으로 자신의 내성적인 연인을 ─곧 수정이 필요한 타이틀일 것 같은─ 바라보았다.
마른 책 냄새가 났다. 해리는 입술이 닿자마자 스네이프의 얼굴을 양 손으로 감싸고 고개를 꺾었다. 옷깃을 잡은 스네이프의 손에 힘이 풀리는 게 느껴졌다. 부드럽고 강하게 서로의 혀를 빨자 질척한 소리가 났다. 물기 섞인 소리가 조용한 교실을 울렸다. 헤르미온느는 살짝 얼굴을 붉히며 얼굴을 옆으로 돌렸다. 그러나 호기심을 못 이긴 그리핀도르의 눈은 여전히 곁눈질로 그들을 훔쳐 보고 있었다. 해리와 스네이프 교수의 연애 행각은 생각도 못했던 것인데, 그들의 접촉은 생각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다정했다.
쪽,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해리의 눈이 스네이프의 눈과 시선을 맞추며 휘어져 웃었다. 스네이프를 바라보는 해리의 눈빛엔 사랑과 따듯함이 가득했다. 역시 세베루스 스네이프는, 자신이 아는 가장 용기 있는 슬리데린임에 틀림 없다.
벽난로에서 막 나온 스네이프가 로브를 털었다. 떨어진 재는 지팡이를 휘둘러 치우니 바닥이 여전히 반짝거렸다. 먼저 도착한 해리는 벌써 옷걸이에 로브를 걸고 정복의 단추를 풀고 있었다. 풀어진 정복 재킷 안으로 보이는 흰 셔츠로 해리의 근육질 몸태가 드러났다. 스네이프는 로브를 옷걸이에 걸며 해리를 바라보았다.
“크리처는 안 만나 봤네요?”
“사감 일이 어떻게 될 지 결정 되고 만나는 게 낫겠지.”
“근데 기숙사 사감이 꼭 있어야 돼요? 똑똑한 슬리데린들이 알아서 잘 하겠죠.”
스네이프는 이렇게 뻔뻔한 그리핀도르는 처음 본다는 눈으로 해리를 봤다. 해리 포터가 슬리데린을 포장하는 너스레를 떨다니. 그렇게도 저랑 떨어지기가 싫은 건지. 스네이프는 솔직하게, 기분이 좋았다. 해리가 이렇게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감정을 티 내주는 게 좋았다. 그리고 지금 이 곳은 해리와 둘 뿐인 해리의 집이었다. 스네이프 또한 솔직해져도 되는 공간이었다.
사실, 스네이프는 헤르미온느 그레인저의 앞에서 키스했을 때부터 살짝 흥분 된 상태였다. 누군가가 보고 있는 상태에서 해리와의 관계를 보여주는 스킨쉽은 생전 해본 적 없던 경험이었다. 해리는 친구의 앞에서도 생각보다 더 몰입해서 진득한 키스를 했다. 헤르미온느가 뭐라하기 전에 스네이프가 밀어내서 그만 둔거였지, 아니었음 교실에서 끝까지 가려고 했을지도 몰랐다. 부끄러움도 없는 놈 같으니.
해리가 욕실의 전등 스위치를 켰다. 그리고 옆에 다가 선 스네이프에 고개를 들었다.
“아, 세베루스. 먼저 씻고 싶어요?”
셔츠 단추를 배꼽 밑까지 푼 해리가 슬쩍 뒤로 물러섰다. 스네이프의 표정이 미묘해 보였다. 해리가 갸웃거리며 대답을 기다렸다. 왜 저러지?
“포터, 넌… 친구 앞에서 그래놓고 아무렇지도 않나?”
“네? 아. 론이랑 헤르미온느도 제 앞에서 많이 하는데. 걔네 거의 키스중독이에요.”
스네이프는 불시에 별로 궁금하지 않았던 정보를 얻게 되자, 인상을 팍 찡그렸다. 해리가 하하핫 웃었다. 그게 신경쓰였던 거예요? 시작은 세베루스가 먼저 해놓고? 해리가 싱글거리면서 셔츠를 마저 벗었다. 스네이프는 바닥으로 떨어지는 옷가지를 힐끗 보다, 탄탄한 해리의 벗은 상체에 시선이 고정됐다. 아까보다 훨씬 흥분되었다. 스네이프는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거의 모든 섹스가 해리의 들이댐으로 시작됐는데, 오늘은 스네이프가 먼저 달아올라 버렸다.
해리의 등 뒤에 선 스네이프가 목덜미에 이마를 묻었다. 답지 않게 먼저 부벼오는 스네이프에 해리가 웃으며 세베루스? 작게 속삭였다. 뒤쪽으로 손을 뻗은 해리는 스네이프의 다리 사이를 더듬었다. 짐작한 대로 스네이프의 것이 살짝 서 있었다. 아, 정말 귀여워, 해리는 생각하며 고개를 틀어서 입술을 찾았다. 금방 입술과 혀를 맞춰 오는 스네이프가 너무 귀여웠다.
“같이 씻을까요?”
“…응.”
스네이프의 얼굴이 살짝 붉었다. 해리는 그의 입술 주변에 묻은 침을 다시 핥으며 짧은 키스를 한 번 더 했다. 스네이프가 옷을 벗는 동안, 해리는 얼른 바지와 속옷을 내리고 욕실로 들어섰다.
스피너즈 엔드에는 없지만 해리의 집에는 큰 욕조가 있었다. 해리는 물을 틀고 욕실 전체에 보온마법을 약하게 걸었다. 마법이 걸린 욕조엔 금방 물이 가득 찼다. 옷을 다 벗은 스네이프가 들어와 물에 손을 살짝 담갔다. 온도가 괜찮냐는 해리의 물음에 스네이프는 끄덕이고 물 속에 앉았다. 해리는 스네이프의 이마에 가볍게 뽀뽀하며 등 뒤에 앉았다. 따스한 물에 피로가 용해되었다.
오늘도 어제에 이어 하루종일 바빴다. 현실로 돌아오자 마자 할 일이 쏟아져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직장에서는 위즌가모트가 지켜보는 가운데 타임터너와 펜시브 기억 조사가 있었다. 남들 앞에서 스네이프와 저만의 시간을 공유하려니 부끄러운 장면은 없었어도 괜히 신경쓰였다. 퇴근하자 마자 지니를 만나는 일도 상당한 심리적 부담이었다. 그나마 지니가 이별을 흔쾌히 받아줘서 다행이었다.
해리가 스네이프의 배를 끌어안았다. 마른 몸이 부드럽게 안겨왔다. 해리가 제 목덜미를 쪽쪽거리자 스네이프가 피식 웃었다. 세베루스, 사랑해요. 귓가에 해리의 맑은 목소리가 닿였다. 스네이프는 해리의 가슴팍에 더 붙어 앉아서 제 것을 손으로 감쌌다. 해리가 계속해서 사랑한다고 속삭였다. 그 목소리를 들으며 스네이프가 손을 움직이자 해리도 손을 겹쳐 잡고 움직임을 도왔다.
“으응… 하아… 해리….”
“세베루스… 흥분했구나? 해리라고 불러주고.”
해리의 다정한 목소리가 스네이프를 취하게 했다. 어떻게 이 정도로 따듯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지 스네이프는 궁금할 정도였다. 피곤할 텐데도 해리는 정성을 다해 스네이프의 사정을 도왔다. 스네이프가 해리의 입술을 찾았고 정신없이 혀가 섞였다. 으응, 흐응…! 입술을 맞붙인 채로 스네이프가 신음을 흘려댔다. 해리는 팔에 더 속도를 올리고 귀두 부근을 엄지로 쓸어주었다. 일찍부터 달아올라 있던 몸이라 금방 사정감이 들었다. 힉, 순간 스네이프의 몸이 움츠러 들었다. 물에 정액이 섞여 들었고, 스네이프는 힘이 빠져 해리의 품으로 늘어졌다. 기분 좋다, 스네이프는 멍하니 생각하면서 해리가 지팡이로 정액을 없애는 걸 바라 보았다.
“세베루스는 혹시 남한테 보여지는 것에 흥분하는 타입?”
“…매를 버는 군, 포터.”
흐흣, 웃은 해리가 스네이프를 다시 뒤에서 꽉 안았다. 말은 그렇게 했어도, 때릴 기운이 안 나 스네이프는 가만히 안겨 있었다.
“절대 안 보여줄 거예요. 예쁜 모습은 나만 다 볼 건데?”
“그 놈의, 예쁘다는 말 좀.”
“어쩔건데요? 당신 애인이 당신 좀 예뻐한다는데. 세베루스 근데 진짜 너무 예뻐요…… 너무너무…….”
해리의 목소리에 어느새 잠이 어려 있었다. 스네이프는 대충 거품을 일으켜 제 몸에 묻혔다. 그리고 뒤를 돌아, 해리와 마주 보고 허벅지 위에 엉덩이를 붙여 앉았다. 서비스가 훌륭한데요, 세베루스? 해리는 퍽 여유롭게 웃었지만, 어느새 잠이 달아난 것 같은 눈빛이었다. 스네이프는 거품 묻은 몸을 해리에게 안겨 비비면서 녹색눈과 시선을 맞추었다.
“네가 피곤해 보여서 대신 씻겨주는 것 뿐이다, 포터.”
“아, 맞아요, 맞아요. 저 진~ 짜 피곤해요, 세베루스. 근데 당신이 엄청 야해서 잠이 확 깨네.”
“그럼 혼자 씻게 놔둘까?”
흥, 비웃으며 스네이프가 엉덩이를 떼려 했다. 해리는 황급히 스네이프의 엉덩이를 양손으로 잡아 그가 벗어나는 걸 막았다. 어딜. 해리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미끈한 거품이 밑으로 들어가 스네이프의 엉덩이가 미끌거렸다.
“이렇게 야한 와이프를 그냥 두고 자는 건 남편 된 도리가 아니겠죠? 세베루스.”
“말만 많은 건 별론데.”
“하하. 좋아요, 말이 안 나오게 해줄게요.”
오늘 밤처럼 당신이 먼저 도발하는 것도 드문 일이니까. 해리의 손가락이 좁은 구멍을 찾아 들었고, 스네이프는 해리의 입술을 다시 찾아 들었다. 이내, 욕조 밖으로 물이 한 차례 크게 넘쳐 타일을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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