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조지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새 상자를 뜯었다. 선반에 착착 올라가는 개구리 초콜릿들을 보다가 약간 출출해 하나를 집었다. 입에 초콜릿을 물고 카드를 꺼내는 순간, 짜증스럽게 저를 노려 보고 있는 스네이프가 보였다. 세베루스 스네이프 카드는 볼 때마다 이 표정밖에 짓지를 않았다. 해리를 볼 땐 좀 다를까? 오독오독 초콜릿을 씹으며 조지가 카드의 뒷면이 보이게 돌렸다.

[세베루스 스네이프, 최연소 포션 마스터이자 전 호그와트 교장, 전쟁 영웅. 1998년 호그와트 전투에서 해리 포터에게 전투의 승리를 이끌 기억을 건네주었다. 해리 포터의 어머니 릴리 포터를 사랑하여, 릴리 포터 사후 해리 포터의 생명을 지키는 헌신적인 삶을 살았다. 몇 가지 마법주문을 발명 했고 취미는 독서였다.]

스네이프가 이 카드의 존재를 아직까지 모르는 게 다행이었다. 이 설명들을 읽고 개구리 초콜릿 회사에 불을 지르진 않을까 염려스러울 정도였다.

딸랑, 문에 달린 종에서 맑은 소리가 들렸다. 아직 오픈 전이라고 걸어 놨는데, 어떤 급한 어린 손님이신가? 조지는 바닥부터 시선을 두다가, 성인 남성의 두 다리가 보여 당황했다. 그대로 시선을 쭉 올린 끝에, 조지는 반가워하며 문 쪽으로 다가갔다.

“스네이프 교수님!”

스네이프는 고개를 끄덕이고, 삐딱하게 서서 어수선한 가게 내부를 둘러 보았다. 오픈 전이어서 여기저기 뜯지 않은 상자가 널려 있었고, 조명도 어두웠다. 스네이프는 대충 빈 선반에 제 품에서 꺼낸 상자를 올려 놓았다. 축소 마법을 건 상자에 복원 마법을 걸자, 상자는 원래의 크기로 커졌다. 조지가 다가와 얼른 뜯어보았다. 상자에는 크리스탈 약병들에 넣어진 사랑의 묘약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브라보! 오늘부터 위즐리 형제의 장난감 가게 최고 인기 아이템이 될 물건이 드디어 들어왔네요.”
“돈이나 줘.”

시큰둥하게 제 물약들에서 시선을 뗀 스네이프가 손을 내밀었다. 교수였던 스네이프가 사채업자처럼 돈을 내놓으라 하는 게 웃겨서 조지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물론, 스네이프는 멀린의 턱수염이라도 씹은 것처럼 표정을 구겼다.

“저번 물약 값보다 세 배를 넣었어요.”
“대체 값을 얼마나 뻥튀기 해서 팔건지는 모르겠지만, 장삿속이 혐오스럽군, 조지 위즐리.”
“최연소 포션 마스터에 걸맞는 약값을 받을 거니까요. 그리고 그렇게 비싸도 제일 잘 나갈 거예요.”

정말 한심한 상품에, 한심한 가게 사장이었다. 스네이프는 갈레온이 가득 든 주머니를 받고 로브의 속주머니에 넣었다. 그것은 꽤나 묵직해서 로브의 한 쪽이 늘어져 내려왔다.

“받은 돈으로 뭐 사고 싶은 게 있으세요? 돈은 안 밝히실 것 같은 분이.”
“그냥… 포터의 생일이 다가오기도 하고.”
“아하, 해리 생일 선물.”

조지가 끄덕이며 지팡이를 휘둘러 병마다 라벨을 붙였다. ‘~최연소 포션 마스터~ ♡세베루스 스네이프 특제!! 아모텐시아♡’가 적힌 핑크와 보라색 라벨은 역겨움을 동반했다. 심지어 제 이름 옆에 하트가 뾰로롱 소리를 낼 듯이 생성 되고 있었다. 스네이프는 인상을 사정없이 구겼지만 조지는 흔들림이 없었다. 돈을 받고 제 품을 떠난 물건이니, 뭐라 해봤자 결국 소용 없을 것이었다. 스네이프가 고개를 저었다. 가겠다며 등을 돌렸다.

“해리는 요새 뭐해요?”

문을 열려고 팔을 뻗던 스네이프가 잠시 멈춰, 조지를 돌아보았다.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수 준비.”
“오러 그만두고 공부 삼매경이라니, 해리 걔도 어지간하다니까요. 난 이미 머리가 굳었는데.”
“학생일 땐 안 굳어 있었던 것처럼 말하는군, 조지 위즐리.”
“지금보다는 덜 굳은 코딱지처럼 몰랑했었죠.”

질색한 스네이프가 로브를 털며 문을 열었다. 조지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다음에는 해리랑 같이 오세요! 스네이프는 흥, 콧방귀를 뀌었다. 그리고 맞은편의 플러리쉬 앤 블러트에 들렀다. 서점에 간 이유는 하나였다. 자신이 추천할 만한 어둠의 마법 방어술 관련 도서를 찾아 해리에게 주기 위해서였다. 이른 시간이라 손님도 없어, 스네이프는 여유롭게 서점을 둘러볼 수 있었다. 제가 읽을 ‘새롭게 발견 된 약초와 기존 약초의 새로운 이점들’이라는 굉장히 흥미로운 신간까지 구매하고, 스네이프는 모처럼 기분 좋게 거리로 나왔다. 그리고 곧바로 그린고트로 향했다.

오랜만에 들른 제 금고는 폴리주스를 마신 해리가 야금야금 꺼내가서 꽤 비어 있었다. 일은 안 하고, 계속 머글 돈으로 환전해서 금고를 축냈더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스네이프는 쓸 만큼을 빼두고 금고에 갈레온을 쌓고 나왔다. 그리고 그린고트를 나서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스네이프는 은행 내에서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다. 백금발에 회색의 눈동자, 이전보다 약간 더 키가 크고, 살이 조금 빠진 드레이코 말포이였다.

이른 시각이라 다니는 사람도 몇 없는 다이애건 앨리였다. 드레이코는 일부러 조용한 시간을 노린 것 같았다. 그래서 일부러 이 시간에 방문한 것이 무색하게, 아는 얼굴을 마주치자 드레이코는 눈에 띄게 당황했다. 그러나 분명히 스네이프를 보는 눈에는 반가움이 살며시 어려 있었다. 스네이프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잠깐 얘기를 나누자고 말했다. 드레이코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말포이 저택은 오랜만이었다. 여전히 공작새가 뒤뚱거리며 고아한 걸음을 걷고 있는 정원은 여름이 다가와 푸릇푸릇 했다. 볼드모트와 데스 이터들의 집합소로 전락했던 저택은 이제 제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아름답게 빛이 났다. 스네이프는 응접실에서 집요정이 내주는 홍차를 받아 마셨다. 루시우스와 나르시사는 프랑스에 사업차 가서 장기간 여행도 즐기고 돌아온다고 했다. 드레이코는 전쟁 이후 거의 집에만 박혀 살았다고 쓰게 웃으며 말했다.

“교수님이 살아 돌아오셨다는 기사를 봤을 땐 놀랐어요.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뭐, 연달아 나온 포터와의 기사는…… 정말 깜짝 놀랐지만요.”

어색하게 웃은 드레이코가 멋쩍은지 뺨을 긁었다. 스네이프는 팔걸이에 팔꿈치를 얹고, 다리를 꼰 자세로 드레이코를 바라보았다.

“정말인가요? 교수님. 포터랑…… 음, 만나신다는 거요.”

어쩌다 그런 제정신이 아닌 짓을 하게 되신 거냐고, 그렇게 묻는 듯한 드레이코의 눈은 차라리 측은함에 가까웠다. 스네이프는 입꼬리를 비뚜름히 올려 웃고, 차를 홀짝였다. 확실히 비싼 차는 맛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단조롭고 무미건조한 톤에 드레이코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대체 둘이 어떻게 연인이라는 건지, 아직도 마음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말이었다. 스네이프는 캐묻는다고 제대로 대답할 교수가 아니었다.

“일은 하지 않고 있나?”
“저야 뭐…… 말포이 가의 부동산이 전부 제 것이 될 테니까. 지금도 몇 군데는 증여받아서 먹고 살 걱정도 없고, 제가 데스 이터였으니까…… 그리고 막대한 보석금으로 풀려 났으니까……. 사회적인 시선도 안 좋고 해서요.”

드레이코의 경우엔 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이라고 할 수만은 없었다. 제 아버지가 데스 이터였고, 그 아버지인 루시우스가 예언을 가져오는 것에 처참히 실패한 보복을 볼드모트에게 당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볼드모트는 어둠의 세계가 얼마나 무서운지 아무것도 모르는 열여섯 살을 꾀어내었다. 제 발로 볼드모트의 밑에 들어간 열여덟 살의 세베루스 스네이프와 드레이코 말포이는 달랐다. 그래서 스네이프는 그를 어리석게 여기면서도, 약간은 안타까워 했다. 이렇게 되지 않았을 수도 있는 소년이었으니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지낼 거라면 학교는 왜 나왔지?”
“교수님…… 그건,”
“난 네가 마법약에 소질이 있는 걸 안다, 드레이코.”
“……! 교수님….”
“그 네빌 롱바텀조차 자신의 적성을 찾아 정진하고 있는데, 슬리데린의 수재였던 놈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지내고 있다니, 오랜 슬리데린의 사감으로서 기분이 나쁘군. 넌 대체 무엇때문에 헤르미온느 그레인저와 경쟁한 거냐? 그녀가 단지 머글태생인데도 너보다 공부를 잘하는 게 열 받았었나? 우스운 학습동기군, 드레이코. 아, 퀴디치도 정말 좋아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팀에 빗자루도 전부 사서 나눌 정도로 애정 있었지 않나? 아니면 단지 포터랑은 원래 사이가 안 좋았어서 퀴디치에서도 경쟁했었던 건가?”

드레이코는 주먹을 쥔 채 파르르 몸을 떨었다. 신랄한 비난은 오히려, 드레이코를 알아주고 있던 은사의 직선의 시선을 알게 했다.

드레이코는 O.W.L에서 마법약 O(최고점수;특출함)를 받았다. 슬러그혼은 스네이프와 달리 N.E.W.T를 준비하는 수업에 O.W.L에서 E(기대이상)를 받은 학생도 받아주었다. 때문에 해리와 론 같은 덜떨어진 자식들도 마법약 수업에 들어와 제 뛰어난 재능이 묻혔지만, 어쨌든 그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막상 슬러그혼의 수업에선 사실 형편없는 모습만 보이기도 했었다. 6학년 당시의 자신은 덤블도어를 살해하라는 어둠의 주인의 명령에 정신도, 육체도 미쳐있었기 때문이었다.

“스네이프 교수님….”
“…….”
“오늘 이렇게 우연히 만났지만, 저와 대화를 나눠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로선 정말 오랜만에 사람을 만나 대화한 것 같습니다…….”

드레이코의 회색 눈이 빠르게 깜박깜박거렸다. 기본적인 성정이 원래 나약한 녀석이었다. 그러나 우는 모습까지 티내고 싶진 않을 것이었다. 스네이프는 못 본 척, 무심한 눈으로 일어섰다. 잠깐의 대화를 나누는 게 목적이었으므로 이 정도면 됐다 싶었다.

“앞으로도 연락하고 싶다면 편지를 보내라, 드레이코.”

자신의 슬리데린의 애제자에게 기꺼이 그 정도는 허락할 수 있는 스네이프였다. 드레이코는 허리를 꾸벅 숙이고, 전보다 어른스러워진 얼굴로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조심히 들어가세요.”
“그래, 포터가 늦어진다고 걱정하고 있을테니까.”

아, 그 말을 꼭, 굳이 덧붙이셔야 했을까요? 드레이코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지 몰랐다. 스네이프는 그 얼굴을 만족스럽게 비웃으며 말포이 저택의 벽난로에 플루를 뿌렸다.


해리는 제 손목시계를 벌써 여러 번 들여다 봤다. 사람들 시선을 피해 이른 시각, 조지가 가게를 열기 전에 빠르게 돌아올 거라던 스네이프가 두 시간 가까이 증발 상태였다. 서점에서 시간을 꽤 오래 보냈을 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었다. 혹여나 다이애건 앨리에서 어떤 시정잡배에 걸려 시비를 털리고 있을까 걱정이었다. 오러 일을 했어서 드는 쓸데없는 걱정이라고만 치부하기엔, 전 데스 이터였던 그의 경력이 걸렸다. 게다가 저라는 유명인과 만나고 있어서 얼굴도 꽤 알려져 있었다. 스네이프가 한 두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고, 강력한 마법사라는 걸 알면서도 어린 신랑은 제 사랑스런 부인이 걱정이었다.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았다. 해리는 초조하게 또 다시 시계를 들여다 보았다. 거실 벽난로에서 부시럭대는 소리에 해리가 벌떡 일어나 문을 열었다. 세베루스! 무심한 표정으로 저를 돌아보는 사람은 역시 제 연인이 맞았다. 스네이프는 헛웃음을 흘렸다. 저 분리불안 똥강아지가 저 없다고 계속 좌불안석이었던 게 눈에 보였다. 스네이프는 다가온 해리의 품에 안겨서 등을 살짝 토닥였다.

“늦었잖아요…….”

칭얼거리는 청년의 목소리에 스네이프는 한숨을 뱉었다. 고작 두 시간은 지났던가?

“그린고트에 들렸을 때 아는 얼굴을 만나서. 잠깐 대화했다.”
“네? 누구요?”

해리는 경계하는 사냥개처럼 바짝 긴장했다. 좁혀진 미간과 짙은 눈썹을 보다가 스네이프는 고개를 저었다. 해리의 질투심을 뼈저리게 알고 있어서, 스네이프는 굳이 드레이코의 이름을 밝히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름을 밝히지 않았을 때의 추궁과 경계를 감당하기도 싫었다.

“드레이코.”
“드레이코 말포이요……?”

전혀 뜻밖의 이름에 해리의 얼굴이 험악해졌다. 그 아인 그냥 내 제자라고, 포터. 그러나 그 소리가 해리에게 씨알이나 먹힐지 모르겠다. 그저 제자를 만나고 대화했다는 대답에 이렇게 얼굴이 굳으면서, 저를 호그와트 교수로 보낼 생각은 어떻게 한 것인지. 물론, 드레이코와 해리의 관계는 저와 제임스의 관계와 비슷했다. 그러니 그냥 그 이름 자체가 불쾌한 걸수도 있었다.

스네이프가 해리의 입술에 입맞췄다. 굳어서 거의 노려보는 듯한 인상이던 해리의 눈이 동그랗게 풀렸다. 스네이프는 그 눈을 지켜보면서, 해리의 뺨을 손으로 감쌌다. 금세 정신을 차린 해리가 집중해서 스네이프의 입 안을 혀로 훑었다. 으응, 스네이프의 앓는 소리에 해리가 키스하며 입꼬리를 올렸다. 쪽, 소릴 내고 떨어진 해리는 어느새 눈매가 풀려 있었다.

“무슨 얘길 했는데요? 말포이랑.”
“그냥, 요즘 뭐 하고 지내냐고 물었지. 내가 가르친 제자 놈이 아무 것도 안 하고 지낸다니 한심스러워서 조언도 해주고.”
“걘 아무 것도 안 해도 돈이 썩어나잖아요.”
“지금 네 재산이 말포이 가와 비등한 걸로 아는데, 포터?”

그 포터 가문에 그 블랙 가문의 재산이 전부 해리 포터의 것이었는데, 뻔뻔하긴. 물론 해리는 아이일 적 오랜 시간, 동전 몇 닢도 가져보기 힘들었던 시기를 길게 보내서 제 재산을 낯설어 했다.

“아……. 음, 뭐…. 부자 남편 얻어서 좋으시겠네요, 부인.”

해리는 멋쩍어서 아무 소리나 지껄였다. 스네이프는 눈썹을 올렸다가 내리며, 긍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결혼하면 나도 포터가 되는 거니 네 재산은 다 내 것이지. 더 착실히 부를 쌓아놔라, 포터.”

‘트로피 남편’ 해리 포터 타이틀에 대한 생각은, 슬리데린 기질의 스네이프에게는 진심이었다. 해리는 기가 막힌 웃음을 흘리다가 스네이프를 뒤에서 꼭 껴안았다. 네, 세베루스 포터 부인. 그 말에는 스네이프도 살짝 얼굴이 붉어졌다. 쪽, 하고 이마 옆에 내려앉는 입술에는 입꼬리가 올라갔다.


스네이프는 벽에 걸린 달력을 쳐다보았다. 벌써 6월 중순이 넘어갔다. 그동안 암사슴의 생식기관─ 자궁, 난소, 질, 젖샘 같은 걸 제 신체에 적용하려는 마법실험은 계속 하고 있었지만, 역시 허무맹랑한 소리로 보일 만큼 그건 불가능해보였다. 그렇지만 생명도 없는 물건에 사람의 영혼을 부착시키는 마법도 있는데, 제 몸에 생명을 만드는 마법이 불가능하리란 법도 없었다. 스네이프는 자신이 처음 떠올린 생각을 믿기로 했다. 그래서 해리는 요즘 매일같이 제 집을 돌아다니는 암사슴을 바라보는 날들을 보냈다.

“저도 수사슴이 되고 싶어져요.”

카펫 위에 앉은 암사슴의 머리를 쓸어주면서 해리가 말했다. 스네이프는 암사슴의 몸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라며 변신 모습을 꽤 오래 지속했다. 그렇다 보니, 사람인 해리와 동물인 스네이프의 소통이 어려운 건 당연했다. 해리는 오러 일 탓에 저도 같이 맥고나걸의 애니마구스 수업을 받지 못한 게 억울했다.

“세브, 계속 그 모습으로 있을 거예요? 나 혼자 떠들게 둘 거냐고요.”
“…….”
“아, 네. ‘암사슴 몸의 이해.’ 중요하죠, 물론. 임신하기 위해서니까.”

알면서도 해리는 다소 빈정거리는 어투로 말했다. 일을 그만 두면, 전보다 더 살 맞대는 일이 늘 줄 알았다. 실상은 오히려 그 반대였다. 스네이프는 긴 시간 암사슴의 모습을 했고, 사람 모습으로 돌아와서도 관계까지 가는 건 막아섰다. 발기를 하거나 뒷쪽의 구멍을 쓰면 자꾸 자신의 남성의 신체를 의식하게 된다는 거였다. 꽤 설득력 있는 주장이었지만, 해리는 결국 홀아비처럼 쓸쓸해졌다.

그러니까…… 둘은 지금 섹스를 안 한지 2주가 넘었다.

해리도 할 일은 있었다. 교수 준비를 하느라 구입한 서적과 교과서를 처음부터 훑으면서 정리했고, 학년 별 수준에 따라 분류도 했다. 루핀과의 수업을 떠올리면서 적절한 마법 생물들도 생각해놓고, 그것들을 구할 방법들도 여기저기에 자문을 구했다. 강의에 대한 준비는 생각보다도 더 많이, 해도해도 부족한 일이었다. 스네이프는 22살에 교수가 어찌 되었을까.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나 자신이나 해당 과목에 대해선 가장 특출난 자인데도, 해리는 강의 준비가 버겁게 느껴졌다.

22살의 스네이프라. 해리는 책에서 그라인 딜로우를 읽다가 멍하니 또 스네이프 생각에 빠져들었다. 오른손으로는 암사슴의 털결을 더듬으면서, 제 첫사랑이 죽은 상황에 교수로서의 일을 준비해야 했던 가여운 청년을 생각했다. 정말 덤블도어는 피도 눈물도 없나. 죽지 못해 살아있는 그에게 저를 지켜야 되니 살아있으라고 협박한 거나 다름없었다. 그런 사람의 이름을 제 아들에게 붙이려는 건, 혼 낼 때 제대로 화를 내려는 의도도 있는 것 같았다. 해리는 웃으면서 암사슴의 정수리에 뽀뽀 했다.

스네이프는 암사슴의 모습으로 생각했다. 지금 자신이 계속 마법에 실패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는지를. 동물로 변하는 감각을 익혔으니, 그 동물의 신체 기관만 따내오는 방법도 충분히 익힐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간절함이 부족한가? 관계만 금지하고 있을 뿐, 신체적인 접촉─ 스킨쉽은 그대로였다. 사실 스네이프는 그 정도로도 충분히 만족을 느꼈고 행복했다. 아이에 대한 간절함은 애초 해리가 시작이었다. 스네이프는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든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해리가 원하니까 기꺼이 방법만 찾으면 해주고 싶단 생각이 들었지만…….

아니야, 나도 우리 아이를 갖고 싶다. 암사슴의 모습을 한 스네이프는 눈을 질끈 감고 각오를 되새겼다. 해리와 똑같이 생긴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그 필연적인 사랑의 관계가 궁금했다. 스네이프도 겪지 못한 일이었다. 그래서 두려웠다. 좋은 부모라는 걸 알지 못했다. 게다가 자신은 좋은 인생 역시 살아본 적도 없었다. 단지, 해리 포터의 옆에서라면 불가능도 가능할 것처럼 느껴졌다. 그 영웅이 세베루스 스네이프를 다정하게 제 삶의 곁으로 이끈 것처럼.

“아, 드디어 돌아왔네요.”
“잠깐, 포터. 내 말을 들어 봐.”

스네이프가 변신을 풀고 사람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해리는 포옹을 하려 했으나, 저지하는 스네이프에 동그랗게 눈을 뜨고 보았다.

“무슨 일인데요…?”

해리의 맑은 시선에 스네이프는 잠시 머뭇거렸다. 그렇지만 이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으니까.

“신체 접촉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네? 왜…… 이것도 그…… 마법에 도움 될까 싶어서 생각한 건가요? 세베루스.”
“……그래.”
“왜요? 접촉만 하는 건데, 그 정도론 발기도 안 될 것 아니예요.”

억울하다는 투로 해리가 입을 내밀었다. 스네이프는 어쩐지 해리의 눈과 마주칠 수가 없었다. 제 연인을 너무 괴롭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해리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걸 위해 제가 떠올린 나름의 방안이었다.

“포터, 간단한 접촉만으로도, 난 충분히 만족감을 느낀다. 그래서 임신을 하려는 노력이 덜 간절한 것 같기도 해.”
“덜 간절하다뇨….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는 걸 제가 다 봤는데…….”

해리가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제 스킨쉽이 아무리 간단해도 만족을 느낀다는 스네이프의 말이 기쁘기도 했고, 이것도 스네이프의 노력의 일환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제가 좀 힘들면 어떤가, 스네이프는 더한 고생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더 그럴 텐데.

결국 해리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시간은 또 쏜살같이 지나갔다. 모처럼 스네이프가 사람의 모습으로 서재에 있었다. 그는 책상 앞에 앉아 있었고, 그의 뒤로는 벌써 다 팔렸다는 사랑의 묘약 재발주 주문에 새롭게 끓고 있는 솥이 보였다. 아직 7월도 되지 않았는데, 제 묘약이 폭발적인 인기라는 말은 사실인듯 했다. 시험을 끝마친 졸업반 학생들의 주문이 많았다는 조지의 설명을 떠올리다가, 스네이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스네이프의 책상 한편에는, 끈에 묶인 편지 뭉치가 놓여 있었다. 드레이코가 여태껏 보낸 편지들이었다. 드레이코는 최근, 신종 마법약 개발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었다. 그에게는 넘쳐나는 자본과 시간이 있었다.

어둠의 저주 마법은 치료하기 힘든 상처들을 남겼다. 드레이코 본인에게도 해리가 날린 섹튬셈프라에 입은 절상이 있었다. 스네이프가 저주의 반대주문을 즉시 읊어 깊게 남지는 않았지만, 저주 주문은 드레이코의 몸에 보이는 흔적을 남겼다. 드레이코는 바로 그 저주 마법에 입은 상처를, 감화시키는 치료약을 개발하겠다는 각오를 제 교수에게 말했다. 개발에 성공하고 상용화가 된다면, 전쟁 중에 저주 주문에 피해 입은 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드레이코 말포이의 이미지 회복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약이었다. 물론, 굉장히 쉽지 않은 시도였다. 드레이코는 약재의 조합에 대해 스네이프에게 수시로 자문을 구했다. 실험대상은 자신의 몸이라는 걸, 스네이프는 드레이코가 한 번 말하지 않았어도 알고 있었다.

해리는 드레이코와 자신이 편지를 나눈다는 사실을 몰랐다. 알았다간……. 스네이프는 한숨을 쉬었다. 드레이코의 몸에 또 한 번 치료하기 힘든 저주를 날리는 해리가 머리로 너무 쉽게 떠올랐다.

해리는 한 달간 어둠의 마법 방어술 공부를 굉장히 열심히 했다. 실전에서 누구보다 뛰어난 해리가 이론까지 섭렵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간, 동거중인 연인 스네이프는 말이 통하지 않는 암사슴 모습을 했고, 사람일 때도 스킨쉽을 거부하고 있었다. 해리가 넘치는 시간에 할 만한 것이 공부 말고는 없었다. 새벽에 운동을 나가기까지 하고, 스네이프와 달리 해리는 무척이나 생산적인 한 달을 보냈다.

진전이 없는 건 저뿐인 것 같았다. 스네이프는 양피지에 드레이코에게 줄 답장을 쓰면서 인상을 굳혔다.

‘나도, 얼른 임신할 수 있는 몸이 되어서 포터 너랑 사랑을 나누고 싶다고…….’

그렇게 자주 관계를 갖다가, 섹스를 하지 않는 한 달, 접촉도 금지하는 이 주를 보냈다. 제 남성 생식기관에 최대한 관심을 두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스네이프는 오히려 이 방법이 잘못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종일 자신은 해리의 신체에 몸이 닿일까 신경을 썼다. 탓에, 정신은 쉽게 피로해졌다. 거리를 둠에 따라, 낯설어지는 해리의 건강한 근육질 육체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을 돌게 했고─ 빌어먹을, 세베루스 스네이프. 이 무슨 삼류 여성지에 쓰일 만한 천박한 생각인가.

깃펜을 내려 놓고, 스네이프는 자괴감에 싸여 얼굴을 감싸쥐었다. 어떻게 해야 임신할 수 있는 몸이 될 수 있을까. 태어날 때부터 그것이 가능한 여자들이 부러웠다.

‘…릴리.’

스네이프는 오랜만에 릴리의 생각을 했다. 해리가 가족에 집착하는 이유도, 가족의 사랑 속에서 크지 못해서였다. 제임스 포터는 끔찍하게 혐오스러운 놈이었지만, 릴리랑 제 아들인 해리에게는 잘해줬을 것이다. 스네이프는 부유한 가정에서, 절 사랑해 마지않는 대부 개놈도 있고, 무엇에도 부족함 없이 자랄 수 있었을 해리를 생각했다. 돈도 많고 사랑도 많은, 그 단란한 작은 가족의 행복함은, 세베루스 스네이프가 예언을 훔쳐들은 날의 밤부터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파열 된 유리조각은 해리의 이마로 떨어져 번개무늬의 깊은 흉을 남겼다.

스네이프는 손가락을 더듬어 제 목의 번개 낙인을 만졌다. 탈각까지 다 일어난 상처는 완벽하게 제 목에 자리를 잡았다. 해리가 가족을 잃게 만든 책임은 저에게 있었다. 그러니까…… 자신이 해리의 가족을 만들어 주어야만 한다. 스네이프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세베루스?”

해리가 서재의 문을 열었다. 해리는 책상에 머리를 감싸쥐고 앉은 스네이프를 보고 조용히 물었다. 약 2주 전의 키스 말고는 제대로 된 접촉이 없었다. 손가락만 빨며 바라만 봐야 하는 제 반려가 오늘은 기분까지 안 좋아 보였다. 해리는 씁쓸하게 문가에 서서 스네이프를 바라보았다. 스네이프가 어깨를 감싸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어려운 일인 거 아니까, 몇 달, 아니 몇 년 걸리더라도…….”
“그동안 포터, 네가 받을 스트레스는?”
“네? ……저요?”

모른척, 대답하지만 해리도 입술을 짓씹었다. 이렇게 오랜 기간 스네이프를 만져보지도 못하는 건 처음이었다. 그래도 그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자신이 참아야지, 뭐 어쩌겠는가. 해리는 어깨를 으쓱이며 웃었다.

“전 괜찮아요. 세브, 힘내요.”

스네이프는 곁눈질로 해리의 웃는 얼굴을 바라보았다. 난…… 난 이렇게 널 못 만지니까 괴로운데, 포터 넌 아니야? 정말 괜찮은 건가? 접촉하지 말자고 한 건 자신이 요구한 일인데도 기분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스네이프는 침울하게 해리와 시선을 피하며 끄덕였다. 평소같으면 어깨라도 토닥여줬을 텐데, 제가 금지했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런 마음이 없어서인 건지, 해리는 서재의 문을 닫았다.

스네이프는 울고 싶어졌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여성생식기관의 착상도, 저를 만지지 않아도 괜찮다고 대답하는 해리도, 자신이 세베루스 스네이프라는 사실까지도 모두 저를 슬프게 만들었다. 스네이프는 깃펜을 다시 들었다. 드레이코에게 보낼 편지의 밑에 글을 더 이어서 썼다. 만남을 가질 수 있겠냐는 물음을 적고, 스네이프는 양피지를 접었다.


“어디 가세요?”

냉장고에서 주스를 꺼내던 해리가 놀라 물었다. 저녁시간이 다 됐는데 외출을 하는 스네이프라니? 얇은 여름용 로브를 걸친 모습은 누가 봐도 외출을 나가려는 모양새였다. 스네이프는 해리를 보지 않으면서 약속이 있다고 대답했다. 해리는 미간을 좁히고 스네이프를 보았다.

“저녁시간인데요.”
“먹고 들어올 거니까 알아서 먹어라. 냉동 칸에 얼려둔 것들이 있으니까.”
“그게 아니라…. 당신이 이 시간에 누굴 만나요?”

해리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 스네이프에게는 친구도 없고, 만날만한 사람을 아무리 떠올려도 떠올릴 수가 없었다.

“늦지 않게 돌아올테니, 신경 쓰지 말고.”
“세베루스, 내가 어떻게 신경을 안 써요? 지금 누굴 만나러 가는지 말해줘요!”
“……다녀올게.”
“세베루스 스네이프!!”

제 이름을 저렇게 부른다는 건, 당황해서일까 화가 나서일까? 스네이프는 해리의 표정을 보지 못했다. 볼 수 없었다는 게 맞았다. 스네이프는 해리를 집에 두고 사라지는 순간의 기시감을 느꼈다. 그래서 순간이동으로 해리의 눈 앞에서 사라지고 싶지는 않았다. 스네이프는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해리는 현관에서 철컥 소리가 들리는 걸 부엌에서 멍하니 듣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현관으로 가 문을 열었을 때에는, 당연하게도 스네이프의 흔적조차 없었다.


다시 찾은 말포이 저택은 여전히 공허할 정도로 높고 넓었다. 스네이프는 천장의 샹들리에를 올려다 보며 그 자리에 서있었다. 이 큰 대저택에 루시우스, 나르시사, 드레이코 말포이 세 명밖에 살지 않는다는 게 우스울 정도였다. 부를 자랑하는 말포이가 다웠다. 하지만, 아직 정신적으로 유약한 제자가 혼자서 지내기엔 적절치 못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말포이 부부는 프랑스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그 아들을 혼자 두는 말포이 부부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외아들 드레이코를 과대평가 하는 게 분명했다. 전쟁이 끝난지 1년이 지났다 해도 나아지지 않는 상처는 있는 것이었다. 상처를 아는 전 데스 이터 스네이프는 그래서 드레이코를 내버려둘 수 없는 거라고 생각했다.

“드레이코.”
“스네이프 교수님! 어서오세요.”

집요정이 의자를 끌어 주어 스네이프는 편하게 식탁에 착석 했다. 매일 이렇게 이 큰 식탁에서 혼자 먹는 건가? 스네이프는 차례로 차려지는 음식들을 내려다 보며 물었다. 이 식탁의 위에서 볼드모트에게 죽어나간 머글태생의 망령들이 보일 것만 같았다.

“그렇죠. 교수님은 포터랑 드시겠지만.”

쿡, 비웃음에 가까운 웃음을 흘리며 드레이코가 양고기 스테이크를 썰었다. 드레이코는 프랑스에서 데려왔다는 집요정의 요리 솜씨가 좋다고 설명했다. 스네이프는 충분히 맛있는 식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머리에서 맴도는 해리 포터만 아니었다면 더 만족하며 즐길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는 포터와 어떻게 만남을 가지게 됐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으세요? 편지로 주고 받은 대화로 미뤄 봐서, 교수님은 여전히 그대로시던데.”
“자네도 여전하던걸, 드레이코. 그러니 내가 포터에 대해 뭔 얘길 하든, 걸고 넘어질테니 귀찮아.”
“성가신 놈 아닙니까? 어떻게…… 전 교수님을 제정신이라고 생각한다고요.”
“이 마법세계에 내가 그 놈의 어머니를 사랑했다는 이야기는 다 퍼진 줄 알았는데? 그걸로 포터가 날 전쟁영웅으로 미화시켰으니. 머글태생을 사랑한 나를 말포이 도련님이 제정신으로 여겼다는 게 더 놀랍군.”

드레이코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스네이프는 무심하게 스테이크를 썰었다.

“저는… 교수님, 당신의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스네이프는 드레이코의 말을 정정해줄 필요성도 못 느꼈다. 릴리 사후로 제게 뭘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은 존재하지 않았다. 마치 죽었다 다시 깨어난 것 같은 순간 이후, 해리 포터를 제외하고서는.

“어둠의 마왕이 아니라 덤블도어의 편이었던 것. 이유가 뭐든 그게 옳은 선택이었죠.”
“박쥐 같은 천성은 말포이답구나, 드레이코.”

와인을 넘기며 스네이프가 조용히 말했다. 어느 시대든 저희들의 집안에 유리한 편에 서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가문다웠다. 드레이코는 제 모욕적인 언사에도 기분 나쁜 티를 내지 않았다. 어쩌면 스스로 이미 그렇게 생각했는지도.

“상의를 벗어라, 드레이코.”

드레이코의 칼과 포크를 쥔 손이 멈칫했다. 무서울 정도로 차가운 얼굴은 학창시절 교수의 모습 같았다. 혼내실 건가요? 드레이코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스네이프는 고개를 젓고 드레이코를 똑바로 보았다. 드레이코는 그릇 위로 칼과 포크를 내려 놓았다. 하얗고 부드러운 질 좋은 실크 블라우스의 단추를 푸는 손이 떨리지는 않았다. 스네이프는 드레이코의 절상 위로 부풀어 오르거나 짓무른 새 상처들을 가만히 바라 보았다.

“너는 지금 너를 학대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드레이코. 내가 이전에 말했던 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너를 격려하고자 한 거다.”
“하실 말씀은 그게 다신가요?”
“드레이ㅋ-”
“교수님이야말로 오늘 굉장히 외롭고 슬퍼 보이신다는 걸, 저도 말씀드려야겠어서.”

스네이프는 눈을 부릅 뜨고 드레이코를 노려 보았다. 어렸던 제자들이, 포터든 드레이코든, 이렇게 자신을 간파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볼드모트도 속였던 세베루스 스네이프는 어디로 갔는지. 어쩌면, 내기니의 독니에 찔린 순간 그 스네이프는 죽어버린 것인지도 몰랐다. 스네이프는 눈을 손바닥으로 가린 채, 시선을 틀어버렸다. 드레이코는 스네이프가 만나자는 편지를 보낼 때부터, 저 모습을 예감했던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 노잼..
다음편은 (제 기준) 진짜 재밋슴..(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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