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해리는 아침부터 기분이 좋았다. 처음으로 스네이프가 아이를 갖는 것에 긍정적으로 반응해주었고, 직접 임신 가능성이 있는 마법을 떠올리기까지 했다. 스네이프의 목에는 누가 봐도 제 것이라는 표식이 생겼다. 게다가 그는 아무렇지 않게 제 살을 내주고는, 흉이 깊게 질 수 있도록 약조차 바르지 않았다. 세베루스 스네이프가 완전한 제 사람이라는 생각에 해리는 가슴 안을 가득 메우는 만족감을 느꼈다.

론은 어제 저녁 스네이프가 만들어준 요리들이 정말 맛있었다고 평했다. 호그와트의 집요정들과 비견되는 요리 실력이라며, 해리가 매일 그런 것들을 먹고 사는지 묻고는 부러워했다. 해리는 친구가 제 연인을 추켜세워주자 어깨가 으쓱했다.

그래서 지금, 입에서 피를 쏟으며 녹턴 앨리의 어느 골목에 쓰러져 있는 현실이 더 꿈처럼 느껴졌다. 해리의 얼굴 앞으로 방금 제가 토한 핏물이 고였다. 자갈에 끼인 흙에 피가 섞여, 보기에 추잡스러웠다. 기분 나쁘게도 해리는 그것을 보고 내기니에 물려 피를 쏟던 스네이프의 모습을 떠올렸다.

“세베루스…….”

의식이 다시 흐려졌다. 눈을 깜박깜박거리며 해리가 의식을 붙잡았다. 이상하게 꺾인 다리를, 한 쪽 무릎을 세워 일으키려 해리는 무진 애를 썼다.


“타임터너를 노리는 움직임이 포착 됐다. 그러게 그렇게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타임터너 존재 유무를 밝혀선 안됐는데…… 쯧!”

말버러 부장이 분노에 싸여서 신경질을 부렸다. 해리가 찾아내고, 오러국장이 국장실에 보관 중인 타임터너에 침입의 흔적이 드러났다. 속박주문을 풀고 달아난 용의자는 데스 이터로 거의 확실시 되었다. 아즈카반으로 보내졌던 타임터너 구매자는 소환 되어 고문에 가까운 심문을 받았다. 어둠의 상권 측에 데스 이터들이 어디까지 파고 들어있을지, 루시우스 말포이의 이름까지 오르내리며 오러국은 과열되었다. 타임터너 폐기 쪽에 투표했었던 측은 예상된 시나리오였다며 타임터너 보존 측을 힐난했다. 또 하나의 전쟁을 방불케 하는 모습에 해리는 미간을 찌푸렸다. 론은 옆에서 입술을 짓씹으며 ‘최소’ 일주일치 야근을 예감했다.

루시우스 말포이는 재산의 반절을 마법부에 기부하고 보석 석방 되었다. 그래봐야 여기 저기 심어놓은 자신의 사업으로 가세가 휘청일 리 만무했다. 말포이는 볼드모트가 다시 돌아오는 것보다 지금 현실에 더 만족해할 거라고 해리는 확신 했다. 그도 볼드모트가 부활해 돌아온 시기에 지긋지긋하게 부려졌던 것이 뼈에 사무쳤을 것이다. 법정에 섰을 때 마지막으로 본 드레이코 말포이의 표정은 제가 처한 현실에 넋이 빠져 있었다. 그의 옆에 서있는 디멘터들 때문에 영혼이 빨리는 느낌이라 그랬는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오러 상관들은 어둠의 상권에 뿌리가 깊은 루시우스부터 조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헛수고야. 해리는 짜증스럽게 운동화 끈을 다시 매었다. 해리와 론은 녹턴 앨리로 현장 파견이 결정 되었다. 말단인 해리와 론이기에 애시당초 당연한 일이었다.

해리와 론이 소속 된 A팀이 오전과 오후, B팀이 밤과 새벽을 맡아 녹턴 감시에 들어가기로 결정되었다. 어차피 유동적으로 변경 되는 시간과 업무량에 의미 없는 나눔이긴 했다. 하지만 그래도 오늘 밤중에는 집으로 귀가할 수 있겠지 싶어 다행이었다.

“보진과 버크 쪽부터 탐문 수사를 할까?”
“보진이 술술 불겠어? 직접 묻는 방식으론 어려울 것 같은데.”

녹턴 앨리에 도착한 A팀은 즉시 흩어졌다. 론은 목소리를 낮추며 해리에게 답했다. 징그러운 민달팽이가 한가득 꿈틀대는 바구니를 든 마녀가 그들 곁을 지나갔다. 론은 헛구역질을 할듯이 입을 틀어 막았다. 으, 난 정말 저것들이 끔찍하게 싫어. 해리는 피식 웃으며 친구의 등을 떠밀었다.

“그럼 크로타루스 지하 쪽을 들어가 보자. 깊숙한 곳부터 파고 들어야할 것 같아. 밖에 간판 내놓고 있는 상점들보다.”
“단순한 접근인데, 해리. 아주 좋아.”

론이 윙크하며 해리의 의견에 동조했다. 녹턴 앨리에서도 구석 쪽에는 사창가와 바로 붙은 오래된 상점가 크로타루스(Crotalus;방울뱀)가 있었다. 낡고 음습한 거리라 밝은 낮에야 사람들이 있는 곳이었다. 이른 저녁만 돼도 환락의 온상이 되는 곳을 일반 마법사들이라면 절대 찾지 않았다.

해리는 까만 후드를 깊숙이 눌러 썼다. 운동화 정도만 보이게 온 몸을 까맣게 감싸고 있었어도 오러인 것이 들킬까 염려스러웠다. 크로타루스와 가까워지자 헐벗은 여자 스큅들이 점점 많이 보였다. 밝은 낮에도 장사를 하는 집들이 많기 때문이었다. 해리는 저 쪽까지는 수사할 필요가 없기를 바라며 시선을 돌렸다.

계단을 내려오는 내내 축축한 습기가 기분나쁘게 목덜미를 핥았다. 뱀의 아가리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이제는 못하게 된 파셀텅마저도 이 곳에선 가능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장사 닫은 집들이 많네.”

론은 물건들을 덮은 천 위로 쌓인 먼지를 손가락으로 훑었다. 으, 최소 30년은 방치된 것 같아, 해리. 검은 망토에 손가락을 닦으며 론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 후로도 열려 있는 가게들을 전부 빠짐없이 들렀지만 딱히 뭔가를 알아낼 순 없었다.

“잘못짚었나 봐. 다른 오러들과 합류 할까?”

마지막 가게를 나오며 론이 말했고, 해리가 끄덕였다. 계단을 다시 오르는 순간에도 크게 긴장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해리는 크로타루스 입구에서 느닷없이 잡아채인 팔에 인상을 찌푸렸다. 스큅 창부……. 까만 머리카락을 가슴까지 늘어뜨린 여자는 겨우 젖꼭지와 사타구니만 가릴 수준의, 옷이라고 말하기도 뭐한 하얀 천을 두르고 있었다. 해리는 표정 없이 그녀의 손을 제게서 떼어내었다.

“들렀다 가요. 잘해드릴게요, 젊은 오빠들.”

후드 아래의 론의 표정도 해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해리는 허리를 숙여 그녀의 귀에만 들리게 속삭였다.

“오러입니다. 공무 중이니 물러나 주시길.”
“어머! 단속하는 건가요?”

놀란 여자가 얼른 해리에게서 물러났다. 그에 따라 출렁이는 가슴을 보지 않으려하며 해리가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다른 오러들과 합류하기 위해 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여자의 목소리가 해리를 순간 붙잡았다.

“해리 포터?”

이런, 고개를 저을 때 흔들리는 후드 아래로 얼굴이 보였던 걸까. 해리는 모른척 걸음을 다시 떼었다. 아니, 분명히 그러려고 했다.

“스네이프는 어떻게 지내고 있죠?”

스큅 창녀가 어떻게…… 그의 이름을. 해리는 공무 중에 그래선 안됐지만 이미 스네이프의 이름에 이성을 잃고 말았다. 즉시 뒤를 돌아보며 그녀와 시선을 맞추었다. 여자는 미묘하게 웃으며 해리에게 손짓 했다. 론이 다가오려 하자 여자는 고개를 저었다. 해리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론에게 먼저 오러들에게 가있으라는 의미로 턱짓을 했다. 론이 당황하는 게 보였다. 하지만 해리는 이 여자에게서 스네이프의 이름이 나온 연유를 알아내야 했다.


여자가 데리고 간 가게는 기묘한 오브제들이 많았다. 크로타누스 등에서 사모은 것 같은 온갖 기괴하고 끔찍하게 생긴 물건들이 많았다. 해리는 조금도 건들지 않기 위해 거리를 벌리며 여자가 안내한 방으로 들어갔다. 어둑한 붉은 조명이 비추는 작은 방이었다.

“세베루스랑 아는 사이인가요?”

문을 닫지 않고 살짝 열어둔 채 해리가 물었다. 여자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녀의 왼팔에는 데스 이터의 표식처럼 화려한 꽃 문신이 그려져 있었다. 그녀는 부드럽게 제 팔의 꽃 그림을 쓸어내리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스큅이고 성노동자인 당신이 어떻게 그를 알죠?”
“몇 년 전 데스 이터의 신분의 그를 만난 적이 있어요. 그가 당시에 이중 첩자였다는 건 이제 알지만요. 여긴 어둠의 마법사들이 즐겨 찾는 곳이거든요.”
“……그는 여자와 관계한 적이 없습니다. 이런 곳을 올 이유는….”

어둠의 마법사들─ 그 중에서도 데스 이터 신분이었던 세베루스가 이 가게를 찾았다라. 지금 타임터너를 노리는 데스 이터와 이 곳이 어떤 연관이 있을까? 해리는 공무를 생각하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이 가게를 찾았다는 몇 년 전의 스네이프를 떠올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가 이런 곳을 왜……. 게다가 이런 스큅 창녀가 친근하게 안부를 물어올 만큼 자주 방문한 건가? 해리는 생각할수록 더 괴리감을 느끼며 괴로워졌다.

“그가 여기에서 뭘 했죠? 누군가와 함께 왔었나요?”

해리의 녹색 눈에 불안이 어렸다. 떨리는 동공이 여자를 맹목적으로 바라보았다. 여자의 미묘한 미소가 해리의 머릿속에서 울렁거렸다.

“스투페파이!”

해리의 옆으로 붉은 섬광이 날아왔다. 반사적인 행동으로 피했지만 하마터면 맞을 뻔 했기에 해리의 등골로 식은땀이 쭉 흘렀다. 주문이 날아온 문 쪽으로 몸을 틀며 지팡이를 빼들면서 바로 프로테고를 외쳤다. 예상대로 빠르게 날아온 두번째 붉은 섬광이 방어마법에 의해 간신히 막아졌다. 젠장! 해리는 이제야 여자가 제 왼팔의 그림을 쓰다듬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런 소환 방식은 볼드모트와 데스 이터간의 교신과 똑같았다. 저 여자는 데스 이터의 한 패였음이 확실했다.

빌어먹을, 하필이면 저 여자는 스네이프를 들먹였다. 해리와 스네이프의 관계가 신문을 통해 마법세계에 퍼진 게 바로 저번주였다. 절 알아보자마자 유혹의 수단으로 세베루스 스네이프를 택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자신의 큰 약점이 무엇인지 적들은 너무나도 잘 파악한 것이다.

어쨌든 후회하긴 이미 늦었어. 해리는 당황했던 얼굴에 냉정을 찾았다. 저 자가 타임터너를 탈취하려한 범인이 맞다면, 오히려 지금 자신이 잡아버리면 되는 거니까.

“잡아요! 그를 잡아!”
“엑스펠리아르무스!”

문 쪽으로 달려가며 날린 해리의 주문이 아슬아슬하게 빗겨나갔다. 후드를 쓴 데스 이터는 해리가 쫓아 나오자 가게 밖으로 뛰쳐 나갔다. 거리의 스큅 창부들이 춤추는 주문 섬광들에 비명을 지르며 각자의 가게로 숨어 들어갔다. 해리는 후드를 얼굴 위로 벗고 인카서러스를 외쳤다. 밧줄이 아쉽게도 공중을 날아 바닥으로 떨어졌다. 해리는 그러나 지치지 않고 계속 주문을 날렸다. 상대도 마찬가지로 해리를 잡기 위해 미친듯이 주문을 날려댔다.

달리다 보니 꺾어지는 골목이었다. 해리는 주변에 다른 오러가 있기를 기대하며 몸을 틀었으나 막다른 곳이었다.

“임페디멘타!”

해리의 주문이 상대의 후드를 스치고 지나갔다. 주문의 위력에 후드가 벗겨지고 상대의 얼굴이 드러났다. 구불거리는 금발머리에 회갈색 눈동자의 젊은 청년이었다. 데스 이터! 분명히 이름은─ 그리드 파인즈. 볼드모트가 부활한 모습을 드러낸 후, 뒤늦게 포섭 된 젊은 데스 이터였다. 자신의 잘못된 선택에 제대로 짧은 영광조차 누리지 못하고 몰락한 젊은 데스 이터. 해리는 비웃음을 흘리며 그가 타임터너를 탈취하려 한 동기를 알아챘다.

그리드는 제 얼굴이 드러나자 뱀처럼 사나운 얼굴을 했다. 해리는 그가 감정을 폭발시키는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다.

“엑스펠리아르무스!”
“스투페파이!”

해리의 무장해제 주문이 그리드에 명중했다. 그리드의 지팡이가 날아오고 그의 몸이 막다른 벽으로 날아가 등부터 강하게 부딪혔다. 그리드는 척추에서 느껴지는 충격에 그대로 기절했다. 하지만 그리드가 날린 기절 주문이 먼저 해리에게로 꽂혔다. 복부를 강타한 스투페파이에 해리는 의식이 한순간에 흐려졌다. 차라리 이대로 기절하는 게 나을 것 같은, 해리는 짧은 순간의 엄청난 고통을 느꼈다. 그리고 해리의 바람대로, 해리는 그 자리에서 기절해버렸다.


“스네이프! 해리가 다쳤어요! 성 뭉고 병원으로 지금 당장 오세요!”

론 위즐리의 목소리로 잭 러셀 테리어 패트로누스가 소리 쳤다. 베란다로 갑작스럽게 등장한 패트로누스에 당황하기도 잠시, 스네이프는 현기증이 일어나는 내용에 다리에 힘이 풀렸다. 아침에 즐겁게 웃으면서 벽난로로 사라지던 얼굴이 훤한데, 해리가 다쳐 병원으로 실려갔다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해리가 다쳤다고? 해리 포터가? 해리가 다쳤다는 말인가? 내 연인을…… 누가? 스네이프의 머릿속이 뒤죽박죽으로 꼬였다. 목숨이 위협받을 정도의 부상일까? 스네이프는 떠오르는 의문들을 애써 누르려고 하며 지팡이를 쥐었다. 순간이동을 위해 정신을 집중해야 했다. 자꾸만 머릿속으로 피를 흘리고 쓰러진 연인의 얼굴이 상상돼서 순간이동이 어려웠다.

“제발, 제발, 빌어먹을…… 성 뭉고 병원!”

스네이프는 눈을 질끈 감고 병원으로 정신을 집중했다. 그리고 눈을 뜬 순간, 스네이프는 퍼지 앤 다우스 Ltd. 라고 적힌 간판이 달린, 빨간 벽돌로 지어진 구식 백화점 앞에 서있었다. 스네이프는 얼른 창에 붙어, 아주 못생긴 마네킹에게 해리 포터를 찾아 왔다고 빠르게 속삭였다. 마네킹은 작은 소리에도 알아들었는지 끄덕이며 손가락을 구부려 손짓 했다. 스네이프는 황급히 창 속으로 자신의 몸을 밀어 넣었다.

흠칫, 스네이프는 병원 로비에 가득한 정복을 입은 오러들에 순간적으로 몸을 굳혔다. 전 데스 이터라는 것은, 아무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그들 앞에서 몸이 굳게 되어 있나 보았다. 스네이프는 속으로 헛웃음을 흘리며 오러들을 쳐다 보았다. 그들도 스네이프를 발견하고 긴장한 얼굴을 했다. 그 때, 그들 뒤에서 론이 나타났다. 붉은 머리를 휘날리며 론은 스네이프의 앞으로 달려 왔다. 스네이프는 익숙한 해리의 친구의 등장에 안도를 느꼈다.

“포터는? 포터는 지금 어디 있지? 많이 다쳤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필시 얼굴도 걱정으로 무너졌을 게 뻔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스네이프는 론의 입만 들여다 보며 해리가 무사하다는 대답을 기다렸다.

“해리는 괜찮을 거예요, 지금 치유사들 다섯이 달려들어서 치료중이예요. 아직 의식은 없지만….”
“어디를 다친 건데? 대체 어쩌다가─”
“타임터너 탈취미수 용의자와 싸우던 중에 부상을 당했어요. 장기가 끊어져서 연결시켜야 한다고 들었고, 걱정마세요! 지금 성 뭉고 최고의 치유사들이 해리에게 붙어 있고, 회복할 수 있는 부상이니까…… 잠깐, 스네이프!”

장기가 끊어졌다는 말을 듣고나서도 서있을 수가 없었다. 론은 주저 앉은 스네이프를 급하게 부축하며 일으켰다. 아니, 그냥 쓰러지게 둬, 론 위즐리. 스네이프는 말을 할 수 없어서 생각으로만 외쳤다. 정말 쓰러지고 싶은 마음밖에는 들지 않았다.

“스네이프 선배님, 해리에게로 데려가겠습니다. 걸으실 수 있겠어요?”

휴가 다가와 스네이프의 어깨를 짚었다. 스네이프는 순간 멍해졌다가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휴와 론이 스네이프의 옆에서 걸을 수 있게 부축해주었다. 오러들은 그들을 주시하면서도 길을 터주었다.

“해리는 5층 주문상해과에 있어요.”

론이 속삭였다. 스네이프는 앞으로 펼쳐질 장면들을 상상하며 공포에 떨었다. 스네이프에게 해리의 부상은 실존하는 최고의 공포였다.

5층에 들어서자마자 치유사들이 분주하게 복도를 돌아다니고 소리를 치고 있었다. 오러들은 병원의 로비보다 5층 복도에 더 많이 깔려 있었다. 론이 입술을 짓씹으며 같은 층의 다른 병실에서 타임터너 탈취미수 용의자가 치료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용의자는 해리의 주문을 맞고 벽에 부딪혀 낙상할 때, 척추가 완전히 으스러질 정도로 부러졌으며, 해리는 주문에 맞아 위와 장이 끊기고 오른쪽 발목이 반대로 꺾이는 등 자잘한 타박상이 있었다.

론의 말이 끝나는 순간, 스네이프는 론을 뿌리치고 걸어나왔다. 방금까지 걸을 힘도 제대로 내지 못했으면서, 스네이프는 지팡이를 쥐고 오러들 사이를 헤쳐 나갔다. 당황한 론과 오러들이 스네이프를 붙잡으려 달라 붙었다. 오러들에 붙들려 오도가도 못한 채, 스네이프가 용의자의 병실이 어디냐고 악을 질러댔다. 휴가 치유사들에게 급히 수면 물약을 받아왔다. 휴는 빠르게 스네이프의 등을 덮쳐 억지로 약물을 입 안에 부어 넣었다. 소리를 지르며 반항하던 스네이프는 이내 휴의 품에서 기절하듯 잠들었다.

“하아…. 세베루스 스네이프가 이런 사람인 걸 우리가 잠시 잊고 있었군….”

휴가 한시름을 놓고 스네이프를 안아들었다. 론이 다가와 걱정스런 얼굴을 했다.

“어떡하죠? 스네이프가 해리의 보호자가 되어 줘야 하는데….”
“론, 너희 부모님을 불러라.”
“엄마를요? 알겠어요!”

론이 다시 제 패트로누스를 소환했다. 론의 목소리를 실은 채, 잭 러셀 테리어가 버로우를 향해 빠르게 공중을 도약해 달려나갔다. 휴는 스네이프를 안은 채 해리의 병실로 들어갔다. 안에서는 치유사들이 해리의 바이탈을 실시간으로 체크 하고 있었다. 부러졌던 발목은 이제 정상 위치에 고정되어 있었다. 휴는 빈 침대에 스네이프를 내려놓았다. 하얗게 질려 잠에 든 그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이건…….’ 

스르륵 돌아간 스네이프의 머리 아래로 목이 드러나며 휴에게도 익숙한 무늬의 상처가 보였다. 번개무늬의 상처라…….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것이 분명했다. 휴는 짤막한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해리의 침대 옆으로 다가가 말했다.

“어서 일어나 정신차려, 임마. 네 마누라 실성하기 전에 좀 달래줘야겠다, 해리야.”

치유사들이 휴에게 다가와 해리 포터의 보호자를 찾았다. 휴는 어깨를 으쓱하며 일단 기다려 보세요, 말하고 병실을 나갔다.


몰리가 조지와 함께 해리의 병실을 찾았다. 론은 해리의 병실 앞 가드를 서다가 그들을 반겼다. 당황한 얼굴의 그들에게 론이 상황을 설명 했다. 지금 해리는 약물을 몸 안에 들이 부어 끊어진 장기의 연결을 기다리는 중이며 당분간 입원 치료가 불가피 했다. 그리고 몰리와 조지는 병실로 들어섰을 때 보인 또 한 명에 놀라서 눈을 끔벅거렸다. 까만 머리카락을 하얀 얼굴 위로 늘어뜨린 채 창백하게 잠들어 있는 저 남자는…….

“스네이프는 해리의 보호자로 불렀는데, 해리를 이렇게 만든 용의자를 죽이려고 했는지 난동을 부리는 바람에 강제로 잠들게 해놨어요.”

론이 머쓱하게 머리를 긁었다. 몰리는 현재 해리와 만나고 있다는 스네이프를 이렇게 느닷없이 맞닥뜨리게 되어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부상 당해 눈을 감은 채 잠들어있는 해리와 그런 해리 때문에 난동까지 피웠다는 스네이프를 번갈아 바라보고 조용히 그들 사이의 의자에 앉았다. 치유사가 몰리에게 다가와 해리 포터의 보호자냐고 물었다. 몰리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포터 씨는 현재 많이 좋아졌어요. 끊어진 장기의 연결이 36% 정도 이뤄진 상태입니다. 완전히 연결 되더라도 식이 하는 걸 지켜보면서 이틀 정도는 더 쉬어야 하고요. 의식은 곧 회복하실 거예요.”
“감사합니다, 치유사님.”

몰리는 아직 어린 티가 나는 해리의 이마를 쓸어주었다. 제 딸과 헤어졌어도 해리는 위즐리들의 목숨을 몇 번이나 살렸었던 은인이었다. 그간 해리도 제 나름 눈치를 보고 미안해했을 것을 몰리도 알았다. 하지만 제 딸과 결혼할 뻔 했던 것이 못내 아쉬워, 해리를 집에 부르지도 못했다. 그런 해리가 임무 중에 다쳤다는 소식에 몰리는 부리나케 병원으로 달려왔다. 해리는 결국 몰리의 또 한 명의 막내아들이었다.


세 시간이 더 지났다. 조지는 스네이프가 누워 있는 침대의 난간에 팔짱을 올리고 그를 지켜 보고 있었다. 기억 속의 모습보다 살이 조금 올랐나. 부드러워 보이는 뺨에 부스스한 머리카락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흐음, 요즘은 머리를 감고 다니나 보지. 어쩐지 희게 질린 안색이 처연해보이기도 했다. 스네이프가 해리가 아프다는 소식에 정신이 나가, 앞뒤 안 재고 병원 복도에서 난동을 부렸다니. 예전 같으면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재밌는 모습을 본 론이 매우 부러워졌다.

“으…음….”

스네이프의 미간이 찌푸려지고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조지는 오, 하며 스네이프가 눈을 뜨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깜박, 깜박 초점을 맞추는 눈이 여전히 멍해보였다. 그러다 불현듯 정신이 돌아왔는지 벌떡 일어나 앉다가, 현기증에 눈앞이 새카매져 고개를 숙였다.

“포…터…….”

골을 붙잡은 스네이프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자신이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는 걸 인식했고, 절 보고 있는 얼굴이 학교의 유명했던 악동 조지 위즐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포터는…….”
“바로 옆에 누워 있어요, 교수님. 치유사가 그러는데 많이 좋아졌대요.”

스네이프는 대답하지 않고 옆 쪽으로 시선을 두었다. 해리를 이렇게 죽은듯이 누워있게 만든 놈에게 저주든 죽음이든 내려주기 위해 찾아대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침대 위였다. 누군가가 입으로 약물을 들이부은 것 또한 기억에 떠올랐다. 스네이프는 난간을 내리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몰리가 앉아있는 것이 보였지만 개의치 않았다.

해리. 스네이프는 평화롭게 자고 있는 해리의 얼굴을 보면서 울컥 울음이 받혔다. 손을 뻗어 말랑한 볼살을 쓸고,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따듯한 체온에 그제서야 안심이 되었다.

“스네이프, 해리는 곧 눈을 뜰 거예요.”
“…몰리.”

스네이프는 해리에게서 시선을 천천히 돌려 몰리를 바라 보았다. 제가 미울텐데도, 몰리의 상냥한 말투에 스네이프는 그저 고개를 끄덕거렸다.

“곧 저녁시간인데, 같이 식사할까요? 그 뒤에 우린 갈테니까, 해리 옆에 있어줘요.”
“제가 불편하지 않습니까? 굳이 절 배려해줄 필요는….”
“어허어! 스네이프 교수님, 그냥 같이 식사 한 번 해요. 뭐 어려운 거라고 그거.”

조지가 씨익 웃으며 스네이프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스네이프는 혐오스런 표정을 짓다가, 조지의 구멍난 귀를 보고 얼굴을 굳혔다. 제가 저지른 실수인 조지의 귀를 눈앞에서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조지는 욕설이 날아올 줄 알았으나, 굳어버린 스네이프에 그가 자신의 귀를 신경쓰고 있음을 알았다. 하하, 그럴 필요 전혀 없는데.

“식사 한 번 같이 하면 제 귀에 바람구멍 내주신 거 용서할게요.”

결국에는 스네이프가 미간을 찡그렸다. 순식간에 약간의 죄책감마저 사라졌지만, 그냥 고개를 끄덕거렸다. 눈을 뜨지 않은 해리 옆에 있기도 괴로웠기 때문이었다.


병원 밖의 식당에는 성 뭉고에 입원한 환자의 보호자로 온 마법사들이 제법 보였다. 리키 콜드런처럼 머글들에게는 보이지 않게 조치 된 식당이라 안전했다. 론은 해리 병실의 가드 일 때문에 같이 오지 못했다. 혹여 용의자에게 다른 데스 이터 동료가 있어 병원 습격을 올까 오러들은 초비상 근무중이었다.

몰리와 조지를 맞은편에 두고, 스네이프는 해리를 생각하며 울적하게 메뉴판을 응시했다. 입맛도 없었다. 스네이프가 저는 됐다고 말을 하자, 몰리가 이따 간병을 하려면 잘 먹어야 한다고 일축 했다. 그렇게 말랐는데 힘이 어디서 나오겠냐며 잔소리까지 했다. 스네이프는 평소같으면 얼굴을 굳히고 자리를 피했겠지만, 해리가 아픈 지금 제가 갈 곳은 그의 옆 뿐이었다. 그래서 몰리와 조지가 저를 잠시라도 해리 옆에서 떨어뜨려 주어 그냥 자리를 지켰다.

 “스네이프 교수님은 그럼 부담 안되는 감자스프를 시켜주죠, 엄마. 부드러운 빵도 곁들여 준대요. 나는 이걸로 시키고…. 엄마는 그거요? 네.”

종업원을 불러 조지가 주문을 했다. 학교를 무단으로 뛰쳐나간 뒤, 바로 일을 해서 그런지 조지는 나이보다 태도가 훨씬 어른스러워 보였다. 그 악동 조지 위즐리에게 어른스러움을 찾을 수 있는 날이 오다니. 스네이프는 조용히 물 잔을 내려다 보며 식사를 기다렸다.

몰리는 찬찬히 스네이프를 들여다 보았다. 예전에는 사나워 보일 정도로 예민했던 표정이 눈매가 풀려서 훨씬 유순해보였다. 해리의 곁에서 지내면서 그가 많이 안정되었다는 게 느껴졌다. 좋은 영향을 받는 관계구나. 몰리는 제 딸과 해리의 다정했던 모습을 떠올렸다가 살며시 웃었다. 이제 그건 기억 저편에 묻어둬야 할 모습임을 느꼈다.

“어떻게 지내요? 스네이프.”

스네이프는 물 잔에서 시선을 들어, 몰리를 바라보았다. 상냥한 눈에 마음이 조금 풀렸다.

“평소엔 해리의 집에 있고, 오늘은… 개인적인 일로 학교에 갔다 왔습니다.”
“그렇구나. 교수로 다시 일 할 건가요?”
“……네. 그리고…….”

스네이프는 잠시 말을 망설였다. 몰리와 조지까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스네이프의 뒷말을 기다렸다.

“……오늘 지니 위즐리를 만났고.”

둘 모두 예상 외의 답변에 입이 벌어졌다. 그 순간에 음식을 나눠주는 종업원이 등장한 것은 적절한 타이밍이었다. 스네이프는 숟가락을 쥐고 뜨거운 스프를 천천히 저었다. 몰리는 입을 달싹거리다가 결국 물어 보았다.

“지니가 뭐라고 했나요? 그리고 스네이프 당신도 지니에게 무슨 말을….”
“엄마!”
“괜찮다, 조지 위즐리. 그냥 그녀가 내게 할 말이 있어 보여서 따로 만났습니다. 전 그다지 할 말 없는 입장이니 질문에 답만 했고.”
“지니가 뭐라던가요…?”
“제게 화내도 상관없습니다, 몰리. 어쨌든, 지니 위즐리는 포터를 잊었다고 제게 말했고 저랑 포터의 관계에 대해 궁금했던 걸 물었습니다. 전 질문에 답했고, 그 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저어서 식힌 스프가 혀 위에서 미묘하게 뜨거운 태를 자랑했다. 몰리는 스네이프의 말을 듣고 약간 충격을 받은 듯했다. 조지는 엄마의 눈치를 살피며 군옥수수를 우물거렸다. 지니가 해리를 잊었다고 스네이프에게 말했다니, 지니의 가족인 저들이 딱히 할 말을 찾을 수도 없긴 했다. 그리고 조지는 스네이프와 해리의 관계에 대해 저도 묻고 싶어 참을 수가 없었다. 옆의 엄마만 아니었다면 쏟아낼 질문들이 많았다.

“엄마, 식사해요.”

그녀의 앞으로 그릇을 밀어주며 조지가 다독였다. 스네이프는 빵을 찢어 스프에 조금 담가 먹었다. 따듯한 것이 들어가니 기분이 약간 나아졌다. 해리가 지금쯤은 눈을 떴을지 궁금했다.

“아, 예전에 폴리주스 마시고 해리랑 같이 제 가게 오신 적 있죠, 교수님?”
“포터가 얘기 했나?”
“아뇨, 제가 그냥 추측한 건데 맞았더라고요. 저번에 해리가 가게 들렀을 때 물었더니 어떻게 알았냐고 놀라고. 그 때 사랑의 묘약 없어서 못팔았어요. 근데 또 주문을 넣으려 하니 다시 안 만든다고 해서 얼마나 아쉬웠다고요.”
“그냥 교과서의 약물을 차례대로 만들며 시간 떼운거니까.”
“한 번 더 주문 넣어도 되나요?”

조지가 싱글거리며 물었다. 사랑의 묘약 같은 한심한 물약에 돈을 쓰는 호그와트 학생들을 생각하면, 교수 스네이프는 한숨도 안 나올 만큼 표정이 썩었다. 그러나 거절 없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받은 돈 만큼 해리 생일선물이나 사줘야겠단 생각이었다.

“앗싸, 신난다! 최연소 포션 마스터의 특제 사랑의 물약 에디션 붙여서 팔아야지.”
“내 이름값을 쓴다고? 그럼 로열티도 더 지불해, 조지 위즐리.”

조지가 푸하하하 웃으며 식탁을 손바닥으로 두드렸다. 스네이프는 시큰둥하게 스프를 떠먹었다.

“아─ 진짜 못참겠다. 해리랑 어떻게 사귀기 시작했는지 물어봐도 돼요?”

해리에게 차인 여동생을 두고 친오빠가 매정하기도 하군. 게다가 엄마를 옆에 두고서도 제 궁금증 해결이 먼저라는 게 조지 위즐리다웠다. 스네이프는 호박주스를 조금 마시고 몰리를 힐끗 보았다. 몰리의 표정은 듣고 싶은 것 같기도, 귀를 막고 싶은 것 같기도 해서 아리송했다.

“잘 모르겠는데. 어쩌다보니 그렇게 돼서.”

애매하게 뭉뚱그리는 스네이프의 대답에 조지가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인데 어쩌라고.

“그렇게 서로 싫어서 못 죽고 으르렁대고 싸워놓고. 어쩌다보니 사귀게 돼요? 그게 말이 되나?”

말이 되던데. 스네이프는 턱을 괴고서 숟가락을 스프에 담가 빙빙 휘저었다.

“뭐 특별한 계기를 찾고 싶은 거라면, 있긴 했는데, 굳이 내가 왜 밝혀야 하지?”
“역시 있었네! 들려줘요, 교수님! 엄마 신경쓰여서 그런거라면 엄마, 잠깐만 화장실 갔다와봐요.”
“조지!”

등짝 맞을 줄 알았다. 스네이프는 픽 비웃음을 날리고 남은 스프를 마저 먹었다. 몰리 위즐리가 아니더라도 물론, 절대 답할 리 없는 질문이었다. 해리 포터랑 섹스하는 꿈을 서로 똑같이 꾸고, 그 날 키스했다고 어떻게 말 할 수 있겠는가. 몰리가 조지에게 버럭버럭 화내는 걸 지켜보며, 스네이프는 해리의 걱정이 하나 풀린 것에 안도를 느꼈다. 위즐리 가족은 역시나 해리에게서 떼어낼 수 없는 인연이었다. 그 깊은 인연은, 그 사이에 자신이 끼더라도 별반 달라지지 않는 사실이었다.

“해리나 교수님이나, 진짜 서로 어떻게 좋아지게 된건지 너무너무 궁금하다고요! 이건 기사를 본 사람들 전부 다 공감할 걸요? 아, 엄마도 솔직히 궁금하잖아요!”
“얘가!”

몰리의 매서운 손바닥이 조지의 팔을 찰싹 내리쳤다. 스네이프는 큭, 하고 입술을 살짝 가리며 웃었다. 조지는 스네이프의 웃음에 실실 웃으며 그를 바라 보았다. 능글맞은 그 얼굴에 스네이프는 금세 웃음을 지웠지만, 조지는 여전했다.

“해리 어디가 그렇게 좋은데요? 네? 제발~ 스네이프 교수님, 물약 값을 저번의 두 배로 드릴테니까!”
“내가 돈이 궁핍해 물약을 판 게 아니라 그 거래 제안은 실패로군, 조지 위즐리.”
“아, 정말. 돈이 안 먹히는 상대는 너무 어려운데. 그냥 싸게 싸게 들려줍시다. 우린 해리의 또 다른 가족이기도 하잖아요? 그런 해리랑 만나고 계신 스네이프 교수님도 우리 가족이나 다름 없죠. 그쵸, 엄마?”
“뭐, 물론, 그렇겠지…. 그래요, 스네이프. 우리 어려워 말고 말해요.”
“역시, 엄마도 궁금했잖아요.”

끝까지 엄마인 몰리의 속을 긁는 다섯째 아들 조지 위즐리였다. 스네이프는 해리면 몰라도, 그들과 가족이란 이름으로 엮이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조지의 말 속에 내포한 따듯한 의미는 알았다. 그들에게 해리와 저의 관계를 정립시키는 것이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이란 것도 알았다.

“포터가 왜 좋냐고?”
“네!!!”

조지는 기대감에 차서 눈을 반짝였다. 저런 눈을 수업시간에는 본 적이 없는데. 스네이프는 속으로 혀를 차며 턱을 괴었다. 그들 앞에서 느슨하게 자세가 풀렸으나, 스네이프 자신은 의식하지 않은 행동이었다.

“포터가 날… 좋아해주니까…….”

말로 뱉고 나니, 새삼 부끄러운 문장이었다. 스네이프는 끙, 앓는 소릴 짧게 뱉고 턱을 괬던 손으로 눈을 가렸다. 조지가 꺅 소리를 질렀고, 몰리마저도 입을 가리며 탄성을 작게 내었다. 이런 말을 다른 사람 앞에서 하다니, 자신이 미친 게 분명했다. 스네이프는 붉어진 목덜미로 화끈거리며 열이 오르는 걸 느꼈다.

스네이프는 비운 스프 그릇에 수저를 내려놓았다. 해리의 병실로 어서 돌아가고 싶었다. 저의 유일한 가족인 해리가 기다리고 있을 곳으로, 솔직하게 무슨 말을 해도 부끄럽지 않은 상대에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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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나 왜 써도 써도 갈 길이 멀지

22.



새벽 어스름이 창에 어른거렸다. 푸르고 어두운 빛을 따라 스네이프의 살결도 물들었다. 해리는 조심스레 제가 새겨놓은 낙인 위로 입술을 맞붙였다. 스네이프의 왼쪽 목덜미에 자리한 번개무늬의 상처는,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살짝 발갗게 부어 있었다. 해리는 상처에 약을 발라주려 했으나, 스네이프가 이를 거부했다. 깊게 흉이 지게 하기 위해선 그냥 두라고 했다. 해리는 참을 수 없이 감정이 북받혔다. 그대로 제 연인을 품에 안았다. 열락 속에서 스네이프가 조금이라도 덜 아팠으면 했다. 제 욕심에 스네이프의 목에 상처를 내놓고, 해리는 이기적이었다.

상처 위에 붙였던 입술이 벌려지고, 혀가 나와 부은 살을 핥았다. 키스하듯이 목을 빨아들였다. 으응…. 뒤척이며 스네이프의 목 안쪽에서 앓는 소리가 났다. 해리가 정신없이 스네이프의 목을 빨아들였고, 혀로 핥았다. 어느 샌가 잠에서 깬 스네이프가 미간을 찌푸리며 해리의 어깨를 잡았다. 연인이 일어난 것을 알아 차렸음에도, 해리는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스네이프는 눈을 뜨고 해리의 까만 정수리를 내려 보았다.

“출근 준비 해야지, 언제까지 이럴 건데.”
“아니, 오늘 일찍 눈 떠진 거예요. 아직 6시도 안됐어요.”
“그래서? 또 하고 싶다고? 일주일 상간에 우리가 몇 번을 한 줄 알아?”
“몰라요. 당신 임신 시키지, 뭐….”

뻔뻔한 자식. 스네이프는 해리의 정수리를 제게서 치워 버렸다. 아까까지 진득한 집착을 한 것치고는 꽤 순순히 떨어진 해리였다.

목의 번개무늬 낙인 외에도, 스네이프는 지금 온 몸이 불긋해져 있었다. 해리는 어젯밤엔 제 살을 빨고 핥는데 미쳐버린 것 같았다. 온 몸이 쓰라리고 뼈마디가 비명을 지르는 듯 했다. 다음부턴 침실에 근육 진정 물약을 구비해 둬야겠군. 그런 생각을 하는 옆에서는, 해리가 제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꼬며 절 보고 있었다. 정말 넌덜머리가 날 정도의 집착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이 정도까지 나에게……. 스네이프는 얼굴을 붉혔다. 결국 그것에 가슴이 뛰는 것도 자신이었다.

“진짜로…… 세베루스가 내 아이를 임신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포터, 여전히 그 얘긴가.”
“세베루스는 보고싶지 않아요? 나랑, 당신을 닮은 아기를.”
“날 닮은 건 별로.”
“저는… 얼굴은 당신을 닮고 성격은 절 닮아도 재밌을 것 같아요. 그 반대여도…. 그렇지 않아요? 저처럼 생겼는데, 차분하고 똑똑하고, 퀴디치도 못하고. 하핫.”
“그 놈의 퀴디치는.”

스네이프도 보는 것은 꽤 좋아했다. 슬리데린 퀴디치팀에도 항상 신경을 써줬고, 경기 관람도 꼭 갔었다. 교수 중에서는 막내의 위치라 어쩔 수없이 참여하는 느낌은 아니었다. 해리가 슬리데린팀을 위협하기 전까진 슬리데린이 무난히 퀴디치 우승컵을 따낸 영향도 있을 것이었다. 스네이프는 제 기숙사를 애정했으니까.

“만약 아기를 정말 가진다면, 우리 애는 슬리데린으로 가야 해.”
“와, 세브도 이제 이 주제에 대해 동참해주는 거예요?”
“그리핀도르 따위에 들어갔다간, 고작 마법세계를 구하는데 목숨을 바치려드는 허무맹랑한 짓이나 벌일 게 뻔한데, 널 닮은 그 꼴은 못 보지.”
“세브, 당신도 목숨이 위험했어요.”
“난 세계를 구하는데는 전혀 관심 없어. 해리 포터, 네 목숨만 지키면 그만이야.”

해리가 빙그레 웃었다. 그거 되게 로맨틱한 말인데, 자각은 있어요? 그렇게 물으면, 스네이프는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언성을 높일 것 같았다. 귀여워, 사랑스럽다. 네 목숨을 지켜주겠다, 그 말을 지킬 수 있을 만큼 강한 세베루스 스네이프가 제 아래에서는 반항 없이 다리를 열어주는 것이 해리의 가슴을 들썩이게 했다. 그래서 이렇게 스네이프의 몸을 원하는 걸까. 그를 안으면 행복감과 욕망이 모두 충족 되며 살아있는 것에 기쁨을 느꼈다. 스네이프를 살린 것은 저였지만, 해리를 살아가게 하는 것은 스네이프였다.

“정말 진지하게…… 제 아이를 낳아주고 싶어요? 세베루스?”
“……뭐, 그래.”
“방법을 찾아 봐요. 마법으론 안 될 게 없잖아요. 어떤 멍청한 마법사는 자기 영혼도 7개로 쪼개는데. 남자가 임신하는 것 정도야.”

그렇게 비유하니, 정말로 남자가 임신하는 건 별로 어렵지도 않은 일처럼 느껴졌다. 스네이프는 조용히 웃음을 흘리고 몸을 돌렸다. 해리의 왼쪽가슴 위로 얼굴을 기대니 심장의 박동 소리가 들려왔다. 점차로 커지는 그 소리에, 스네이프는 마음이 안정 되는 것 같았다.

스네이프는 눈을 감은 채, 일전의 해리의 의견을 떠올렸다. 애니마구스……. 암사슴……. 머릿 속으로 가지런히 단어들을 나열했다. 그리고 제 마법의 수준을 스스로 생각했다.

“애니마구스를, 연습해보겠다.”
“헉, 정말요?! 하지만…… 그 방법으론 사슴을 낳는다고 하셨잖아요? 사람 몸이어야 되는 거 아니었어요?”
“동물로 완전히 변하지 않고, 동물의 여성 생식기관만 가져와 몸 안에서 변화시키는 법을 생각해봤다. 물론…… 엄청나게 높은 수준의 마법 기술력을 요하겠지. 그런 걸 생각해내고 시도한 마법사는 역사적으로 아무도 없을 정도로 쓸모없는 짓거리기도 하고. 물론, 애초에 내 애니마구스가 암사슴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
“세상에……. 어떻게 그런 생각을 떠올려요? 진짜 엄청난 창의력인데…. 그래서 마법 주문도 만들어낼 수 있는 건가? 머플리아토, 레비코푸스, 섹튬셈프라……. 당신의 천재적인 발명품들이 생각나네요, 세브.”
“흥, 이젠 아기까지 직접 만들어내야 하고 말이지.”

해리에게는 애니마구스가 암사슴이 아닐 수 있다 말했지만, 스네이프 역시 암사슴이 맞기를 바랐다. 기꺼이 해리와 자신의 아이를 낳고 싶은 생각이 든 후로는, 가능성을 따져보게 되었다. 해리는 이미 스네이프가 임신이라도 한 것처럼 손을 뻗어 배를 쓸었다. 납작한 배에 무슨 큰 기대를 하는 것인지. 스네이프는 코웃음을 쳤지만, 구태여 해리의 손을 치워내지는 않았다.


“애니마구스를 배우고 싶다고?”

맥고나걸은 벽난로를 통해 나타난 스네이프의 얼굴에도 놀라지 않고 대답했다. 그렇지만 갑작스런 요구에 그 의중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이 마흔에 가까운 제자가 새로운 마법을 익히고 싶다는데 꺼릴 생각은 없었지만, 이유는 듣고 싶었다. 그러나 해리와의 관계를 말하지 못하고 망설인 것처럼 스네이프는 이번에도 이유를 회피했다. 그래서 현명한 스승은 이 역시 해리와 관련 있다고 짐작할 뿐이었다.

“배운다면 세베루스 너 혼자만? 해리는?”
“당신께 배운 뒤에 제가 가르치면 됩니다. 포터는 오러 일을 다녀서.”
“하긴, 오러들이 워낙 바쁘지. 세베루스 자네도 요즘 해리와 자주 못 만나나?”
“…지금까지는 퇴근 시간마다 들어옵니다.”
“운이 좋았군, 세베루스. 해리는 업무 때문에 집에 못 들어간 적도 상당히 많았을 거야.”

스네이프는 입을 다물고 잠시 침묵했다. 안 그래도 연속으로 2주째 일요일에 출근한다는 해리를 보고 스네이프도 적잖이 놀랐다. 어제 론 위즐리 역시 퇴근 후에 같이 왔다 했고. 오러는 되는 것도 굉장히 어렵지만, 그 직에서 버티는 것 또한 굉장한 어려움을 요했다. 해리 포터 같은 제정신이 아닌 영웅 콤플렉스나 그 직업을 해야할 것이다.

“제가 애니마구스를 배우는 기간은 얼마나 걸릴 것 같습니까?”
“나는 한 달 걸렸네, 세베루스. 내가 가르치니까 자네는 한 달도 안 걸릴 거야.”
“오늘이 5월 10일이죠. 6월 1일이 오기 전에 마스터 하겠습니다.”

눈썹을 까딱 올리며 스네이프가 무심한 투로 대답했다. 맥고나걸은 픽 웃었다. 이토록 뛰어난 학생을 가르치는 것은, 교수를 오랜 업으로 삼은 제게도 기쁨이었다.

“기한을 맞추려면 오늘부터 시작해야겠군. 점심시간에 맞춰서 학교로 오거라, 세베루스. 그 집에서 혼자 식사하지 말고, 같이 먹은 뒤에 수업을 시작 하지.”

스네이프는 고개를 끄덕이고, 벽난로에서 얼굴을 물러섰다. 살짝 뜨거운 열기를 느끼며 몸을 일으켰다. 해리가 출근하고 나면 이 큰 집에는 늘 저 혼자였다. 열렬하게 제 곁을 지키던 체온이 사라져서인지, 이 집은 더 넓고 썰렁하게 느껴졌다. 스네이프는 눈앞의 벽난로를 잠시 응시했다. 임신이니 아이니 하는 것에 들떠 웃으며 이 벽난로로 출근하던 해리의 모습이 생각났다.

스네이프는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은 배에 손을 올렸다. 조금 살이 올랐다지만, 아직도 납작하게 내장에 붙은 거죽이 무언가를 품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가능한 일인지 스스로도 여전히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해리가 바라고, 해리가 기대하며 웃었으니까.

그리고 스네이프 자신도, 해리를 닮은 제 아이를 보고 싶었다. 연인을 닮은 또 하나의 녹색 눈이, 저를 부모로 바라보는 그 사랑의 시선이 궁금했다.


학교를 갈 것이니, 스네이프는 단추가 많은 제 옷을 찾아 입었다. 지팡이를 한 번 휘두르면 단추가 잠기며 부드럽게 제 몸에 감겨오는 검은 옷이었다. 해리와 살면서 머글의 셔츠가 익숙해졌던 터였다. 그래서인지 늘 입던 옷이었는데도 약간 불편하게 느껴졌다. 목부터 어깨와 허리, 그리고 허벅지까지 가리는 옷은 답답한 인상을 주었다. 아, 목…. 스네이프는 목깃을 살짝 들추었다. 새 흉터가 자리 잡은 목을 거울에 비춰 보았다. 이건 해리가 저를 제 것이라고 낙인 찍은 증명이었다. 이걸 가리고 다닌다면, 아무 의미가 없는 게 아닌가? 스네이프는 흉터를 들여다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세베루스.”

교장실 벽난로를 들어선 스네이프는 목례한 뒤, 로브의 재를 털었다. 하얀 셔츠와 검은 진에 구두를 신은 단정한 모습이었다. 맥고나걸은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문으로 걸어갔다. 스네이프는 조용히 뒤따르며 교장실의 계단을 내려왔다. 헤르미온느와 해리를 데리고 들어갔었던 교실을 지나쳤다. 수업이 끝난 학생들이 대연회장으로 가기 위해 복도에 나와 있었다. 그들은 곧 교장 선생님께 인사했다가, 그 뒤에 선 스네이프를 발견했다. 눈이 커지는 그들을 스네이프는 여전한 무심함으로 지켜 보았다.

그들은 겁이라는 걸 가지고 있었으므로, 스네이프의 면전에서 스네이프가 나타났다고 수근거리지는 않았다. 볼드모트의 명으로 호그와트의 교장으로 있었던 때처럼, 학생들에겐 자신이 여전히 공포의 대상인 듯 보였다. 스네이프 역시 바라던 바였다. 시끄러운 건 딱 질색이었다. 그리고 로브 자락을 펄럭이며 학생들 옆을 지나치는 순간, 스네이프는 지니 위즐리를 발견했다.

붉은 머리는 어딜 가나 눈에 띄었다. 스네이프는 저를 똑바로 쳐다 보는 지니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확실히, 그녀는 아름다운 외모였다. 당당한 태도 탓에 더 그렇게 보이는 것일수도 있었다. 스네이프는 표정 없이 그녀를 보다가 앞서가는 맥고나걸을 따랐다. 지니의 시선이 여전히 제 뒤통수로 따라 붙는 것이 느껴졌다.

“스네이프 교수님!”

교수석에서 스프라우트의 옆에 앉아 있던 네빌이 스네이프를 보고 반색했다. 스네이프는 네빌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갑작스런 스네이프의 등장에 교수석의 교수들은 물론, 자리에 앉아있던 학생들까지 웅성웅성거렸다. 죽은 줄 알았던 전 데스 이터 교장은, 기억 속 그 모습 그대로 딱딱한 얼굴이었다. 저번 주에 그 해리 포터와 스캔들이 났던 사람으로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역시 루머였다며 자기들끼리 떠들어대는 게 들렸다. 스네이프는 맥고나걸의 옆에 앉아 그 떠들썩함을 무시했다.

“기사 이후로 호그와트가 시끄러웠단다.”
“동물원 원숭이 기분을 느껴 보라고 절 점심시간에 부른 건 아니겠죠, 미네르바.”
“물론 아니지. 뭐, 학생들도 매일 점심시간마다 널 보면 오늘 같은 반응은 보고 싶어도 안 나올 거다. 자네가 교수로 돌아오기 전에 적응하는 게 낫겠지.”

슬러그혼이 제 어깨를 두드리며 윙크하는 게 보였다. 스네이프는 표정 없이 인사를 받아내며 맥고나걸의 말에 끄덕거렸다. 미리 학교 분위기에 적응하는 것이 나을지도 몰랐다.

“수업은 어디서 진행합니까?”
“교장실에서. 평일에, 매일 점심을 같이 먹은 뒤, 한시간 반. 그 정도면 내 업무에도 지장 가지 않고 수업 진행하기에도 빡빡하지 않을 듯한데, 세베루스?”
“그 정도면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미네르바.”

대단한 편의였다. 스네이프는 이유도 모르면서 개인 특별 수업을 해주겠다는 은사에 감사를 느꼈다. 그리고 아까부터 저를 쳐다 보는 해그리드나 슬러그혼, 플리트윅 등이 제게 많은 할 말이 있어 보였지만 철저히 등 돌렸다. 원래부터 자신은 그들과 그다지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다. 중요한 것은 애니마구스 수업이었다.

식탁에 음식이 한가득 쌓였다. 직접 차리지 않고 먹기만 하면 되는 건 오랜만이었다. 스네이프는 해리가 제 때에 점심을 먹고 있을지 궁금했다. 굶지는 않고 일해야 할 텐데. 그리고 학생들의 따가운 시선 속에서도, 스네이프는 지니의 시선을 쉽게 구별해내었다. 이 중 가장 저에게 할 말이 많을 소녀였다.

“롱바텀.”
“네, 네? 무슨 일이세요, 교수님?”
“지니 위즐리의 수업 일정을 아나?”

부름에 깜짝 놀라던 네빌이 지니의 이름을 듣고 더욱 놀라 눈을 떴다. 그리고 천천히 스네이프의 눈치를 살피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지니는 졸업반이라서 수업이 많지 않아요. 월요일 오후에는 저녁 먹기 전에 일반마법 수업 뿐일 걸요?”
“그럼, 두시 반쯤에 교장실 앞으로 오라고 전해. 만나기 싫다면 안 와도 된다 하고. 그것까진 나도 상관 않을 거니까.”
“네, 교수님. 지니에게 전할게요.”

스네이프는 그걸로 저를 향한 관심들에 모두 신경을 꺼버렸다. 집요정이 준비한 음식들은 맛있었고, 애니마구스 수업에 대한 것도 긴장은 없었다. 단지, 급하게 추가 된 한 개의 일정에 마음이 조금 더 갔다.


교장실의 초상화들은 모두 잠에 든 척을 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독보적인 크기를 자랑하는 알버스 덤블도어의 초상화 만큼은─ 반달안경 너머로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있었다. 스네이프는 그 옆의 제 초상화를 천으로 덮어 버리고 싶은 열망을 느끼며 지팡이를 쥐었다. 해리가 추진했다는 교장실의 자신의 초상화는 볼 때마다 흉물스러웠다.

“우선, 애니마구스의 이론적 접근에 대해 설명하마, 세베루스.”

스네이프는 초상화들에서 시선을 떼었다. 맥고나걸은 교장실의 창가에 서서 조용하게 입술을 열었다. 스네이프처럼 그녀 또한, 아주 작은 목소리로도 사람의 주목을 이끄는 기질이 있었다.

“패트로누스를 사용할 줄 안다면 애니마구스 변신은 훨씬 더 쉬워지지. 이 두 주문의 상관 관계를 자네는 유추할 수 있을까?”
“……패트로누스는 주문을 쓴 사람의 본질의 실체화. 애니마구스 역시, 그 사람의 본질이 투영 된 동물의 모습을 실제로 구현한 것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상 둘은 같은 것으로도 느껴집니다.”

스네이프는 자신의 흑단목 지팡이를 손가락으로 유려하게 쓸어 내렸다. 이 지팡이 끝에서 구현 되는 암사슴과 해리의 지팡이 끝에서 나온 숫사슴의 모습을 다시금 떠올렸다. 작년, 해리가 원했던 생일선물은, 해리 본인만큼이나 스네이프에게도 깊은 감명을 불러 일으켰다.

맥고나걸은 스네이프의 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웃음을 보였다. 그리고 자신의 패트로누스를 불러냈다. 얼룩 고양이가 공중을 겅중겅중 뛰었다. 그리고 어느 샌가, 그 모습과 똑같이 생긴 실제 얼룩 고양이가 교장실의 책상에 올라 앉아 있었다.

“익스펙토 페트로눔.”

스네이프의 지팡이에서 암사슴이 뛰어 나와 고양이와 함께 춤을 추었다. 상당히 동화적인 모습이었으나, 스네이프는 숫사슴 때처럼 눈을 빛내며 보진 않았다. 맥고나걸은 다시 사람 모습으로 돌아왔다.

“암사슴이라……. 의외의 패트로누스군, 세베루스.”
“릴리의 것이었죠.”

짧게 대답했지만, 맥고나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젠 자네의 본질이야.”

스네이프는 조용히 제 패트로누스를 바라 보았다. 저렇게 아름다운 암사슴이 자신의 본질일 수 있을까. 보고 있으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제대로 자신이 암사슴 애니마구스가 될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

“애니마구스 마법은, 마법이라기보다 정신 수련에 가깝다. 그저 지팡이를 휘두르면 그만인 마법들과는 차원이 달라. 그래서 실패하는 마법사들이 그렇게 많은 거다. 마법사들은 지팡이는 쉽게 믿고, 제 정신적인 부분들을 들여다 보는 것엔 인색하지. 그래서… 애니마구스들은 지팡이 없이도 동물로 변하는 게 가능하다. 자신의 본질, 또 하나의 내 모습을 실현하는 것이니까.”

그야말로 굉장히 어렵다는 얘기로군. 스네이프는 무뚝뚝한 얼굴로 제 지팡이를 책상 위에 내려 놓았다. 제임스 포터, 시리우스 블랙, 심지어 피터 페티그루까지 학생일 때 성공한 마법이었다. 그들보다 위대한 마법능력을 가진 자신이 해내지 못할 법은 없다 생각했는데, 이건 마법이면서도 마법이 아닌 분야였다.

“어떤 생각을 하며 시도해야 합니까?”
“나 자신에 집중 하고, 또 하나의 내 모습을 바라면 된다.”

잡스러운 생각을 비워야 했다. 스네이프는 오클러먼시를 할 때의 감각을 떠올렸다. 머리를 비우고, 단단하게 주변과 벽을 세웠다. 그러나 나 자신에 대한 집중은, 세베루스 스네이프에게는 상당히 어려운 요구였다. 암사슴이 제 본질인 것에도 일말의 의심이 있는 가운데, 성공할 것 같지 않았다.

그래도 해내야 해.
스네이프는 계속 생각했다. 해리가 기뻐할 얼굴을, 오직 그 하나만을 생각했다.


“헉, 허억….”

한시간 반이라는 시간동안 억겁을 지나온 것 같았다. 지칠대로 지친 스네이프는 탈력해서 의자에 주저 앉았다. 첫 날부터 어떤 성과가 나올 것이라곤 스스로도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정도로 답이 없을 거라고도 생각지 않았다. 그저 막막했다. 식은땀을 닦아내며 스네이프는 미간을 찌푸렸다. 맥고나걸은 오늘 수업은 이만 마치겠다고 말했다. 스네이프는 입술을 꾹 다물고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집에 가서는 푹 쉬도록, 세베루스. 정신적인 소모는 쉽게 볼 것이 아니니까. 이런, 땀도 제법 흘렸군.”

맥고나걸이 지팡이를 휘둘러 부드러운 냉풍을 일으켰다. 스네이프의 땀이 금세 마르는 것이 느껴졌다. 스네이프는 한 번 더 감사를 표하며 몸을 일으켰다.

“잠깐, 세베루스!”
“……?”

작게 바람을 일으켜주던 맥고나걸이 당황한 목소리로 스네이프를 잡았다. 스네이프는 의아해하며 그녀를 보다가, 맥고나걸이 제 옷깃을 벌리는 것에 아, 깨달았다. 그녀는 바람에 살랑이던 셔츠깃 너머로, 스네이프 목에 있던 번개무늬 흉터를 발견한 것이었다. 스네이프는 얼굴이 조금 붉어지는 것을 느끼며 옷깃을 다시 여몄다. 맥고나걸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입술을 가렸다. 어머나.

“해리가…… 그런 것 맞니?”
“……가보겠습니다.”

맥고나걸은 붉어진 스네이프의 귀를 보며 더 말 붙이지 않았다. 내일 점심시간 전에 오게, 세베루스. 마지막 인사 정도가 문 너머로 들렸다. 스네이프는 붉어진 얼굴을 쓸어내리며 움직이는 계단을 내려 왔다. 그리고 그 앞에 서 있는 여학생을 보고 제자리에서 멈춰섰다.

“─위즐리.”
“안녕하세요, 스네이프 교수님.”

스네이프는 어쩐지 저 당당한 눈에서 해리를 떠올렸다. 제가 교장으로 있을 적에도 저런 모습이긴 했었지. 그녀는 해리의 걱정 만큼 호그와트 가십의 주인공으로서 괴롭진 않아 보였지만, 당연히 겉보기에만 그럴 수 있었다. 스네이프는 딱히 지니에게 할 말은 없었다. 그러나 먼저 부른 것도 저였기에, 빈 교실로 이끌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교실 문 쪽으로 걷는 스네이프에 지니는 고개를 저었다.

“그냥 걸으면서 얘기 해요, 교수님. 퀴디치 경기장 쪽으로 가는 길은 한산하니까요.”
“알겠다.”

10대 여학생과의 대화는 사실 스네이프에게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제가 알던 릴리의 순간이 10대의 순간밖에는 없었다. 그 때처럼, 붉은 머리의 여학생이 옆에서 당차게 걸음을 옮겼다. 릴리와 외모는 전혀 닮지 않았지만, 길고 붉은 머리카락은 스네이프에겐 감상의 소재가 되었다. 그것이 현 애인의 전 여자친구라는 사실에도. 스네이프는 지니에게 '미안함' 같은 사치스런 감정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봄의 호그와트는 벌써부터 무더웠다. 걸친 로브의 두께를 좀 더 얇은 걸로 입었어야 했다. 수업이 끝나고, 낙인을 발견한 맥고나걸 덕에 얼굴을 붉힌 영향도 있을 것이었다. 성을 나와 잔디밭으로 나오자 산들바람이 불어 훨씬 산뜻해졌다. 지니가 휘날리는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멀리 해그리드의 오두막에 시선을 두었다.

“오늘은 무슨 일로 오신 거예요?”
“개인 용무. 앞으로 평일은 매일 올 거다.”
“절 부른 이유는요?”
“난 너에게 할 말 없어. 위즐리, 네가 나한테 할 말이 있어 보여서 부른 거다.”
“와, 진짜 스네이프 교수님 맞군요. 해리랑 사귄대서 뭔가 달라지셨을까 했는데.”

재수 없는 그 교수의 모습 그대로라서 오히려 놀랐다. 지니는 살짝 멍해졌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변한 게 없는데도 해리가 교수에게 반해버렸다는 게 너무나 신기하고 웃겼다. 그리고 더 재밌는 사실은, 저 스네이프 교수가 해리의 마음을 받아주고, 쌍방이 통했다는 것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지니 위즐리는 사연을 듣고 싶어 좀이 쑤셨다. 짧은 며칠간 실컷 울고, 주변에서 저를 씹고 뜯고 즐기는 것에 박쥐 저주 주문으로 통쾌히 복수했더니 해리에게 미련도 남지 않았다. 그렇지만, 눈앞에 나타난 전 남친의 현 애인을 보고도 주시하지 않을 전 여친은 존재하지 않았다.

“해리는 요즘 어떻게 지내요?”
“평소처럼 오러 일. 아는 사람들 만나러 가거나.”
“뭐, 그냥 똑같네요. 교수님은요?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해리랑 같이 사는 것 같던데…….”

스네이프는 눈썹을 올렸다가 내리며 지니를 곁눈질 했다. 사실대로 말하면 지니 위즐리가 무슨 반응을 보일까, 그런 고약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 게 알고 싶나?”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스네이프가 물었다.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지니는 기가 막힌 웃음을 흘리며 스네이프를 바라 보았다. 진짜 심보 봐. 해리가 저런 사람에게 코가 꿰이다니. 지니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팔짱을 꼈다. 5월의 바람은 부드럽고 상쾌했다. 퀴디치 경기장 근처의 들꽃 내음이 풍겨오는 것 같았다.

지니는 들판 위에 엉덩이를 붙였다. 끝내주는 날씨였다. 조만간 있을 N.E.W.T만 아니었어도 학생들은 노느라 정신 없을 봄날씨였다. 스네이프는 여전히 제자리에 서있었다. 파란 하늘, 하얀 구름, 들꽃 냄새. 이걸 함께 즐기고 있는 게 해리가 아닌 지니 위즐리인 것이 우습다고 생각하면서.

“저는 벌써 해리 잊었어요. 차이고 보니까, 우리 사랑이 얼마나 얄팍했었는지 알겠더라고요. 그러니까 해리도 과거로 가서, 저 며칠 좀 못 봤다고 식었겠죠.”
“흐응.”
“스네이프 교수님, 근데…… 그거 혹시, 번개무늬 맞나요?”

이 놈의 바람. 스네이프는 미간을 찡그리며 제 옷깃을 붙잡았다. 그러나, 그런다고 해서 지니가 본 게 보지 않은 것이 될 수는 없었다. 지니가 목덜미를 가리키며 눈을 깜박거렸다. 스네이프는 쳇, 혀를 찬 뒤 지니의 옆에 앉았다. 지니가 조심스레 스네이프의 옷깃을 벌렸다. 목의 상처를 확인하고 동그래진 눈이 커지더니, 미간을 확 좁히며 찌푸려졌다.

“으윽……. 세상에, 안 아파요? 미친, 부은 거 봐. 이거 해리가 한거죠?”
“내버려 둬라. 일부러 치료하지 않아서 더 그런거니까.”
“네? 일부러 치료를 안해요? 대체 왜요?”

10대 여학생이 이런 또라이, 머저리, 사이코 짓을 받아 들이긴 버거울 터였다. 전 데스 이터에 이중 첩자 정도는 돼야 받아줄 수 있는 해리 포터의 미친 사랑이니까. 스네이프는 어깨를 으쓱이며 멀거니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지니는 어리둥절하면서도 묘하게 기분이 찜찜해, 다시 앉았던 자리로 되돌아갔다.

“물어보고 싶은 게 사실 되게 많았는데…… 직접 뵈니까, 그냥 별 것도 아니었던 것 같고, 생각도 안 나고 그렇네요. 아! 해리를 어떻게 받아주신 건지 그거는 진짜 물어보고 싶었어요. 해리, 엄청 싫어하셨잖아요.”

지니의 고개가 스네이프 쪽을 향했다. 스네이프는 무표정으로 그녀를 응시하다, 입을 열었다.

“그냥 평범하게 함께 살고 있다고 자각한 뒤로는, 싫은 감정도 잊어버렸다고 느꼈다.”

해리와 함께 아침식사를 하고, 그릇을 치우고, 해리가 일을 나갈 때마다 가벼운 인사를 하고, 흘러가는 말도 기억해서 무언가를 사오고, 필요한 것을 챙겨 주고, 같은 샤워용품을 쓰고, 같이 계단을 올라서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잤다. 그 일련의 행위들이 스피너즈 엔드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이루어졌다. 해리가 싫다는 감정은 어느샌가 증발해버려, 스네이프의 내면에 존재하지 않았다.

스네이프는 무릎을 모아 끌어 안았다. 멀거니 퀴디치 경기장이 보였다. 저 곳에서 빗자루를 타고 공중을 누비던 어린 수색꾼을 떠올렸다.

“그럼… 언제 해리를 좋아한다고 느끼셨는데요?”

지니는 열여덟 살의 소녀다운 질문을 했다. 주근깨가 옅은 얼굴에 명랑하고 높은 목소리였다. 스네이프는 웃는 듯한 숨을 쉬었다. 그 감정을 깨달은 건 해리와의 첫 관계에서였다. 스네이프는 자리에서 이만 일어섰다. 그리고 스치듯이 중얼거렸다. 하지만 분명한 발음이라, 지니가 놓칠 리 없는 말이었다.

“불건전한 순간에.”

지니의 얼굴이 타오를듯 붉어졌다. 와우, 멀린. 열여덟 살 그녀로선 정말 당해낼 수 없는, 전남친의 현애인은 너무나 어른이었다.


적막한 집에 다시 돌아왔다. 스네이프는 땀에 절은 옷을 다 벗고 세탁 마법을 걸었다. 한여름에도 늘 꽁꽁 싸매고 다녔는데,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어가서 그런가. 더위에 한층 약해진 몸이 느껴졌다. 스네이프는 욕실로 들어가 샤워기를 틀고 그 밑으로 들어섰다. 상처 부위에 물이 닿으니 저절로 인상이 찡그려졌다. 방수 조치를 취하는 걸 깜박했다. 스네이프는 스스로에게 짜증을 느끼며 그냥 그대로 물줄기를 맞았다. 상처가 따갑고 쓰릴수록 해리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미역처럼 달라붙는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질척하게 감겨오는 느낌이 꼭 누구를 닮았군. 피식 웃은 스네이프는 대체 해리 생각을 하지 않는 순간이 오긴 하는 건지 궁금했다. 요 며칠간 정말 한계도 모르고 붙어 먹어서 그런지, 몸도 해리를 원하는 것 같았다. 제가 먼저 달아오르는 경우는 적었는데, 오늘도 또 이렇게 혼자 흥분을 하다니. 스네이프는 물을 맞으며 발기한 제 앞을 내려다 보았다.

오른손이 성기를 감쌌다. 음…. 잇새로 비음이 새며 얕게 숨을 뱉었다. 해리가 뒤에서 안은 채, 제 것을 잡고 흔들어줄 때의 느낌을 떠올렸다. 그 품에 편안히 저를 맡기고 해리가 이끄는 열락에 빠져드는 순간은 늘 기분이 좋았다. 스네이프는 연이어 포터 교수도 떠올렸다. 평소보다 해리가 훨씬 거칠고 난폭했었다. 제게 잔뜩 흥분해서 그걸 숨기지도 못하는 해리가 스네이프는 제법 귀여웠다. 하지만 제가 하고 싶다는 건 끝까지 안해준 해리가 우습기도 했다.

붉은색과 황금색이 섞인 오러 정복을 입은 해리가 멋스러웠고, 그 옷을 벗지 않고 했던 소파 위에서의 섹스가 자신은 무척이나 좋았다. 그리고 난 범죄자가 맞으니까, 포터. 그래서 더 쾌감을 느꼈는지 모르지. 오러에게 깔려서 성적흥분을 한 번 더 느끼고 싶었달까. 스네이프는 웃음기를 흘리며 성기를 더 빠르게 쓸었다.

“아…… 포터….”

순간적으로 제 안을 처올릴 때의 해리의 표정이 생각나, 스네이프는 불현듯 허리를 떨었다. 윽, 막힌 신음이 목구멍을 긁었다.

성기를 쥔 손에 더 힘을 실었다. 빠르게 기둥을 쓸어 내리고, 귀두를 긁고, 벽에 이마를 붙인 채 가쁜 숨을 뱉었다. 차가운 욕실의 벽과 뜨겁게 피가 몰린 성기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포터, 포터어…. 끊임없이 그 이름을 찾았다. 지금, 런던 지하 땅 밑에서 일하고 있는 제 연인은 알지 못할 사실이었다.

“하아… 하….”

스네이프는 달뜬 숨을 흘리며 여전히 물줄기를 맞고 있었다. 배수구로 정액과 물이 섞여 흘러 들어갔다. 제 부정의 산물이 하수구로 빨려 들어 간다. 스네이프는 탁하게 풀린 검은 눈동자로 그 흐름을 좇았다. 찬 물에 쓰라림이 덜해진 목의 낙인을 손끝으로 더듬었다.

젠장, 보고 싶어. 포터, 보고 싶다고.











*애니마구스 관련 서술은 원작과 관련 없는 저의 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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