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7월 31일, 해리의 열아홉 번째 생일의 아침이었다. 스네이프는 최근 입덧으로 달콤한 것은 입에도 대지 못했다. 단내가 전부 비릿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좋아하는 단 음식들을 전부 먹지 못하게 되었다. 특히 콜라를 못 먹는다는 걸 알았을 때는, 열이 받은 스네이프가 쳐다보는 것만으로 페트병이 찌그러질 정도였다. 지팡이 없이 마법이 써지는 분노도 어릴 적 이후 오랜만이었다. 그래서 올 해도 해리의 생일 케이크는 포기였다. 작년에는 섹스를 하다 오븐에 태워 먹고, 올 해는 입덧으로 케이크 포기라니, 우스워 죽겠군 세베루스 스네이프.
당이 떨어지니 체력도 확확 떨어지는 것 같았다. 해리는 임신 사실을 안 이후로는 조심해야겠다고 섹스도 가벼운 전희 정도로 끝냈는데, 입덧이 가져오는 체력적 괴로움이 너무 컸다. 그래도 냄새만 맡지 않는다면 그런대로 버틸만해서, 해리는 식사를 밖에서 해결해 돌아왔다. 스네이프는 해리가 돌아온 뒤에 해리가 먹여주는 간이 센 음식들을 먹었다. 해리의 냄새만 맡으면 속이 훨씬 괜찮아졌기 때문이었다. 이 사실을, 스네이프의 어린 신랑은 매우 뿌듯해했다.
“으…. 또 울렁거려.”
입덧을 단어로만 들었을 땐 그러려니 했는데, 직접 겪게 되자 장난이 아니었다. 거센 바다 위에서 출렁이는 작은 난파선에 타고 있는 느낌이었다. 내릴 수가 없는 상황에, 계속해서 파도에 출렁이고 있어야만 했다. 그럴 때 닻을 내리듯, 해리가 다가와서 제 가슴에 스네이프의 얼굴을 놓고 꽉 끌어 안았다. 으음, 좋아. 스네이프는 속이 편해지는 걸 느끼며 해리의 냄새를 킁킁 맡았다. 해리는 그런 스네이프가 아기 같아서 뒤통수를 슥슥 쓰다듬었다. 해리의 허리를 팔로 안고, 가슴에 여전히 얼굴을 묻은 채 스네이프가 중얼거렸다.
“생일인데, 파티도 못 열게 됐군, 포터. 내가 음식 냄새를 맡을 수 없으니….”
“시끄러워요. 몇 번 말해요, 제일 중요한 건 당신이라고.”
해리는 원래 계획대로라면 친구들과 위즐리 가족을 집에 부를 생각이었다. 하지만 입덧을 하는 반려가 있는 집에 음식을 대접할 수 없게 돼서 계획을 무산시켰다. 입덧 약물도 준비해봤지만, 단 향이 돌아서 스네이프가 냄새도 맡지 못했기 때문에 쓸 수가 없었다. 어쨌든 오늘은 자신의 생일이었고, 자신에게 있어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건 스네이프였다. 그러니 깔끔히 포기가 맞았다. 그러나 파티가 무산일 뿐, 초대한 손님은 있었다. 론과 헤르미온느가 점심식사 전에 오기로 되어 있었다. 오늘이 토요일이라서 오러인 론도 오프였다. 일단 둘에게는 어떤 음식도 사오지 말고, 냄새나는 건 절대 갖고 오지 말라 일뤄뒀다. 그들에게는 꼭 스네이프의 임신 사실을 밝혀야 했다. 그리고 또 한 명, 미네르바 맥고나걸에게도.
“곧 네 친구들이 올 텐데, 슬슬 준비해야 하지 않나…?”
“음- 조금만 더 누워 있어요….”
“으, 응. 빨지마, 포터…. 흣, 아….”
해리가 목덜미의 번개 낙인을 간지럽게 빨고, 혀로 대각선을 따라 핥는 느낌에 스네이프가 고개를 움츠렸다. 그렇게 숨은 곳마저도 해리의 품이라는 게 우습긴 했지만 말이다.
“잘 먹지도 못하는데, 살은 더 빠지고 어떡해요. 이거 봐, 여기도….”
해리의 손이 스네이프의 잘록한 허리를 지분거렸다. 그대로 좁은 골반을 걱정스레 쓸어내리는 손길마저도 어쩐지 야릇했다. 스네이프는 더운 숨을 흘리며 해리를 바라보았다.
“입덧이 계속 가진 않을 거야….”
“우리 애들이 아빠 닮아서 엄마 속 썩이네. 그쵸, 세브.”
“풋, 알긴 아나? 포터.”
“근데 세베루스를 닮았다고 해서 고분고분 순하진 않을…… 악!”
가슴을 짝 때리는 손바닥에 해리가 비명을 지르고는, 곧 와하하 웃음을 쏟아냈다. 아무튼 부모 중 누굴 닮았어도, 절대로 호락호락하지 않을 2세들인 것이었다.
“해리! 스네이프! 우리 왔어! 요!”
깜짝, 침대 위에서 웃고 떠들던 그대로 해리와 스네이프는 몸이 굳었다. 론의 목소리였다. 벌써?! 해리가 허겁지겁 몸을 일으키다 침대 아래로 처박혔다. 우당탕탕 소리가 들리는 침실에 벽난로 앞의 론과 헤르미온느는 눈을 크게 떴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아침부터 거하게 한 판 하나 보다는 론의 농담에 헤르미온느는 웃으면서 제 남자친구의 팔뚝을 찰싹 때렸다.
벌컥 소리가 나며 침실의 문이 열렸다. 문고리를 잡은 해리가 엉거주춤하게 서서 그의 친구들을 맞이했다. 회색 반팔에 남색의 체크 반바지가 누가 봐도 잠옷차림으로 보였다. 그래도 스네이프는 옷을 갈아입고 나오려는지 해리의 뒤로도 보이지 않았다. 생일인 친구 집에 온다고 한껏 꾸미고 온 헤르미온느와 론은 해리를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갈아입고 나올 시간을 줄게, 해리.”
“어…? 어…그, 그래. 고마워, 헤르미온느. 음… 앉, 앉아있어! 아, 집에 주스가 없어. 이해해줘.”
해리가 지팡이를 휘두르자 컵 두 개에 주전자가 물을 붓고 둘의 앞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쾅! 소리와 함께 침실의 문이 다시 닫혔다. 허둥지둥거리는 해리의 모습에 그의 오랜 친구인 둘은 깔깔깔 배를 잡고 웃었다. 거실의 소파에 앉아서 가져온 생일선물이 든 가방을 내려놓고, 오랜만에 찾은 해리의 집을 두리번거렸다. 바뀐 게 없어도 너무 없었다. 남자 둘만 사는 집이 이렇지, 뭐. 헤르미온느는 속으로 혀를 끌끌 찼다.
다시 침실 문이 열렸다. 깔끔하게 흰 반팔에 청바지를 입은 해리와 까만 반팔에 까만 슬랙스를 입은 스네이프가 나왔다. 스네이프가 반팔이라니, 헤르미온느는 그의 마른 태가 드러나는 옷핏에 살짝 부러움을 느꼈다. 론은 아무 감흥 없이 둘에게 손을 흔들었다. 미안, 일찍 준비 된 김에 그냥 와버렸어. 해리는 살짝 이마에 힘줄이 설 뻔 했지만, 미소를 지으며 참았다. 론은 선물 가방부터 내밀었다. 화가 완전히 가라앉는 것을 느끼며 해리가 가방을 열어 보았다.
론의 선물은 짙은 암녹색의 로브였다. 해리가 몸에 걸쳐보니, 그의 맑은 녹색의 눈과도 잘 어울렸다. 교수로 일할 때 입어. 론이 씨익 웃으며 주먹을 내밀었다. 해리도 주먹을 들어 맞추면서, 고맙다고 씨익 웃었다. 꽤 비쌌을 것 같은데, 해리가 말하니 사건 하나 해결하고 보너스를 좀 받았다고 론이 으쓱했다. 그 돈을 저에게 쓰다니, 해리는 어쩔 수 없이 가슴이 짠해져서 로브를 벗어 소중히 접었다. 가난했어서, 성인이 되어 직접 벌어 돈을 쓰는 것에도 론이 어려워하는 걸 알았기에 더 값진 선물이었다. 헤르미온느도 이어서 선물을 내밀었다. 그녀는 작게 에메랄드 눈과 흑요석 눈이 박힌 수사슴과 암사슴 브로치를 주었다. 스네이프가 살짝 놀란 눈으로 암사슴 브로치를 들어 만지작거렸다.
“어떻게 내 패트로누스를 알았지? 미네르바도 몰랐던걸.”
“어… 론과 헤르미온느는 직접 펜시브로 들어가서 당신 기억을 같이 봤거든요.”
스네이프가 그에 인상을 찡그렸다가, 다시 헤르미온느의 선물을 보고 표정을 풀었다.
“스네이프 교수님, 해리. 그건 결혼식에서 예복에 달라고 준비한 거야. 꼭 써줬으면 좋겠어.”
“헉! 진짜? 정말 고마워, 헤르미온느! 물론, 잘 쓸게. 너무 예쁘다. ”
“그런데 해리, 아직도 식 날짜가 안 정해졌어? 몰리 아주머니랑 교수님이 만나셨다고 해서, 이제 다 잘 풀리고 결혼식 계획 잡는 줄 알았는데. 감감무소식이길래.”
“아… 그것보다 중요한 일이 있어서.”
“뭐? 내가 그랬었잖아! 대중들에게 알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헤르미온느가 발끈해서 한바탕 잔소리를 쏟아내려 했다. 브로치들은 투명한 박스 뚜껑 덕에 먼지 쌓일 걱정없이 볼 수 있었다. 스네이프는 브로치 박스를 다시 잘 여닫고 TV 아래의 낮은 장에 잘 보이도록 올려 놓았다. 그 행동에 헤르미온느는 살며시 미소 짓고, 애정 가득한 눈으로 스네이프를 바라보았다. 스네이프는 저런 시선은 정말 적응이 안 되었지만, 저를 친구의 소중한 사람으로 인식해주는 그녀가 고맙기는 했다. 그리고 지금 이게 본의 아니게 선물 교환의 장이 되어서 제가 준비한 선물도 가져오기 위해 일어섰다. 제 서재로 들어가는 스네이프를 세 사람의 시선이 전부 따라왔다.
“해리, 교수님이 전에 봤을 때보다 더 마르신 것 같아! 좀 자제해, 너.”
“아니… 그게 아니라, 요즘 잘 못드셔서….”
“잘 못드신다고? 그럼 우리에게 음식 가져오지 말라한 이유는 뭐야! 세상에, 잘 먹여야지 해리! 전에 살 좀 오르신 것 같아서 보기도 훨씬 좋았고, 또 교수님은 예민하시니까 잘 드시고 기분 좋아야 해리 너도 편할-”
“아니, 헤르미온느, 그게, 사정이!”
헤르미온느는 해리가 생일인 건 아랑곳없어 보였다. 저를 혼내려고 집에 온 것 같아서 해리는 땀을 뻘뻘 흘렸다. 쩔쩔매는 친구의 모습을 보고 제 모습이 겹쳐 보여, 론은 웃고 있었지만 기실 웃는게 웃는 것이 아니었다. 스네이프는 서재를 나오자마자 보이는 해리의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에, 겉은 무표정이었지만 속으론 웃었다. 이성의 친구에게 따박따박 혼나는 건 스네이프에게도 익숙한 과거 속의 풍경이기도 했다.
“포터 보고 그만 뭐라 해라, 그레인저.”
“세베루스…!”
제 편을 들어주는 반려에 해리가 감동해 스네이프를 바라보았다. 헤르미온느는 대놓고 해리 편인 스네이프를 보고 놀랐다가도, 곧 넵, 교수님! 하며 말 잘 듣는 모범생의 면모를 보였다. 생글생글 웃는 그녀는 타박을 듣고도 기분이 좋아보였다.
스네이프가 준비한 선물은 작았다. 작년엔 몇날며칠을 떠들어대도 당일까지 준비하지 않던 선물을, 이번엔 챙겨 줬다는 것만으로도 해리는 설레었다. 대체 그가 절 생각한 선물로 뭘 줄까하는 기대도 물론, 들었다. 론과 헤르미온느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해리가 포장을 푸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얼핏, 그것은 시계처럼 보였다. 해리가 당장 차고 있던 손목시계를 벗으려했다. 그에 스네이프는 고개를 저었다.
스네이프가 제가 준비한 선물을 해리의 손목시계 위에 올리자, 마법처럼 ─물론 마법이겠지만─ 둘이 합쳐져 하나의 모습으로 섞였다. 헤르미온느는 곧바로 저게 무슨 용도의 마법인 줄 알아챘다. 그녀도 5학년 때 비슷한 마법을 사용한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비상연락망이군요?”
“똑똑하군, 그레인저. 그래, 내가 기존의 물건을 구매해서 더 수준 높게 고쳤다. 원래는 판 위에 글씨만 뜨고 살짝 뜨거워지는 걸로 알림을 하는 정도지만….”
스네이프가 주머니에서 해리에게 선물한 것과 똑같이 생긴 제 것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옆 면의 버튼을 찰칵 누르자 해리가 손목에 찬 시계가 진동을 했다. 판 위에 뜬 S.S라는 대문자 스펠링에 해리는 미소를 지었다. 손가락으로 판을 건드리자, 머글의 전화처럼 스네이프의 것과 연결되었다.
“이제 연락 걱정은 안 해도 된다, 포터.”
해리는 바로 제 사랑스런 연인을 끌어안았다. 론은 또 저러네, 하는 가자미눈을 했고 헤르미온느는 설명할 수 없이 뛰어난 스네이프의 마법실력과 해리에 대한 사랑에 두 손을 꼭 모아잡고 눈을 빛냈다. 해리는 그가 말없이 말포이 저택으로 갔을 때, 자신이 얼마나 불안했었는지를 알고 이런 선물을 계획한 제 연인이 너무나 사랑스럽고 고마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고 집에 있는 동안은 계속 그를 벗겨놓고 괴롭혔는데, 어느 시간에 이런 걸 완성시켰는지 알 수 없었다. (그것도 두 개나.) 세베루스 스네이프의 시간은 평범한 저와 달리 30시간쯤 되는지도 몰랐다.
“고마워요, 세베루스…. 진짜 감동받았어요. 론이랑 헤르미온느, 너희들 선물도 진짜 감동이야.”
“뭘, 해리 네 팬들이 보내줄 다른 많은 선물보다 우리 것이 더 특별해야해서 신경썼지.”
론이 으쓱하며 말했다. 마법세계의 인기스타인 해리가 작년에 받은 어마어마한 선물들에, 제 선물이었던 처들리 캐논팀 퀴디치 용품 세트가 묻혔다고 느낀 론이었다. 해리는 스피너즈 엔드가 아닌 버로우에 있었던 작년 생일에서 유난히 시무룩해보이던 론을 기억해냈다. 그래서 이렇게 비싼 로브를 준비했구나. 제 친구지만 론은 안쓰러울 정도로 귀여웠다. 그리고 올해도 당연히 해리의 앞으로 선물이 많이 왔지만, 서재에 쌓아두고 풀어보지도 않은 해리였다. 제 주변의 중요한 사람들의 생일선물들이 먼저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중요한 사람들에게 꼭 할 말도 있었다.
“헤르미온느, 론. 정말 고맙고… 오늘은 내 생일이기도 하지만, 해야할 말이 있어서 불렀어.”
“뭔데? 식 날짜는 아직이라며?”
“헤르미온느, 그건 곧 정할게. 8월중으로 할게, 알았지? 그리고…… 음, 그러니까. 다음 해 2월 말쯤에, 세베루스랑 나 사이에서 아이들이 태어날 거야.”
“……?”
“……?”
해리의 두 친구들은 고개를 쑥 내민 채, 그저 어리둥절해보였다. 아이들? 저 둘 사이에서?
“어…… 세베루스가 지금 쌍둥이를 임신중이야.”
“……?????”
더더욱 수렁에 빠져드는 론과 헤르미온느의 모습에 해리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스네이프조차 저 둘의 얼굴에 입매를 씰룩이면서 웃음이 터지려고 했다. 하긴, 얼마나 믿기 힘들까. 남자가, 그것도 스네이프 교수가, 임신을, 그것도 쌍둥이를 임신했다는데.
“무슨…… 소리야? 해리, 스네이프 교수님은…… 남자잖아?”
마법세계의 우월한 지식을 가진 헤르미온느에게조차 이는 완전히 황당한 소리로 치부됐다. 그녀가 그동안 읽은 책에선 남성 임신에 관한 마법을 한 번도 읽은 적 없었기 때문이었다. 해리는 짐짓, 그녀를 아무것도 모르는 1학년짜리를 보듯 장난스레 타일렀다.
“헤르미온느, 우린 마법사잖아.”
“하지만…… 내가 읽은 책들에선 본 적이 없는데……! 론, 너도 들어본 적 없지?! 그치!”
“해리, 스네이프… 장난이 너무 심하잖아, 요. 오늘은 만우절이 아니라 해리의 생일이라고, 요.”
스네이프가 눈썹을 까딱이며 올렸다. 그 위압적 태도에 론과 헤르미온느가 긴장했다. 그들에게도 익숙한 교수의 표정이었다.
“내 마법실력이 뛰어나니까 가능한 문제다, 그레인저, 위즐리.”
“무슨 마법인데요…?!”
이건 필시, 헤르미온느의 학구열이었다. 그녀는 정말 스네이프가 임신을 한 게 맞다는 느낌이 들자 그 마법이 궁금해져서 견딜 수 없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자신들의 눈 앞에 나타난 사랑스러운 암사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머! 예뻐라~!”
헤르미온느가 손을 뻗어 암사슴의 정수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론도 신기하게 쳐다보며 등 언저리에 손을 얹었다. 굉장히 부드럽고, 따끈따끈거렸다. 해리는 이래서 스네이프가 애니마구스가 될 생각을 한 번도 안 했구나를 깨달았다. 사람들은 동물을 보면 그저 쓰다듬을 생각밖에 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암사슴이 스네이프의 모습으로 돌아오자, 헤르미온느는 자신의 손이 그의 정수리에 있는 것에, 론은 자신이 스네이프의 등을 만진 것에 경악해서 비명을 질렀다. 스네이프는 최근 본 중에 제일 불쾌한 얼굴을 하며 몸을 털어내었다.
“나의 애니마구스는 암사슴이다. 5월에 마법을 배우고 성공시킨 뒤, 6월동안은 암사슴의 생식기관을 내게 착상시키는 마법을 익혔다. 그리고 지금은 임신도 성공했고, 당연히. 만우절 거짓말 같은 게 아니다, 포터와 나의 아이는.”
딱딱한 교수의 말은 마법약 제조법을 설명하듯 했다. 그 내용에 해리는 웃음이 터졌지만, 헤르미온느는 이 마법이 얼마나 엄청난 수준의 실력을 요하는지 깨닫고 감탄의 눈을 하기 시작했고, 론은 이 얼마나 황당무계한 소리인지 제 귀를 의심하며 한 번 귓구멍을 파보고 있었다. 그리고 론도 곧 자신이 들은 말이 진짜인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정말로 방금, 암사슴의 등을 쓰다듬었으니까 말이었다.
“참, 쌍둥이라고 했었나요…?! 세상에, 교수님이 쌍둥이를 임신하다니! 그런데 너무 마르시고, 어떡해요.”
“지금 입덧 시작한지 얼마 안돼 못 먹는 게 많아서 그렇다. 몇 주만 버티면 나아지겠지. 그 때부턴 내가 알아서 내 몸과 아이들을 챙길 거다.”
“입덧?! 아, 그래서 음식을…. 아하, 이제야 이해되네요……. 그래서 생일파티도 취소한거구나? 해리.”
“응. 세브가 음식 냄새에 심하게 울렁거려해서. 나도 요즘 매 끼니 밖에서 먹고 다시 들어와.”
“와, 해리 너도 고생하는구나.”
임신을 믿게 된 론이 이제 진지하게 반응했다. 어쩌면, 멀지 않은 미래의 자신과 헤르미온느의 모습이기 때문이었다.
“성별은 여자, 남자 쌍둥이야. 이름도 정해뒀어.”
“와, 어떻게 그렇게 딱 좋게 성별이 나눴지? 이름은 뭐야?”
“딸은 릴리, 아들은 알버스.”
신나게 질문하던 헤르미온느가 릴리의 이름에 딱 굳었다. 론 역시 바로 스네이프의 눈치를 살폈다. 해리는 한숨을 한 번 내쉬었다. 저 둘은 이게 스네이프의 작명이라는 것을 상상도 못하겠지…. 스네이프만이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그들을 쳐다볼 뿐이었다. 헤르미온느는 해리를 나무라듯 바라보았지만 해리는 그저 씁쓸히 미소를 보였다. 어쨌든 이미 정해진 딸의 이름을, 부모 중 누가 지었든 무슨 상관이겠는가.
“어쨌든… 너희에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 론, 헤르미온느.”
“부탁? 어떤 거?”
론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헤르미온느도 궁금한듯 해리를 보았다. 스네이프의 임신에 자신들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너희가 우리 아이 중에 한 명의 대부랑 대모가 되어줄 수 있을까? 아, 이미 한 명은 대부가 결정 돼서.”
“우리가…… 해리 네 아이의 대부?”
“대모…? 내가…!?”
열아홉 살의 둘 모두 이 놀라운 제안에 입을 틀어막고 놀랐다. 어쩐지 스네이프의 불러오지도 않은 배를 무의식적으로 쳐다보고,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그런데 둘은 곧 자신들 말고도 해리가 대부를 부탁한 사람이 있다는 게 의아스러웠다. 그것도 해리의 가장 친한 친구인 저들보다도 먼저 해리가 제안하고, 승낙도 받아냈다고?
“물론! 너무 기쁜 제안이야, 해리. 물론이예요, 교수님! 우리가 해리와 교수님의 아이의 대모, 대부가 되는 건 당연하죠!”
“나도 너무 기뻐, 해리! 그런데…… 다른 대부는 누구야…?”
론이 조심스레, 기분 나쁜 것처럼 보이지 않으려 애쓰며 물었다. 해리와 스네이프는 서로 눈을 마주쳤다. 풉, 해리가 웃음이 터지려는 입을 막았고 스네이프도 손으로 입을 가린 채 고개를 돌렸다. 어리둥절해진 친구들이 둘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드레이코 말포이.”
“뭐어어~?!!!!!!!”
론과 헤르미온느는 이 날, 스네이프의 임신 고백보다 대부 드레이코 말포이의 소식에 더 기겁했었다고, 훗날 있을 술자리에서 토로했다.
“결혼식 날짜를 잡죠!”
헤르미온느가 결의에 차서 말했다. 스네이프와 해리와 론은 결국 그녀가 하자는 대로 끌려가게 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고개를 끄덕이고 헤르미온느가 실컷 떠들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었다.
“미리 잡아야 오러인 론 같은 경우에도 휴가를 빼놓을 수 있으니까. 최소 2주 전에 얘기해야 하잖아.”
“응. 나 8월 중순부터 휴가 잡을 수 있어.”
“그럼 8월 15일 일요일은 어때? 해리, 교수님, 어때요?”
“우리야 뭐, 언제든 상관 없지. 너희들 편한대로 해.”
“그럼 호그와트 대연회장을 빌리자! 맥고나걸 교수님께 얘기하고.”
“아, 안 그래도 이따 맥고나걸 교수님을 찾아뵈러 갈 예정이었어, 헤르미온느. 그 때 부탁하면 되겠다.”
“그리고 언론에 결혼식을 독점 공개도 하자. 그래야 더 잘 팔리고, 해리랑 교수님의 의도대로 보도 될 수 있도록. 인터뷰도 하고.”
“여태 다 거절해 왔었는데?”
“대중들은 스타의 가십을 소비하고 싶어해, 해리! 그것도 너 같은 유명하고 이미지 좋은 스타가 결혼을 한다는 것은 대중의 관심이 안 갈래야 안 갈 수 없어. 결국 뭐라도 찾아보려 할텐데, 진실과 다르게 알게 돼버리면 결국 해리 너만 손해야. 그러니 적당히 맞는 정보를 우리 쪽에서 제공해주고, 너랑 교수님 관계도 땅땅 못박아야지!”
씩씩거리며 말을 쏟아낸 헤르미온느가 머리카락을 뒤로 홱 넘겼다. 옆에 앉아 머리카락에 맞은 론은, 늘 있는 일인듯 무덤덤한 얼굴이었다.
“이번에도 <이러쿵 저러쿵>에 보도 하자, 해리.”
“아, 루나. 좋아, 거기라면.”
해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처음으로 언론 공개 인터뷰를 내자는 의견에 동조했다. 스네이프는 어차피 해리가 하자는대로 다 할 것이므로, 딱히 첨언 없이 듣고 있었다. 식의 날짜, 장소, 인터뷰까지 모두 일사천리로 결정한 헤르미온느는 만족한듯이 웃었다. 해리는 그녀와 론의 결혼식이 어떨지, 벌써부터 기대 돼서 웃음이 나왔다.
“그럼 식에 초대할 사람은…… 위즐리 가족, 헤르미온느, 네빌, 루나, 맥고나걸 교수님, 해그리드랑 통스 부인이랑 테디랑 휴 씨랑….”
“잠깐, 포터. 휴라면- 네 그 오지랖 떠는 오러 선배 말인가?”
“네. 아, 그래도 휴 씨에게 머글의 주먹맛은 보여줬으니 좀 감형시켜 주세요.”
큭큭 웃는 해리에 흐음, 하고 생각을 재고해보는 스네이프까지, 론은 대체 휴가 스네이프에게 어떤 오지랖을 떨었는지 궁금해졌다. 뭔데? 무슨 말을 했는데, 휴가? 해리는 살짝 곤란한 얼굴을 하며 대답을 회피했다. 스네이프가 냉담히 팔짱을 끼고 릴리, 라고 툭 내뱉자 론과 헤르미온느가 더 놀라서 펄쩍 뛰었다. 그 사람, 강심장이구나…. 맞아, 괜히 오러 바닥에서 몇 년을 구른 게 아니라니까, 헤르미온느와 론이 서로 속닥거리며 끄덕거렸다.
“그럼 휴 씨는 부르지 말까요?”
“응.”
스네이프의 대답은 단호했다. 어깨를 으쓱하며 해리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 드레이코도 불러야죠.”
그리고 그 말의 파장은 론과 헤르미온느에게 돌아갔다. 일단 해리가 말포이를 드레이코라고 부른데다, 그들의 결혼식에 초대하겠다니! 놀라서 펄쩍 뛰고, 뒤로 넘어졌다가 앞으로 구를 일이었다.
“해리, 대체……. 말포이랑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그 놈을 네 아이 대부로 삼겠다질 않나, 네 결혼식에 부른다질 않나…….”
론이 걱정스러운듯 해리의 이마를 손으로 짚었다. 저를 환자 취급하는 론이, 해리도 물론 이해가 갔다. 드레이코가 헤르미온느를 몇 번이나 잡종이라고 불렀는지 셀 수가 없었다. 생각해보면 참, 해리 포터는 지긋지긋한 악연들이 인연으로 180도 바껴버리는 것 같았다. 그 두들리와도 화해했고, 스네이프와는 부부가 될 것이고, 드레이코는 제 아이의 대부가 될 친구가 되었다. 볼드모트 같은 완전한 악이 아닌 이상, 해리는 그들을 결국 용서해버리는 선한 사람이어서이기도 할 것이다.
“여러가지로 도움 받았어, 드레이코한테. 세베루스가 남자니까 임신한 걸 비밀로 해야하는데, 그걸 지켜줄 좋은 치유사도 구해줬고. 그간 매일같이 말포이 저택에 세베루스랑 같이 놀러 가기도 했고.”
“네가 언제부터 말포이랑 친하게 지냈다고, 해리! 난 진짜 믿기지가 않아, 걘 데스 이터였…! 아, 스네이프….”
론이 해리에게 윽박지르다 스네이프의 눈치를 황급히 살폈다. 스네이프는 감흥 없는 얼굴로 론의 시선을 맞받아쳤다.
“걔 과거는 나도 알아, 론. 뭣하면, 너도 드레이코랑 퀴디치 하러 놀러오던지.”
“뭐? 퀴, 퀴디치……?”
“이왕이면 조지도 같이 데려와. 2대 2 경기 해도 되게.”
“……나, 나는 말포이 걔랑은 같은 팀 안 할 거야.”
론은 퀴디치 게임 제안에 이미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느낀 듯했다. 위즐리는 우리의 왕 작곡가인 드레이코와 같은 팀을 하는 론을 떠올리니 웃음이 날 것 같기도 했다. 그래, 알았으니까 다음 쉬는 날에 말포이 저택 와. 해리의 말에 론은 더 뭐라하지도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움찔대는 폼이 드레이코와 퀴디치를 몇 번 해봤냐고 해리에게 묻고 싶은 것 같았다. 헤르미온느는 퀴디치면 사족을 못 쓰는 제 연인과 친구에, 쯧쯧 혀를 차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남자들의 우정이란, 운동이 전부인지.
론과 헤르미온느와 함께 나가서 점심식사를 한 뒤, 해리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곧장 부엌으로 가 스네이프를 위해 간이 센 오트밀죽을 끓였다. 잠깐 나간 그 사이, 자신의 냄새를 맡은지 오래 됐다며 속이 울렁하다는 반려를 위해 해리는 주걱에 마법을 걸어놓고, 식탁 앞에 앉은 스네이프를 안고 섰다. 제 배에 코를 묻고 겨우 숨을 돌리는 스네이프의 등을 살살 쓸어주며 해리가 웃었다. 어쩜 이렇게 제 마음에 쏙 드는 입덧을 할 수가 있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스네이프 그가 사랑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결혼식에서는 와준 손님들에게 음식을 대접해야 할텐데, 어떻게 하죠?”
“드레이코에게 무취의 입덧 물약을 부탁했으니, 성공하길 바라야지.”
“뭐, 걔가 당신한테는 잘하잖아요.”
“그래. 그렇지.”
해리는 제가 먼저 말을 꺼내놓고, 입술이 댓발 앞으로 나오는 걸 느꼈다. 유치하게 또 드레이코에게 질투를 느끼고 있었다.
“저도 마법약을 잘하면 좋았을 텐데….”
“O.W.L에서 기대이상을 받았던 게 기대이상인 실력이긴 했지, 포터.”
“제가 마법약에 재능이 있었으면… 당신도 저를 덜 싫어했을까요?”
“글쎄……. 애초에 내가 널 잘 보려는 노력은 하질 않았어서. 그래도 릴리는 마법약을 정말 잘했었는데, 그 실력을 물려받지 않고, 대체 그 재능은 어디로 간 건지.”
탐탁치 않은 중얼거림과 함께 스네이프는 제 배를 쓰다듬었다. 재능의 유전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우리 애들은 당신 재능을 다 제대로 물려 받을 거예요, 세브. 걱정말아요.”
“걱정인데. 포터 널 보니.”
“아─ 진짜. 놀리니까 재밌어요?”
“응. 재밌군, 포터.”
뻔뻔하게 저를 올려다보는 스네이프에 해리가 하, 기가 막힌 웃음을 흘렸다. 문득, 시선을 둔 오트밀죽이 끓어 넘치려 했다. 앗, 이런. 황급히 해리가 지팡이를 휘둘러 불을 끄고, 식탁 위로 냄비를 옮겼다. 그릇에 죽을 옮겨담고 해리가 숟가락으로 떠서 후후 입김을 불어 식혔다. 한 입, 한 입 일일이 제 숨길로 식혀서 스네이프의 입에 떠먹여주는 과정이, 해리는 스스로가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스네이프는 얌전히도 입을 벌리고 아기새처럼 잘 받아 먹었다.
“이거 먹고, 맥고나걸 교수님 뵈러 가는 거예요. 알았죠, 세브?”
“완전히 아기 취급이군.”
“응, 우리 세브, 착해. 편식도 안 하고 잘 받아 먹고.”
“아이들이 들어.”
아직 아이들의 귀가 생겼는지도 모르면서 스네이프는 그렇게 빠져나가려 했다. 해리는 실실 웃으며 스네이프의 엉덩이를 톡톡 두드렸다. 이렇게 귀여운데, 내 손길 하나하나가 없으면 못 사시면서, 내 아기나 다름 없지.
스네이프는 해리의 이 사랑이 넘치는 시선에 그저 혀를 내둘렀다. 해리의 이 콩깍지가 벗겨질 일이 있을까? 자신은 사실 그걸 절대로 바라지 않는 사람이면서도, 스네이프는 해리가 그럴 가능성도 생각해봤다. 흠…. 지금으로 봐서는, 거의 제로일까. 스네이프는 해리 몰래 뿌듯하게 웃었다.
“세베루스, 해리. 오랜만이구나.”
두 달만의 만남이었다. 스네이프는 애니마구스 수업 이후, 은사를 처음 보는 자리라 준비해간 선물을 내밀었다. 너무 늦은 보답이 아닐까 했으나 오늘이 해리의 생일인 걸 알고 있던 스승은 오히려 저에게 선물을 주는 거냐고 놀라며 즐거워했다. 그리고 기가 막히게도 그녀가 교수를 업으로 삼은 후로는 아무도 주지 않던 취향의 선물에 감탄사가 터졌다.
“정말 귀엽구나!”
선물은, 얼룩 고양이가 제 위에서 뱅글뱅글 도는 작은 스니치를 잡으려 빗자루 위를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작은 모형이었다.
“세베루스 자네의 변환마법이 이렇게 깜찍한 곳에도 통용될 줄은 몰랐군.”
흐뭇하게 선물을 교장실 책상에 올려둔 맥고나걸이 미소지었다. 해리 서재에 있던 날아다니는 빗자루 모형을 보고, 영감을 받아 준비했던 스네이프는 그저 가벼이 고개를 끄덕였다. 퀴디치 선수이기도 했던 맥고나걸의 퀴디치 사랑을 누가 모르겠는가. 해리의 비행 실력을 보자마자 100년만에 1학년짜리를 퀴디치팀에 넣어버렸던 그 실행력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스네이프 주변에 퀴디치에 미친 인간들이 가득한 탓에, 맥고나걸을 위한 선물에 그 생각부터 들었기도 했다.
“말씀드릴 게 있어서 왔습니다.”
“급할 것 있나. 앉지, 세베루스. 해리도.”
어느새 생겨 있는 의자에 둘은 맥고나걸을 마주 보고 앉았다. 스네이프는 괜스레 자신의 배를 또 쓸어내리다, 움찔 손을 거뒀다. 해리는 그런 연인에 슬며시 웃고 입을 열었다.
“애니마구스 수업을 배웠던 이유와 그 결실에 대해서 말씀드리려고요.”
“그래, 간절하다던 일을 이루었니? 무엇일까?”
“음, 저…… 세베루스가 저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가졌어요. 임신을…… 할 방법으로, 애니마구스를 배웠던 거라.”
“호오…. 아이라고?”
스네이프는 입술을 꾹 깨물고 달아오른 얼굴을 살짝 끄덕여 긍정을 표했다. 맥고나걸의 시선이 자연스레 푹 꺼진 스네이프의 배에 머물렀다. 어떻게 애니마구스로 남성인 스네이프가 임신을 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선 지긋한 나이의 마법사인 자신도 궁금한 일이었다. 그의 애니마구스 모습이 암사슴이니, 어떻게 이용하다 보면 될 것도 같고. 그러나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축하한다. 해리, 세베루스. 아이라니, 축하해.”
은사는 그저 둘의 결실에 대해 축복의 말을 던지고 웃을 뿐이었다. 뒤에서 덤블도어의 초상화도 웃으며 박수를 쳤다. 스네이프 초상화는 입을 벌리고 쳐다보다가 해리와 눈을 딱 마주치고 입을 꾹 다물더니 홱 시선을 돌려버렸다. 해리는 그에 혼자 키득대며 웃었다.
“언제 알게 되었니? 아이의 출산 예정일은?”
“안 지는 얼마 안됐어요. 생긴 지는 한 달 되었대요. 다음 해 2월 말경에 나올 거고, 그리고…… 한 명이 아니고 쌍둥이예요. 딸, 아들이요.”
“어머… 세상에. 해리, 너 힘 좋구나.”
“미네르바!”
스네이프가 빨개져서 그녀의 말을 막았다. 맥고나걸은 입을 가린 채 쿡쿡 웃었다. 딱딱한 제자의 당황하는 모습은 봐도 봐도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결혼식도 열려고요. 다음 달, 8월 15일에 방학 중의 호그와트 대연회장을 써도 괜찮을까요?”
“물론. 호그와트의 두 교수의 결혼식 장소로 호그와트보다 적절한 곳이 어딨겠니?”
“저, 저는 아직 정식으로 일한 적도 없는데…. 감사합니다, 교수님.”
“그럼, 방학 중의 집요정들은 식사 준비를 그만큼 못해서 아쉬워한단다. 그들도 결혼식을 꾸미고 준비하는 일이 몹시 기쁘겠지. 아, 그래. 크리처?”
크리처가 맥고나걸의 옆으로 뿅 나타났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자신의 주인인 해리에 눈이 확 커졌다. 크리처는 가슴팍의 레귤러스의 로켓을 통통 튀기며 해리 포터 주인님!!! 을 큰 소리로 외쳤다. 해리는 살짝 놀랐다가, 이내 웃으며 크리처에게 인사를 했다.
“크리처, 네 주인인 해리가 호그와트에서 결혼식을 열 거라는구나. 8월 15일, 대연회장에서. 그러니 집요정들과 함께 성대한 식을 준비하도록 해야겠지.”
“해, 해리 주인님…. 겨, 결혼식이요……? 크, 크리처도 알고 있습니다! 앞에 계신 스네이프 교수님이 주인님의 연인이라는 것을…! 아니지, 세베루스 사모님, 우리 해리 주인님과의 결혼을 축하드립니다……!!!”
“푸하하하핫─!!!!!!”
해리는 세베루스 사모님이란 말에 폭소를 터뜨리며 뒤로 넘어갔다. 맥고나걸도 차마 입을 가리며 웃는 수준으로 끝나지 않아, 배를 잡고 웃었다. 덤블도어 초상화는 교장실이 떠나가라 껄껄 웃고 있었다. 이들 중, 스네이프와 스네이프 초상화만이 초상집에 온 듯 숙연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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