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7월이 시작된 후로 백수 세 명의 만남은 거의 매일이라 해도 좋았다. 스네이프는 해리와 단둘이 있는 집에서 필연적으로 하게 되는 일들을 벗어날 도피처로 말포이 저택을 찾았다. 드레이코가 보는 앞에서는 해리도 자제를 했기 때문이었다. 해리가 드레이코를 저를 사이에 둔 경계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은, 스네이프에게 몹시 어이가 없는 문제였으나, 연인의 질투심이 얼마나 깊은지 뼈저리게 느낀 바 있어 그러려니 싶기도 했다.
어쨌든 스네이프의 몸은 요즈음 해리에게 ‘시달리고’ 있었다. 임신을 위해서라지만 고삐가 풀린 어린 신랑을 감당하기에 자신은 (스스로가 느끼기에) 너무 늙고 지쳤다. 스네이프는 마법사들의 느린 노화를 무시하고, 서른아홉이라는 제 나이의 숫자에만 집착했다. 제가 마법사들 나이로는 어린 축이라지만 해리는 기실, 머글 나이로 따졌을 때도 너무 어렸다. 해리는 아직 열여덟밖에 ─곧 열아홉 살 생일을 맞고─ 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런 그와 자신의 체력이 같을 리도 없었지만, 불이 붙은 해리는 자신의 몸에 집착을 너무나 심하게 했다. 한 번 시작하면 안을 몇 번이나 싸고 채우는 것에, 스네이프는 온 몸이 녹초가 되어서 침대에 겨우 누워 숨만 헐떡이게 되었다.
그러다 어느 날은, 스네이프가 신경질적으로 이러다 세 쌍둥이라도 갖겠다고 꽥 소리를 지른 적도 있었다. 해리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스네이프를 타이르기라도 하듯 말했다. 말이 씨가 돼요, 세베루스. 그러는 너나 그 놈의 씨 좀 적당히 뿌리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스네이프는 다시 제 안에서 움직이는 해리의 것에 신음만을 흘릴 수 있을 뿐이었다.
말포이 저택은 확실히 스네이프가 살기 위한 도피처였다. 해리가 스킨십의 자제를 하고, 드레이코는 스네이프 교수에게 깍듯했으며, 해리와는 빈정거리며 서로를 긁으면서도 사실 대화를 즐기는 티를 냈다. 스네이프는 해리가 동갑의 동성친구와 떠드는 모습을 보는 게 내심 즐거웠다. 최근, 루시우스와 나르시사도 프랑스 여행에서 돌아왔지만 굳이 해리가 껴있는 그들의 모임에 나타나지 않았다. 보석금으로 풀려난 전 데스 이터 부부는 전직 오러인 마법세계 영웅을 꺼리는 것이 분명했다. 이중첩자였던 스네이프 자신도 물론, 그들에게 편한 존재는 아니었다. 하지만 제 아들을 찾는 유이한 방문객들에 대접은 제대로 잘 해주라 명했었는지, 집요정이 챙겨주는 식사는 늘 맛있었고 간식과 음료도 항상 새로웠다.
“포터 네가 슬리데린에 들어올 뻔 했었다고?”
민들레 뿌리를 칼로 다지던 드레이코는 하마터면 제 손가락을 뿌리채 자를 뻔 했다. 식겁해서 제 손가락이 잘 붙어있는지 확인한 드레이코가 해리 쪽을 흘겨 보았다. 해리의 발언에 슬리데린의 오랜 사감도 너무 놀란 건 마찬가지라, 드레이코의 실수를 지적할 수가 없었다. 맙소사, 살라자르 슬리데린이시여, 해리 포터가 슬리데린에 들어왔을 수도 있었다니. 말이나 되는 소린가.
하지만 해리의 태도로 보아 거짓이 아닌 듯 했다. 스네이프는 레질리먼시를 쓸까하다가 굳이, 싶어 그만뒀다. 저 어딜 봐도 무모한 만용의 덩어리 그리핀도르의 사고뭉치에게 마법의 모자가 슬리데린을 고려했었다니, 하긴 그 모자도 너무 오래 되어 퇴물이 다 됐다 싶긴 했다.
“모자는 내가 슬리데린에 가면 더 잘 될 수 있다고 적극 추천 했었지.”
“여기서 얼마나 더 잘 되려고? 마법세계의 영웅 나리가.”
“글쎄, 모르지. 아무튼 나도 슬리데린은 안 들어가서 다행인 것 같아. 내가 기숙사 배정 받기 전에 만난 슬리데린이 너라서 거긴 들어가기 싫었거든, 말포이. 기억 나? 기차에서 네가 나랑 친해지고 싶어서 손 내밀었던 거.”
드레이코의 표정이 썩었다. 그 또한 11살 때 호그와트 급행열차에서의 일을 기억하는 중이었다. 고일과 크래브를 데리고 해리 포터가 있다는 칸을 찾아갔었다. 루시우스는 어둠의 마왕을 몰락시킨 선택 받은 유명한 아이와 제 아들의 친분을 원했었다.
“내가… 언제.”
민들레 뿌리를 다지는 드레이코의 칼질이 좀 더 바빠지고, 얼굴이 붉어졌다. 해리는 빙그레 웃었다.
“네가 론의 가문을 욕하고, 마법사 가문의 수준 차이에 대해 떠들었었잖아. 그래서 내가 화를 냈었고.”
물론 드레이코도 똑똑히 기억했다. 고일의 손가락을 문 쥐새끼 웜테일에 식겁해서 론과 해리와 더 싸우지 못하고 도망쳤던 일이 생생했다. 전쟁이 끝나고 난 뒤 위즐리 가문의 위상은 높아진 것도, 말포이 가문의 명예는 땅에 처박힌 것도 드레이코는 잘 알았다.
드레이코는 심통난 얼굴로 다진 민들레 뿌리를 솥에 넣었다. 7월 말이 다 되어가며 드레이코가 개발하려는 치료약물의 조합에 조금씩 차도가 보이기 시작했다. 연구 중인 저주 주문용 치료약이 워낙 만들기 어려운 물약이라 더 긴 난항을 예상했었으나, 최연소 포션 마스터가 옆에 있는 덕인지, 그 자신의 포션 제조 재능 덕인지 확실히 진도는 나아갔다.
“세베루스, 내가 만약 진짜로 슬리데린에 들어갔다면 어땠을까요? 감점도 막 했을까요?”
“당연하지.”
스네이프는 눈썹을 까딱이며 단호히 대답했다. 기숙사가 슬리데린이라 하여 저 멍청한 해리 포터가 천재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제임스 포터와 판박이인 얼굴이 바뀌는 것도, 릴리의 아들이 아니게 되는 것도 아니었다. 제가 해리를 싫어하고 점수를 깎아댈 이유는 여전히 충분히 차고 넘쳤다.
“흥, 다행이군, 포터. 네가 우리 기숙사에 들어왔다면 기숙사 우승컵은 꿈에도 못 꿨겠어.”
“1학년 때 나 때문에 우승컵 뺏겨놓고 할 말이냐?”
“하! 그 일 말이지,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어. 우리 아버지는 덤블도어가 노망이 났다고 말씀 하셨지─ 스네이프 교수님,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셨어요? 덤블도어의 그 말도 안 되는 그리핀도르 점수 몰아주기에, 우리 우승컵을 뺏어간 일이요!”
“덤블도어가 염치 없는 노인네인 건 진작 알았지. 하지만 말단 교수가 무슨 힘이 있었겠나, 드레이코.”
해리는 드레이코와 스네이프가 알버스 덤블도어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기 시작하자, 제 아들의 이름을 알버스로 지어도 정말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그리고 슬리데린 둘이 합심해서 떠드는 것에도 배알이 꼴렸다.
“우승컵은 그렇다 쳐. 내가 만약 슬리데린에 들어 갔으면 네가 퀴디치 팀에 들어갈 수 있었을까, 말포이?”
“우습군, 포터! 우리 아버지가 학교의 이사셨고, 그 때는 스네이프 교수님도 네 편이 아니었다고.”
“실력으로는 못 이길 것 같나 보네. 뒷배 타령이나 하는 것만 봐도 안 됐겠는데?”
“뭐라고?! 겨뤄 봐? 지금 해보자는 거지, 포터!!”
“그래, 당장 해! 붙어보면 알겠지, 말포이!!”
민들레 뿌리가 끓고 있는 솥을 두고서 드레이코가 벌떡 일어섰다. 해리는 이미 연구실의 문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었다. 스네이프는 문득, 1년 전 숨어 살 때부터 해리가 퀴디치 타령을 해대던 게 생각났다. 지금 이러려고 얘기를 꺼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드레이코 또한 퀴디치에 사족을 못 쓰는 건 마찬가지라, 드물게 눈을 빛내며 해리를 뒤따라 나갔다. 스네이프는 코웃음을 치고 그들을 따라 나섰다. 지팡이를 휘둘러 솥의 불을 끄고, 연구실의 문도 닫으면서.
7월 느지막한 한낮의 햇살은 피부를 아프게 찔러왔다. 하지만 해리와 드레이코는 그에 아랑곳없이 말포이 저택의 뒤편, 말포이 가의 퀴디치 연습장으로 신나게 걸음을 옮겼다. 3면이 키가 크고 빽빽한 나무로 둘러싸여 있어, 머글의 시선을 피하기에도 유리하고 여름날의 그늘로 쓰기에도 좋았다. 스네이프는 얇은 로브의 후드를 머리 위로 쓰고, 그늘 아래에 자리를 잡았다. 금방 집에서 파이어볼트를 가져온 해리가 님부스 2001를 쥔 드레이코의 앞에 당당하게 섰다. 드레이코는 파이어볼트를 보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으나, 금세 아무렇지 않은 척 상체를 펴고 꼿꼿이 섰다. 빗자루 따위로 기세가 꺾이는 건 도련님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다.
“스니치를 먼저 잡는 쪽이 이기는 거다, 포터.”
“블러저도 풀어야 하지 않겠어, 말포이? 너무 시시하게 끝나버릴걸?”
“교수님 앞이라고 너무 허세부리는군, 포터. 과연 끝나고도 그럴 수 있을까?”
드레이코가 자신의 퀴디치 용품함을 열었다. 블러저들이 저들도 꺼내달라 덜컥덜컥 난리였지만 드레이코는 그것들을 무시하고 황금색의 스니치의 잠금을 풀었다. 드레이코의 손바닥 위에 작고 동그란 스니치가 날개를 사르륵 펼쳤다.
“이기면 보상이 있어야하지 않나?”
스니치를 보던 해리가 말을 뱉었다. 드레이코는 거만하게 턱을 치켜들며 해리를 보았다.
“당연히. 이기고나서 이긴 쪽이 원하는 걸 들어주기, 어때? 포터.”
“좋아, 이기고 난 뒤 말하자고.”
해리 역시 자신만만한 눈으로 시선을 교환했다. 드레이코의 손바닥 위의 스니치가 날개를 퍼덕이며 공중으로 사라졌다. 그들은 스니치가 돌아다닐 틈을 주기 위해 3분여를 기다렸다. 보통 10번의 시비는 털었어야 할 시간동안 둘은 긴장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입에 침이 마르는 긴장감과 승부욕이 가슴 속에서 타올랐다. 이긴 보상 따위에는 사실 둘 다 관심이 없었다. 오랜만의 퀴디치, 그것도 상대는 학창시절의 수색꾼 라이벌이었다. 해리도 드레이코도 두근두근 가슴이 터질듯 뛰었다.
스네이프는 그늘에 앉아서, 두 청년이 빗자루를 쥔 채 서로에게 긴장의 시선을 보내는 걸 코웃음을 치며 바라보았다. 도대체 퀴디치가 뭐라고 저러고 환장을 하는지 자신은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세베루스! 이기고 돌아올게요!”
“스네이프 교수님, 그리핀도르 수색꾼 놈을 짓밟고 오겠습니다!”
그러시던지. 스네이프는 둘 모두 응원해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해리는 자신이 연인이기 때문에, 드레이코는 자신이 전 슬리데린 팀의 수색꾼이기 때문에 스네이프가 자신을 응원해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말이었다.
스네이프가 신호를 주기로 했었다. 느긋하게 나무에 등을 기댄 스네이프가 지팡이를 들었다. 머글의 총소리와 비슷한 폭음이 지팡이 끝에서 터졌다. 신호에 맞춰 해리의 운동화의 앞축이 땅을 구르고, 파이어볼트에 탄 해리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거의 동시에 드레이코의 님부스 2001도 하늘을 향해 치솟아 올랐다. 해리는 더웠던 공기가 주변에서 싹 사라지는 걸 느꼈다. 시원한 바람이 저의 얼굴을 스쳐지나갔다. 탁 트이는 가슴에 웃음이 터져나올 것 같았다. 드레이코 또한, 오랜만의 비행에 심장이 터질듯한 흥분을 느끼고 있었다. 맞아, 이랬었다. 이래서 퀴디치를 좋아했었지, 하는 새삼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스네이프와는 나눌 수 없었던 즐거움을, 해리는 또래의 드레이코와는 나눌 수 있었다.
빗자루는 작은 손짓에도 그들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날았다. 둘은 하늘을 비행하며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해리와 드레이코는 진정한 의미에서, 친구가 되었다.
“말이 돼?”
해리는 넋이 나간 얼굴로 드레이코의 손에 잡힌 황금색 스니치를 보고 있었다. 하얗고 고운 도련님의 손에서 파라락 발버둥치는 작은 공을, 해리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야! 이거 네가 조작해둔 거 아니야? 네 퀴디치 용품이잖아!”
“승부에 승복하지 못하는 건가, 포터? 난 정정당당히 이겼어.”
해리의 열이 받은 얼굴이 뻘겋게 달아올랐다. 드레이코가 먼저 스니치를 발견했고, 추격 끝에 드레이코가 먼저 스니치를 잡았다. 그 간단한 승부의 과정이 해리의 자존심을 철저히 짓밟았다. 스네이프는, 자신이 누구도 응원하지 않는다 생각했으나, 슬리데린의 전 수색꾼이 그리핀도르의 전 수색꾼을 완벽하게 이긴 것에 입매가 씰룩이며 웃음이 나오려고 했다. 해리는 여전히 씩씩대며 한 번 더 하자고 드레이코에게 졸랐다. 그에 스네이프가 눈을 부라리고 해리를 보았다. 덥다, 들어가지, 포터. 연인의 그 기세에는 해리도 깨갱해서 고개를 숙였다.
말포이 저택은 마법으로 냉방이 조절 되어 시원하고 쾌적했다. 들어오자마자 흘린 땀들이 마르는 것이 느껴졌다. 이제는 해리의 집 거실만큼이나 익숙한 드레이코의 개인 응접실이었다. 그들이 각자의 지정석을 차지하자마자 집요정이 냉큼 시원한 버터맥주 3잔을 대령했다.
“이제 슬슬 이긴 보상을 생각해볼까.”
거만하게 다리를 꼬며 드레이코가 말을 했다. 시원하고 달콤한 버터맥주의 맛에 기분이 한껏 좋아졌던 해리는 순식간에 표정을 썩히며 드레이코를 바라보았다. 아직도 자신이 드레이코에게 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스네이프는 해리와 드레이코를 번갈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제 몫의 버터맥주에 손을 뻗었다. 더운 여름에 바깥에 나가있었더니 목이 탔다.
“욱….”
스네이프는 버터맥주에서 맡아지는 비린내에 인상을 찌푸리며 바로 내려놓았다. 해리가 바로 스네이프를 쳐다보고 무슨 일이냐 물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말포이 가에서 취급하는 버터맥주가 상할 일도, 저를 제외한 해리와 드레이코는 이걸 맛있게 먹고 있는 일도 이상했다.
“비린내가 나….”
드레이코의 눈이 대번에 사나워졌다. 자신의 집요정이 손님께 실수를 저질렀나 싶어, 스네이프의 버터맥주를 바로 가져가 코 밑에 댔다. 그러나 드레이코의 눈은 곧 동그랗게 풀렸다. 그냥 평범한 버터맥주였다. 해리도 얼른 드레이코의 손에서 컵을 받아가 냄새를 맡아 보았다. 해리의 코에도 그저 달콤한 향기만 맡아질 뿐이었다. 스네이프는 둘의 반응으로 저만이 비린내를 맡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표정이 굳은 채, 스네이프는 비린내를 참고 버터맥주를 입 안에 넣어보았다. 그리고 순식간에 컵에 뱉어내고 웁, 욱 헛구역질을 반복했다.
“세베루스…!!”
“교수님…!!”
입 안을 가득 채운 역한 맛이 너무 괴로웠다. 스네이프는 겨우 입에 지팡이를 대고 헹굼마법을 시전했다. 너무 힘들어서 해리의 옷깃을 잡고 끌어당겼다. 해리는 스네이프를 끌어 안고, 등을 쓸어 토닥이며 드레이코와 시선을 교환했다. 드레이코도 해리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세브, 혹시…….”
스네이프는 해리의 품에서 나는 해리의 냄새에 차츰 안정이 되는 것을 느꼈다. 그제서야 드레이코의 앞에서 해리의 품으로 파고들었다는 자각이 들었다. 제자의 앞에서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군. 제길, 미간을 찌푸리며 스네이프가 겨우 몸을 일으켜 해리를 밀어내었다. 해리는 그러나 계속 스네이프를 안고 있으려고 했다. 뭐, 해리가 그러는 건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스네이프는 드레이코의 표정을 보고 의아해졌다. 뭐라 형언하기 힘든 표정이었다.
“포터, 넌 또 무슨….”
문득 돌아본 해리의 표정은 더 가관이었다. 해리는 거의 울먹이는 것처럼 보였다. 저주라도 맞았나, 포터? 스네이프는 당혹스러움에 그렇게 물을 뻔했다.
“세베루스…. 좀 괜찮아요…?”
“더운 여름에, 그늘이었어도 꽤 나가있었던 탓에 더위를 먹은 것 같군…. 드레이코에게 민폐니 이만 집으로 돌아가서 쉬어야겠다, 포터, 일어나지.”
“하지만 세베루스…. 버터맥주 냄새 맡기 전까진 안 그랬잖아요……?”
“갑자기 그럴 수도 있지, 집에 가서 누워서 좀 쉬면 나아질 일이다. 포터! 일어나 가자니까?”
“스네이프 교수님! 제가 보기에도…… 교수님은 단순히 더위를 먹은 게 아니라…….”
드레이코까지 나서서 스네이프를 붙잡아 세웠다. 스네이프는 어리둥절해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다음 순간, 느닷없이 해리가 저를 와락 껴안았다. 이 미친놈이, 이젠 천지분간도 못하고 집에서 하듯이 저를 안고 뒹굴고 싶은 모양이었다. 스네이프는 기겁을 하며 해리를 밀어냈다. 정말이지, 7월 한달 내내 해리에 의해 다리 사이가 허전할 일이 없었다.
……잠깐.
스네이프는 불현듯 떠오른 생각에 동공을 크게 키웠다.
“나, 혹시…….”
해리가 눈물이 그렁한 눈으로 스네이프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저를 꽉 품에 안은 채였다. 드레이코가 그들을 보더니 입을 떼었다.
“교수님, 치유사를 부를게요. 저희 집안과 잘 아는, 성 뭉고 출신의 개인 치유소를 운영중인 치유사입니다. 소수의 회원들을 대상으로만 일을 해서 입도 무겁고, 실력도 확실해요.”
“말포이……!”
드레이코는 해리가 눈물이 차오른 눈으로 감격해서 저를 보는 것은 괜찮았다. 그러나 이렇게 덥석, 저를 끌어안아오는 것까지는 예상밖이었다. 뭐, 축하… 한다고 해야겠지, 포터…. 그 말에는 해리가 웃음을 흘리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여러가지로 고마워, 해리의 말에는 드레이코가 슬며시 웃음을 보였다.
드레이코가 부른 치유사는 뾰족한 은테 안경을 낀 나이가 지긋한 여자 마법사였다. 그녀는 깐깐한 인상 그대로, 유명인인 해리와 스네이프를 보고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 드레이코에게 이미 임신 확인 여부를 묻는다는 언질을 전달받았음에도 그랬다. 해리는 그녀의 태도가 성격 탓인지, 고객의 일에는 침묵하기 위해서인지, 남성 임신 사례가 사실 마법계에선 은밀한 곳에선 빈번히 이뤄졌었는지 궁금해졌다. 마지막 의심은 자신이 오러였기 때문에 더욱 강하게 드는 생각이었다.
드레이코의 개인응접실 옆에 딸린 손님방, 침대 위에 스네이프를 눕게한 뒤, 치유사- 데번 부인은 자신의 하얀 자작목 지팡이를 높게 들었다. 바로 이 방에서 스네이프가 여성기가 생긴 첫날밤을 보냈었는데, 이 방에서 임신에 대한 검사가 이뤄지는 것에 해리는 새삼 부끄럽고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스네이프 또한 매우 복잡하고 기묘한 기분으로 누워 있었다. 해리의 덕으로 제가 별 경험을 다 해본다 싶었다. 남성으로 태어난 자신에게 이런 일을 겪게하는 해리가 대단히 난 놈이긴 했다.
데번 부인의 지팡이가 스네이프의 배 위를 천천히 움직였다. 해리는 초조하게 살짝 물러서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스네이프의 납작한 배는 임신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어보였다. 데번 부인은 지팡이를 거둬 들이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흐음, 스네이프 씨, 당신의 뱃 속에는 동물의 여성생식기관이 연결되어 있군요. 이 형태는 암사슴…… 붉은 암사슴의 것인가?”
“……그렇습니다. 암사슴은 제 애니마구스입니다.”
“그렇군요, 애니마구스를 이용했다라…. 아주 똑똑한 방법을 썼군요, 스네이프 씨. 애니마구스는 본인 그자체이기도 해서 위험도가 확연히 적죠. 보자, 붉은 암사슴의 임신기간은 평균 230일, 약 8개월이죠. 당신은 현재 임신한지 한 달 정도 되었어요. 출산 예정일은 7개월 뒤인 2월 말경입니다. 축하드려요, 스네이프 씨, 포터 씨.”
임신한지 한 달 정도라고? 스네이프도 해리도 이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첫날밤에 바로 임신이 되었다는 소리였다. 해리는 터질듯이 얼굴이 붉어져 입을 틀어막고 시선을 돌렸다. 스네이프 또한 눈을 질끈 감고 벽 쪽으로 고개를 틀었다.
“그런데…… 조금 놀랍군요.”
“네? 어, 어떤 점이요…?”
남성이 임신했다는 것에도 눈썹 하나 까딱않던 그녀가 놀라운 것이 있다는 데에 해리는 흠칫 놀랐다. 스네이프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걱정에 둘을 번갈아 보는 해리의 눈빛이 떨렸다. 데번은 한 번 더 지팡이로 스네이프의 배를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암사슴들은 단태동물로, 한 배에 한 생명을 갖습니다. 보통의 경우엔…. 그런데 스네이프 씨는 현재 뱃속에 두 생명을 품고 있어요. 쌍둥이입니다. 드물게 쌍태를 품는 사슴도 있으니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닐거예요.”
“싸…쌍둥이요?!”
해리가 놀라서 입이 떡 벌어졌다. 스네이프 또한 눈이 부릅 떠졌다. 세 쌍둥이니 하는 소리를 괜스레 뱉은 게 분명했다. 말이 씨가 된다던 해리의 말도 떠올랐다. 한 번에 그렇게 많이 싸재끼니까 이런 일이 생기는 게 아닌가, 포터!!! 스네이프는 그렇게 호통을 치고 싶었으나 데번 부인이 앞에 있어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아무리 땅에 떨어진 게 세베루스 스네이프의 체면이었어도, 데번은 출산하는 날까지 얼굴을 마주해야 하는 치유사였다. 해리도 임신은 기뻤지만 아이들이 태어난 후 앞 날이 다소 걱정스러웠다. 생초보 육아인데, 한 번에 두 명이라니…….
“아, 아이들의 성별은요…?”
해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스네이프도 궁금했던 것이라 해리를 흘겨보던 눈을 데번으로 돌렸다. 데번 부인은 싱긋 웃고 둘을 마주보았다.
“모체에서 수정 되는 순간 성별은 결정된답니다. 여자, 남자아이예요. 다시 한 번 축하드려요, 두 분.”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 해리는 단번에 누워있는 스네이프의 얼굴을 끌어안았다. 스네이프도 저를 감싼 해리의 팔에 말없이 손을 얹었다. 따듯하게 몽글거리는 물거품이 아래에서부터 찬찬히 퍼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스네이프와 해리는 그들을 닮은 아이들을 상상하며 미소를 지었다. 해리는 이 순간, 주문 없이도 패트로누스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응접실의 드레이코는 뚫어져라 손님방을 바라보며 그들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내 문이 열리고, 데번 부인이 나오는 뒤로 해리와 스네이프가 나왔다. 드레이코는 턱 밑에 깍지꼈던 손을 떼고 고개를 처들었다. 해리와 눈이 마주쳤다. 해리는 조금 쑥스러워 보이는 얼굴로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오, 멀린, 정말이냐? 드레이코는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으쓱했다. 대단하신 영웅 나리가 마법으로 못하는 일이 없으시군. 남자를 임신시키다니, 그것도 스네이프 교수를.
다음 검진 일정을 잡고, 셋은 데번 부인을 배웅하기 위해 벽난로 앞에 섰다. 데번은 스네이프에게 임신 초기의 주의사항을 몇 가지 가르쳐주고 벽난로로 발을 옮겼다. 해리가 꾸벅 허리까지 숙여서 스네이프는 다소 민망스러웠다. 이 어린 신랑이 제자인 드레이코의 앞에서 너무 티를 내는 것 같아서 쑥스러웠다. 어차피 드레이코도 알고 치유사를 불러준 거라지만, 창피한 건 매한가지였다.
“교수님이랑 포터도 갈 건가요?”
데번 부인이 벽난로로 사라지자 드레이코가 물었다. 스네이프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도움 받아놓고 바로 갈수야 없지.”
“아, 그럼, 앉으세요 교수님. 너도, 포터.”
집요정을 시켜 버터맥주를 모두 치우고 물로 바꿨다. 해리는 스네이프의 옆에 바싹 붙어 앉았다. 드레이코의 앞이라 스네이프가 싫어해 허리를 안지는 못했지만, 가까운 체온에, 그의 체향에, 그의 뱃속에 들어있다는 저희의 아이들에 해리는 기분이 무척이나 좋았다. 스네이프도 말은 안했지만 제 배를 괜스레 만져보고 싶을 만큼 자신의 배가 신경쓰였다.
“쌍둥이래.”
“미친.”
드레이코가 수습하지 못하고 튀어나간 자신의 말에 얼굴을 뻘겋게 물들이고, 입을 틀어막았다. 해리도 왠지 모르게 쌍둥이는 더 부끄럽게 느껴져서, 고개를 푹 수그렸다. 스네이프는 평정을 찾기 위해 오클러먼시를 썼다.
“포터, 너 정말….”
“대단하지?”
멋쩍어서 해리가 더 으스대며 말했다. 스네이프는 저 뒤통수를 한 대 치고 싶었으나 참았다. 드레이코는 결국 큭큭거리며 손바닥 새로 웃음을 흘렸다. 정말로 해리 포터가 대단하게 느껴져서 웃겼다.
“쌍둥이면… 성별은? 둘 다 똑같대?”
“아니, 여자랑 남자아이래. 최고지?”
“능력잔데, 한 번에. 축하드려요, 교수님. 고생은 두 배로 하시겠네요.”
드레이코는 진심이었다. 저 스네이프 교수는 학교에서도 수 백 명의 학생들에 시달리더니, 이젠 아이도 한 번에 두 명을 가지게 되고, 본의 아니게 그는 자신에게 어울리지도 않는 일들을 떠맡게 되는 듯 했다. 그런 점이 스네이프의 가엽기도 하고, 우습기도 한 일이었다.
“예정일은?”
“내년 2월 말.”
“뭐? 너무 이른 거 아니야?”
드레이코가 놀라 눈을 끔벅거렸다. 고작 7개월여가 남았다기엔 교수의 배는 말라서 동그래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마법에 무슨 비밀이 있는지 모르니, 그저 치유사가 그렇게 판단 내렸다니 그러려니 할 뿐이었다. 드레이코가 어릴 때부터 봐온 데번 부인의 실력은, 의심할 바 없는 최고였다. 그랬으니 교수를 위해 자신이 부른 것이었다.
“잠깐, 2월 말이면 호그와트는 학기 중이잖아. 포터, 스네이프 교수님의 출산과 겹치면 안 될텐데?”
“나도 알아. 그래서 방법을 생각해봐야지.”
해리가 진지해진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해리는 스네이프의 임신을 소수의 몇을 제외하곤 절대 알리지 않을 계획이었다. 술에 취한 스네이프로 인해 뜻밖에 알게된 드레이코가 변수긴 했지만, 그 변수로 인해 이 집에서 스네이프의 여성기도 발현했고 적절한 치유사의 도움도 받을 수 있었다. 원래부터 부자들의 은밀한 치료를 업으로 삼는 데번 부인은, 자신과 스네이프의 아이를 맡기는 데에 최고의 조건이었다. 철저히 비밀을 지켜줄 수 있는 치유사였다.
“나는 대중에게는 우리 아이들을 입양했다고 밝힐 생각이야. 세베루스가 시끄러운 논란에 휘말리는 건 절대 싫어. 그러니 출산도 비밀스럽게, 아무도 모르게 해야지.”
모든 건 다 스네이프를 위해서였다. 남성 마법사들의 임신이 실제로 있었어도, 그간 마법의 역사에서 남겨진 기록이 없는 바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었다. 마법사들에게도 낯선 일이었다. 그러니 괜히 스네이프가 곤란해지는 것은 싫었다. 해리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자신의 반려였다. 스네이프도 그런 해리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드레이코는 잠자코 듣고 있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교수님이 출산할 시기쯤에, 대략 내년초부터 교수님을 대신해 수업 할 마법약 교수가 필요하겠군.”
“맞아, 그 전에 불러오는 배는 마법으로 충분히 감출 수 있을 테지만….”
“그런데 육아라는 게 그렇게 금방 끝나지 않을 걸, 포터? 다음 해도 계속 다른 마법약 교수가 필요해.”
해리는 잠시 드레이코를 바라보았다. 드레이코는 자신의 일처럼 진지하게 생각해주고 있었다. 그가 홀로 대저택에서 자신을 도태시킬 때, 그를 발견해준 스승을 드레이코는 진심을 다해 걱정하고 있었다. 해리는 마음 속에서 깊이 그에 대한 고마움을 느꼈다. 저와 학창시절 질긴 악연으로, 피를 튀기며 싸웠던 그가 제 반려와 아이들을 생각중이라는 것에 가슴이 짠해졌다. 해리는 거의 매일같이 이 대저택으로 드레이코를 만나러 오면서, 스네이프 때와 똑같이 미웠던 감정은 점점 스러져 제 안에서 없어져가는 것을 느꼈었다. 그리고 그건 드레이코도 마찬가지였다는 걸, 해리도 알았다.
“드레이코.”
“왜, 포터? ……잠깐, 너…?”
드레이코는 해리가 자신을 성이 아닌 이름으로 불렀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해리 포터의 목소리로 듣게 되는 드레이코라니. 드레이코의 동그랗게 커진 눈을 보고, 해리는 호그와트 급행열차에서 악수가 거절될 때의 열한 살 드레이코의 얼굴을 떠올렸다.
“퀴디치에서 이긴 보상, 네가 이겼지만 내가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서.”
“하, 그러려고 이러는거야? 포터, 역시 뻔뻔하….”
“우리 아이들 중에 한 명, 네가 대부가 되어줘. 괜찮죠, 세베루스?”
둘의 대화를 가만 듣고 있던 스네이프가 피식, 웃었다. 해리가 먼저 드레이코를 제 아이의 대부로 생각할 정도인데 자신의 의사가 그리 중요할까? 스네이프도 해리가 또 다른 친구가 생기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 드레이코에게도, 마찬가지로. 스네이프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드레이코는 입을 떡 벌렸다가, 천천히 멍하게 입을 오무렸다. 해리 포터와 세베루스 스네이프의 아이의 대부라니, 내가? 그것도 해리 포터의 제안으로?
“어이가 없군…….”
제정신이 아닌 게 분명하다. 포터든, 스네이프 교수이든. 그러나 제일 제정신이 아닌 것은 필시 드레이코 말포이였다. 해리와 스네이프의 아이를, 보지도 못한 그 아이에게 벌써부터 애틋한 감정이 생기는 걸 어찌할 수 없었다.
드레이코의 가슴 안에서 뜨거운 구들이 뭉클하게 굴러다녔다. 이렇게 행복하고 기쁘기만한 제안을 받아본 적이 언제였었는지도 가물했다. 만나보지도 못한 아이가, 저를 믿고 의지할 수 있게 좋은 대부가 되어주고 싶어졌다. 드레이코는 진심으로, 자신이 그렇게 되어주고 싶었다.
“좋아, 까짓 거, 해주지. 해리, 네 아이의 대부를.”
해리는 드레이코의 대답에 빙그레 미소지었다. 자신을 해리라고 불러주는 드레이코도 마음에 들었다. 해리가 불쑥 앞으로 손을 내밀었다. 드레이코는 그 손을 내려다보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열한 살, 그 때에 잡지 못한 손을, 이제서야 잡았다.
“고마워, 드레이코.”
“뭐, 그래.”
“뭐, 이제 계속 고민을 더 해볼까? 세베루스의 출산 시기가 애매하니까.”
드레이코는 손을 놓고, 끄덕였다. 아직 다 해결된 것이 아니었다. 스네이프는 둘을 바라보며 생각하고 있던 것이 있었다. 드레이코, 스네이프 교수의 부름에 드레이코는 바로 그를 바라보았다.
“나를 대신할 마법약 교수로 적절한 사람을 한 명 알고 있다.”
“……? 세브, 그런 사람이 있었다면 진작 사감 일로 고민할 때 얘기했었어야죠.”
해리가 당혹스러워 하며 말했다. 스네이프는 그런 해리를 매우 한심스럽게 쳐다보았다. 그 눈빛에 영문을 모르는 해리는 머릿속으로 물음표만 수십 개 띄웠다.
“슬리데린 출신이고, 마법약 재능도 특출나지. 내 말도 잘 듣는 편이고.”
“심지어 슬리데린이예요?! 근데 왜 얘기 안 했…! 아……!!”
해리가 깨달은 얼굴로 스네이프와 눈을 마주쳤다. 드레이코는 진작 스네이프의 설명이 가리키는 사람을 눈치챘다. 하, 바람빠지는 웃음을 내면서 드레이코가 스네이프를 쳐다보았다. 퀴디치 승부에서는 제가 이겼는데, 이 뻔뻔한 예비 부모들은 보상도 주지 않고 예비 대부에게 시킬 일이 많은 듯도 했다.
“와, 이 부부사기단……. 이러려고 나한테 접근한 거 아닌가? 그린고트에서?”
드레이코가 과장스럽게 양 손을 들고 으쓱거렸다. 스네이프는 팔짱을 끼고 그를 바라보았다.
“생각은 해볼게요.”
“어차피 네가 하게 될거다, 드레이코.”
“이런, 해리를 닮아가시네요, 교수님.”
“끔찍한 농담은 됐고.”
스네이프의 말에 드레이코가 웃음이 터졌다. 해리는 뭐가 끔찍하냐고 제 반려의 팔을 두드렸고, 스네이프는 눈썹을 까딱 올렸다가 내렸다. 응접실에서는 그 후로도 몇 시간 더 즐거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느지막한 여름, 7월의 끝자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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