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Q. 우선 결혼 정말 축하드려요 두 분. 실감을 하시나요? 처음으로 질문하자면, 프러포즈의 순간이 궁금한데요.
H: 정말 너무 허접했어요…. 지금 생각해도 부끄러워요. 평범하게 대화를 하다가 결혼하자는 얘기가 나온 거라서요. 아무래도 다시 해야할 것 같아요.
S: 필요 없습니다, 포터 씨. 결혼은, 해도 뭐, 그 전과 똑같겠죠.
Q. 두 분 사이가 안 좋았던 걸로 대부분들 알고 계실텐데요. 언제, 어떤 걸 계기로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하게 됐나요?
H: 세베루스가 귀여워서요!
S: 해리 포터의 시력이 나쁜 것은 안경을 낀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H: 안경 끼고는 정상이거든요? 세베루스가 머리를 하나로 묶은 모습은 정말 귀여워요.
S: 앞으로 그렇게 안 묶겠습니다.
Q. 연애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H: 어… 보통 집에서만 있어서, 늘 비슷했던 것 같은데….
S: 오러 일을 하던 포터가 갑자기 다쳤다고 연락을 받았을 때, 마법부의 마법사 보호 체제가 허술하다는 것을 느꼈죠. 게다가 포터는 이 마법세계의 영웅 아닙니까? 그런 그조차 제대로 관리가 안 되는 정부 시스템의 변혁이 필요해 보입니다.
H: 세브, 연애 얘기를 하라고요. 음, 제 작년 생일에 세베루스가 케이크를 굽다가 태워먹은 일이 생각나네요. 오븐에 올려놓고 우리 둘이서 좀 바빴거든요.(웃음)
S: 포터 씨, 당신도 타버린 케이크 시트 꼴로 만들어 줄까요?
Q. 서로 좋아하는 포인트가 있다면 어딘가요? 외모, 성격 뭐든 상관없이요.
S: 눈.
H: 모든 것이요. 아, 성격도 포함해서.
Q. 서로에게 이건 제발! 하고 바라는 게 있다면?
H: 좀 솔직해져도 될 것 같아요. 전 이제 남편이잖아요. 부부끼린 다 털어놓는 거 아닌가요? 아직도 속마음을 꽁꽁 감추려 들어요. 아, 그리고 포터라고 그만 부르고 해리라고 불러줬으면 좋겠어요.
S: 해리, 쓸데없는 걸 요구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결혼식 다음날 오후, <이러쿵 저러쿵>의 독점 취재 기사의 인터뷰 부분을 읽던 스네이프가 페이지를 앞으로 넘겼다. 전면 가득 저와 해리의 결혼식 키스 장면이 보였다. 하객들은 뒤통수만 찍혀서 표정이 안 보이는 것이 다행이었다. 그들이 이 모습을 어떻게 보고있던지 스네이프는 전부 다 싫었다. 잡지의 반절 이상이 해리-스네이프 부부의 결혼식 사진과 글로 채워져 있었다. 스네이프는 잡지를 덮었다. 잡지 표지에는 ‘포터 부부 결혼식, 독점 취재! 사진, 인터뷰 수록’이 크게 적혀 있었다. 포터 부부……. 자신은 이제 세베루스 포터인가. 스네이프는 턱을 괴고 그 글자를 가만히 들여다 보았다.
“사진 잘 찍혔던데요. 의외로 사진이 잘 나오네요, 세브.”
“시끄러.”
“어젯밤엔 말 잘 듣더니 또 틱틱대시네.”
스네이프는 주름이 사라진 해리의 어린 얼굴을 흘겨 보았다. 어쩐지 저보다 나이가 든 해리에게는 평소 잠자리에서보다 더 순종적으로 굴었던 스네이프였다. 보기에 어른스럽고 멋스러워서 그런가. 엄청 설레고 두근거렸지만, 다음 날 아침에서는 그 사실을 모른척했다. 익숙한 얼굴로 돌아온 해리는 여전히 애처럼 느껴졌다. 물론, 해리는 아직 어린애인 것도 맞았다.
“헤르미온느랑 루나가 밤 새서 잡지 완성했대요. 뒤풀이 얘기도 동봉한 편지에 적었는데 진짜 웃기더라고요.”
“흥, 어린 놈들이 신나서 놀았겠지.”
“헤르미온느랑 루나가 나오기 전까지 론이랑 드레이코 둘이서 파이어 위스키 대결을 하는 걸 보고 왔다던데, 드레이코 술 약하잖아요. 론 완전 신나서 밀어붙였을 걸요. 둘이 엄청 친해졌대요.”
“포터, 안 봐도 뻔하군. 둘이서 네 욕 하면서 친해졌겠지.”
“아하하. 내가 그렇게 욕 먹을 짓을 많이 했나?”
피식, 스네이프는 웃고 고개를 돌렸다. 저도 몰라서 저렇게 묻는 건 아닐 터였다. 해리는 습관이 든대로 스네이프의 배를 동그랗게 쓸어내리며 반려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스네이프는 이렇게 해리가 배를 만져주는 걸 좋아했다. 릴리, 알버스, 엄마 힘들게 하지마. 그 속삭임에는 종종 웃음을 터뜨리거나 어린 신랑에게 핀잔을 주었다. 네가 제일 날 힘들게 해, 포터. 그 말에는 해리도 쑥스럽게 웃고 말았다.
“아이들이 빨리 보고 싶어요. 근데…… 걱정도 많이 되고.”
“교수 일로 바쁠 너보다야 직접적으로 돌볼 내가 더 걱정이지.”
“힘든 세브를 옆에서 보는 것도 저는 힘들다고요.”
“흥, 아이를 가지자던 게 누군데.”
소파에 느긋하게 누우며 스네이프가 툴툴거렸다. 해리는 여전히 자리에 앉아서 그의 머리가 제 허벅지를 베는 걸 내려다보았다. 해리는 가만히 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결혼 첫 날의 하루가 참 평화롭고 조용히 흘러갔다. <이러쿵 저러쿵>의 결혼 기사를 본 팬들의 편지가 저녁부터는 폭발하겠지만, 뭐, 어쨌든. 역시 해리와 스네이프가 생각했던대로, 결혼이라고 저희들의 일상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아이들이 태어난 뒤에는 변화를 느낄 수 있겠지만, 당장은 그대로였다.
“2주 후에는 개학이네요.”
“드디어 포터 교수의 모습을 볼 수 있겠군.”
“떨리니? 세베루스.”
학생 세베루스를 다루듯 하는 해리의 목소리엔 장난기가 가득했다. 스네이프는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포터, 너나 힘들다고 징징대지마.”
“뭐야. 내가 오러 일로도 힘들다고 그런 적 있어요? 없잖아요.”
“범죄자와 10대 트롤들 중에는 범죄자가 더 낫다고 느낄 거다.”
데스 이터와 교수 직을 모두 경험해본 자의 말이었다. 일리가 있는 소리였다. 흐음, 해리는 교수 일을 생각해보다가 어깨를 으쓱였다. 머글 어린이들에게 운동을 가르치던 건 재밌었다. 좀 더 머리가 큰 애들을 가르치는 건 확실히 힘들려나? 그렇지만 호그와트의 교수 직은 스네이프의 옆에서 계속 있을 수 있기에 선택한 것이었다. 중요한 건 그것이었다.
해리가 손을 뻗어 잡지를 뒤적였다. 헤르미온느가 잡지용으로 수정해놓은 인터뷰 답변들을 읽으며 해리는 키득키득 웃었다.
“아, 맞아. 왜 해리라고 안 해줘요. 이제 세베루스 당신도 포터인데.”
“이상해. 머글 아비놈의 성이지만 나는 스네이프인 것이 익숙한데.”
“그럼 세베루스 스네이프 포터라고 해요. 당신 아버지 이름은 지우고.”
“그것 참 멋지군.”
해리는 이상한 데서 가차없는 면이 있었다. 그리고 이번엔 스네이프의 마음에도 들었다. 스네이프는 토비아스가 땅 밑에서 길길이 날뛰는 모습을 상상하고, 비뚜름히 입매를 비틀어 그를 비웃었다.
“릴리는 미들네임을 지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음, 당신이 에일린으로 이름 짓기 싫어했으니까….”
“혼낼 때는 미들네임을 같이 부르는 게 효과가 좋지.”
“오. 그런가요. 전 그렇게 누군가에게 혼나본 적이 없어서.”
보통은 부모가 아이를 가르치며 혼낼 때 미들네임까지 같이 불렀다. 해리에게는 그런 부모가 없었고, 키워준 이모와 이모부는 결코 미들네임 제임스가 들어간 이름 전체를 불러준 일이 없었다. 스네이프는 빤히 해리를 쳐다 봤다.
“해리 포터는 충분히 그자체로 욕이 될 수 있다, 해리.”
“풉─!!!”
정말 세베루스 스네이프다운 방식이었다. 위로인지 위로가 맞는지도 헷갈리는 그의 방식을, 해리는 정말로 좋아했다. 큭큭거리며 웃은 해리가 스네이프의 머리카락을 다시 쓸어 넘겼다. 그 손길에 스네이프는 편안히 잠이 왔다.
“릴리 에일린 포터. 우리 딸 이름으로 해요.”
“그래…. 어머니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군….”
“하늘에서 우리 엄마랑 같이 우리를 잘 지켜보고 있겠죠.”
“……릴리가 봐서는 안 될 장면들이 너무 많은데.”
“아…….”
해리가 머쓱히 턱을 긁었다. 스네이프는 잠 속으로 빠져들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개학까지 일주일을 남긴 주말, 일요일의 이른 오전. 론의 오프에 맞춰, 조지도 직원에게 가게를 맡겨 놓고 말포이 저택으로 온다고 했다. 해리, 스네이프, 론, 헤르미온느는 현관에서 집요정의 안내를 받아 드레이코의 개인응접실로 갔다. 헤르미온느는 그 길에 제가 벨라트릭스에게 고문 받았던 지점을 잠시 흘깃거렸다. 론이 그걸 눈치 채고, 그녀의 어깨를 감싸 보지 않도록 몸으로 가렸다. 해리도 그녀의 안색을 살폈으나, 헤르미온느는 오히려 제 팔을 두드리며 안심시켰다. 결혼식 뒤풀이 자리가 정확히 어땠는지 알 수 없어서, 해리는 헤르미온느까지 이 자리에 따라왔다는 게 내심 놀라웠다.
해리가 60갈레온을 준, 뜯어졌었던 실크 셔츠를 입은 드레이코가 응접실의 입구에 서있었다. 론 역시 저 모습을 처음 봤을 때의 자신처럼, 이 대저택에 어울리는 도련님의 자태에 경악을 하는 얼굴이었다. 해리는 속으로 웃음을 삼키며 드레이코에게 손을 들었다. 해리의 인사에 끄덕인 드레이코가 론을 쳐다보고 고개를 휙 돌렸다. 친해졌다더니, 술게임으로 다시 도로묵이 된 건지, 뭔지. 어쨌든 그 둘도 곧 친해질 수 있을 거라 해리는 생각했다. 드레이코는 외로움을 잘 타고, 론은 그런 걸 내버려두는 성격이 못되었다. 헤르미온느는 드레이코에게 안녕,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그녀를 잠시 바라본 드레이코는 그레인저, 하고 인사를 받았다. 해리는 드레이코가 정신을 차린 기특한 양아치 아들이라도 되는 것처럼 괜스레 뿌듯해졌다.
“스네이프 교수님, 약물부터 확인 받고 싶은데요. 너희들은 잠시 기다리고 있어.”
드레이코가 집요정에게 손짓을 하고, 스네이프를 연구실로 데려갔다. 헤르미온느는 오, 아니요, 괜찮아요, 아, 정말 친절하셔라, 하면서 집요정이 따라주는 홍차에 크게 고마워했다. 론은 처음 보는 쿠키를 집어 아무 생각없이 입에 넣었다가, 한꺼번에 세 개를 집어 입에 밀어넣고 헤르미온느의 타박을 들었다. 해리는 응접실 입구에서 조지를 기다렸다. 잠깐의 기다림 끝에, 집요정의 안내를 받고 저택 내의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조지가 걸어왔다.
“이런 부잣집은 처음 와봐. 말포이 가가 이 정도구나~”
“조지! 어서와. 저번에 선물은 고마웠어.”
“아, 해리. 스네이프가 좋아했어?”
“음…… 엄청.”
해리의 윙크에 조지가 하핫 웃었다. 가게에 내놓을 생각으로 만들었는데, 노화 마법약은 인기가 없다고 조지가 설명했다. 여학생들은 사랑의 묘약이나 더 팔라고 난리란 말이야. 뭐, 이 노화 마법약도 트라이위저드가 다시 열린다면 모르겠지만, 덧붙이는 말에는 해리도 고개를 끄덕였다. 평화로워졌으니 트라이위저드 개최도 몇 년 내로 될 것 같았다. 해리는 자신의 아이들이 호그와트 챔피언으로 참가하는 상상을 하면서 히죽거렸다.
드레이코와 스네이프가 다시 응접실로 돌아왔다. 드레이코의 흥분 된 기색으로 보아, 저주 주문 치료제에 진전이 또 있었던 것 같았다. 스네이프는 해리와 조지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저번의 결혼 선물이 사실 굉장히 마음에 들었던 터라, 스네이프로선 매우 드물게 먼저 조지에게 인사를 해주었다.
조용히 홍차를 기울이는 스네이프를 제외하고, 넷은 일전의 뒤풀이 자리에 대해 떠들며 웃었고 해리는 웃음을 터뜨리며 그 이야기들을 경청했다. 헤르미온느랑 루나가 잡지 편집을 위해 자리를 떠난 이후, 론은 뻗어버린 드레이코를 실컷 비웃다가 저도 쓰러져 코를 골았다. 조지는 그런 둘을 데리고 순간이동해서, 둘 모두 론의 방에 처넣고 본인의 방으로 자러 들어갔다고 했다. 드레이코가 버로우에서 잤다고?! 해리는 그 사실에 배를 잡고 웃었다. 그 엉성하게 무너진 집을 여러 번 쌓아올린 듯한 버로우에서 눈을 뜬 드레이코를 상상했더니, 해리는 너무 웃겨서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걸 여태 말도 안 하고 있었던 론과 드레이코도 우스웠다.
“…집이 불타고 있는 줄 알고 놀랐지. 사방 벽에 도배 된 주황색 포스터라니. 괴랄한 취향하고는.”
“야, 말포이 너 지금 처들리 캐논 팀을 욕하는 거냐?”
“네 방을 욕하는 거지, 론 위즐리.”
“말포이가 숙취가 심하더라고. 들어봤더니 이 정도로 술을 마신 게 자긴 생전 처음이라면서. 우리 집엔 숙취 물약이 론 때문에 항상 있거든, 다행이었지.”
조지가 키득거리며 홍차를 한 모금 마셨다. 헤르미온느는 술을 많이 마시는 론에 눈썹을 찌푸리며 불만을 표했다. 오러 일이 힘들어서 안 마실 수가 없어, 변명을 늘어놓은 론이 그녀의 눈치를 살살 살폈다. 드레이코는 턱을 괸 채, 그 날 아침을 회상하는 듯 미간이 살짝 좁혀져 있었다.
“맛있었지? 우리 엄마 호박 스프.”
“……응.”
조지의 따듯한 미소에 드레이코도 못내 긍정의 답을 내놓았다. 론은 그런 드레이코를 흘기더니 꼰 다리 위에 팔짱을 놓았다.
“이런 좋은 집에 살면서 비싸고 맛있는 것만 처먹을 놈한테 엄마의 호박 스프 자랑이라니, 조지.”
“왜 그래. 우리 엄마 호박 스프는 진짜 맛있잖아. 심통났니, 울 막내 동생아?”
“아! 형, 날 애 취급 좀 하지마!”
해리가 보기에도 지금 론의 모습은 유치하기 짝이 없는 코흘리개 어린애 같았다. 드레이코도 론을 노려보더니 흥, 고개를 틀었다. 저 둘이 친해지려면 좀 고생을 해야할 것 같긴 하군. 해리는 해가 가운데에 떠서 더 더워지기 전에 이만 퀴디치를 하러 나가자고 몸을 일으켰다.
손 뒤집기로 정해진 팀은 론과 드레이코를 절망하게 했다. 해리는 조지와 손을 짝 마주치고 웃었다. 상대편의 엉망진창, 존재하지도 않는 협동심을 보면 누가 이길지 불 보듯 뻔한 승부였다. 헤르미온느와 스네이프는 나무 그늘의 아래에 돗자리를 깔았다. 손수건에 마법을 걸어 넓직한 돗자리로 변환시킨 헤르미온느였다. 헤르미온느는 스네이프에게 요즘 입덧은 어떠시냐 물었고, 무취의 입덧 물약을 개발했다는 드레이코에게 놀랐다. 걔한테 그런 재능이 있는 줄은 몰랐는데요, 그렇게 말하는 그녀 또한 마법약에서 (O.W.L이든 N.E.W.T든) 특출함을 받았기 때문에 드레이코의 마법약 제조 능력에 대해 잘 와닿지 않는 듯 했다.
“말포이가 교수님을 정말 잘 따르는 것 같아요. 학생일 때도 그랬지만.”
“전쟁 이후로는 가까이 지내는 친구가 아무도 없었으니 그렇겠지.”
“하긴…. 친했던 친구도 죽고, 아즈카반에도 잠깐이지만 들어갔다 나왔잖아요. 해리가 말포이를 대부로 삼았다고 폭탄 발언 했을 때는 정말 놀랐는데, 걔가 해리랑 교수님을 위해서 해준 일들을 들을수록, 오히려 해리의 절친이라는 저희가 더 부족했던 것 같고….”
“흥, 그럴리가. 해리는 절대 그렇게 생각 안 할 거다, 그레인저.”
“하하, 감사해요 교수님. 근데 이젠 해리를 포터 아니고 해리라고 부르시나 봐요?”
“나도 포터니까.”
그 말을 할 때 스네이프는 조금 쑥스러워졌다. 교수의 하얀 뺨이 살짝, 아주 미묘히 붉어진 걸 보며 헤르미온느는 눈을 접어 웃었다. 옛날의 교수의 모습에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스네이프는 해리를 정말로 아주 많이 좋아하는 게 분명했다. 헤르미온느는 다리를 모아 끌어안고, 손바닥으로 차양을 만들어 공중을 날아다니는 네 개의 빗자루를 올려다보았다. 지금 퀘이플을 들고 있는 건 해리인 것 같았다.
“해리랑 어떻게 잘 되신 건지 제대로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헤르미온느는 여전히 퀴디치를 하는 네 명의 남자들을 올려보면서 조용하게 말했다. 스네이프는 그녀의 옆모습을 보다가, 나무에 등을 기대고 배 위에 깍지 낀 손을 얹었다.
“……어느 날 아침, 해리가 아침부터 나와는 눈도 못 마주치고 말을 더듬고 허둥대는 티를 내었지. 그 날은 동거 후로 한 번도 그런 적 없었는데, 말도 없이 퇴근 시간을 몇 시간을 넘기고도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해리가요?”
흐흠, 살며시 웃으며 헤르미온느가 고개를 기울였다. 스네이프의 입으로 듣는 그들의 풋풋했던 일상이 열아홉 소녀의 가슴을 여름의 바람결처럼 간지럽혔다.
“화가 났지. 날 기다리게 할 줄도 알다니, 건방지게도 그 놈이 말야. 자려고 누웠는데, 아랫층에서 순간이동으로 돌아온 해리의 소리가 들렸다. 난 해리가 바로 자러갈 줄 알았는데, 의외로 내 방으로 들어오더군.”
“헐! 대박…!”
헤르미온느는 입을 틀어 막고 흥미진진하게 스네이프를 쳐다보았다. 교수의 수업 때보다 더 집중해서 듣게 되었다.
“해리는 침대 밑에 앉아서 그 날 늦은 이유에 대한 변명을 주절대며 늘어놓고도, 한참을 자리를 떠나지 않고 눈 감고 있는 날 바라봤다.”
스네이프는 눈을 감은 채, 꿈 속의 해리와 현실의 해리를 겹쳐보던 그 순간을 떠올렸다.
“기겁을 하더군. 내가 자는 줄로만 알았는데, 제가 떠든 그 모든 소리들을 다 듣고 있었다는 걸 알고. 내게 부끄러운 것이 있어 늦었다는데, 그 이유를 절대로 가르쳐주지 않으려 했지. 나는 레질리먼시를 썼다.”
“하하, 해리가 5학년 때 배웠어야 할 오클러먼시를 아직도 익히지 못한 것에 대한 벌이네요.”
헤르미온느는 키득거리며 제 두 손으로 양 턱을 괴었다. 오랜 친구가 짝사랑 하는 교수의 앞에서 황망하게 허둥대는 모습이 상상되어, 그녀는 무척이나 즐거웠다.
“해리는 그 날 일어나기 전에, 나를 대상으로 우스운 꿈을 꾸었지. 그 때문에 날 보기 부끄러웠다던 거였다. 정말로 바보 같은 놈이지.”
“어머…. 해리 걔 그 때는 열일곱 살 아니었어요? 못해도 케이크를 태웠다는 열여덟 생일 전이었을 거 아니예요. 완전 어린애였네.”
레질리먼시로 부끄러운 꿈을 들킨 친구가 못내 가엽게 느껴지기도 하는 헤르미온느였다. 그러게, 진작 오클러먼시를 더 연습했어야지, 해리. 하지만 그걸 계기로 둘이 잘됐다고 하니, 운명은 어떻게든 흘러가나보다 싶기도 했다.
“그런데 교수님도 그런 기억을 보셨으면 당황하셨을 텐데…… 어떻게 잘 풀렸네요?”
스네이프는 잠시 헤르미온느를 바라보며 고민했다. 이건 해리에게조차 밝히지 않은 사실이었다. 자신도, 해리와 똑같은 꿈을 꿨었다고. 스네이프는 그 사실을 해리가 알게 되는 게 어쩐지 부끄러웠고, 굳이 밝힐 필요도 없게 느껴졌었다. 하지만 눈앞의 소녀는 입이 가볍지도, 저를 놀릴 생각을 갖을 성격도 아니었다. 스네이프는 이 소녀를 몇 년을 걸쳐 무시해왔던 자신의 전적을 기억했다. 그럼에도, 자신이 뻔뻔스럽게도 그녀가 의외로 저와 잘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것에, 스스로를 조소했다. 이성의 대화 상대에서 스네이프는 필연적으로 릴리를 떠올렸다. 나무 그늘, 불어오는 여름 바람, 아직 어린 소녀와 소년은 우습게도 대화가 잘 통했다. 그 때의 생각이 나서 스네이프의 입꼬리는 찬찬한 미소를 그렸다.
“나도 똑같은 꿈을 꾸었으니까.”
놀란 헤르미온느의 눈이 스네이프를 향했다. 해리와 같은 꿈, 이라…. 그도 해리에게 이미 마음이 있었던 걸까?
“우리는 하루종일 그 고작 짧은 꿈 따위에 휘둘리다가, 결국 속수무책으로 휘말린 셈이다. 나도 똑같이 멍청했지.”
“우연히 같은 날, 두 사람 모두 같은 꿈을 꾸다니…. 뭔가…… 마법과는 다른 느낌으로 신기해요.”
헤르미온느는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끄덕거렸다. 이런 내막이 있었다면, 여기저기에 말하고 다니기엔 확실히 부끄러웠을 터였다. 해리나 스네이프나, 서로의 관계가 진전된 계기에 대해 두루뭉술하게 넘기던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거였다.
빗자루들이 공중에서 땅으로 내려왔다. 퀘이플을 잡고 있는 건 론이었다.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하늘을 보고 있지 않던 두 명의 관객들은 알 수가 없었다. 1골에 10점씩, 100점을 걸고 한 승부였다. 100 대 50으로 해리와 조지의 팀이 이겼다. 스네이프는 땀냄새를 풍기며 안기는 해리의 이마를 검지로 밀어내었다. 저 협동심 박살난 상대편을 상대로, 압도적인 점수 차가 나는 것도 아니었다. 론은 툴툴거리며 혼자 50점을 냈다고 드레이코를 흘겼다. 스네이프는 해리가 몇 점을 냈는지 물었고, 여태 보지도 않았냐는 해리의 투정을 들어야 했다.
“내가 70점을 냈다고요!”
그래, 장하다. 스네이프는 못내 해리를 쳐다봐주었다. 해리는 그래도 제가 좋은지, 단순히 퀴디치에서 이겨서 기분이 좋은지 배시시 웃었다. 퀴디치가 그리 좋을까. 그가 맥고나걸처럼 기숙사 사감이라도 됐다간, 개인 빗자루 소지조차 불가한 1학년 중에서 퀴디치 선수를 다시 또 발굴해내려고 혈안이 될 것 같았다. 처음 정해진대로 네빌이 그리핀도르 사감을 맡기로 한 게 다행이었다.
한 골도 못 넣은 드레이코와 혼자서 5골을 넣고 게임에 진 론을 빼면, 나머지 네 명은 높다란 나무 그늘에 앉거나 누워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기분 좋은 순간을 보냈다. 나른하게 스네이프의 허벅지에 누운 해리가, 손을 뻗어 그의 배를 쓰다듬었다. 이러는 게 버릇이 돼서, 해리는 스네이프가 아이를 낳고도 습관으로 계속 하게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조지를 제외하면 셋은 모두 스네이프의 임신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기분이 안 좋았던 론과 드레이코도 해리의 행동에 피식 웃고 말았다. 제일 웃겼던 것은, 얌전히 그 손길을 받고 있는 교수였다.
“세베루스, 내 양말 못봤어요? 진초록 색깔 그거 한 짝이 안 보여요.”
“아씨오 해리 포터의 진초록 양말 한 짝.”
양말의 나머지 한 짝이 초라하게 팔랑거리며 침대 밑에서 나와, 해리의 트렁크 위에 내려 앉았다. 아, 저 마법사죠? 그 말에 해리의 뇌가 단단한 돌덩이로 굳어졌는지, 트롤의 콧물로 가득 차있는지를 고심해보던 스네이프는 이내 고개를 가로젓고 제 트렁크를 닫았다. 해리에게 네 뇌 속에 뭐가 들어 있는지를 묻는다면, 오직 세베루스 스네이프로 가득차있다는 엉뚱한 대답만 들을 것 같았다. 해리는 트렁크를 닫기 전, 마지막으로 진초록 양말 한 짝을 틈에 쑤셔 넣었다. 닫힌 트렁크에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내일로 벌써 9월이었다. 8월의 마지막 날, 학교로 떠날 짐을 꾸린 둘은 휑한 집 안을 둘러보았다. 스네이프는 4개월여를 살았던 집이었다. 지나칠 정도로 넓어서일까, 이 집에 그리 정이 붙지는 않았다. 차라리 호그와트가 더 돌아갈 집 같이 느껴짐에 스네이프는 우스웠다. 그래도 꽤 여러 추억을 주었던 집을 비우니 스산한 것은 신경이 쓰였다. 먼저 학교로 떠난 올빼미 헤르메스와 불사조 퍽스의 빈 방에는 지저분한 잔해들이 있어, 해리가 지팡이를 휘둘러 전부 소멸시켰다.
“더 휑해보이는군.”
“역시… 집이 너무 넓죠?”
해리는 혼자 살 때보다, 오히려 스네이프와 둘이 같이 살면서 집의 크기를 실감했다. 어째서일까. 그 사실을 곰곰히 생각해보면, 스피너즈 엔드라는 답이 도출되었다. 그 작고 허름한 집이 자신들의 온기로 안락해져가는 것은, 그들에게 무척이나 소중했던 감각이었다.
“이 집은 내놓을까요, 세베루스?”
“어떤 집을 또 구하게.”
“아이들이 클 때까지는 다시 스피너즈 엔드에서 살까봐요.”
“주변의 집들이 모두 텅 빈 곳인데, 애들이 아직 어리다고 해도 환경이….”
“내 친구들이 찾아올텐데 무슨 걱정이예요. 강 건너엔 찰스랑 웨이드도 있고.”
스네이프는 제 배를 살짝 쓸어보았다. 머글 친구들과 자라는 자신의 아이들을 생각해도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강 건너 마을에는 피자와 파스타, 콜라가 맛있는 민트색 지붕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있었다.
“좋아, 해리. 내가 그 집을 먼저 자진해서 다시 살려고 할 줄은, 꿈에도 몰랐군.”
“그러게 말예요. 그렇게 날 데려가기 싫은 티를 엄청 내던 곳을. 그런데…… 사실, 되게 궁금했어요. 저는 전쟁이 끝나고 당신이 오두막에서 사라졌다고 생각했을 때, 스피너즈 엔드는 당신을 찾을 장소로 전혀 고려하지도 않았을 정도로…… 그 곳에 있는 당신을 생각해본 적도 없거든요. 저한테는 프리벳가 4번지의 벽장이 세베루스에게는 스피너즈 엔드였던 게 아니었나요? 왜 거기에서 계속 살고 있었던 거예요? 교수 직도 대단한 벌이는 아니어도, 몇 십 년 일했으니 재산도 불었을텐데.”
스네이프는 그 이유를 떠올리면 씁쓸해서 입을 다물고 싶었다. 해리의 질문은 본질을 뚜렷하게 꿰고 있었다. 해리 포터의 프리벳가 4번지 벽장은 세베루스 스네이프의 스피너즈 엔드. 해리의 말이 맞기 때문에, 스네이프는 바로 그 곳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호그와트 슬리데린 기숙사에 배정 받은 어린 마법사 소년 세베루스 스네이프는, 그 지긋지긋한 자신의 타고난 환경을 벗어나, 위대해지는 자신을 열망했다. 1학년 스네이프의 상상 속에서는 릴리와 이어진 자신이 있었고, 저를 누구도 무시하지 않게 되는 미래가 있었다. 우습게도, 스네이프는 그 열망들이 제 진짜 미래가 될 것이라고 진심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던 순간이 있었다. 그것의 확신이 조금씩, 차례차례, 아주 확실한 방법으로 꺾여갈 때마다 스네이프는 부러진 자신을 치유해내지 못한 채 그저 자신을 버려두기로 했다. 그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스네이프는 타고난 환경 그대로 어딘가가 잔뜩 부러진 채 살아야만 했다. 벗어나려고 해서 이렇게 돼버린 거다. 세베루스 스네이프는 이래야만 하는 게 당연한데. 제 주제도 모르고.
그렇게 생각했었다.
“……한 때는 벗어나려고 했던 곳이니까.”
“……?”
“해리. 네가 그 벽장에 널 스스로 가둔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더 쉽겠지.”
“세베루스…….”
해리는 처연한 눈의 반려를 품에 안았다. 그의 안쓰러운 모든 과거들이 자신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왜, 그 모든 짓궂고 불쾌한 과거들이 모두 세베루스 스네이프의 몫이어야만 했을까. 그에게 행복을 줘선 안 될 이유라도 있었을까? 스네이프와 함께 살아본 해리는 그 질문에 단연히 고개를 내저었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도 남들과 똑같은 사람이었다. 스스로를 상처 속에 파묻고 살아도 되는 사람은 없었다.
“나랑 함께 그 집에서 살았던 1년은 행복했죠?”
“길게 말할 필요가 있을까, 해리.”
“당신이 날 사랑해줘서, 나도 고마워요. 저를 받아주지 않고, 계속 당신이 예전 그대로였다면 나는 마음이 찢어져서 죽고만 싶었을 테니까. 당신이 그렇게 지키고 싶어한 내 목숨인데도요.”
그런 끔찍한 소리를. 스네이프의 앞에서 죽고 싶었을 거라고 가정하는 해리는, 가정일 뿐이더라도 스네이프에겐 정말 견디기 힘들었다.
“하하, 왜 그렇게 슬픈 얼굴을 해요. 나 안 죽어요, 절대. 당신 옆에서 200살까지 산다니까요?”
“……200살은 너무 많아.”
“흐흐흐. 사실은, 영원히 세베루스 곁에 있고 싶은데, 너무 집착 같아서 살아있을 때만으로 상정한 거거든요. 난 죽어서도, 다음 생이 있다면 거기서도, 당신 옆에 있을래요, 세베루스.”
“지독하군….”
스네이프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머리카락이 길어 자신의 얼굴을 가려주어 다행이었다. 저 지독한 집착을 듣고도, 입꼬리를 올려가며 웃고 있는 자신을 해리에게 들키기는 싫었다.
“사랑해요. 어떻게 한 사람을 이 정도로 사랑할 수 있는지, 나도 신기해요.”
“짐 챙기다가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군….”
괜스레 툴툴거린 스네이프가 슬쩍 해리의 옆얼굴을 보더니 뺨에 쪽, 짧게 입을 맞추었다. 그 귀여운 입맞춤에 해리는 눈을 접어가며 웃었다. 어떻게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울 수 있을까. 어쩌면 사람 한 명이 이토록 소중하게 느껴지고, 살아가는 삶에 열망과 열정을 실어줄 수 있는지. 정말 그의 목숨을 구하고, 그를 사랑하게 된 것은 해리 포터에게도 구원이었다. 세베루스 스네이프가 해리 포터를 사랑하게 된 것은, 해리 포터를 위해서도 분명한 구원이었다.
“포터 교수.”
“아, 맥고나걸 교수님! 안녕하세요.”
“미네르바, 안녕하십니까.”
새로운 슬리데린 사감의 방은 슬리데린 기숙사와 가까운 지하였다. 그 곳까지 걸음한 맥고나걸은 준비된 방이 괜찮은지 부부에게 물었다. 크리처가 몇날며칠을 쓸고 닦아 윤을 낸 지하의 방은 지하란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환했다. 호그와트에서 가장 밝은 조명을 달아놓았는지 의심할 만했다. 블랙 가문에서 일했던지라 크리처의 방을 꾸미는 취향은 검거나 암녹색, 보라색 일색이었지만, 방이 환해 그것들이 칙칙해보이는 것이 아니라 고급스러워 보였다. 분명 해리의 취향은 아니었다. 하지만 제 반려는 이 방을 꽤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둘 다 포터가 되었으니, 교수로서 세베루스를 부르기가 애매해졌군.”
“아, 계속 스네이프 교수로 불러주시면 돼요. 제가 세베루스 스네이프 포터로 하자고 했거든요. 학생들이 세베루스의 이름을 막 부르는 것도 싫고─”
“해리!!”
남 앞에서 술술 밝히는 팔불출의 면모가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스네이프의 호통에 맥고나걸은 그저 웃기만 했다.
“아, 해리. 첫 수업에선 뭘 가르칠거니?”
“첫 수업이요? 첫 날은 쉬엄쉬엄해야죠. 전 맥고나걸 교수님과 스네이프 교수님처럼 첫 날부터 빡세게 진도 나갈 생각은 없거든요. 뭐, 실제 시작하는 두번째 수업에서는 간단한 방어 마법부터 시작할 거예요.”
“방어 마법이 간단하다는 것부터 빡세지 않다는 자네의 말에 동의할 수 없구나, 해리. 기준이 높은 건 세베루스랑 똑같군.”
이 말에는 스네이프도 동감할 수 없었다. 방어마법 정도야 어둠의 마법 방어술의 기본이지 않은가? 똑같이 뚱한 부부의 표정에 맥고나걸은 어깨를 으쓱였다. 학생들이 어느 쪽의 포터든지 시달릴 생각을 하니 이제 교장이 된 은사는 웃을 뿐이었다. 그럼, 짐 풀고 개학 전에 푹 쉬기를, 해리, 세베루스. 그녀가 나간 방의 문을 보다가 해리가 식탁 앞에 앉았다. 책상 두 개와 책꽂이, 검은 커튼이 무겁게 달린 침대, 옷장과 서랍, 2명이 쓰기에 적당한 동그란 식탁, 한 편에 딸린 작은 부엌과 찬장. 있을 것은 다 있는 충분히 큰 방이었다. 그리고 이 방의 주인이 자신과 반려 스네이프라는 것에 해리는 마음이 뿌듯했다. 오러를 그만 두고 교수 직을 선택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차를 끓이던 스네이프가 들고 있던 지팡이로 휙 문을 열었다. 손에 꽃 화분을 들고 있는 네빌이었다.
“스네이프 교수님, 해리! 복도에서 맥고나걸 교수님께 둘이 학교에 왔다는 소식을 들어서 놀러 왔어요.”
“잘왔어, 막 홍차를 마시려고 했었어. 앉아, 네빌. 그리고 들어야 될 얘기도 있잖아, 우리.”
해리가 네빌을 의미심장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아하핫…. 어색하게 뒷목을 긁으며 네빌이 해리의 앞에 앉았다.
“세베루스, 당신도 얼른 와서 앉아요. 대체 지니랑 네빌이 잘 된 게 당신 덕이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저도 좀 들어보자고요.”
장난스러운 해리의 말투에 네빌은 쑥스럽게, 스네이프는 무감하게 반응했다. 차가 끓는 주전자를 가져온 스네이프가 자리에 착석했다. 세 장정이 앉은 작은 테이블이 꽉 차고, 각자의 앞에 크리처가 구비해놓은 블랙 가문의 찻잔 세트가 놓였다. 해리는 턱 밑에 손등을 대고, 네빌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스네이프는 차를 홀짝이며 네빌이 가져온 노란 꽃을 바라보았다. 그에 뒤늦게 네빌이 꽃에 대한 설명을 잠시 했다. 아, 이건 햇빛이 없는 지하에서도 잘 자라는 꽃이예요. 이름은 리스샤이너고, 향기엔 진정 효과도 있어서 침실에 두기 좋아요. 스네이프는 네빌의 설명을 들으며 노오란 꽃잎을 흐드러지게 피운 소담한 꽃을 눈에 담았다. 햇빛이 없는 지하에서도 잘 자라는 꽃, 그 설명이 누구를 가리키는 것 같아서, 스네이프는 이야기를 나누는 그들 모르게 찻잔에 입매를 가리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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