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해리는 양 손을 스네이프의 등 아래로 조심스레 쓸어 넣었다. 스네이프의 젖은 까만 눈이 해리를 계속 쫓아왔다. 해리가 작은 변화만 보여도 스네이프는 민감히 반응하며 몸을 뒤틀었다. 비좁은 소파는 너무 낡았다. 성인 남성 둘이 올라탄 소파에선 쉴 새 없이 끼익하고 바닥을 긁는 소음이 났다. 그 소리에마저도 해리와 스네이프 서로의 감각이 크게 날뛰었다. 스네이프의 등을 어루만지는 해리의 손은 이제 툭 불거진 견갑골을 따라 더듬었다. 스네이프는 천천히 숨을 고르며 등에서 터지는 손끝의 전율에 온통 감각을 곤두세웠다. 해리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열이 나고 전기가 올랐다. 한 번 사정했던 성기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배꼽까지 솟아서, 스네이프의 민둥한 배 밑을 문질러댔다.

 

 

해리의 오른쪽 손의 중지가 움푹 팬 척추 선을 따라 밑까지 긁어내려왔다. 아아... 스네이프는 그 자극엔 버틸 수가 없었다. 스네이프는 신음을 흘리며 고개를 외로 돌렸다. 감은 눈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해리가 눈을 떠달라고 재촉했다. 스네이프는 아랫입술만 깨물다가, 해리의 양 손이 엉덩이를 잡고 주무를 때에 가까스로 눈을 떴다. 작고 살집이 없는 둔부가 해리의 큰 손에 한 쪽씩 잡혀있었다.

 

 

스네이프는 며칠 전 아침식탁에서 나온 대화를 떠올렸다. 해본 적 없어도, 저는 잘.... 그래, 포터 너니까 잘 넣을 수 있겠지.... 스네이프 혼자만이 느낄 수 있었던 묘한 뉘앙스의 대화였다. 스네이프는 농구공을 실제로 본 적은 없었지만, 지금 자신이 해리의 손 안에 잡힌 공과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엉덩이를 지분대던 손가락은 슬금슬금 가운데 갈라진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그 느낌이 너무 묘해서 스네이프는 그만 창피해졌다. 해리에게 가장 더러운 틈을 들켜버린 것 같아서 부끄러웠다.

 

 

 

해리가 목 뒤로 침을 삼켰다. 이 안이 얼마나 좋을지 몇 번을, 몇 백번을 상상했는지 몰랐다. 책을 읽는 스네이프를 자빠뜨려 무방비하게 벌려진 다리 사이를 원했던 나날들. 해리는 줄곧 스네이프를 원했다. 그의 육체만을 원하는 것처럼 욕정 했다. 하지만 막상 그의 나신을 마주했을 땐, 생각했던 것만큼 바로 손이 나가지 않았다. 그것이 상상이 아니라 실제의 스네이프란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를 원하고, 거칠게 안고 싶은 욕망은 항상 해리 안에 혼재했다. 하지만 그를 제 마음대로 해서, 큰 상처를 주고 싶지도 않았다. 해리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살면서 자신 때문에 다치고 죽은 사람도 너무 많았다. 스네이프는 바로 그럴 뻔한 사람이었다. 1년간, 스네이프의 시신을 찾아 헤매면서, 해리는 그가 만약 살아있어 다시 만나게 된다면.... 아주 많이 잘해주고 싶었다.

 

 

해리의 손가락이 스네이프의 골 사이를 벌써 몇 번이나 매만지고 쓸어내렸다. 잔뜩 민감해진 스네이프는 허리를 잘게 떨면서 눈을 몇 번씩 깜박거렸다. 다리가 해리의 몸 옆으로 벌려져있었다. 스네이프는 해리가 손가락으로 그만 애 태우길 바랐다. 이제 그만 해리가 원하는 대로 자신을 몰아붙여주길 원했다. 해리는 너무 오래 참았다.

 

 

“...세베루스, 나를 봐요.”

 

 

어쩐지 스네이프는 자신이 곧 죽는다고 생각했을 때, 해리에게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나를 봐.’ 스네이프는 이제 그 때와 반대로 해리를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스네이프의 무릎 위에 뺨을 기대 묻은, 해리의 비스듬한 시선과 눈이 마주쳤다.

 

 

“내가 어때 보여요...?”

“...그저, 해리 포터지.”

 

 

해리가 웃었다. 해리는 그 대답이 무엇보다도 마음에 들었다. 스네이프의 아주 오랜 짝사랑의 상대를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 초록 눈을 보고서도, 스네이프는 자신을 해리 포터라고 말해주었다. 담백한 스네이프의 말투는 솔직하고 분명했다. 해리는 정말로 스네이프의 눈에 자신만이 비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교수님과 이런 걸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스네이프의 세워진 무릎에 여전히 뺨을 기댄 채, 그의 허벅지를 살살 미끄러뜨리듯 어루만지며 해리가 말했다. 스네이프는 간지러움에 눈썹을 약간 찡그렸다.

 

 

“나도 마찬가지다, 포터....”

“아깐 해리라고 불러주셨잖아요....”

“투정은.”

“세베루스.”

 

 

해리가 강하게 말해주는 제 이름은 다정함과 사랑이 가득 담겨 있어서, 스네이프는 거부하기 힘든 모종의 힘을 느꼈다. 허벅지를 만지던 손이 점점 아래로 내려왔다. 구멍의 주름을 따라 둥그렇게 만지는 해리의 손끝이 피부로 느껴졌다. 스네이프는 조금씩 다시 헐떡이기 시작했다.

 

 

“세베루스...?”

“......그래, 해리....”

“역시 세베루스가 불러주는 내 이름, 듣기 좋다....”

 

 

해리가 스네이프의 무릎에 뺨을 문질렀다. 스네이프는 자신이 속으로 생각하던 것처럼 생각하는 해리에게 웃음이 났다. 서로를 사랑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었다. 스네이프가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는 게 해리여서 특별하게 와 닿는 것처럼, 해리 역시 스네이프가 불러주는 제 이름이 특별하게 들렸다.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걸 느끼며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일 수가 있을까. 스네이프는 해리에게서 그걸 배웠다.

 

 

영원했으면 좋겠다.... 욕심이 커져갔다.

 

 

스네이프가 다리를 들어 해리의 엉덩이 위쪽의 허리를 교차해 붙들었다. 해리는 자신의 생각보다 적극적인 스네이프를 볼 때면 깜짝깜짝 놀라게 되었다. 어쩐지 수업을 가르치던 스네이프가 생각나기도 했다. 주도하는 것을 능숙하게 해내던 스네이프였다. 그가 작은 목소리로 조용히 수업을 진행해도, 학생들은 바짝 긴장해서 귀담아듣곤 했다. 해리는 지금, 그 때와는 다른 긴장을 느꼈다. 자신이 앞으로 어떤 짓을 해서 스네이프가 무슨 반응을 보이든, 너무나 사랑스러울 것이었다.

 

 

스네이프의 다리에 의해 바짝 앞으로 숙여진 해리는, 가까워진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둔부 사이로 해리의 것이 꺼떡이며 부딪쳤다. 액이 흘러 미끌미끌 거리는 성기가 스네이프의 회음부를 적셨다. 어차피 사람의 체온일 텐데도 이토록 뜨겁게 느껴지는 이유는 뭔지, 스네이프의 허벅지가 움찔 경련했다. 둘의 숨소리가 점점 커졌다. 해리가 입술을 크게 벌려 스네이프의 입술을 삼켰다. 섞이는 혀가 정신없이 움직였다. 격렬하게 혀를 섞으면서 둘 모두 눈을 뜨고 있었다. 까만 눈과 녹색 눈이 서로를 보고 있었다. 공기에서 홧홧한 열기가 오르는 게 느껴졌다. ‘너무 뜨겁다....’ 스네이프는 머리가 어지러워 현기증이 나는 것 같았다.

 

 

해리가 키스하며 제 성기를 끊임없이 스네이프의 회음부에 비벼댔다. 삽입하고 추삽질하듯 움직이는 성기에 마찰열이 올랐다. 그만, 차라리 넣어서 움직여, 스네이프는 발작적으로 토로하듯 말할 뻔했다. 양 손으로 얼굴을 움켜쥔 스네이프가 흑, 흐윽 하는 신음을 냈다. 해리는 양 손으로 스네이프의 엉덩이를 잡고서 옆으로 밀어내듯 당겼다. 구멍이 벌어져 벌건 속살이 드러났지만 해리의 눈은 정신없이 스네이프만을 살피고 있었다. 손바닥으로 가려지지 않은 얼굴, 그 밑으로 헐떡이는 신음성을 뱉고 있는, 벌어진 입과 붉은 혀와 흘린 침에 시선이 온통 홀렸다.

 

 

“제, 제발....”

 

 

스네이프가 견딜 수 없는 듯 도리질을 쳤다. 해리는 스네이프의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숨은 귀를 찾아 입술을 지분거렸다. 민감해져 있는 스네이프는 자극에 허리를 조금씩 위로 움직였다. 그걸 비웃듯 해리의 양 손이 힘 있게 아래로 잡아끌었다.

 

 

“아...!”

 

 

그와 동시에 구멍에 해리의 귀두가 슬쩍 밀어 넣어졌다. 반사적으로 스네이프의 턱이 위로 치켜 올라갔다. 드디어, 라는 생각이 스네이프의 머릿속을 스쳤다. 기대감보다는 사실 두려움이 더 컸다. 스네이프의 가슴이 무질서하게 쿵쾅거렸다. 걱정이 빠르게 머리를 채웠다. 내일 움직일 순 있을까, 해리가 제게 줄 느낌은 과연 어떤 걸까, 섹스는 정말 쾌감뿐일까, 해리의 앞에서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까.... 모든 게 너무나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결국 그것들을 안겨줄 상대가 해리임으로 허락할 수 있는 공포였다.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처럼 스네이프는 여전히 다리를 벌린 채였다.

 

스네이프의 까만 눈이 해리를 바라보았다. 해리는 스네이프의 얼굴에 어린 걱정과 두려움을 읽었다. 그럼에도 자신을 받아들여주기로 한 그에게 해리는 무한한 애정을 느꼈다.

 

 

“후회하지 않게 해드릴게요.”

 

 

머리카락 사이에 묻힌 스네이프의 귀에 대고 해리가 진득하게 속삭였다.

 

 

“포터....”

 

 

스네이프는 귀에 바짝 닿은 해리의 입술의 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귀를 타고 머리를 울리는 해리의 목소리가 뇌 안을 깊게 파고드는 것 같았다. 해리의 손등이 스네이프의 뺨과 턱을 어루만지며 계속해서 속삭였다.

 

 

“몇 번이나 상상했어요. 어떻게 해야 교수님이 좋아할지... 읏, 제 상상 속에서 교수님은....”

“아... 하아.......”

“아파하다가도 느낄 수 있었어요.... 제가, 그렇게, 교수님을... 당신을...!”

“윽...! 아아, 흐윽, 끅, 포터, 그만....”

“흥분하게─ 만들어서요....”

 

 

말을 하면서 해리는 조금씩 천천히, 꾸역꾸역 묵직하게 제 것을 스네이프의 안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스네이프는 겉으로 보고 짐작했던 것보다 더 심한 이물감을 느꼈다. 생경하고 불쾌한 고통이었다. 스네이프의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까맣고 긴 머리카락이 땀에 젖은 이마에 달라붙었다. 해리가 땀을 닦아주며 치덕하게 붙은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주었다. 해리의 손길은 너무 다정했다. 스네이프는 고통이 조금 덜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더욱 고통을 잊을 수 있도록 해리의 얼굴을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지금 내 꼴이... 하아...! 한심하지는 않나, 포터...?”

“무슨... 소리세요? 말도 안 돼, 뭐가요...? 윽! 아, 조여...!”

“헉...! 읏, 으윽...!”

 

 

뿌리까지 박아 넣은 해리가 소파의 팔걸이를 짚고서 숨을 골랐다. 스네이프는 엉덩이에서 느껴지는 무지근한 통증에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이... 이렇게, 땀범...벅에, 지저분하게 머리는... 흐, 흐트러지고.... 하아, 네 아래에 깔린 내가... 한심하지 않냐 물었다... 포터.”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제 눈엔 예쁘기만 한데요....”

“하...! 그걸 칭찬이라고, 하는 건가, 네 놈은....”

“어...... 그렇지만 지금 모습을 멋지다곤 못하겠는걸요?”

 

 

해리가 말을 뱉고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에 고통을 누르고 있던 스네이프도 웃음이 슬며시 터졌다. 그 바람에 아래에서 느껴지는 통증이 순간 더 커져서, 아픈 신음이 뒤이어 스네이프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해리는 아파하는 신음에 당황해서 스네이프의 등허리를 황급히 쓰다듬었다. 그것이 또 우스워서, 둘은 눈을 마주치고 웃음을 흘려버렸다.

 

 

“교수님은 왜 그런 걸 물으세요? 교수님을 보는 제 표정이 이상했어요?”

“...너한테, 이런 정돈되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 게...... 내가 달가울 리 있겠나, 포터.... 난 네 선생이었고... 여러 과거를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지....”

“하긴, 뭐.... 신경 쓰이시겠죠, 교수님의 입장에선? 하지만, 세베루스, 내가 사랑하는 거 알잖아요.”

 

 

또, 이렇게 느닷없이 사랑을 내뱉는 해리가 스네이프는 당황스럽고 무안했다. 그렇게 말해버리면 스네이프도 할 말이 없었다.

 

 

“포터, 넌 정말....”

 

 

당혹스러워. 그리고 사랑스럽다. 스네이프는 생각했다. 해리는 웃으며 스네이프의 젖은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사랑스러워요. 너무나.”

 

 

그 말은 예쁘다란 말보단 듣기 싫지 않겠죠? 해리가 장난스럽게 덧붙였다. 스네이프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말을 하며 환하게 웃는 해리를 보며, 스네이프는 사랑스럽다는 말은 그를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낯간지러운 생각이라니. 하지만 지금 해리의 것을 엉덩이에 넣어놓고, 무슨 생각을 부끄럽다 여기겠는가.

 

 

 

 

“아...! 학, 포, 포터, 응, 읏...! 앗...!”

“헉...허억, 세베루스... 세베루스....”

 

 

스네이프의 양쪽 오금을 붙잡은 해리가 정신없이 움직였다. 허공에서 스네이프의 마른 두 다리가 달랑거렸다. 둘 모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스네이프는 한 번도 무엇을 안으로 들여 본 적 없는 곳이 출납당하고 있었다. 신경이 온통 그쪽으로 쏠려 고통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스네이프는 숨이 막히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속살이 찢기는 것처럼 아팠고 아래가 묵직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간질간질하고 오묘한 감각이 전신을 둘러서, 완전히 이 행위를 그만두고 싶지도 않았다. 고통은 해리가 자신의 안에 들어와 있다는 걸 더욱 확실히 느끼게 해주었다.

 

 

“아파... 아파, 윽...!”

“아파요? 아파...? 어떡, 하지, 세베루스, 헉, 헉....”

“여... 여길.”

 

 

스네이프는 온 몸에 힘이 쭉 빠져서 손을 들 힘도 없었다. 턱짓으로 아래를 겨우 가리킨 스네이프의 고개가 다시 뒤로 무너졌다. 해리는 붙잡고 있던 오금을 제 어깨에 올리고 몸을 앞으로 숙였다. 더 깊게 들어오는 아픔에 스네이프의 입에서 짧은 비명이 터졌다. 해리는 다급히 스네이프의 것을 붙잡았다. 혼자 꺼떡이며 침 흘리듯 질질 선액을 뱉던 것은 해리의 손이 닿자마자 아찔한 전율을 일으켰다. 해리는 확인받듯 스네이프를 바라보았다. 스네이프의 눈이 살짝 풀려서 해리를 마주 보았다. 해리의 입 꼬리가 조금씩 위로 올라갔다. 질척한 기둥을 해리의 오른손이 힘 있게 아래위로 움직였다. 반사적으로 스네이프의 입에서 헉 소리가 튀어나왔다. 허벅지가 쉴 새 없이 벌벌 떨렸다.

 

 

“읏... 으으... 응, 흣....”

“좋아요? 세베루스, 조금 나아요?”

“아, 흡...! 그, 그래... 읏...!”

 

 

해리가 계속 허리를 움직이며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해리의 손에 맞춤이라도 된 것처럼 성기가 잡혀 계속 흔들어지니, 스네이프의 엉덩이 안쪽의 둔통도 덜해졌다. 조금 여유가 생긴 스네이프는 해리의 어깨에서 자꾸 미끄러지는 다리를 내려 허리를 옭아맸다. 해리가 몇 번을 더 그대로 박아 넣다가, 스네이프의 허리 아래로 팔을 넣어 끌어안았다. 그러더니 단번에 힘을 주어 스네이프를 제 위로 앉혔다. 스네이프는 갑작스럽게 해리의 위에 앉은 자세가 되어 당혹스러워했다. 동시에, 자세 탓으로 더욱 깊게 안을 파고드는 해리의 성기가 느껴졌다. 스네이프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지만 해리는 슬며시 웃으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제가 움직이니까 어떻게 아픈지 배려를 잘 못하는 것 같아서... 세베루스가 움직여 봐요.”

“뭐, 뭐라고, 포터...?”

“허리, 움직여 봐요....”

 

 

스네이프의 귀에 바짝 입술을 붙인 해리가, 장난스럽게 속삭였다. 이런 식으로 저를 대하는 해리는 처음 봐서, 스네이프는 잠시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곧 평소처럼 그를 골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해리 포터가 세베루스 스네이프를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듯 하는 건, 섹스 자세에서 말고는 별로 보고 싶지 않아서 말이지.......

 

 

“...좋다, 포터. 넌 절대로 움직이지 말도록. 내가 아플까봐 네가 배려해주는 것이니까.”

 

 

해리가 눈을 동그랗게 뜨기도 전, 스네이프가 해리의 가슴팍을 밀어뜨렸다. 순식간에 해리는 뒤로 넘어지며, 스네이프와 마주 앉아 보던 자세에서 완전히 스네이프를 올려다보게 되었다. 정말 처음 보는 광경인 걸.... 해리는 목구멍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집 자체의 채도가 낮긴 했지만, 여전히 시각은 밝은 오후였다. 환한 천장 아래, 벌거벗은 하얀 그가 제 위에서 아주 또렷이 보였다. 스네이프는 잠시 숨을 고르며 이마 위로 흐트러진 머리칼을 왼손으로 쓸어 넘겼다. 그의 납작한 가슴팍이 박동하고 있었다. 스네이프는 순간 인상을 찌푸렸다. 엉덩이 안쪽의 해리의 성기가 더 커지고 단단해지는 게 느껴졌다.

 

 

“포터, 또 흥분했나?”

“그야, 세베루스가 너무 에로틱한걸요....”

 

 

해리는 제 잘못이 아니라는 듯, 얼굴을 붉히면서 스네이프의 시선을 피했다. 하지만 결국 스네이프의 모습이 보고 싶어서 시선은 다시 돌아왔다. 해리의 시야로, 스네이프의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간 섹시한 얼굴이 보였다. 해리는 심장이 더 빠르게 뛰는 걸 느꼈다. 그가 이대로 움직이지 않아도 충분히 사정할 수 있을 만큼 야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내 모습이 그럴 것 같진 않은데... 네 얼굴을 보면 과연 그런가 싶어지는군.... 멍청하게 헤 벌어진 얼굴로 날 보니까, 포터.”

 

 

윽, 해리는 자신이 좀 멋있어 보이길 바랐는데, 그건 스네이프에게 바랄 수 없는 꿈이었나. 해리는 약간 실망스러워졌다. 달뜬 해리의 얼굴이 금세 시무룩해져서, 스네이프는 웃음이 날 것 같았다.

 

 

“왜 표정이 그렇지? 난 그 우스꽝스런 얼굴을 보는 게 재밌는데 말이다. 해리, 움직이지 마.”

 

 

스네이프는 경고하는 것처럼 말을 했지만, 해리를 이름으로 불러주었다. 정말, 달콤한 경고네요... 세베루스. 그는 당근과 채찍을 아주 적절히 쓸 줄 아는 사람이었다. 해리는 알겠다는 듯이 항복하는 것처럼 양손을 들어보였다. 스네이프가 픽 비웃더니 양 쪽 무릎을 세우며 고쳐 앉았다. 해리는 눈알이 앞으로 튀어나가는 줄 알았다. 얼굴로 훅 피가 몰렸다. 이건 너무.......

 

 

경고했지? 라고 말하는 듯한 스네이프의 눈이 해리를 내리깔아보았다. 해리는 당장이라도 스네이프의 허리를 잡고, 그의 가슴을 주무르며 움직이고 싶었지만, 동작그만마법에 걸린 마냥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침만 삼키면서 스네이프를 올려다볼 뿐이었다. 확 벌어진 하얀 다리를 볼 때마다 얼굴이 화끈화끈 거렸다. ‘세베루스는 자신이 얼마나 야해 보이는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저런 자세를 막 하는 거야....’ 라고, 해리가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해리는 숨이 딱 멈추는 것 같은 압박감을 느꼈다. 스네이프가 해리를 내려다보며 허리를 둥그렇게 움직였다.

 

 

“윽...! 아... 하아, 하.... 세베루스, 아....”

 

 

스네이프는 움직이며 자신이 덜 아프도록 신경 쓰면서도, 해리가 제대로 흥분하는지도 계속 지켜보았다. 해리의 입에서 계속 신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스네이프는 지금 자신이 제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만족감이 들었다. 무엇이든지 잘 해내면 기분이 좋은 법이었다. 스네이프는 뒤로 약간 더 몸을 기울이며 왼손으로 해리의 허벅지를 짚었다. 몸이 뒤로 당기면서 긴장이 들어가자, 구멍 안쪽의 근육도 조여들었다. 해리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면서 성기를 꽉 무는 스네이프의 내벽을 느꼈다. 너무, 끔찍할 정도로 황홀하다. 스네이프는 다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몸을 비스듬히 기울인 채 오른손으로 제 성기를 잡고 흔들면서, 스네이프가 허리를 계속해서 돌렸다. 해리는 눈앞의 장면에 미칠 것만 같았다. 현실이 아닌 것처럼 어지러웠다. 엄청난 흥분이 온 몸을 덮었다. 완벽한 엑스터시는 이것을 말하는 것일 거다.

 

 

“아... 응, 흣... 해리, 읏... 아, 아─.”

 

 

스네이프 역시 해리와 같았다. 성적인 흥분으로 점점 이성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아까부터 해리의 것이 눌러대는 안쪽의 어딘가에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황홀한 쾌감이 일고 있었다. 스네이프는 아찔아찔하게 찾아드는 그것을 놓치기 싫었다. 스네이프는 그것에만 집중하느라 그것 외엔 뭘 생각할 수가 없었다. 해리는 자극을 느끼면서 하릴없이 꽉꽉 주먹만 틀어쥐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스네이프가 주는 자극만을 받기엔 해리는 너무 강하게 그를 원했다. 해리는 언제나 그의 안에 박아 넣기를 원해왔던 것이었다.

 

 

스네이프의 풀린 눈이 저를 보고 있는 듯, 아닌 듯처럼 보였다. 해리는 몸을 일으켜서 그를 소파로 강제로 밀어 눕혔다. 순간 당황해서 흥분상태에서 빠져나온 스네이프의 놀란 눈이 해리를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거칠게 숨을 내쉬며, 날 것의 시선으로 저를 욕망하며 보고 있는 해리의 눈을 마주치자, 스네이프는 다시 입 꼬리를 올리며 웃을 수 있었다. 자신을 원해서 미칠 것 같아하는 해리의 저 모습을 보는 게, 스네이프는 그 어떤 물리적인 쾌락보다 더 큰 쾌감으로 빠져들 수 있었다.

 

 

그가 그를 원했다. 그리고 그도 그를 원했다. 이보다 완벽한 결합이 어디 있을까?

 

 

“......응! 흐읏, 윽...! 포터, 해리, 해...리, 크윽! 아아...! 더 더어...!”

“세베루스, 세베, 루스...! 윽, 크읏...!”

“앗, 아아, 응, 응... 흐읏, 제발, 제발....”

“원해요, 사랑해요.... 더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아, 아아, 세베루스...!”

 

 

스네이프가 팔을 확 뻗어 해리의 뒤통수를 붙잡아 끌어당겼다. 둘은 정신없이 입을 맞췄다. 이성이 없는 세계에선 본능만이 날뛸 뿐이었다. 더 닿고 싶고, 더 원해도 괜찮으며, 어떤 부끄러움도 없었다. 스네이프는 해리의 어깨를 더 꽉 끌어안았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이 줄줄 흘러나왔다. 해리가 혀로 스네이프가 흘린 침과 눈물로 번들대는 얼굴을 마구 핥아주었다. 그럴 리 없지만 단 맛이 나는 것 같아서, 해리는 계속 이대로 그를 핥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먹어 치우고 싶어. 해리는 순간적인 충동으로 스네이프의 귀에 그렇게 속삭였다. 스네이프는 그 말을 듣더니 해리의 귀에 이렇게 속삭였다.

 

 

지금, 먹고 있지 않나...?

 

 

해리는 스네이프의 구멍이 강하게 조여드는 것을 느꼈다. 엄청난 만족감이 밀려왔다. 어깨를 틀어쥔 스네이프의 손과 그의 온 몸이 바르르 떨리는 게, 해리의 피부로 느껴졌다. 해리의 음모와 배로 질척하고 묽은 것이 후드득 떨어졌다. 해리는 조심스레 포옹을 풀었다. 스네이프는 탈력한 붉은 얼굴로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해리의 성기가 스네이프의 안에서 빠져나왔다. 해리의 성기모양에 맞춰 크게 벌어진 구멍에서 주르륵, 제가 쏟아낸 정액이 흘러나오는 게 보였다. 해리는 고개를 숙여 스네이프의 젖은 눈가에 가볍게 키스해주었다.

 

 

 

 

창가로 붉은 빛이 스며드는 모습은 따듯하고 아름다웠다. 노을이 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스네이프는 비좁은 소파에 여전히 벌거벗은 채로 누워있었다. 물론, 이 소파도 한 사람만 누워있다면 별로 비좁진 않았겠지만, 지금 이 소파엔 자신 말고도 자신을 끌어안은 채 누워있는 해리 포터가 더 있었다.

 

 

해리는 가끔씩 스네이프의 이마나 눈가, 귀, 콧등, 입술 등에 쪽쪽 입술을 쪼듯이 내려놓았다. 새도 아니고.... 스네이프는 아무 표정 없이 그것들을 받아들이긴 했지만, 이 녀석이 언제까지 이럴까 싶은 귀찮은 마음도 들었다. 해리는 지금 스네이프의 가슴팍에 얼굴을 비비적거리고 있었다.

 

 

“그렇게 기대해도 젖은 나오지 않는다만.”

“풉.”

“더럽게... 가슴에 침을 뱉다니....”

 

 

스네이프가 질렸다는 얼굴로 해리를 밀어내고 몸을 일으켜 앉았다. 찌뿌듯한 근육 하나하나가 다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스네이프를 따라 몸을 일으킨 해리는 또 스네이프의 허리를 끌어안고 품으로 파고들었다. 스네이프답지 않게 온 몸이 따끈따끈해서 기분이 좋았다.

 

 

“가끔씩 세베루스는 제가 상상도 못했던 말이나 행동을 한다니까요....”

“뭐, 젖이라던가 그 말말인가.”

“네. 잘 아시네요.”

“안 나온다고, 사실을 말했을 뿐이다. 그리고 네 놈의 징그러운 입술이 자꾸 내 가슴을 지분댔잖나.”

“제 입술이 뭐가 징그러워요! 저 잘생기지 않았어요?!”

“....... 이 세계에 네 팬들이 너무 넘치게 많아서, 아무래도 네 놈이 정신 못 차리고 돌아버린 모양이군.”

 

 

아, 해리는 스네이프의 그 말에는 반박하지 못했다. 해리가 지니와 교제하는 걸 알면서도 추파를 던지는 여자들이 너무 많았던 건 사실이었다. 잘생겼다는 말도 볼드모트를 없앤 후 많이 듣긴 했는데, 음.... 다 입 발린 소리였나...?

 

 

“근데 세베루스, 마법으로도 젖이 안 나올까요?”

“네 머리를 터뜨려서 뇌수가 흘러나오겐 할 수 있는데, 포터.”

 

 

해리는 이 대화가 격정 넘치던 첫 정사를 마치고 나눌만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확고히 들었다. 그래서 입씨름은 그만 두고 스네이프의 약물을 모아둔 창고에 다녀왔다. 근육을 진정시키는 치료약들을 챙겨서 나온 해리를 보고 스네이프가 손을 내밀었다.

 

 

단숨에 약을 들이켠 스네이프는 금방 몸이 풀리는 걸 느꼈다. 누가 만들었는지 효과는 아주 좋군. 해리는 약을 마시는 스네이프 옆에서 허물처럼 벗어둔 제 옷을 다시 몸에 꿰어 넣었다. 스네이프도 해리가 가져왔던 옷을 입었다. 이 옷 하나 입는데 정말 엄청나게 시간을 들였단 생각이 들어, 우스워졌다.

 

 

“아, 진짜 배고프다. 저녁은 제가 할까요? 세베루스, 나가서 먹을까요?”

“나가긴 귀찮다. 포터, 네가 해라.”

“좋아요, 저녁은 제가. 근데 왜 아까부터 포터라고 계속 그러세요─. 전 세베루스라고 부르잖아요─.”

“섹스 중에도 포터라고 불렀다.”

“해리라고 해줘요!”

“해리.”

“헉.”

 

 

불러 달라 해서 해줬더니, 해리가 놀란 얼굴로 자신을 보는 게 스네이프 눈엔 아주 멍청해보였다.

 

 

“해달라면 해줘요?!”

“그 발언은 대체 뭐지, 포터...? 내가 쉬운 사람이라고 생각되기라도 하나? 그래, 내가 네가 좋다하니 키스하고, 원하면 섹스해주긴 했군.”

“진짜 어마어마하게 비뚤어지셨네요.... 그래도 사랑스럽지만요.”

“너야말로 눈이 비뚤어졌어.”

 

 

해리가 푸하핫 웃음을 터뜨렸다. 스네이프는 뚱한 얼굴로 턱을 괸 채 해리를 바라보았다. 정말로 네가 날 이렇게까지 사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었다.

 

 

“저도 왜 세베루스를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스네이프는 한 쪽 눈썹을 치켜떴다. 본인까지 저렇게 생각한다 말하니, 스네이프는 조금 기분이 상했다. 제 몸에 그렇게 흥분해놓고선.... 억울한 마음과 불안함이 함께 들었다.

 

 

“근데 좋아하는데 이유가 있어야 해요?”

 

 

스네이프는 자상한 해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에게선 언제나 따듯하고 강렬한 기운이 느껴졌다.

 

 

“세베루스는 무슨 이유로 저를 좋아하게 됐는데요?”

“뭐? 내가 무슨, 널...좋아한다고? 무척이나 건방지군, 포터....”

 

 

스네이프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스네이프의 가슴이 정사를 나눌 때처럼 쿵쾅쿵쾅 뛰었다. 해리의 눈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 턱 끝이 파르르 떨렸다.

 

 

“다 알아요.”

“.......”

“저 좋아하시잖아요.”

“......윽.”

“싫은데 저를 받아들여줄 사람이 아닌걸요. 몇 년을 교수님 아래에서 배운 사실인데. 덤블도어 교수님이 시킨 오클러먼시 수업도 때려치우신 분이시잖아요. 뭐... 그럴만하긴 했지만. 어쨌든, 교수님은 정말 싫으면 버티실 분이 아니세요. 그렇죠?”

“...제길. 언제부터 그렇게 논리정연 했지? 포터, 네가?”

“사실 논리적인 건지 저도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세베루스니까 알 수 있었어요. 그냥 알겠던 걸요....”

 

 

스네이프는 이마에 손을 짚었다. 죽을 때까지 비밀로 하고 싶었는데, 저 애송이에게 들켜버릴 줄이야. 스네이프의 자존심에 금이 가고, 치욕스러움에 화가 날 정도였다. 하지만 이미 들켜버린 걸 어쩌겠나 싶었다.

 

 

“근데, 세베루스 입으로 듣고 싶어요.”

 

 

해리가 흘낏흘낏 스네이프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이마를 짚은 손 너머로 해리를 쳐다보며 스네이프가 눈을 부라렸다. 짜증스러운 놈.

 

 

“아, 알고 있으니까 말해도 괜찮, 잖...아요?”

“...싫다.”

“왜요! 아깐 해리로 불러달라니까 바로 해줬으면서!”

“저녁이나 해, 망할 포터!”

 

 

해리는 잔뜩 실망해 부루퉁한 얼굴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스네이프는 팔짱을 낀 채, 이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이 식기만을 기다렸다. 저 녀석은 어떤 면에선 부쩍 성장한 것 같으면서도, 발전이 없는 부분은 죽을 때까지 발전이 없을 것 같았다. 좋아한다는 말이 듣고 싶다니, 공격주문이 날아가지 않은 걸 감사해라, 포터. 스네이프는 결국 불에 타는 것 같은 얼굴을 손으로 묻은 채 끙, 앓는 소리를 약하게 냈다.

 

 

 

 

 

 

 

 

흐흑 댓글 감사해요 힘이 난다 글 쓸 힘이 쑥쑥!

사실 감상과는 상관없이 저는 글을 쓰는 게 즐거워서 글을 써왔지만, 

해주신 말씀들이 너무 고맙고 기뻐서 기운을 엄청 받았습니다.

지금 글을 쓰는 계절은 연말인데 글 속 계절은 뜨겁고 Hot한 여름입니다 ㅋㅋ

항상 저는 계절과 반대로 글을 쓰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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