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ry Potter

[해스네] 구원자 33

기조. 2021. 4. 23. 23:46

33.



“저 분이셔…?”
“세상에, 정말 너무 멋있게 생겼다….”
“나도 꼭 해리 포터처럼 그리핀도르에 들어 갈래!”
“나도!”
“나도! 난 할머니, 할아버지, 부모님도 전부 다 그리핀도르였어! 내가 슬리데린에 배정 받는다면 난 진짜로 집에서 쫓겨날 거야!”
“나는 엄마랑 아빠 모두 마법사가 아니였는데, 나만 기숙사에 배정 받지 못하면 어떡하지……?”

교감인 플리트윅이 해그리드에 인수 받아 데려온 열한 살 신입생들이 재잘재잘 떠드는 소리들은, 바로 앞의 교수석에 아주 잘 들려왔다. 스네이프는 시큰둥하게 신입생들의 뒤통수를 쳐다보았다. 전쟁 후 슬리데린의 입지가 좁아졌다지만, 그리핀도르만 배출해냈다는 가문의 아이는 저와도 상극이어서 질색이었다. 해리는 스네이프의 옆에서 작은 뒤통수들을 내려다보며 싱글거렸다. 저 때의 기분이 생생한데, 지금 자신은 호그와트의 교수로서 교수석에 앉아있었다.

신입생들의 배정은 재미있었다. 해리와 네빌은 그리핀도르로 배정 받는 아이들마다 웃으며 박수쳐주었다. 그리고 다른 기숙사도 마찬가지지만, 슬리데린에 배정 받는 아이들에게는 해리는 특별히 더 열렬히 박수쳐 주었다. 기숙사 배정식이 끝나고, 신입 교수진들을 소개하는 순서가 되었다. 맥고나걸은 스네이프 교수의 재임을 우선 소개했다. 느슨한 부분도 있었던 슬러그혼의 마법약 수업을 들었었던 학생들은, 다시 돌아온 악마의 재림에 영혼 없는 박수를 쳤다. ‘교수 스네이프’를 잘 모르는 저학년들은 묘한 분위기에 어리둥절해하며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올해부터 새롭게 약초학을 가르치며, 그리핀도르의 사감으로 부임하신 네빌 롱바텀 교수입니다.”

네빌을 아는 상급생들부터 어린 저학년들까지 와아아 환호를 보냈다. 저 분이 그 내기니, 마왕의 뱀을 그리핀도르의 칼로 죽였다는 그 분이시지! 되게 착하게 생기셨다, 신입생들은 흥분에 들떠서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핀도르 기숙사의 함성은 프레드와 조지가 돌아온 듯 시끄러웠다. 네빌은 머쓱히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자리에 앉았다. 네빌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다음은 어둠의 마법 방어술을 가르치실 해리 포터 교수님입니다. 어둠의 마법 방어술 과목의 오랜 악습을 끊고, 우리 곁에 오래도록 남아주시길, 포터 교수님.”

맥고나걸의 유려한 소개와 함께 해리가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손을 들어 흔들었다. 대연회장은 마법세계의 새로운 왕이 나타났다고 해도 좋을 만큼 흥분에 찬 환호가 장내를 뒤흔들었다. 거인이 건물을 잡고 흔드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해리 포터! 해리 포터! 연호하는 10대 학생들의 우렁찬 목소리에 해리는 머쓱하게 손을 내렸다. 맥고나걸이 소노루스에 맥시마를 걸고 하울러 뺨치는 소리를 질렀다. “조용!!!” 그제서야 흥분했던 장내가 찬 물을 엎은 듯 조용해졌다. 스네이프의 찌푸려진 미간은 펴질 줄을 몰랐다. 해리는 잠시 헛기침을 하고서 입을 열었다.

“음, 해리 포터입니다. 어둠의 마법 방어술을 가르치게 됐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후다닥 자리에 앉은 해리가 맥고나걸의 눈치를 살폈다. 본의 아니게 민폐를 끼친 기분이었다. 그리고 스네이프를 돌아보았을 때, 저 무시무시한 얼굴에 해리는 소름이 쫙 끼쳤다. 펜시브를 훔쳐봤을 때 봤던 분노어린 얼굴과 아주 흡사한 얼굴이었다. 이렇게까지 화날 일이신가……. 교수가 호그와트의 10대들을 왜 혐오하는지는 알 것 같았다.


해리의 첫 수업은 점심 이후에 있어, 오전 시간 중에 있는 스네이프의 첫 수업 시간보다 늦었다. 그래서 해리는 느긋하게 슬리데린 사감 방에서 나와서 수업을 하는 스네이프를 훔쳐 볼 요량으로 복도를 어슬렁거렸다. 쥐 죽은 듯 조용한 복도였고, 마법약 교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았다. 해리는 숨을 죽이며 복도를 걸어 마법약 교실의 창에 슬쩍 고개를 내밀었다.

개학의 첫 날, 첫 수업으로 스네이프 교수의 마법약 수업을 들은 불쌍한 아이들이 누굴까 궁금했다. 앳된 얼굴과 작은 덩치들로 보아, 그들은 심지어 어제 처음 호그와트에 입성한 신입생들인듯 했다. 해리는 진심으로 안타까운 마음으로 아이들을 살폈다. 그 어린 얼굴들은 살얼음 위를 걷는 표정이었다. 매캐하고 거뭇한 연기를 뿜는 솥 앞에서 잔뜩 쫄아있었다. 안 봐도 반려의 얼굴은 뻔했다. 또 끔찍한 트롤의 후예들을 맞이했다고 표정이 썩어있겠지.

“아.”

찡그린 미간을 손끝으로 주무르던 스네이프와 눈이 마주쳤다. 해리를 본 스네이프의 눈이 동그래졌다. 아까까지 냉랭하던 교수의 표정이 풀린 것을 몇몇의 학생들이 ─이미 실패한 제 약물에 자포자기로 수업에 넋을 놨던─ 발견했다. 약간의 웅성거림에 정신을 차린 스네이프가, 금세 얼굴을 차갑게 굳히고 떠든 학생들을 걸러내었다. 이크, 이런. 불쌍하게 됐네. 해리는 얼른 창에서 얼굴을 빼냈다. 하지만 교실 안에서는 감점이 차례로 이루어지고 있을 터였다.


“아, 어서와요 세베루스.”
“해리, 내 수업 시간에 왔었지.”

해리의 옆에 의자를 끌어당겨 앉으며 스네이프가 말했다. 기분 나쁜 것 같진 않았지만, 좋아보이지도 않았다. 해리는 침묵으로 긍정했다. 그리고 스네이프의 그릇에 닭 구이 조각을 두어 개 얹어주었다.

“1학년들이었죠? 저도 오늘 첫 수업이 1학년들인데. 어느 기숙사예요?”
“슬리데린과 그리핀도르. 이번 해도 머리에 썩은 고름만 찬 쓰레기들 뿐이야.”
“가차없으시네, 스네이프 교수님. 그리고 그 아이들은 제 첫 수업에도 들어오겠네요. 오늘 저도 1학년 그리핀도르-슬리데린 합동 수업이라.”
“흥. 너도 경악하게 될 거다, 포터 교수.”
“잘하는 애가 한 명도 없던가요?”

혼혈왕자의 열렬한 팬인 해리가 그의 마법약 수업에 흥미를 가지며 물었다. 제가 학생일 때 스네이프를 좋아했었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

“평범한 수준인 학생은 그리핀도르의 머글태생 걔야. 이름은 다이애나 헌트.”
“당신 입에서 평범하다고 나왔으면 아주 뛰어난 학생이겠군요?”
“…해리 포터.”

짐짓 화내는 톤의 목소리였다. 해리는 어깨를 으쓱이고 베이크드 빈을 수저로 떠서 먹었다. 어제 기숙사 배정식에서, 머글 부모 탓에 기숙사 배정도 못 받을까 걱정하던 구불진 갈색 머리카락의 작은 여학생이 떠올랐다. 그 아이도 헤르미온느처럼 입학 전에 걱정하면서, 그리고 흥미롭게 교과서들을 열심히 읽었을 것이다. 해리는 저도 입학하기 전에 재밌게 교과서를 읽었던 것을 떠올렸다.

“제일 끔찍한 건 역시 대대로 그리핀도르였다는 그 놈이야. 크리스 커비. 롱바텀을 다시 가르쳐야하는 기분이다.”
“하하하. 그렇지만 세베루스는 첫 날부터 학생들 이름을 다 외우네요. 역시 교수 일에 애정이 있는 거죠?”
“……?”
“왜요? 세베루스.”
“학생들 이름 외우는 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그런 건 한 번 봐도 금방 외워지는 거잖아.”

아…… 그랬지, 참. 세베루스 스네이프는 재수 없을 정도로 머리가 좋을 뿐이었다.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은 3층의 교실에서 있었다. 해리는 움직이는 계단이 움직이지 않는 타이밍을 맞춰 가볍게 계단을 올랐다. 익숙한 길, 익숙한 걸음이었다. 교실에는 첫수업부터 스네이프 교수를 맞았던 불운의 신입생들이 앉아있었다. 슬리데린들은 해리를 보며 저들끼리 불안한 시선을 나누었다. 그리핀도르 출신인 영웅이 자신들에게 편견을 보일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리핀도르인 신입생들은 해리를 보며 터질 듯한 심장을 꽉 부여잡았다.

“안녕, 어둠의 마법 방어술을 가르치게 된 해리 포터입니다. 여러분들은 어제 처음 호그와트에 왔고, 저는 지금이 첫 수업입니다. 서로 서로 처음이니까, 잘해봐요 우리.”

병아리 같은 아이들이 우렁차게 대답을 했다. 해리의 눈에는 정말 귀여운데, 스네이프의 눈에는 그저 무지함과 난폭성은 똑같은 작은 트롤들로만 보인다는 아이들이 안타까웠다.

“첫 수업부터 뭔가를 배우긴 벅차겠죠? 오늘은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으로 보내고, 다음 수업부터 본격적인 수업에 들어갈게요. 음, 나에게 궁금한 것 있다면 물어봐도 좋아요.”

머글 어린이 체육 센터에서 일했던 그대로, 어린 신입생들을 대하기는 쉬웠다. 해리의 말이 끝나자마자 손을 번쩍 든 학생은 스네이프가 롱바텀이 돌아왔다고 평가한 크리스였다.

“볼드모트를 죽이고나서 기분이 어떠셨나요?!”

첫 질문부터 강렬해서 해리는 살짝 미간을 찡그렸다. 흐음, 해리는 손가락으로 턱을 쓸고 조용하게 있었다. 두려움이 얇게 깔린 호기심을 내보이며 열한 살짜리들이 해리를 보고있었다. 사실 그 질문은, 전쟁 후에 영웅 해리 포터 인터뷰만 몇 십 번을 했었는데 그 때마다 들었던 고루한 질문이기도 했다.

“내가 환호했을 것 같은가요? 여러분들이 생각하기에, 내가 드디어 어둠의 마왕을 내 손으로 죽였다고 기뻐했을 것 같나요?”

교실이 조용해졌다. 질문을 한 크리스도 해리의 눈치를 보며 마르는 입술을 핥았다. 해리는 살짝 미소를 지어, 그들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그 한 사람, 볼드모트는 아주 강력한 어둠의 마법사긴 했지만, 결국 사람 한 명에 불과했어요. 순수혈통 어머니와 머글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으면서 머글과 머글태생을 혐오하고 마법세계를 악으로 물들이려 한, 원래 이름은 톰 리들이라는 사람이었죠. 그 한 사람을 없애기 위해서 희생된 사람의 숫자를 정확하게 셀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내 부모님도 싸웠었고, 내 친구들도, 내가 모르는 많은 마법사들도 전부 세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어요. 내가 혼자 그를 죽인 것도 아니고, 그 희생들을 알기에 나는 마냥 기뻐할 수도 없었습니다. 나는 그 때, 그냥 너무 지쳤고, 힘들었던 시간을 뒤로 하고 좀 자고 싶을 뿐이었어요. 어둠의 마법에 대항한다는 건 그런거예요.”

교실은 여전히 조용했다. 해리는 그들이 마음 속에서 무언가를 깨닫길 바라며, 빙그레 미소 지었다.

“어둠의 마법이 세계를 또 다시 장악하지 않는다는 법은 없어요. 마법의 역사 속에서 항상 우리와 함께 했으니까. 그러니, 이 방어술 수업이 앞으로 여러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겁니다.”

학생들이 크게 박수를 쳤다. 해리는 머글태생 아이인 그리핀도르의 다이애나를 눈여겨 보았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가 론을 생각나게 했고, 그녀의 구불거리는 갈색 머리카락은 헤르미온느를 떠올리게 했다. 자신의 말에 제일 감명받은 것이 그녀란 것도, 그녀가 뛰어난 모범생일 것도 해리는 알 수 있었다. 다이애나가 손을 들었다. 다른 몇몇들도 번쩍 손을 들어왔지만, 해리는 우선 다이애나의 질문이 듣고 싶었다.

“다이애나?”

해리가 제 이름을 알고 있자, 그녀는 눈에 띄게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 진짜 귀엽다. 해리는 자신은 스네이프와 달리, 교사가 천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저는 머글태생이예요. 제가 직접적으로 피해를 당한 적은 없었지만…… 학교에 들어오기 전에 공부하면서, 제 주변에서 있었던 이상한 습격이나 사건들이 다 그 볼드모트… 라는 마법사와 관련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우리 마법사들은 머글들에게 우리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노력하니까, 제대로 된 설명도 듣지 못하고 피해를 봤었겠죠. 대신 사과할게요, 다이애나.”
“포, 포터 교수님이 세계를 평화롭게 만든 영웅이신데 사과를 하시다뇨….”
“앞으로 내 수업에서 나를 영웅이라고 지칭하면, 기숙사 점수 1점씩 감점하겠어요.”

다이애나를 비롯 학생들 대부분이 움찔했다. 해리는 스네이프에게 감점의 맛을 제대로 당하고 온 그들의 반응에 웃음을 꾹 참았다.

“질문은 없나요, 다이애나?”
“아…. 저, 어제 학교에 와서 교수님의 친구분 중에 그리핀도르고 머글태생이었는데, 뛰어난 마법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저는 솔직히… 걱정이 많이 되거든요. 기숙사에서 저 혼자…… 머글태생이라서. 마법사라는 것도 몰랐는데 제가 수업에 잘 따라갈 수 있을지….”

슬리데린 기숙사 쪽에서는 미묘한 분위기가 흘러 나왔다. 그들은 전쟁 이후 직접적으로 혐오를 티낼 순 없었지만, 집에서부터 배워온 머글태생에 대한 무시가 기저에 깔려 있음을 해리도 모를 수 없었다. 흠, 얼른 드레이코가 마법약 교수로 와서 저들을 계몽시켜주어야 할 텐데. 해리는 팔짱을 끼고 교실을 둘러 보다가 입을 열었다.

“여러분들의 전 수업, 스네이프 교수님의 마법약 수업이었죠?”

교실은 그 이름을 듣자마자 긴장과 두려움에 싸이는 것 같았다. 이런, 정말 학교의 첫 수업부터 스네이프 교수를 만나게 됐던 건 그들에게 정말 불행한 일이었다.

“그 수업에서 감점 당하지 않은 사람? 손 들어 봐요.”

그리핀도르에선 다이애나를 포함한 소수의 몇이 손을 들었고, 슬리데린에서도 손을 드는 학생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아주 첫 날부터 신입생들에게 제대로 횡포를 부리셨군. 해리는 사랑스런 부인 세베루스에게 유감을 표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 분의 수업에서 감점 당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가능성 있어요. 그리고 점수를 깎였더라도, 저 또한 스네이프 교수님에게 점수를 많이 깎였던 학생이었는데, 보시다시피, 이렇게 학교의 교수로 일할 수 있을 만큼은 되도록 학교에서 공부를 배웠으니까 너무 걱정마세요, 여러분.”

그 말은 신입생들에게 위안이 되기도 하고, 세계를 구한 위대한 영웅조차도 수업시간에 점수를 깎이는 학생이었다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 모두 알고 있었다. 그 무섭고 냉랭한 스네이프 교수와 자상하고 다정한 포터 교수가 부부가 됐다는 것은, 바로 2주 전에 마법세계를 발칵 뒤집은 엄청난 이슈였다. 열한 살의 어린 그들은 도저히 이 둘을 부부로 매치시킬 수가 없었다. 물론, 고학년이라고 해서 그것이 가능해지느냐는 것 또한 생각해볼 문제이긴 했다.

“저….”
“응, 이름이?”
“알렉스 로더입니다, 교수님. 그, 저희 슬리데린의 사감이신 스네이프 교수님과…… 정말 결혼하신 거 맞으시죠?”

슬리데린 학생의 질문에 아이들이 침을 꿀꺽 넘기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해리는 웃음기 어린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슬리데린 아이들은 그의 형제자매들이나 부모가 스네이프와 직접적으로 얽힌 적이 있을 터이니, 이 결혼 소식에 집에서의 반응이 더 재밌었을 것 같았다. 해리는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이러쿵 저러쿵> 안 봤니? 거기에 키스하는 것도 크게 실렸던데.”

꺅! 여학생들의 비명이 손 틈새로 새어나왔다. 남학생들도 웅성거리며 키득거리는 것이 보였다. 그리핀도르의 키 작은 남학생이 손을 들고 입을 열었다.

“포터 교수님은 스네이프 교수님이 안 무서우신가요…?”
“풉…! 아, 미안, 큭, 아…. 질문이 너무 귀여워서.”

손으로 입을 틀어 막고 허리를 숙여가며 폭소를 참은 해리가, 눈꼬리에 맺힌 눈물을 닦았다. 허리를 다시 세우며 눈가를 훔치는 젊은 교수의 모습이 너무나 그림같이 멋있어서, 여학생들은 여전히 입을 가린 채로 감탄사를 삼켰다. 저렇게 젊고 잘생겼는데 유부남이라니, 그것도 그 무서운 스네이프 교수랑 결혼을 했다니……. 여자아이들의 선망은 금세 실망으로 변모했다.

“학생일 때도 무섭다기보다는 서로 싫어했던 거라서, 반항을 좀 했었죠. 지금은…… 귀엽고.”

스네이프가 귀엽다고……? 학생들은 안경을 낀 포터 교수의 시력에 대해 저들끼리 속닥이기 시작했다. 해리는 이 수업이 끝나고, 스네이프가 이 수업에서 있었던 일들을 듣게 되면 어떨지 약간의 걱정이 들었다.

“자, 스네이프 교수님에 대한 질문은 넣어두고, 수업에 관한 거 궁금한 거 있으면 해요.”

그 질문에는 손을 드는 사람이 없었다. 다들 수업 외의 사적인 부분이 궁금하구나. 해리는 저였어도 확실히 그랬을 것이라 생각했다. 어쩔 수 없는 웃음을 흘리고, 해리는 눈앞의 학생들과 동갑이었던 자신이 1학년일 때, 마법사의 돌을 지키려고 했을 때의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제 반려 스네이프를 의심했었던 사실은 쏙 빼놓고.


저녁을 먹기 위해 계단을 내려가, 1층에 당도한 해리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스네이프와 혹시라도 복도에서 마주칠 수 있을까, 하는 기대였다. 학생들은 복도 가운데를 막고 선 해리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지나갔다. 수업을 연달아 2번 해놓고도, 해리는 자신이 교수라는 것이 아직 생경했다. 7학년들과의 나이 차이는 고작 2살밖에 나지 않아서 그들의 인사에는 더욱 쑥스러웠다. 결국 해리는 스네이프를 찾아 지하로 내려가기로 결정했다. 식당으로 가는 학생들의 시선을 피하고 싶기도 했다.

슬리데린 학생들이 해리를 지나치며 흘깃거리고 인사를 했다. 전쟁 중에 아무도 나서지 않았던 그들이, 영웅인 해리의 눈치를 살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들 중 한 명에게 해리는 스네이프가 어디 있는지를 물었다. 그들은 미묘한 시선으로 해리를 보았지만, 스네이프가 지하 교실에서 나왔을 거라고 말해주었다. 해리는 고맙다고 답한 뒤, 걸음을 다시 옮겼다. 성의 지하는 서늘했다. 해리는 임신중인 스네이프를 위해 숄이라도 사주어야겠다 생각했다.

“세베루스!”

교실 밖, 슬리데린 고학년 남학생과 대화중인 스네이프가 보였다. 스네이프도 키가 큰 편인데, 얼추 그와 비슷한 체격의 학생에 해리의 미간이 좁혀졌다. 해리는 얼른 제 반려를 제 뒤에 가두듯 옆에 섰다. 그에, 대화중이었던 스네이프는 다소 어이가 없는 눈치로 해리의 옆통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해리가 없기라도 한 것처럼 나누던 대화를 지속했다.

“…N.E.W.T 과정은 난 분명히 O만 받는다고 했다, 로버트.”
“저는 슬러그혼 교수님의 기준에 맞춰서, 당연히 수업을 받을 수 있을 줄 알았어요. 스네이프 교수님, 제발…. 갑자기 교수님이 바뀌셔서 저도 당황스러웠는데….”
“그럼 다시 O.W.L을 쳐서 O를 받아오던가, 슬러그혼 교수를 다시 모셔오던가 해, 로버트 호프먼.”

해리는 융통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스네이프 교수에 경악스런 시선을 보냈다. 로버트가 쩔쩔매고 있는 걸 보니 안타까웠다. 방금까지 경계하던 학생에서, 앞 날이 걱정되는 학생으로 시선이 바뀐 해리가 스네이프의 손을 잡고 마주 보았다. 해리의 크고 따듯한 손이 저를 잡아오자, 냉정하던 까만 눈이 약간 흔들렸다. 해리는 그 시선의 틈을 놓치지 않았다.

“고지 없이 교수가 바꼈으니 학생도 혼란스러울 거예요. 저는 반대로 O만 받는 당신의 기준에 맞지 않는 E를 받았었지만, 슬러그혼 교수님 덕에 N.E.W.T 수업을 들을 수 있었던 것처럼, 세베루스도 올해만 기준을 바꿔서 E 받은 학생 중에도 N.E.W.T 과정을 듣고 싶다는 학생들은 받아주면 안 될까요? 올해만요.”

해리의 뒤에서 로버트도 적극적으로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스네이프는 이미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포터 교수, 알았으니까 손 좀…. 그 조그만 중얼거림에 해리는 됐다, 싶어서 싱긋 웃고 스네이프의 눈에 제 녹색 눈을 맞추는 쐐기를 박았다. 스네이프는 결국 고개를 틀면서 알았다고 대답했다. 로버트가 몹시 기뻐하며 해리에게 꾸벅 인사를 해왔다. 로버트가 자리를 비키자마자, 해리는 스네이프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다시 고개를 제 쪽으로 돌렸다. 차가웠던 교수는 얼음이 녹아 없어진 것처럼 사라지고, 저를 빤히 바라보는 순종적인 눈에 해리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말도 잘 듣고. 예뻐라.”
“해리 네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니까……. 뭐… 수업 인원이 그리 크게 늘 것 같지도 않고…….”
“응, 맞아요. 잘했어요.”

키스하고 싶다, 해리는 그 생각이 들자 스네이프의 뺨을 감싼 손을 그대로 끌어당겼다. 그런 해리에 못 이기는 척, 스네이프 역시 다가와 고개를 틀었다. 지하 교실 앞 복도에서, 둘의 입술이 조금씩 가까워졌다. 닿을락 말락, 애타는 느낌에 스네이프의 손이 해리의 로브 소매깃을 잡았다.

순간, 복도 끝에서 들려온 인기척이 있었다. 스네이프는 그 소리를 감지하자마자 해리의 배를 퍽 밀쳐내었다. 악 소리를 참은 해리도 얼른 뒤를 돌아보았다. 보아하니 슬리데린 기숙사의 학생인 듯 싶었다. 내가 미쳤지, 한순간 저 눈에 홀려서. 욕설을 내뱉는 스네이프에 해리는 어쩔 수 없지 않냐며 등을 토닥였다. 학생과 교수의 밀회도 아니고, 우린 부부인데요. 해리의 속삭임에 스네이프는 어쩐지 더 부끄러워져 괜스레 해리의 정강이를 걷어 찼다.

그들은 식당이 있는 1층으로 올라갔다. 스네이프의 옆에 붙어서 학교 지하의 복도를 걷는 기분은 새삼 새로웠다. 6학년 때 이후로, 그와는 같이 학교에 있어보지도 못했다. 스네이프가 덤블도어를 죽이고, 불에 타는 해그리드의 오두막 앞에서 서로를 경멸하며 악에 받쳐 소리지르던 것이, 학교에서 서로를 마주한 마지막 기억이었다. 그 때의 스네이프를 다시 떠올리면, 그가 너무나 처절해 보였고, 가슴에 아팠다. 하지만 오해 속에 헤어진 그를 다시 만났을 때, 어째서 자신은 그의 죽음을 외면할 수 없었을까. 사실 해리는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 때까지 계속 그를 덤블도어를 죽인 살인자이자, 볼드모트의 총애를 받는 데스 이터로 보고 있었으면서도, 고작 뱀에 물려 주인에게 버림 받았다는 것 따위에 자신의 차가웠던 마음이 휘둘릴 수 있었던 건지. 왜 해리 포터는 세베루스 스네이프의 죽음에서 눈 돌릴 수 없었는지를.

물론, 그의 생명을 구한 다음 순간부터는, 해리는 그 이유를 알 수밖에 없었다.

“입덧은 괜찮아요?”
“물약을 복용하고 있어서 입덧 자체가 나아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주말 아침에는 복용을 끊고, 입덧이 괜찮아졌는지 확인해봐야겠군.”
“빨리 나아졌으면 좋겠어요. 우리 애들 재깍재깍 효도 하자, 엄마한테.”
“쉿, 조용히 해. 해리.”

대연회장에 가까워지자 스네이프가 해리의 입을 단속했다. 넵, 해리는 바로 입을 꾹 다물었다. 스네이프는 그 행동에 피식 웃더니 먼저 안으로 들어섰다. 네빌의 옆으로 붙어있는 두 자리가 비어있었다. 해리는 얼른 네빌의 옆에 앉았다. 스네이프도 해리의 옆에 앉아 저녁식사를 시작했다.

“너는 첫 수업 어땠어, 네빌?”
“간단하게 ‘도망치는 버섯’ 돌보기를 했어! 해리 너는?”
“나는 첫수업부터 진도 나가기 싫어서 질문 받고, 잡담 했어. 다음 수업부터는 간단하게 프로테고를 가르칠 거야.”
“……아, 그렇구나.”

그거 오러들이 유용하게 쓰는 주문 아니야? 소리가 입 밖으로 나올 뻔 했지만, 네빌은 잘 참았다. 해리는 감자튀김을 먹으면서 네빌에게 물었다.

“학생들이 전투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물어보려고 하지 않아?”
“아, 물론…. 잠깐 대답은 했지만, 역시 그런 주제는 당황스럽고 수업과도 관계 없으니 불편했어. 아! 해리 너는 더 심하겠지만.”
“난 내 수업 시간에 날 보고 영웅 소리 하면 1점씩 감점 시키겠다고 했어.”
“하핫, 그거 되게 좋은 방법이다. 역시 스네이프 교수님이랑 천생연분이야, 해리.”

둘의 대화를 잠자코 듣고 있던 스네이프의 얼굴 근육이 씰룩거렸다.

“세베루스, 1학년들 감점 엄청나게 시켰었죠?”

해리가 스네이프 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스네이프가 미간을 찌푸리며 스프를 저었다.

“그 놈들이 너에게 고자질을 하나?”
“아, 아뇨. 제가 물어봤거든요. 음… 당신한테 감점당하지 않았다면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요.”
“네 수업 시간에 내 얘길 하지마. 그리고 교실 안 공기를 썩혀놓는 오물들을 만들어놓고 감점을 피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

스네이프가 딱딱하게 말했다. 해리는 스네이프가 괜히 쑥스러운 얘기까지 나올까봐 미리 엄포를 놓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애들 귀엽던데. 세베루스는 안 귀여워요? 열한 살 꼬맹이들인데.”
“그 나이의 놈들이 귀엽다고? 차라리 날 보고 맨드레이크의 기저귀를 갈라고 해라.”
“풉, 진짜로 얼마 안 가 기저귀를 갈 거면서….”
“응? 맨드레이크를 기르고 싶은 거야, 해리?”

네빌이 초롱초롱하게 눈을 빛내며 물어 왔다. 아, 이런, 남들 듣는 곳에서는 스네이프와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가 없었다. 스네이프는 맨드레이크 사육법을 설명하는 네빌에게 붙잡힌 해리의 곤란한 얼굴을 비웃으며 식사를 이어갔다.


정신 없이 시간이 지나갔다. 호그와트에 학생으로 있을 때보다 교수로서 있는 시간이 더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았다. 나이를 먹을수록 세월이 금세 지나는 것처럼 느껴지듯이, 이것도 그런 걸까. 9월은 교수 직에 적응하는 데만도 금방 시간이 지났다. 10월, 11월에는 스네이프의 배가 조금씩 티가 나게 불러오기 시작했다. 달에 한 번씩, 슬리데린 사감의 방으로 데번 부인의 방문이 있었다. 해리와 스네이프의 아이들은 둘이라 더 좁은 뱃 속에서, 서로에 부대끼며 잘 자라나고 있었다.

12월의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올 해 마지막 호그스미드 외출날 아침이었다. 해리가 사준 짙은 녹색 캐시미어 숄을 두른 스네이프는 사감 방 식탁 앞에 앉아 턱을 괴었다. 이따금씩 뱃속에서 생명이 꿈틀대는 느낌에 눈썹을 올렸다가, 내리면서.

“세베루스! 일어났어요?”

문이 벌컥 열렸다. 새벽부터 해그리드, 네빌과 집요정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장식을 마치고 온 호그와트의 막내 교수 해리 포터였다. 검은 장갑에 묻은 눈을 털며 들어온 해리가 식탁 위의 작은 난로에 양 손을 갖다 대었다. 해리의 불긋한 얼굴과 확 끼치는 겨울의 새벽 냄새에 스네이프는 저도 바깥에 서있는 기분이었다. 손을 녹힌 해리는 바로 장갑을 벗고, 스네이프의 아래에 무릎을 꿇고 배를 안았다. 동그란 배 안에 저희의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은 시간을 거듭해도 놀라운 사실이었다. 스네이프는 손을 뻗어 해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생했군.”
“진짜 추워요. 나갈 때 단단히 껴입고 나가야겠어요.”
“무릎 아파, 일어나, 해리.”
“괜찮아요, 이 자세가 제일 안기 좋아서. 아, 방금 발로 찬 것 같은데? 힘이 좋은 게 알버스인가, 릴리인가.”
“둘이 번갈아 가며 차대는 것 같다. 성격들이 다 해리 널 닮았는지.”

고생길이 훤히 보인다는 눈이었다. 해리가 배를 안은 채 그를 올려다보며 큭큭 웃었다.

“당신 어머니에게 물어보고 싶다. 당신은 뱃속에서 얌전했냐고요.”
“인기척도 안 냈을 걸.”

그 말에 해리는 웃음이 터졌다. 귀여워, 정말.


스네이프는 제 목도리를 매주는 해리의 신중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까만 목도리를 얼굴의 반을 가리게 칭칭 감은 꼴이, 바람 한 점 틈으로 용납하지 않겠다는 해리의 목적이 보였다. 그리고 해리가 내민 손을 잡았다. 까만 해리의 장갑과 제 보라색 장갑 낀 손이 단단히 연결되었다. 아구스 필치가 탐탁치 않은 눈으로 부부의 모습을 훑었다. 학생들이 그들을 발견하고 인사를 해왔다. 해리의 스킨쉽에 이제 적응할대로 적응한 건 스네이프도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응, 안녕. 감기 조심하고 잘 놀다 들어가. 해리가 학생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스네이프를 이끌었다. 둘은 스리브룸스틱스 앞으로 갔다.

“론, 헤르미온느, 드레이코!”

해리와 스네이프를 발견하고 눈 길을 걸어 다가오는 그들이 보였다. 허니듀크를 먼저 들렀는지 론이 든 가방에 초콜릿과 과자들이 한가득이었다. 드레이코는 회색 코트, 회색 목도리를 두르고 그들 옆에 한 발자국의 거리를 둔 채 다가왔다. 나눌 대화가 대화였던지라, 그들 다섯은 스리브룸스틱스의 가장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따듯한 버터맥주 다섯 잔이 그들 앞에 놓였다. 스네이프의 맞은편에 앉은 드레이코가 주머니를 뒤적였다. 식탁에 놓인 건 작은 크리스탈 약병이었다.

“완성한거야?”

해리의 물음에 드레이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코트를 벗고, 왼팔을 식탁 위에 놓고서 까만 셔츠를 팔꿈치까지 걷어냈다. 섹튬셈프라에 베인 흔적도, 볼드모트의 어둠의 표식도 깨끗이 사라진 팔이 보였다. 스네이프도 코트를 벗고 왼팔의 팔꿈치까지 옷을 걷었다. 아주 희미하게 남은 해골 표식. 드레이코가 직접 뚜껑을 열고 그 위에 약물을 흘렸다. 헤르미온느와 론도 그 모습을 숨죽이고 지켜보았다. 해리가 손을 뻗어 스네이프의 팔 위로 약물을 펴발랐다. 약물이 스며들자, 표식의 흔적이 사라졌다.

“대단하다….”

제일 먼저 감탄사를 뱉은 건 헤르미온느였다. 이건 정말 위대한 발명이었다. 전쟁 후에 이 저주치료제를 필요로 할 피해자들이 얼마나 많을지 셀 수 없었다. 론마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해리와 스네이프는 깨끗한 그 왼팔을 조금 더 오래 내려다보고 있었다.

“고맙다, 드레이코. 거슬리던 게 하나 지워졌군.”

옷을 내리고 코트를 다시 입으며 스네이프가 말했다. 드레이코는 특유의 거만한 미소를 지으며 으쓱였다.

“말포이 가문의 돈과 명예를 제가 되찾는 건 당연하죠, 교수님.”
“젠장, 진짜 돈방석에 앉겠잖아. 이미 말포이 네 방에 넘치는 거 아니었냐?”
“아, 물론이지. 네가 하나 가져가도 모를 정도야, 론 위즐리.”

론의 툴툴거림에, 드레이코는 한쪽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약병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해리도 주머니에서 사진 세 장을 꺼냈다. 데번 부인이 마법으로 양피지에 염색해준 아이들의 뱃속 모습이었다. 해리의 친구들 세 명은 그 사진에 눈을 떼지 못했다. 들뜬 그 얼굴들이 정말로 자신의 가족이나 다름없었다. 해리는 따듯한 온기가 뱃속에서부터 퍼지는 기분이 들었다.

“드레이코, 수고해줘. 론, 헤르미온느도 부탁해. 너희들이 없었으면 정말 막막했을 거야.”

크리스마스 연휴가 끝나고 드레이코가 스네이프를 대신해 대타 마법약 교수로 들어올 것이었다. 스네이프는 사감의 방과 스피너즈 엔드를 벽난로로 오가며 출산을 준비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론과 헤르미온느도 만삭이 될 스네이프를 적극 돕겠다고 약속했다.

“그런 걱정도 없이 교수님을 임신시킨 거야, 해리?”

드레이코가 장난스레 빈정거렸고, 헤르미온느는 높은 웃음소리를 터뜨렸다. 론도 낄낄거리며 버터맥주를 들이켰다.

“아니, 너희들 있는데 무슨 걱정이야. 그쵸, 세베루스?”
“뭐, 해리 너보다는 저 녀석들이 믿을 만하지.”
“아, 세베루스!”

세 명의 친구들이 웃음을 터뜨리고, 론이 사온 과자들을 식탁 위에 몇 개 올렸다. 론이 뜯은 개구리 초콜릿에서 스네이프 카드가 나왔다. 이런 게 있는 줄도 몰랐던 스네이프는, 카드 뒷면에 적힌 글을 보고 눈을 부라리며 벌떡 일어섰다. 반려와 제자들이 말리지 않았다면, 홀몸도 아닌 몸으로 개구리 초콜릿 제조 공장에 테러범죄를 일으킬 뻔한 스네이프가 자리에 도로 앉아 씨근거렸다. 해리는 곧 문구를 바꿔주겠다며 스네이프를 달랬다. 스네이프는 제 카드를 박박 찢고서, 해리가 뜯은 두번째 초콜릿을 입에 넣었다. 해리가 뜯은 초콜릿에서 나온 해리 포터 카드에, 카드 속 해리가 저에게 윙크하는 모습을 보며 스네이프의 기분은 점차로 풀렸다.

밖으로 눈발이 날렸다. 해리와 세 명의 친구들은 누가 어떤 아이의 대부와 대모가 될 것인지를 정했다. 나한테 먼저 제안했으니까 내가 먼저 나온 쪽의 대부를 하지, 드레이코가 얘기했고 헤르미온느는 고개를 끄덕거렸으며, 론은 괜히 툴툴거렸다. 스네이프는 또 다시 뱃속을 차오는 감각을 느끼며 배를 쓸었다. 눈이 내렸지만, 스리브룸스틱스의 구석 자리는 다섯 명의 훈기로 따듯했다.